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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고 소외된 자들을 향한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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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터넷 기사 중 자살한 한 고교생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아기 때로 돌아가 엄마 젖을 실컷 물고 싶다며 지금의 생을 거부하던 소년의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 시대의 단면을 기묘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생각에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소설집을 읽는 내내 떠올렸던 인터넷 기사 속 사회면의 어두운 단면 하나하나가 떠오르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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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인터넷 기사 중 자살한 한 고교생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아기 때로 돌아가 엄마 젖을 실컷 물고 싶다며 지금의 생을 거부하던 소년의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 시대의 단면을 기묘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생각에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소설집을 읽는 내내 떠올렸던 인터넷 기사 속 사회면의 어두운 단면 하나하나가 떠오르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라 생각된다. 소설 속 등장인물의 삶도 그 소년과 마찬가지로 사회로부터 혹은 사랑하는 이로부터의 멀어지는 어두운 삶을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비주류에 속하기 때문이다.

 

「어깨의 발견」속 영주는 집단으로부터(친구의 무리)의 소외를 시작으로 가난과 장애(어깨가 자주 빠지는..)를 가진 반사회적 존재의 상징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과거 속 우상이었던 존재 에이의 추락으로 인한 관계의 단절을 보여주는 「거꾸로 가는 버스」를 시작으로 가족으로부터의 소외(「댄싱 맘」, 「까마득」), 사회의 시선으로부터 괴로워하는(「나쁜 취미」) 인물들이 등장한다.

 

 아마 이 글을 읽게 될 대다수가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소외당하는 자’가 아닌, 「어깨의 발견」 속에서 ‘신경 쓰이는 존재’인 영주를 찾고자 하지만 결국 찾지 못하자 이런저런 수다를 일삼고 자신의 안위만을 걱정하는 ‘방관자’에 가까울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주류와 비주류, 소외 당하는 자와 소외를 명령하는 자의 이분법적인 논리로만 이 소설 속 주인공들의 관계가 형성되는 것만은 아니다.

 

 단편 「까마득」에서는 현재 우리사회의 비주류라 할 수 있는 국제결혼 이주민인 ‘흐엉’을 바라보는 15살 화자의 시선으로 일종의 ‘연대의식’을 느낄 수 있었는데 15살 유리는 ‘흐엉’을 단순하게 ‘못살고 가난한 나라의 여성’이 아닌 ‘흐엉’으로 하여금 연민과 부러움의 감정을 동시에 가지게 되는 복잡한 캐릭터로 묘사하고 있음에 반가웠다.

 

 어쩌면 삶은 「나쁜 취미」속 마지막까지도 산산조각 부서지는 육체를 그리는 주인공의 삶처럼 지리멸렬한 것일 수도, 「비비」속의 이유없이 비비탄을 쏘아대는 콰르텟처럼 무미건조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어둡고 단조로우며 이유없이 괴로울지라도 어두움을 발견하는 몸짓을 멈추어서는 안된다. 우리가 그 몸짓을 멈추는 순간, 또다시 인터넷기사와 신문지상에는 도시의 어둠으로 도망치려는 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즐거웠던 것은, 폼잡지 않고 간결한 대화체의 문체 덕분이었다. 드라마처럼 펼쳐지는 주인공들의 여정을 함께하며 소설 속 그들의 발걸음을 좇는 동안 그들의 삶이 즐거웠던 것은 아니지만, 내 자신에 대해 계속 질문하게 되고 이 세상의 ‘어두움’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조명숙 소설가를 처음 접한 소설집인데 감각적인 묘사들과 상황설정에 눈길이 갔다. 그녀의 장편소설집을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상깊었던 구절:

세상이 찬란한 기쁨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느꼈어.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가게의 작은 물건 하나, 구석진 강의실의 책상 모서리까지도 황홀하고 아름답게만 여겨져서, 시를 써볼까 궁리하기도 했었지.(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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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싱 맘』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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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그림을 배운 적이 있습니다. 쥐고만 있어도 손에 시커멓게 묻어나는 4B연필을 가지고 석고로 만든 구나 정육면체를 보고 그리곤 했습니다. 어린 관찰은 마냥 지루한 과정이어서, 밝은 면, 중간 면, 어두운 면을 눈대중하며 대강대강 칠하곤 했습니다. 어둡기만 한 저의 데생 아래쪽을 선생님이 지우개로 누르며 알려 주셨던 것은 ‘반사광’ 이었습니다. 밝은 면, 중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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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그림을 배운 적이 있습니다. 쥐고만 있어도 손에 시커멓게 묻어나는 4B연필을 가지고 석고로 만든 구나 정육면체를 보고 그리곤 했습니다. 어린 관찰은 마냥 지루한 과정이어서, 밝은 면, 중간 면, 어두운 면을 눈대중하며 대강대강 칠하곤 했습니다. 어둡기만 한 저의 데생 아래쪽을 선생님이 지우개로 누르며 알려 주셨던 것은 ‘반사광’ 이었습니다. 밝은 면, 중간 면, 어두운 면, 그 다음엔 더 어두운 면이 아니라 반사광이 있듯, 밝은 생, 중간 생, 어두운 생이 존재하는 조명숙의 소설에는 빠진 어깨로 고양이의 시체를 치우는 소녀가 있고 아버지와 함께 호루라기를 불어 주는 여자가 있습니다.
 
 
사라졌을 때 만나는
<어깨의 발견>에서 케리와 효주와 지수와 나는 사라진 영주를 발견했―혹은 착각―했을 때 만납니다. <거꾸로 가는 버스>에서 유와 분투, 을지와 삼미와 나는 에이의 장례식장에서 모입니다. 누군가가 사라졌을 때야 비로소 서로를 만나러 오는 사람들. 영주와 에이가 대단한 사람은 아닙니다. 영주는 헐거운 비행 소녀이고, 에이는 결혼에 여러 번 실패한 장애인입니다. 사람들이 영주나 에이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진 것이 아님에도 그들은 모입니다. 타인의 애정도 연민도 증오도 얻지 못한, 나약한 존재의 빈 자리에서 이야기는 비로소 시작됩니다.
 
 
빠져나와 날아간 새
<댄싱 맘> 속 어머니의 시체에서, <까마득>이 영감을 얻은 그림에서, <나쁜 취미>의 마지막 장면에서 인물들은 자신을 끄집어내거나, 무언가로부터 해방되어 어디론가 가려 합니다. <댄싱 맘>의 말 많은 어머니가 뒤주 속에서 시체로 발견되었을 때 첫 번째 자식의 입을 빌려 그녀의 썩은 몸은 새로 바뀝니다. <까마득>이 참고한 노은님의 <새>는 파란 바탕에, 초록 날개를 가진 흰 새의 그림으로, 주인공 ‘흐엉’은 파란 풍경 속의 자신을 끄집어냈습니다. <나쁜 취미>에서 나와 제이는 사고에 몸을 내던짐으로써 ‘왼쪽으로 가고 싶으면 왼쪽으로 갈 수 있’는 자유로움을 얻습니다. 어머니와 나는 죽었고, 흐엉은 스무 살이 많은 외국 남자의 아내가 되었습니다. 그녀들의 시도는 굳이 구분하자면 실패와 불운의 축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그녀들이 그런 선택을 한 건 그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일 겁니다. 자의든 타의든.
 
 
당신 뭐야?
<바람꽃>의 상희는 안면도 없는 ‘나’의 아버지를 데려와 같이 호루라기를 불며 노는 여자이고, <비비>의 ‘그녀’는 검은 옷의 콰르텟을 이끌고 나타나 ‘나’ 의 사무실에 비비탄을 쏘고 사라지는 여자입니다. 존재는 신비하기까지 하고, 행동엔 논리나 상식이 없습니다. ‘나’ 들은 그녀들의 언행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당황함을 느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을 계속 만나려 하고, 식사를 하거나 산책을 하거나 같이 잡니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건, 단순히 따분해서건 ‘나’들은 그녀들을 앞으로도 계속 기억하겠지요.
 
 
우리는 보통 소설을 읽은 다음에야 비로소 구체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곤 합니다. (혹은 영영 그러지 못합니다.) 『댄싱 맘』의 경우는 반대로, 글을 읽기 전에 이미 이미지가 존재합니다. 여성 작가들의 그림과 관련된 소설이므로 그림 이야기를 오히려 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이 책을 그림을 감상하듯 읽는 게 어떠냐는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처음에 반사광 이야기를 했지만, 책에서 그 존재부터 찾으려 하진 마십시오. 그것들을 쉽사리 희망과 낙관이라 부르기는 망설여집니다. 너무 희미하여 단순한 여백이라 부를 수도 있고, 그러나 분명 분명하니 빛이라 부를 수 있는 그 문장들에게 이름을 붙여 보시길 바랍니다.
 아무튼 우리 너무 환한 세상은 잠시 잊도록 합시다. 그리고 댄스.

b*******e 2012.04.2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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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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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가 생각났다. 수많은 다름에도 불구하고, 카프카의 세계와 조명숙의 세계는 닮았다. "사람은 별 생각 없이 살아갈 수밖에 없다." 라는 사실을 깨닫게 만드는, 너무도 투명한 시선이 말이다. 어쩌다 태어나보니 이미 세상이란 것이 만들어져 있었고, 나는 밥을 먹듯, 세상을 위장 속에 채우고 살아왔다. 그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세상을 살아가려면 세상의 법칙을 내 몸에 새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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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가 생각났다. 

수많은 다름에도 불구하고, 카프카의 세계와 조명숙의 세계는 닮았다. 
"사람은 별 생각 없이 살아갈 수밖에 없다." 
라는 사실을 깨닫게 만드는, 너무도 투명한 시선이 말이다. 

어쩌다 
태어나보니 이미 세상이란 것이 만들어져 있었고, 
나는 밥을 먹듯, 세상을 위장 속에 채우고 살아왔다. 
그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세상을 살아가려면 세상의 법칙을 내 몸에 새겨야만 한다. 
내가 아무리 위대하고 혁명적인 생각을 하더라도 그것은 생각일 뿐, 
살아가려면 바퀴벌레라도 먹어야 하는 것이 법칙이다. 
세상의 법칙에 선악이란 없다. 

불구로 태어났으면 불구인 채로, 
못난 엄마 밑에 태어났으면 그런 대로, 
평범하게 태어났으면 평범한 대로, 
가난하게 태어났으면 가난한 대로, 
살아가야 한다.

그 아무리 젋고 씩씩하고 혁신적인 생각이라도, 그것은 고작 
"사람이 많은 거리에서 한 시간쯤 쉬지 않고 탭댄스를 춰본다든지, 
버스정류장에서 자정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만나는 사람마다 악수를 청해본다든지" (「거꾸로 가는 버스」) 
하는 것밖에 안 된다. 
단 한번 일탈에 불과한 것이다. 
나의 삶을 혁신적으로 바꾸고,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위대함 따위는 결코 가능하지 않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그렇게 살아간다. 
현실의 뾰족한 침이 살을 파고들어 피를 흘리게 하는 대로, 그런 채로 살아간다. 
살아가야 한다. 그것이 삶이다. 거기에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따지는 것은 수식에 불과하다.

"이렇게 사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는 답이 없다. 
뾰족한 침을 피하려고 몸을 웅크리거나 
뾰족한 침이 아니라 폭신폭신한 솜방망이가 나를 간지럽히도록 기다려야 한다. 
좀더 적극적인 인간이라면, 뾰족한 침에 헝겊을 씌우는 시도는 할 수 있겠다. 

이 소설의 인물들은 저마다 현실에 복종하느라, 한가지씩 익힌 습관 같은 것이 있다. 
벨트 버클을 히스테릭하게 반복적으로  잠갔다 풀었다 한다던가 
평생 호루라기를 분다던가 
자식들이 감당할 수 없는 잔소리를 늘어놓는다던가 
그런 것들. 

이 인물들이 다 비정상처럼 보이지만, 
이 작가의 시선으로 본다면 나도 비정상일 것이다. 
현실에 순응하느라, 나도 모르게 익힌 습관 같은 것이 있을 것이다. 분명. 

카프카가 그렇듯, 조명숙도 연민 같은 감정은 결코 내보이지 않는다. 
소설의 인물들은 타인의 죽음에 대해 애도하지 않는다. 부모의 죽음이라도. 
사라져버린 것에 대한 슬픔보다는 홀가분함이 이 인물들을 지배한다. 
너 같은 인간 사라져버려서, 이제 귀찮을 일이 없겠어.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도 전혀 애도하지 않는다. 연연해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죽게 되어서 홀가분해 한다. 
이제야 죽게 되다니, 홀가분해.  
이 지긋지긋한 세상이여, 안녕!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만들어져있던 세상. 
그 속에서 나는 "별 생각 없이 살아갈 수밖에 없다." 
최대한 덜 아프게, 잘먹고 편안하게 살 수 있다면 좋겠다. 
마음까지 편안해진다면 좋겠지만, 양심상 그건 옵션으로 남겨둘게. 

받아들이긴 힘들지만, 세상살이가 꼭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세상을 묘사하는 조명숙의 글쓰기는 부드러우면서 섬뜩하다. 오묘하다. 

s******i 2012.04.2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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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cing m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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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싱 맘은 총 7개의 비슷한 느낌을 가진 단편을 묶은 소설이다.  처음 제목을 보고는 이거, 신파 소설인가? 하고 생각했지만, 조명숙 씨는 내 뒤통수를 시원하게 후려치며 상당히 충격적인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일단 에피소드들의 제목들은 그럭저럭 평범하다. 단어적 의미 정도는 쉽게 알아먹을 수 있으니 평범하다고 해도 될 것이다. 하지만 평범한 제목에 가려진 진짜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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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댄싱 맘은 총 7개의 비슷한 느낌을 가진 단편을 묶은 소설이다.

 처음 제목을 보고는 이거, 신파 소설인가? 하고 생각했지만, 조명숙 씨는 내 뒤통수를 시원하게 후려치며 상당히 충격적인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일단 에피소드들의 제목들은 그럭저럭 평범하다. 단어적 의미 정도는 쉽게 알아먹을 수 있으니 평범하다고 해도 될 것이다. 하지만 평범한 제목에 가려진 진짜 얼굴은… 맙소사. 맙소사다.

 이야기들은, 공통점이랄까, 거의 모두가 갑작스레 생각나서 쌩뚱맞게 툭 던져내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배경은 확실히 한국인 것 같지만, 이게 별명인지 이름인지 애매한 하기사, 내가 알던 사람들 중에도 그런 패거리가 있었다. 진심으로 몸에 익은 언어와 단어에 정감을 담아내어 그렇게 부르는 건지, 단순히 많이 배웠다는 사실을 자랑하고 싶은 건지는 그도 나도 영원히 모를 일이지만. ‘이정원이라는 친구를 ‘garden’, 또는 그저 마음에 드는 영어 이름을 스스로에게 붙이고 불러달라는 식. 어쩌면 조명숙 작가는 요즘 아이들의 그런 cool그렇다고 저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스타일을 약간 잘못 이해했는지도 모르겠다. 잘못?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 약간 미흡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런 misunderstanding이 또 다른 풋풋한 분위기와 향을 자아낸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을 만하다.

 하지만 매력은 매력이고, 어둠은 어둠이다.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모든(모든!) 등장인물들은 어딘가 한두 군데씩 비뚤어진 병리적 정신 상태를 가지고 있다. 가정의 탓인지, 친구의 탓인지, 사회의 탓인지. 글 자체에서는 매력을 느끼지만 등장인물들에게서는 어떠한 매력도 느끼지 못하는 이 당혹감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그들은 가족을 버리고, 친구를 버리고, 자존심을 버리고, 자신을 버리고… 심지어 삶까지도 버린다. 이런 자기파괴적 개체들을 보면 인간이라는 종의 절멸이 가까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명 성립의 필요조건은 생존 본능이며, 충분조건은 환경과의 -혹은 시대와의- 공명이다. 개체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규모를 넘어선 비대화된 군집의 미소한 부분이 되면서 집단 속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외감을 느끼고, 실제로 소외되고, 결국 생존마저 포기하고. 이것이 과연 비대한 집단의 병폐인지, 혹은 일정 단위를 넘어선 생명 군집이 도태종마저 집단 내에 포괄하여 생존을 보장함으로써 발생되는 기형적- 혹은 정신병적 개체의 지속적 번식에 의한 결과인지는 고구해봐야 할 문제다. 실지, 야생동물들의 집단에서 저런 자기파괴적 개체들이 살아남을 확률은 지극히 적다. 그렇기에 야생동물들은 그들의 환경에 특화된 방식을 고수하며 대를 이어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인간의 경우에는 그런 단위생존의 행동 양식은 이미 의미가 없다. 자살, 자학, 체념 등의 단상이 트렌드처럼 집착과 성실, 신실함이 구질구질하고 cool하지 못한 행동이라는 인식이 시류를 지배한다. 걱정도, 염려도, 관심도, 무심한 듯(정말 무심한 것일지도) chic하게 해치워버리고 개체 간 감성적, 물질적, 신분적 관계를 휴지조각마냥 필요하다면 언제든 구겨 던져버리고 술안주나 블로그 포스팅, 일기 따위로 그리워하는 척 모든 일을 해치워버리는 등장인물들은 왁스를 끼얹은 현세의 모습을 몇 조각 잘라내어 지상에 올려놓은 듯, 너무나 실감나서 무섭고, 아프고, 슬프고, 찐득하고… 그러나 또한 이 책이 아련한 것은 나도 그렇기에, 등장인물들처럼 그런 문제를 안고 계속 살아가야 하기에 책을 덮는다고 끝나지 않는 이야기이기에 그럴 것이다.

 각 에피소드의 서두에는 시인지, 단상인지 모를 짧은 글귀들이 적혀 있는데, 각 에피소드의 주제적 장면이나 전체적인 컨셉을 떠오르게 하는 회화들을 보고 적은 것이다. 글귀 끄트머리에 회화의 제목과 화가의 이름이 나와 있으니 찾아보는 것도 나름대로 맛이 있을 듯.

t******l 2012.04.2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