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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두기 ○ 이 글에서 합리적(rational)이라는 것은 최적화 전략(optimizing strategy)을 택하는 것(Mosterin, 2008)을 의미한다. 또 최적화 전략을 택하는 것은 기대효용을 최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글에서 쓰이는 "합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방식과 괴리가 있어 오해를 부를 수 있으므로 미리 밝혀둔다. ○ 기대효용(EU)은 선택의 이익(B)과 비용(C)의 차에 그 사건의 기대확률(P)을 곱해서 구해진다(p26).즉, EU=P*(B-C). 게임 이론의 발전에 기여한 존 내시(John Nash)의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 <뷰티풀 마인드(2001)>를 인상깊게 봤다. 이후 게임이론은 잘 알려진 "죄수의 딜레마" 등을 통해 가끔 접했다. 그러나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하여 막연한 흥미만 갖고 있었다. 서울대학교 김희민 교수가 쓴 <게임이론으로 푸는 한국의 민주주의>는 게임 이론을 통해 한국 민주주의를 분석한다는 책 설명에 끌려 읽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한국의 민주화 이행 과정을 사건(퍼즐, 문제 등)의 연속으로 보며, 1987년 대선부터 2004년 대통령 탄핵까지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합리적 선택이론으로 분석한다. 1장에서 합리적 선택이론에 대한 설명과 책의 전개에 대한 개괄이 나온다. 2장에서 1987년 대선에서 나온 두 사건을 분석한다. 하나는 간접 선거를 통해 당선이 확실시됐던 노태우가 직접 선거로의 헌법 개정에 동의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김영삼과 김대중(이하 양김)이 단일화에 실패하여 2명 모두 선거에 출마한 것이다. 외견상 비합리적인 이 행동들을 합리적 선택이론 관점에서 분석한다. 3장과 4장에서 1990년 3당 합당과 이후 김영삼 정부 하의 민주화 과정을, 5장에서 1997년 김대중 당선 이후 선거제도 변화를 분석한다. 6장에서 한국 민주화 과정에 큰 영향을 끼친(p17) 남북, 북미 관계를 베이즈 게임(불완전 정보 게임)을 통해 분석한다. 7장에서 2004년 탄핵 정국을 베이즈 게임을 통해 분석한다. 8장에서 일부의 주장과 다르게 비서구권 사회의 정치현상도 합리적 선택이론을 통해 분석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머리말에 "게임이론은 합리적 선택이론의 한 부류이다(p6)"라는 언급 이후 책 본문에는 "게임이론"이라는 단어보다 "합리적 선택이론"이라는 단어가 주로 나온다. 합리적 선택이론에 관한 상세한 설명(1장)이 있지만 게임이론에 관한 설명은 없다. 나와 같이 "게임이론"이 포함된 제목에 끌려 이 책을 선택한 독자들은 게임이론과 합리적 선택이론 사이에서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나와 같은 독자들을 위해 게임이론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과 합리적 선택이론과의 관계를 명확히 밝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참고로 이 책의 영어 제목은 <Rationality and Democratic Transition in Developing Societies: The Case of Korea>이다. 직접적으로 "게임이론"(game theory)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일견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정치인들의 선택이 합리적인 이유를 보이는 과정이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다. 7장에서 다룬 2004년 탄핵 정국을 예로 들자. 국회는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통과시킨다. 노무현은 야당이 탄핵안 통과에 충분한 의석수를 갖고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 야당의 공식 사과 요청을 거부하여 탄핵의 위험을 무릅썼다. 야당은 유권자들의 심판 가능성에도 총선을 불과 한달 남긴 시점에서 사소해 보이는 이유로 대통령 탄핵을 진행했다(pp127-128). 이는 일견 비합리적으로 보인다. 책은 이 사건을 정치인들(노무현과 야당)이 탄핵 인용 여부와 유권자들의 심판 여부에 대해 알지 못하는 베이즈 게임으로 가정한다. 이후 수학적 도구를 사용해 정치인들의 선택들이 합리적이라는 것을 보인다. 노무현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안 인용 가능성을 낮게 봤다. 그는 야당의 사과 요구를 받아들이면 대통령의 권위과 훼손될 뿐 아니라 다가올 총선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그는 사과를 선택하지 않았다. 이러한 책의 분석에서 사과를 거부하는 것이 노무현의 기대효용을 최대화해주는 선택 즉 합리적 선택이었다. 반대로 야당 입장에서는 대통령이 사과를 거부한 상황에서 탄핵을 하지 않으면 정국의 주도권을 대통령에게 빼앗기게 된다. 야당은 헌재에서 탄핵의 인용 가능성을 높이 봤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심판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탄핵을 선택했다. 책은 이를 야당의 주관적 판단 하에서 그들의 기대효용을 가장 크게 하는 선택이기 때문에 합리적 선택이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책의 분석에 다소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2장에서 양보를 하지 않고 출마한 양김의 선택은 출마가 그들의 기대효용을 최대화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말한다(p40). 그리고 이는 상당부분 양김이 기대효용을 계산할 때 자신들의 승리확률을 지나치게 크게 계산한 것에 기인했다고 주장한다(pp29-30). 때문에 만약 1987년 대선에서 양김 중 한명이 자신의 승리확률을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하여 출마 대신 양보를 택했다 하더라도 책은 이 선택을 합리적이라고 주장했을 것이다. 이를 일반화하면 책에서의 분석은 정치인의 선택을 그의 주관적 판단의 정확도와 상관없이 모두 합리적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즉, 책은 정치현상을 분석할 때 "어떤 선택이 실제로 효용을 크게 해주는 선택이었나"를 분석하지 못한다. "정치인이 왜 특정 선택을 했나"만을 사후(事後)적으로 분석할 뿐이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합리적 선택이론으로 실제 사례를 분석했다는 점에서 유익했다. 일반적으로 게임이론을 다룬 다른 책에서 게임이론을 가상의 예(죄수의 딜레마 등)로만 다룬다. 반면 이 책에서는 실제 발생했을 뿐 아니라 한국 정치사에 큰 영향을 끼친 사건들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책은 합리적 선택이론에 대한 독자들의 친숙도와 이해도를 제고한다. 독자들은 2004년 이후 국내 정치의 주요 사건들을 합리적 선택이론에 기반하여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확장하여 일견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주변에서의 다양한 의사결정 과정을 합리적 선택이론의 관점에서 분석할 수도 있다. 나는 합리적 선택이론에 대한 깊은 지식이 없는 까닭에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분석을 통해 합리적 선택이론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높아졌다. 책은 2004년 탄핵 이후의 정치현상들을 분석한 차기작을 예고한다(p152). 독자들은 스스로 정치 현상을 분석하는 즐거움에 더해 미래에 나올 차기작에서의 분석과 독자 스스로의 분석을 비교할 기대를 가져도 좋을 것이다. 참고문헌 Bicchieri, Cristina (2003). “Rationality and Game Theory”, in The Handbook of Rationality, The Oxford Reference Library of Philosophy, Oxford University Press. Mosterin, Jesus (2008). Lo mejor posible: Racionalidad y accion humana. Madrid: Alianza Editorial, 2008. 318 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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