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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가 많은 것을 인내하도록 하고 있다.-이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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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으로 육체에 영향을 미쳐야 성폭력인 것은 아닙니다. 여성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심리적 폭력도 성폭력입니다. 여성을 독립된 인권을 지닌 같은 인간으로 보지 않기에 나오는 온갖 언어폭력들도 다 성폭력입니다. 남성의 마음에 들게 행동하고 외모를 가꿀 것, 남성 밑에 있을 것, 남성의 기분을 나쁘게 하는 말을 하거나 표정을 짓지 말 것, 남성을 대할 때는 항상 유순한 표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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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으로 육체에 영향을 미쳐야 성폭력인 것은 아닙니다. 여성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심리적 폭력도 성폭력입니다. 여성을 독립된 인권을 지닌 같은 인간으로 보지 않기에 나오는 온갖 언어폭력들도 다 성폭력입니다. 남성의 마음에 들게 행동하고 외모를 가꿀 것, 남성 밑에 있을 것, 남성의 기분을 나쁘게 하는 말을 하거나 표정을 짓지 말 것, 남성을 대할 때는 항상 유순한 표정을 지을 것을 강요하는 것도 성폭력입니다. 사회적 통념에서 비롯된 성폭력입니다.(p45)

저자가 성폭력에 대해 정의를 내리고 있는 부분이다. 성폭력의 범위를 확대하여 고대의 여성상을 상징하는 모든 것들이 성폭력적인 요소라고 말하고 있다. 조금은 과도한 표현인 듯도 하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심각한 문제일 듯도 하다. 타당성을 검토해볼 가치가 있는 내용이리라 생각이 된다.

 

이 책에 대해 서평을 쓰기에 무척 조심스럽다. 이 책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는 남성의 한 사람으로 긍정과 부정을 넘나들면서 책을 읽었기에, 사회적 이슈를 담고 있기에, 잘못하면 편 가르기 식의 논쟁에 휘말릴 수 있기에 무척이나 조심스럽다는 말이다. 사람은 근본적으로 성 구분 없이 서로 화합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야 하리라 생각한다, 그것이 가장 바람직한 삶이 아닐까 여겨진다. 남녀의 구분, 역할 분담, 이런 문제는 가정에서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나의 생각이다. 사회에서는 그런 구분이 필요가 없다. 누구나 머리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자신의 능력에 따라 일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사회는 그렇게 되지 않아 왔다. 그러기에 성차별에 대한 많은 문제가 생겨나고, 논쟁거리가 만들어 지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소개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쓸데없이 착했던직장인이 싸움닭 작가로 거듭나게 되었노라. 이 말이 이 책을 잘 대변해 준다고 나는 본다. 저자는 사회가 인간적으로 순수하게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본질적으로 너무 불합리하게 만들어져 있고, 그것이 살아가는 동안에 여성 개인에게 많은 부담감으로 다가오는 일상을 겪고 있다 보니 참을 수 없는 마음이 되었다. 또한 본인이 성과 관련된 일을 직접 겪다 보니, 이것은 아니라는 판단이 서고 그것을 위해 투쟁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그것이 언어로 표현되고, 법적 대응이 이루어지면서 이러한 책도 출판되게 된 것이리라.

 

내가 저자를 만난 것은 예스24에 블로그를 개설하고 활동하기 시작하면서다. 당시에 난 블로그에 무척이나 열심히 참가하면서 특별한 블로거 중의 한 사람으로 저자를 만나게 되었다. 글을 무척이나 잘 쓰고, 생각 정리가 잘 되는 사람이란 생각을 했었다. 분의 글에 가끔씩 댓글을 달면서 소통을 하고, 생각을 나눈 듯하다. 분은 스스로도 말하듯이 역사와 관련된 쪽에서 박학다식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다 분이 책을 낸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책들이 상당히 경쟁력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도 만났다.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 <이 언니를 보라등은 저자가 블로그 활동을 하면서 쓴 책이라 알고 있다.

 

이런 저자의 페미니즘적인 사고는 은연중에 느끼고 있었던 바다. 그런데 이렇게 책으로 직접 만나고 보니 그 사고의 깊이와 대상에 대한 분노 그리고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사고 등이 경이롭게 다가왔다. 나를 되돌아보는 기회가 된 책이 되었다. 섬세하고 의가 강한 의식이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의 불의에 참지 않는 투사가 되었고, 결과로 많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 자신에게 가해진 인터넷상의 악플러에 문제의 학생을 찾아 부모와 아이를 같이 훈육했고, 동네 할배들의 비상식적인 여성 비하에 사과를 받아내기도 했다. 성과 관련된 불합리한 내용엔 집요하게 문제를 파고들었다.

 

책은 이렇게 자신이 변모한 이유가 된 한 사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이 어떻게 대처했는가? ‘어떠한 사람이 되어 갔는가.’를 자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나의 개저씨, 연쇄성폭력범 최씨라는 제목으로 표현된 이 부분은 직장 내 성폭력을 저자가 직접 격은 내용을 중심으로 말하고 있다. 최씨가 처음에는 너무 인격적이고 좋은 사람으로 비췄다고 한다. 그런데 실상은 자신의 욕망을 위해 개저씨 같은 짓을 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여성이 자신이 존경하고 따랐던 사람이 자신에게 성폭력을 해왔을 때 대처가 심히 어렵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겪은 어려움을 자세하게 서술해 나가고 있다. 저자는 글 속에서 다음과 같이 그 어려움을 서술해 나가고 있다.

 

문제는 오래 알고 지냈거나 좋게 생각하고 있던 사람, 의지하고 존경하던 사람에게 피해를 당할 때입니다. 교수님이나 목사님, 심지어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들. 이럴 경우 피해자는 한 세계가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분명 상대가 잘못하기는 한 것 같은데 그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없게 됩니다. 자신이 가해자를 좋아하고 의지하고 존경했던 것에 비례해서 충격을 받습니다. 상대 가해자를 욕할 수 없기에 자신을 탓하게 됩니다. ‘이게 뭐지? 이 사람이 내게 왜 이러지? 이럴 사람이 아닌데,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거지? 나에게 문제가 있나? 그동안 내가 잘못 살아왔나?’ 이런 식입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자기부정, 자기혐오를 하고 나서야 현실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잘못은 피해자인 내가 아니라 가해자에게 있다는 것을.(p59)

그렇게 볼 수 있겠다. 사실 자신이 따르던 사람에게 성폭력을 당했을 때 쉽게 문제 삼을 수가 있을까? 생각해 보는 일은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힘이 있는 자들은 그런 것을 무기 삼아 그런 짓도 하리라 여겨지기도 한다.

 

최씨가 한 성폭행이 혼자가 아니라 여러 명이었기에 같이 마음을 모아 법정 투쟁도 할 수 있었고, 승리할 수가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 과정에 많은 고통을 겪었고, 다시는 이런 일에 휩쓸리고 싶지 않은 약한 마음을 가진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그 어려움을 법정까지 가서 재판을 받는 상황을 만들면서 만났던 어려움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진솔하게 다가오는 어려움의 토로다.

 

법정까지 오는 과정은 심히 괴롭습니다. 왜냐하면 경찰서, 검사 사무실, 이렇게 두 군데에서 조사 받으면서 성폭력을 겪던 당시 순간들을 계속 증언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잊고 싶은데 괴로운 기억을 자꾸 떠올려야 합니다. 말이 두 군데이지, 조사하면서 양쪽의 말이 안 맞거나 추가 조사할 건이 생기면 그때마다 호출하기 때문에 보통 대여섯 번 이상 조사받으러 가게 됩니다. 그때마다 대질신문하면서 꼴 보기 싫은 가해자를 대면하게 됩니다. 궁지에 몰린 가해자는 나날이 인상이 변하고 못생겨집니다. 얼굴 보는 것 자체가 고역입니다.(p177)

아마 성폭행을 당한 입장에서 당사자를 만난다는 것은 끔찍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재판을 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여러 번 만나야 되고, 대면하여 얘기까지 해야 하는 모양이다. 얼마나 싫었겠는가? 아마 심약한 사람들의 경우는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싫을 것이라 여겨진다. 이런 과정을 겪고 재판을 한 것이기에 저자의 분노와 의가 어떠했는지 쉽게 짐작해 볼 수 있다.

 

글의 첫 시작 부분에 제시된 나는 천재입니다.’ 표현은 의미심장하다. 자신이 겪었던 성폭력과 관련된 것들을 다 기억하고 있는 자신이 천재란 말이다. 가해자들은 쉽게 잊어버리는데 자신과 같은 피해자들은 모두 천재라는 말이다. 그만큼 그것이 충격적이었다는 표현이리라. 진한 충격적인 일은 쉽게 잊혀 지지 않는다. 아니 더욱 생생하게 삶 속에서 존재한다. 이런 잊지 못함을 냉소적으로 천재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이리라.

 

뒷부분에 나오는 반사도 매력적인 표현으로 다가온다. 온순하고 품위를 갖춘, 윤리적인 성향을 가진 입장에서 상대가 폭력적인 언어로 다가오는 것을 맞대응하기란 곤란했으리라. 그런 입장에서 이 말은 당신이 한 말을 그대로 돌려준다는 뜻이다. 이 말이 얼마나 통쾌한 말이랴. 이 말은 상대의 심각한 성냄을 우습게 만들어 가는 묘한 웃음이 이는 화법이다. 정말 경쾌한 화법으로 우린 만날 수 있다. 참으로 지혜로운 대응이 아닐 수 없다.

 

미투 고발 뉴스를 접하다보면 이런 의문이 듭니다. 왜 중. 노년 여성들의 고발은 적을까요? 고발자들은 대개 20~30대 젊은 여성들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젊은 여성의 육체가 시각적 흥분을 일으켜 가해 남성들을 자극하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성폭력은 성욕 때문이 아니라 권력 차이로 발생합니다. 모든 폭력을 할 수 있으니까, 해도 되는 권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하는 겁니다. 성폭력 역시 다른 폭력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우월하다는 증명을 하고 싶어서 약한 상대를 골라서 합니다. 자신이 상대방을 지배할 수 있는 권력을 가졌다는 느낌을 즐기기에 알고 하는 폭력입니다.(p72)

성폭력의 속성을 명쾌하게 말하고 이다. 성폭력이 젊은 여성들의 전유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서만 미투 현상이 현실화 되는 것은 많은 환경적 요인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다른 여성들은 가정적 요인, 주변 환경 등으로 인해 자유롭지 못하기에 그냥 참고 견디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것들을 성폭력을 하는 사람들은 이용하기도 한다. 정말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타인을 괴롭히고 강제하는 일은 최악의 모습이다. 그것은 큰 죄악이다. 이런 상황을 벗어나게 하려면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하나의 인격체로 동등하게 인식되어야 하고, 사회적 약자라는 입장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것은 남녀 모두의 노력으로 가능할 일이라 생각된다. 그러지 않을 경우 사회적 약자인 여성은 평생 성폭력을 당할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을 듯하다. 그것은 정말 큰 문제다. 다시 말하지만 남녀의 구분, 역할 분담, 이런 문제는 가정에서 해결되어야 한다. 그것을 사회에 끌고 나오는 것은 만용이 되어야 한다.

 

책을 읽으면서 남녀의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졌다. 지난 시대의 사회적 모습이 잘못 학습되어 내려왔다는 것을 더욱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인격에 대한 존엄성을 모두가 자각하는 일이다. 그리고 타인을 우선적으로 생각해 나가는 일이다. 저자는 오랜 세월 동안 이루어져 온 잘못된 인습을 노출시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모두가 심각하게 생각해 볼 문제다.

j****3 2018.12.15. 신고 공감 15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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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왜 참아야 하죠? - 우리 사회에서 성폭력이 사라지는 그 날까지
"제가 왜 참아야 하죠? - 우리 사회에서 성폭력이 사라지는 그 날까지" 내용보기
작년 2018년 1월 말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촉발된 미투운동은  우리 사회 각계각층에서 반인격적인 성폭력이 자행되고 있다는 걸 여실히 드러냈다. 문학계, 영화계, 연극계, 정치계, 종교계, 체육계, 그리고 학교 현장과 수많은 일터에서 여성들이 성폭력과 성추행으로 병들거나 죽어가고 있다는 걸 객관적으로 알게 되었다. 그 후 우리 사회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성차별과 성폭력을
"제가 왜 참아야 하죠? - 우리 사회에서 성폭력이 사라지는 그 날까지" 내용보기

작년 2018년 1월 말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촉발된 미투운동은  우리 사회 각계각층에서 반인격적인 성폭력이 자행되고 있다는 걸 여실히 드러냈다. 문학계, 영화계, 연극계, 정치계, 종교계, 체육계, 그리고 학교 현장과 수많은 일터에서 여성들이 성폭력과 성추행으로 병들거나 죽어가고 있다는 걸 객관적으로 알게 되었다. 그 후 우리 사회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성차별과 성폭력을 없애자는 여성들의 집회와 시위에 대해 일각에서는 성 갈등을 부추긴다며 페미니즘에 반대하거나 '좋은 게 좋다'는 두루뭉술한 논리로 성폭력을 방관하려 한다. 또 한국의 페미니즘은 급진주의 페미니즘이라며 여성들이 살 만해져서 목소리가 커졌다고 비난한다. 그렇다면 그들의 주장은 성폭력을 지금보다 '온건하게' 하자는 것일까? 아니면 성폭력을 지금보다 절반쯤으로만 줄이면 된다고 하는 걸까? 나는 그들의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 반인권적 성폭력은 근절해야 하는 것이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성폭력이 계속되는 한 그로 인해 고통받는 피해자가 있고 성 갈등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진정으로 성 갈등을 조장하고 부추기는 사람들은 성폭력을 계속 방관하며 타협하자고 하는 바로 그들이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진심으로 성폭력을 옹호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그들은 왜 그렇게 말할까? 혹시 그들은 성폭력이 일부 남성들의 주체할 수 없는 성욕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이에 대한 대답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다. 저자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의 원인을 파헤쳐 가부장제 역사 이래로 강간문화가 널리 퍼져 있는 사실과 저자가 10여 년 전 직장내 성폭력으로 직장 상사를 고소해 만 2년 간 싸운 생생한 경험과 증언을 모두 이 책에 담았다.

 

1) 극소수의 변태, 괴물, 악마들이 참지 못해서 성범죄를 저지른다는 통념은 사실이 아니다.

2) 성범죄의 원인은 일상의 성차별적 구조에 있다. (28p)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성범죄는 인간 이하의 인성을 지닌 특이한 사람들이 저지르는 것이 아님을 저자는 강조한다. 멀쩡한 남자들도 성폭력을 저지른다는 사실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를 비롯해 미투운동으로 드러난 남성들을 통해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또 성폭력 가해자의 나이나 결혼 여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는 통념과도 다르다고 한다. 해마다 집계해 발표하는 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실제 강간 범죄는 다양한 연령대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고 한다. 또 아는 사람이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저지르는 권력형 성폭력이 많기 때문에 폭행이나 협박 없이 이루어지는 성폭력이 많은 점도 통념과 다르다.

 

 그렇다면 다양한 연령대에 있는 멀쩡한 남성들이 왜 자신과 가까운 여성에게 성폭력을 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사건의 원인은 남성에게 권력과 지위가 쏠린 우리 사회의 성차별적 구조에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성폭력을 하는 남자는 폭력을 쓰는 인면수심의 악마라고 생각하기에 상식적인 수준의 도덕관념을 가진 보통 남자들은 자신이 하는 일이 성폭력인지도 모르고 하게" 된다는 거다. 또 "피해자는 평소 생각했던 성폭력범의 이미지와 달리 선량했던 가해자의 모습 때문에 자신이 당하는 피해를 인지하여 초기에 대처하기 어렵"다고 한다. 성폭력을 하고도 반성하지 않는 뻔뻔한 가해자와 성폭력을 당하고도 재빨리 신고하지 못하는 피해자가 왜 그리 많은지 알 수 있다.

 

1) 성별이 여성이라면 한국의 검사, 스웨덴의 차기 국왕도 성추행을 당한다.

2) 성폭력을 가능하게 하는 권력은 남성성 자체에 있다. (35p)

 

 성폭력을 저지르는 남성은 자신보다 낮은 지위에 있는 여성에게만 저지르는 것이 아니다. 검사도 스웨덴의 차기 국왕도 여성이라면 성추행을 당할 수 있다는 점을 현실은 말한다. 그것은 "성 차별 사회에서는 남성으로 태어난 것 자체가 권력"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것이 젠더 권력이다. "젠더 권력은 선천적인 권력입니다. 직업적 성공처럼 후천적으로 노력해서 얻는 권력이 아닙니다. 그래서 아무 권력이 없어 보이는 '루저' 남성도 여성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남성성' 자체에 핵심적인 문제가 있다"고 한다.

 

 그러면 성폭력과 여성혐오를 가능하게 하는 남성성은 어디에서 비롯하는 걸까?

이럴 때는 근대 이전 역사를 살펴보면 쉽게 답이 나옵니다. 고대 문명 발생지 중 중동 쪽으로 가봅시다. 고대로부터 여성은 가축이나 노예처럼 가부장의 재산이었습니다. 이를 명확히 보여주는 증거가 기독교의 십계명에도 있습니다. 십계 중 '간음하지 말라'는 부부 사이의 정절 등 도덕률을 지키라는 말이 아닙니다. 여성의 인권을 존중해서 성폭력하지 말라는 말도 아닙니다. 성경의 [출애굽기]에 풀이된 부분을 보면, '네 이웃의 아내나 남종이나 여종이나 소나 나귀 할 것 없이 네 이웃의 소유는 무엇이든 탐내지 못 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즉, '간음하지 말라'는 말은 '이웃의 재산인 여자를 탐내어 이웃에게 손해를 끼치지 말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강간은 남성이 다른 남성에게 저지르는 재산상의 범죄입니다.

 이웃의 재산에 손해를 입혔기에, 강간한 남자는 사형당합니다. 강간당한 기혼 여성도 사건 경위와 무관하게 죄 없어도 사형당합니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는 강에 던져 죽이고, 성경의 무대가 되는 지역에서는 큰 강이 없으니까 돌을 던져 죽입니다. 그렇다면 자신의 딸을 강간한 아버지는 어떻게 될까요? 강간범은 사형이라지만, 딸 강간범은 사형당하지 않습니다. 함무라비 법에 의하면, 도시 성벽 바깥으로 추방하는 벌을 받습니다. 고대·중세사회에서 '추방형'은 중벌에 속합니다. ... 그래서 성추행범들이 딸 또래 나이 여성들을 상대로 성희롱이나 추행 등 성폭력을 행한 것이 발각나면 변명이라고 하는 말이 '딸처럼 여겨서 그랬다'인 것입니다. 벌을 가볍게 받고자 하는 말입니다. 아마 본인들도 모르고, DNA가 시키는 대로 말했을 겁니다. (99-100p)

 

 한마디로 성폭력을 저지르는 남성들은 "근대 이전 사고방식을 그대로 가지고 몸만 21세기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저자는 "고대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이 변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공감한다.

 

가정폭력을 생각해보십시오. 자녀 때리는 아버지를 말리면 뭐라고 합니까? '내 새끼 내 맘대로 못 때리냐?'라고 말합니다. 역사서를 보면, 고대 가부장에게는 가족 구성원에 대한 생살여탈권(生殺與奪權), 즉 마음대로 죽이고 살릴 권리가 있었습니다. 아가멤논이 딸 이피게네이아를,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계백 장군이 가족을 죽여 대의를 추구하는 것이 기록에 남아 지금까지도 숭상받는 것을 보십시오. 가족 구성원의 의향은 묻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21세기인 지금도 어떤 남성은 죽도록 처자식을 때리면서도 자신의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104p)

 

 1) '딸 같아서 그랬다'라는 변명은 딸을 사유재산으로 여기던 역사 문화적 DNA를 보여주는 말이다.

2) 미투는 권력과 자원을 독점한 남성이 자신보다 어리고 약한 사람을 착취하는 것을 고발하고 저항하는 운동이기도 하다. (108p)

 

  2부에는 저자가 겪은 성폭력 사건을 담았다. 피해자인 네 명의 동료 여성들과 함께 고소해 승소하기까지의 과정이 눈앞에서 펼쳐지듯 생생해 긴장하며 읽었다. 앞에서 말했듯 성폭력을 저지른 직장 상사는 괴물이 아니라 진보적인 의식을 가진 친절한 40대 가장이다. 또 그가 처음엔 순순히 용인하고 사과하다가 자기 부인이 알게 되자 뻔뻔하게 돌변하는 것도 기시감을 느끼게 한다. 피해자들이 먼저 유혹했다며 꽃뱀으로 몰고가는 것도 똑같아 성범죄자들끼리 말을 맞춘 듯하다. 연쇄성폭력범으로 밝혀진 그는 소송으로 가 악질적으로 변해  피해자들을 몹시 괴롭히기도 했다.

 

 형사소송과 민사소송에 관련된 법조항과 판결 내용이 적힌 공문 서식이 조금 딱딱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참고하기에 유용하리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경찰과 검찰에 나가 조사받고 1,2심 재판으로 가 승소하기까지의 과정 동안 심리적 컨트롤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뒤에 실린 질문과 응답을 보면 알 수 있듯 성폭력 피해를 당한 여성이나 지인은 처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데 아는 게 힘이라는 말은 페미니즘에도 통한다. 부디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a*******5 2019.03.29. 신고 공감 14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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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외침 - 제가 왜 참아야 하죠?
"모두의 외침 - 제가 왜 참아야 하죠?" 내용보기
처음 인상은 껌정드레스만큼이나 차가웠다. 그런데 말을 해보면 무슨 주제든 줄줄 나오고 (특히 세계사) 재미있다. 유머가 일상이 된 그런 느낌.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 '삐딱해도 괜찮아', '이 언니를 보라' 를 쓴 박신영 작가가 생각할 수록 마음이 아팠을 자신의 경험을 풀어놓으며 '제가 왜 참아야 하죠?'를 말한다. 평등해야 안전하다는 그녀의 글에 고개를 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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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인상은 껌정드레스만큼이나 차가웠다. 그런데 말을 해보면 무슨 주제든 줄줄 나오고 (특히 세계사) 재미있다. 유머가 일상이 된 그런 느낌.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 '삐딱해도 괜찮아', '이 언니를 보라' 를 쓴 박신영 작가가 생각할 수록 마음이 아팠을 자신의 경험을 풀어놓으며 '제가 왜 참아야 하죠?'를 말한다.

 

평등해야 안전하다는 그녀의 글에 고개를 끄덕이며 한편으론 내가 다니는 회사에 이런 일이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1년에 한번씩 성추행 관련 강의를 듣는다) 아직도 당당하게 터져나오는 일들을 접하며 답답하기도 하다. 여전히 떠들썩한 미투. 여러 분야에서 미투가 터져나왔는데, 영화판에서 일을 하다보니 영화배우와 관련된 미투를 특히 많이 접했는데 그 배우 분량만큼 영화를 새로 찍기도 하고 개봉을 보류한 사례도 봤다.

 

작가의 말
직장내 성폭력 사건 폭력 사건 피해를 입었을 뿐인데 제게 손가락질을 하는 사람들에게 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다른 폭력 사건은 가해자가 비난받고 피해자는 보호받건만, 왜 '성'폭력 사건만은 유독 피해자가 비난받고 있을까요? 인간에 대한 성'폭력' 사건인데 '성'폭력 사건으로 여겨 피해 '여성'에게서 원인을 찾기 때문입니다.

같이 싸워서 세상을 바꾸어 볼 생각을 하는 당신을 위해 이 책을 씁니다. 우리는 더 이상 칸막이 속에 고립되어 혼자 우는 유령이 아니니까요.
미투, 나는 고발한다. 위드유, 당신과 함께 세상을 바꾸겠다.

 

솔직함과 당당함과 유머를 섞은 이야기에 마음이 아팠다. 그녀가 왜 싸움닭이 될 수 밖에 없는지 알게 되면서 이젠 그 마음마저도 당당함으로 느껴진다. 그녀의 잘못은 없으니까. 이익, 누명, 도리, 이용당하기, 고소진행 당시의 문서들을 찾기 위해 검찰청 민원실에 사건기록을 연람하고 등사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자칭 명랑한 연쇄싸움마.


사회에 뿌리 깊이 박혀 있는 성차별과 강간 문화에 대한 이야기와 "가해자 같이 생긴 가해자는 없다며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저지르는 권력형 성폭력"으로 인한 그녀의 사례를 보며 왜 피해를 당한 자는 천재일 수 밖에 없는지 여자라면 한번쯤은 당해봤을 폭력 증언에 (나도 아무도 없는 골목길에서 가슴을 움켜잡았던 넘을 기억한다. 그 미x넘이 웃고 그냥 갔기에 망정이지 생각할수록 겁이 덜컥 난다.) 그렇게 많냐며 놀라는 남자들을 이젠 이해하고 싶지도 않고 내 남자는 여직원들에게 이상한 눈길도 이상한 말도 하지 말라고 단단히 이른다.

 

작년 10월29일에 반갑게 데려와서 형광펜으로 줄을 치며 읽고 11월17일 작가의 하트가 담긴 싸인을 받았는데 도저히 머리 속이 정리되지 않아 이제야 올린다. 지금도 이렇게 저렇게 정리하다 2시간이 훌쩍 흘렀다. 말조심 몸조심 하라고 말해주는게 전부일까 혼자 계속 되묻고 있다.


s******a 2019.07.30. 신고 공감 5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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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되니까 (제가 왜 참아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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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불편했습니다. 착잡했고 무서웠습니다. 작가 특유의 코믹한 부분도 있습니다. 이 책을 영화에 비유하면. 폭력물이기도 하고 법정 영화이기도 합니다. 범죄와 판타지가 뒤섞인 인간의 어두운 면이 드러나는 공포물이기도 합니다. 참, 해리포터 팬이면 재밌어 할 부분이 있긴 해요.'그래도 되니까'그래도 되니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이의 동의없이 머리를 쓰다듬는 것, 신
"그래도 되니까 (제가 왜 참아야 하죠?)" 내용보기

읽는 내내 불편했습니다. 착잡했고 무서웠습니다. 작가 특유의 코믹한 부분도 있습니다. 이 책을 영화에 비유하면. 폭력물이기도 하고 법정 영화이기도 합니다. 범죄와 판타지가 뒤섞인 인간의 어두운 면이 드러나는 공포물이기도 합니다. 참, 해리포터 팬이면 재밌어 할 부분이 있긴 해요.


'그래도 되니까'

그래도 되니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이의 동의없이 머리를 쓰다듬는 것, 신입 사원의 동의없이 반말하는 것, 술자리에서 동의없이 술따르는 것 등입니다. '그래도 되니까'는 '무시해도 되니까'와 거의 같다고 봅니다. 동격으로 안보고 하대하는 겁니다. 성폭력, 성추행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봐요.


'착각'

사람은 살면서 착각을 합니다. 착각은 자유라지만 그 자유의 범위는 '생각 안에서' 뿐이어야 합니다. 그 착각이 말과 행동으로 나왔을 때, 그리고 그것이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고 피해를 줬을 때 책임져야죠. 누군가(주로 부모님) 그 순간 따끔하게 혼내줘야 하는데 그게 없었다면 그 피해는 반복됩니다. 여자들은 만져주면 좋아한다, 그냥 스쳤을 뿐인데, 손 한 번 잡고 어깨 툭 쳤을 뿐인데, 왜 그리 호들갑인가? 착각입니다. 이건 음주운전 몇 번 했는데 사고 안냈다고 떠벌리는 무용담 만큼 위험한 겁니다.


'개저씨, 썅'

이 책은 날 것입니다. 그것도 파릇파릇하게 날이 선 도끼예요. 골로 갈 수도 있어요. 조심하지 않으면 피 볼 수도 있구요. 별 이상한 인간들(개저씨, x할배 등)이 튀어나오는데 이게 모두 '논픽션'이랍니다. 아, 폭력물&법정물&범죄판타지공포물에 '논픽션'을 추가합니다. 참고로, 저 이 리뷰쓰려고 집에 오는 길에 씹을 거 사왔어요. 그냥 리뷰쓰기 힘들 거 같아 잘근잘근 씹을 게 필요할 것 같더라구요. 맨 정신에 리뷰쓰기 어려울 것 같아 술 한잔 하며 쓰려고 했는데(음주리뷰는 예의가 아닐 것 같아) 그건 리뷰쓰고 할까 합니다.


어떤 이는 무슨 말을 할 때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아요. 이렇게 하는 게 좋다고 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늘어놓고, 이야기를 듣는 이가 생각하게 합니다. 청자 스스로 답을 찾도록 하는 거죠. 어쩌면 이미 모든 사람들은 자기 안에 답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생각을 좀 했습니다. 기분좋은 주제도 아니고 호기심이 가는 주제도 아닙니다. 하지만 사는 데 필요한 '좀 쓴' 약을 마셨다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것 하나를 생각했습니다. 이 책에서도 여러 번 묻더군요. 왜 성폭력은 피해자를 먼저 닥달하냐? 다른 폭력은 가해자에게 왜 그랬어요? 묻는데 성폭력만 피해자에게 왜 그랬어요? 묻는 이유가 뭘까? 제가 생각하는 차이는 이렇습니다.


성폭력은 당시에 서로 동의했다면(불편하지 않았다면) 스킨십이나 성관계로 볼 가능성이 있습니다. 연인이나 부부 사이에 스킨십이나 성관계는 평범하고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다른 폭력은 서로 동의했더라도 평범하지도 않고 자연스럽지도 않습니다. 이 차이 때문에 사람들은 성폭력에 대하여 피해자를 의심할 수 있지요. 근데 그게 순수한 호기심인 경우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 피해자를 색안경 끼고 보는, 이건 집단 폭행입니다.


이 책은 여러 모로 도움이 됩니다. 성폭력과 미투 운동에 대하여 이처럼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책은 보지 못했습니다. 특히, 작가가 실제로 한 소송을 서술한 부분은 소송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소송이라는 게 그 인간의 밑바닥을 박박 긁어 보는 것인가 봅니다. 페이스북에 악플을 쓴 고등학생에 대한 작가의 대응은 표준매뉴얼로 전국민에게 배포해도 될 정도로 좋았습니다.


약간 비약적인 부분이 있어 보이지만 대체적으로 이 책의 논리에 동의합니다. 결국, 성폭력은 약자에 대한 강자의 권력 행위의 하나인 듯 합니다. 동등한 인간으로 보지 않는 거죠. 지배와 피지배, 그 오랜 갑질의 역사가 DNA에 새겨져 있나 봅니다. 가만히 있으면 안 바뀝니다. 귀찮고 위험하더라도 행동해야죠. 그리고 쓸데없이 착하면 안됩니다. '평등해야 안전하다', 생소한 문장이지만 기억하겠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대한민국 남자들을 몽땅 '집중 성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하게 하고 시험을 보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시험에 붙은 남자들만 자격증을 주고 그 자격증이 있어야만 직장이나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하는 겁니다. 몰라서 저지르는 성폭력이 은근히 많거든요. 모르고 저지르는 것도 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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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이 성욕을 못 참는 일부 남성들의 개인적 우발적 범죄가 아니라 사회구조적으로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일상의 범죄, 아니 남성 지배의 일상을 유지하는 범죄라는 것은 아닐까요. 이런 점에서 '미투' 선언은 '나도 당했다'가 아니라 '나도 고발한다'가 맞습니다. (7쪽)


악마 같은 남자가 강간을 한다는 통념이 마음속에 있기 때문에 평소 존경하고 의지했던 상대를 악마, 강간범으로 생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설마, 이게 강간일까 의심하다가 여러 번 당하게 됩니다. (26쪽)


그렇다면 이건 '남성성' 자체의 문제입니다. 여성은 자기보다 아래 있어야 하고 자기를 보고 생글생글 웃어주고, 자기 마음에 들게 행동해야 한다고 믿으며, 반대의 경우 스스럼없이 언어폭력을 행사해도 된다고 믿는 남성집단 전체의 문제입니다. 교육 정도나 빈부, 계급, 정치 성향과 상관없이 대한민국 남성들이 성폭력을 행하면서도 모르고 있는 근본적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남성이라면 누구나 다 하는, 해도 되는 일상의 폭력이기에 그렇습니다. (53~54쪽)


그러니까 정 씨 또래 중년 남성들이 한참 미혼 자격으로 연애하며 이성에 대해 알아가던 20여 년 전에도 배움의 기회는 있었던 것입니다. 40대 이상 남성들은 다들 신 교수 사건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그것은 성폭력이라는 것을. 그런데도 여전히 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할 수 있는 권력이 있으니까 하는 겁니다. 해도 고소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서 있으니까 하는 것입니다. 고소당해도 많은 이들이 자신의 편을 들어주리라는 확신이 있으니까 하는 겁니다. 이 사회가 남성인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불평등하다는 것을 아니까 하는 겁니다. (58쪽)


성폭력 역시 다른 폭력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우월하다는 증명을 하고 싶어서 약한 상대를 골라서 합니다. 자신이 상대방을 지배할 수 있는 권력을 가졌다는 느낌을 즐기기에 알고 하는 폭력입니다. 이따금 노인 요양 시설에서 젊은 남성 병원 관계자가 노년 여성 환자를 성희롱, 성폭행했다는 뉴스가 나옵니다. 이로 보아, 성폭력이 여성의 외모나 나이, 성욕 유발과 아무 상관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사회적 약자인 여성은 평생 성폭력을 당할 입장에 있습니다. (72쪽)


효도하고 싶으면 자신이 직접 안마를 해드리면 됩니다. 내키지 않아 하는 딸에게 하라고 시킬 것이 아니라요. 그런데 왜 자신이 직접 하지 않고 딸을 시킬까요? 어르신에게 어린 여성의 손길을 받게 하는 접대이고 효도라는 생각이 무의식중에 깔려 있는 것은 아닐까요? 어차피 그 시간에 공부도 안 하면서 왜 안마를 안 하냐고 야단치지 마십시오. 어린 여성인 본인의 몸을 상납하여 효도하려는 속셈을 본능적으로 느끼기에 안마 강요당한 딸이 싫어하는 겁니다. 아무리 내 딸이고, 내 손녀라도 싫다 하는 여성에게 남성의 몸에 손을 대는 안마를 하라고 강요하는 것을 범죄입니다. (85~86쪽)


2018년 1월, 우리나라 미투 운동에 불을 붙인 서지현 검사의 예를 보십시오. 서 검사는 2010년 장례식장에서 안태근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에게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서 검사는 2018년 7월 <여성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장례식에 참석한 검사들 중 제가 낮은 기수였어요. 서열을 중시하는 검찰의 조직 문화상 원래는 말석에 앉았어야 했는데, 누군가 저를 밀어 그 옆에 앉게 됐어요. 당시 안 단장 옆에 법무부 장관이 있었는데, 대체로 높은 분 옆자리에는 여성을 앉히는 일종의 관례(?) 때문에 저를 그쪽으로 밀었던 것 같아요. 당시 그 테이블에 여검사는 저 혼자였어요." 이어서 안 씨는 서 검사의 허리를 감싸고 엉덩이를 쓰다듬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있는 동료 남성들은 다 못 본 체했다고 합니다. 여기에 서 검사는 큰 충격을 받게 됩니다. (90쪽)


 범죄자는 변명을 할 때 불리한 말을 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뒷받침 증거가 될 수 있는 말을 하기 마련입니다. '딸 같아서 그랬다'라고 말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말하면 용서받는다고 생각하기에 그렇게 말하는 겁니다. '딸인 줄 알고 했다'고 하면 사람들이 용서해준다고 믿고 있는 겁니다. 한두 명도 아니고 단체로 같은 말을 할 때에는 오랜 역사적 문화적 DNA가 작용합니다. 굳건한 사회 통념에 기반해서 말입니다. (98쪽)


 정리합니다. '딸인 줄 알고 했다'라는 말은 '딸인 줄 알고 했으니까 심한 죄가 아니다, 그러니 용서해달라'는 뜻입니다. 왜냐하면 아버지에게는 딸을 마음대로 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은 가부장이니까 자신의 돈을 받는 어린 여성들, 자신의 돌봄과 지도를 받는 종교 단체나 복지 시설에 있는 여성들과 학교의 제자들을 성폭력해도 무죄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늙은 가해자 남성이 어린 피해자 여성에게 '딸처럼 잘 대해줬는데 감히!'라고 배신감을 느낀다며 당당히 피해 여성에게 분노하는 이유는 '딸이니까 성폭력을 해도 된다. 딸이니까 아버지가 뭔 짓을 해도 거부하지 말고 복종해야 한다. 아버지니까 어떤 잘못을 해도 법에 호소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감히 고소하다니! 이런 불효녀 같으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106쪽)


 합의금이나 보상금도 제대로 받아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꽃뱀으로 몰릴까봐 가해자에게 사과만 요구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어차피 가해자들은 진정으로 사죄하지 않습니다. 그럴 놈이면 애당초 그런 일을 저지르지도 않았겠죠. 가해자들이 무서워하는 것은 돈을 잃는 것이니 돈을 제대로 받아내는 것도 복수입니다. (117쪽)


제가 그걸 모르고 초기에 강한 대응을 하지 않았기에 이후에 다른, 저보다 어린 직원들까지 연달아 최 씨의 폭력에 시달리게 되었을까요? 이 생각을 하면 저는 지금까지도 죄책감을 느끼고 마음이 아픕니다. 통계에 의하면 강간범의 90%는 연쇄간강범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자신이 당했을 때 적극 대처에 나서는 것은 이후의 연쇄 범죄를 막는 정의실현도 됩니다. 혼자만의 아픔으로 묻어두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135쪽)

-> 이 통계('강간범의 90%는 연쇄간강범')에 대한 근거가 있으면 더 설득력이 강할 것 같다.


 문서로 남기면 여기서 용서해주겠다. 당신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고 계속 직장을 다니겠다, 하지만 각서 작성을 거부한다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 어떻게 말 것인지 선택하라고요. 그는 각서를 쓰겠노라고 말했습니다. (146쪽)

-> '어떻게 말 것인지'가 아니라 '어떻게 할 것인지'가 아닐까?


성범죄자 유부남들이 초기와 달리 돌변해서 뻔뻔하게 나오는 것은 부인 때문입니다. 부인에게 아이들과 재산 빼앗기고 이혼당하는 것이 무서워서 자신의 결백을 외치는 겁니다. 성추행은 보통 벌금이나 보상금이 500만원 근처입니다. 끝까지 결백을 주장하다가 재판에서 져서 이 정도 금액 잃는 편이 더 이득입니다. (160쪽)


남편과 신체 접촉을 한 피해 여성이 미워지는 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분노를 엉뚱한 데로 돌려서 일을 망치지 마라. 남편이 진심으로 사과하게 만들어 얼른 사건을 수습하라. 남편은 가족을 잃을까봐 결백을 주장하며 끝까지 간다고 우기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끝까지 가면 전과 기록만 남고 성범죄자 열람에 오를 뿐이다. 지혜롭게 행동하라. 고소 전에, 늦어도 1심 선고 나기 전에 합의하라. 자녀들 때문에 이혼하지 않는 것인데 아버지를 전과자로 만들 필요는 없지 않은가. 수습한 후에 경제력을 빼앗아라. 그리고 평생 남편을 휘어잡고 복수하다 애들 다 키워놓고 이혼하고 내쫓든지 하시라. (164쪽)


가해자 측이 합의를 종용하는 이 단계에서 주의할 일이 있습니다. 저희야 20대 후반부터 30대까지의 성인들이니 가해자 측에서는 저희들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왔습니다. 그러나 10대나 20대 초반 어린 나이의 피해자일 경우에는 가해자가 합의해달라고 피해자의 아버지 등 남성 보호자에게 접근합니다. 이 경우 보호자가 쉽게 합의해주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피해자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말이죠. 친아버지도 기존 통념에 영향받은 남성인지라 '이왕 몸은 버렸고 소문 나봤자 좋은 일 없으니 돈 받고 빨리 끝내자'는 생각에 합의를 해주게 되는 것입니다. 피해자인 딸의 분노를 이해 못합니다. 한편 어릴 적 헤어진 아버지나 의붓아버지 등 피해자와 정이나 친분이 없는 보호자들이 합의금을 챙겨서 사라지기도 합니다. 결국 피해 여성은 가해자를 벌주지도 못하고 병원비도 못 받게 됩니다. (181~182쪽)


 현행법은 가해자의 폭행과 협박이 있어야 성폭력으로 인정합니다. 제297조 강간과 298조 강제추행 조항에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라는 대목이 들어갑니다. 이렇게 되면 구체적인 폭행, 협박 등 강제력을 동원했다는 입증을 피해자가 해야 하고 피해자는 저항을 해서 상해를 당해야만 합니다. 피해 후 가해자를 멀리하지 않거나 여전히 직장을 잘 다니거나 심신에 문제없이 남들이 보기에 멀쩡하게 일상생활을 해서는 안 됩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피고용인 입장이어서 어쩔 수 없이 저항하지 못하고 예의바르게 행동한 것이 왜 피해자가 아니라는 증거가 됩니까? 왜 가해자에게 가해를 했냐고 묻지 않고 왜 피해자에게 저항을 안 했냐고 묻습니까? (209쪽)


전날부터 흰 눈이 축복처럼 내려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푸른 죄수복을 입고 밧줄에 묶여 법정에 등장하는 최 씨를 보니 더욱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방청석을 둘러보다, 최 씨의 80대 노부모님과 시선이 마주치니 그때는 좀 마음이 안됐더군요. 남부 지방에 폭설주의보가 내려 기차가 연착되었던데, 어떻게 오셨을까 하고 걱정되더라고요. 어머나, 아직도 저는 쓸데없이 착하군요. (211쪽)


제대로 저항을 못하면 화간이 되고, 저항을 하면 꽃뱀이 됩니다.

 저는 이 사회가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인간으로 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남성들은 여성을 같은 인간으로 보지 않습니다. 인간과 노예 사이, 인간과 가축 사이의 존재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티가 나지 않기에 저의 이런 말이 과격하고 삐딱하게 들리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이나 2018년 미투 운동처럼 여성이 남성에게 큰 피해를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 현실이 한눈에 보입니다. 다들 가해 남성 편을 들기 위해 어떻게든 피해 여성 탓을 하고 있거든요. (228~229쪽)


그렇다면 사회가, 남성연대가 원하는 진정 피해자다운 피해자는 누구일까요? 무서운 답을 하겠습니다. 죽은 피해자입니다. 자, 여러분 인터넷 검색창에 안희정 사건 관련 기사를 검색해보세요. 댓글을 관찰해보세요. "고 장자연 씨 사건은 외면하고 왜 김지은 비서만 지원하냐?", "진정한 미투 고발자는 고 장자연 씨다" 이런 말을 하는 남성들이 참 많습니다. 여기에 대고 "여성계는 처음부터 고 장자연 씨 사건에 함깨했다, 뉴스나 검색해보고 말해라, 물타기 하지 마라, 논점 일탈하지 마라'라고 백번 말해줘도 안 통합니다. (229쪽)


 지금 굉장히 무서운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여성들 중 평생 살면서 성희롱추행폭력 한번도 안 겪어본 사람 없습니다. 그런데 용기 내어 미투 고발한 피해자에게 '왜 저항하지 않았냐', '고 장자연 씨만 미투다'라고 몰아가면 결국 '피해를 입증하려면 죽어라'라고 압박하는 셈이 됩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너무 억울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을까 고민하는 여성들이 얼마나 많이 있는데요! (230~231쪽)


특히 중년 이상 남성들 반응을 보면 이상합니다. 다들 화간 판타지, 꽃뱀 판타지, 팜므파탈 판타지 3종 세트를 공동 구매한 것 같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세요. 한참 어린 싱글 여성이 굳이 유부남을 선택해서 힘들게 이혼시키고 차지하려들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상합니다. 이들은 왜 가해자 성폭력범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가해자의 가정이 깨질까봐, 가해자가 늘그막에 아내에게 버림받을까봐 걱정하고 있을까요? 빙고, 본인 속마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250~251쪽)


 그중 일부 남성들은 별거 아닌 여직원의 행동을 굳이 과대해석해서 범죄를 저지릅니다. 해도 되니까요. 해도 세상이 남성인 자신의 편이니까요. 다들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가해자의 변명을 믿고 피해자를 인신공격, 명예훼손하며 2차 피해까지 줄테니까요. 남성들은 다른 남성의 강간할 권리를 지켜주려 합니다. 그래서 유부남 범죄자에게 공감하여 범죄자와 범죄 자체를 욕하지는 않습니다. 범죄자 남성의 아내가 최대 피해자라며 진짜 피해자를 죄인이라 욕합니다. (251쪽)


악마와 같은 방식으로 싸우다보면 나 또한 악마를 닮아갑니다. 그러니 악마를 무서워하지 말고 오히려 우스꽝스럽게 만들어 상황을 뒤집어야 합니다. 무서워하면 집니다. 웃어서 이겨야 합니다. (275쪽)


 성폭력 사건이 피해자에게 남기는 상처의 핵심은 자신이 인권을 가진 인간으로 대우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괴로웠습니다. 나를 동등한 존재로 인정하지 않는 남자들과 세상에 분노가 치솟았습니다 (279쪽)


성폭력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잘못한 쪽에 이유를 묻습니다. 피해자에게 왜 저항하지 않았냐고! 이상했죠. 이제 문리가 트인 저는 알아버렸습니다. 사람들은 잘못한 쪽이 피해자 여성이라고 생각하기에 묻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해자 남성이 아니라 피해자 여성을 탓하고 여성 쪽에서 원인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281쪽)


 여성혐오는 여성을 싫어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성을 너무 좋아해서, 여성이 너무 필요해서 여성을 공짜로 이용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각종 시스템, 사고방식, 차별, 문화가 여성혐오입니다. 여성혐오에 물든 남성들은 여성은 동등한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정당한 대가, 사랑, 보답 없이 이용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288쪽)


 인간은 누구나 다른 인간에게 잠재적 가해자입니다. 기본적으로 이 사회 문화의 '나쁜 물'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별거 없습니다. 소금물 통에 들어가면 오이지 되고, 단촛물 통에 들어가면 오이피클 되는 겁니다. 치열한 자기성찰로 나쁜 물을 빼지 않고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해를 하고 다니게 됩니다. (290쪽)


<순서>

1 자기소개, 신원 확인

2 있었던 일 확인, 학생 본인의 악플 낭독

3 본인 사죄

4 부모님 사과

5 학생과 부모님의 자필 사과문, 재발 방지 각서 작성

6 사과문의 문제점 지적, 보완(문제 없으면 8번으로)

7 다시 작성(문제 있으면 다시 6번으로)

-> '문제없으면 8번으로'라고 되어 있는데 8번이 안보인다.


장기적으로 보아 평등해야 안전해진다는 것을 잊지 맙시다. (314~315쪽)


 마지막으로 각자 아버지, 남편, 남친, 오빠나 동생, 아들을 잘 키웁시다. 할머니, 어머니 등 말이 안 통하는 명예남성인 여성들도 인내심을 가지고 설득합시다. 성폭력 범죄자와 같은 사고방식에 기반한 말을 할 때 참교육을 시켜줍시다. 말이 안통하면 그렇게 후지게 살다가는 아내, 딸, 여친에게 버림받는다는 것을 경고해줍시다. 혈연관계가 아닌 사람들은 굳이 변화시키려 애쓰지 말고 그때그때 버립시다.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도 정 본인이 상처받고 괴로우면 가족 행사 때나 얼굴 보고 반의절 상태로 지내면 됩니다. 서구 선진국처럼, 대놓고 협오 발언을 하면 사람취급도 못 받는다는 인식이 사회에 퍼져야 사람들이 알아서 입조심하게 되니까요. (315쪽)


<단어>

1) 화간(和姦): 부부가 아닌 남녀가 서로 눈이 맞아 성관계를 맺음.

k***5 2018.11.08. 신고 공감 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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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한 한국 사회의 현실에 대한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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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한국 사회를 엄청난 충격에 휩싸이게 만든 미투 운동(Time's Up Movement)은 현재까지도 계속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 사회의 곳곳에 뿌리내리고 있는 부조리한 성범죄와 성차별의 민낯을 목격하게 되었고, 마치 우리 사회 전체가 성한 구석이 하나도 없는 만신창이라는 현실을 직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과정에서 피해의 대상이 되었던 사람들에 대한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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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한국 사회를 엄청난 충격에 휩싸이게 만든 미투 운동(Time's Up Movement)은 현재까지도 계속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 사회의 곳곳에 뿌리내리고 있는 부조리한 성범죄와 성차별의 민낯을 목격하게 되었고, 마치 우리 사회 전체가 성한 구석이 하나도 없는 만신창이라는 현실을 직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과정에서 피해의 대상이 되었던 사람들에 대한 보도를 통해 페미니즘도 더불어 주목받게 되었다.

 

지금까지 나에게 페미니즘은 대단히 불편한 대상이 아닐 수 없었다. 어쩌면 대학교 재학 시절에 처음 접했던 페미니즘의 과격한 실태가 나에게 불필요한 부정적 선입견을 주입한 것이 원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그 당시 나에게는 사회 전체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선과 태도만을 일관하는 페미니즘(더욱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런 페미니즘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말 그대로 이해할 수 없는 ‘주의’였다. 그리고 이런 과격한 형태의 페미니즘은 지금도 여러 형태로 계속되고 있어서 사람들에게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미투 운동으로 촉발된 일련의 사건들은 페미니즘에 대한 나의 시각에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했는데, 그런 변화에 대단히 결정적인 계기가 된 책이 『제가 왜 참아야 하죠?』이다. 이 책은 내가 블로그 활동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알게 된 분이 쓴 작품으로서, 자신이 직장생활에서 직접 겪은 끔찍한 성폭행 사건과 그 사건의 법적 처리 과정을 정리하여 소개하고, 현재 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미투 운동과 관련된 여러 가지 단상들을 써내려가는 짧은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장 크게 느낀 점은, 페미니즘에도 종류가 있다는 것이다. 즉, 학문적이고 이론적인 페미니즘과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페미니즘의 구분이 그것이다. 물론 상아탑에서 학자들이 학문의 영역에서 펼치는 페미니즘이 우리가 현실에서 만나게 되는 페미니즘의 이론적 토대가 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아무래도 이론과 실제가 꼭 일치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어서 우리의 주변에서 목격되는 페미니즘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할 때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으로 억압받거나 약자의 처지에 있는 여성은 스스로를 보호하고 자신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한 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는데, 그것이 바로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페미니즘이다. 말하자면 이것은 그들의 마지막 생존 전략인 셈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런 두 페미니즘들에 대한 구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서 페미니즘(꼭 달리 부를 명칭이 없어서 그렇게 밖에 부를 수 없는 명칭)을 최후의 생존 전략으로 붙들고 있는 많은 여성이 마치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불필요한 반항 세력 정도로 치부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여기에는 자신이 지금껏 누려온 기득권을 마치 공기처럼 당연하게 생각하다가 다른 누군가와 공유하게 된다는(또는 다른 누군가에게 빼앗기게 된다는) 사실을 문뜩 깨닫고 두려움을 느끼며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는 일부(또는 대다수) 남성들의 비합리적인 동조도 한몫한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런 현실을 ‘천재로 길러지는 여자’로 표현한다.

 

이 표현은 대단히 역설적이다. 최근에 안희정의 재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회(그리고 가해자)는 피해자들을 이중의 잣대로 억압한다. 우선 피해자에게 자신의 보호를 위해서 잊고 싶은 악몽을 뚜렷이 기억하도록 강요함으로써,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자신이 겪은 피해가 사실상 피해가 아닌 자신의 강박증에 불과한 것이라는 최면을 강요한다. 다음으로 피해자가 자신이 겪은 부조리한 사건을 누구보다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경우라면, 그 기억의 진정성 여부에 의혹을 제기하면서 그런 기억의 정확성을 조롱조로 칭찬함으로써 피해자의 진술을 간접적으로 부정하여 현실을 외면하려고 시도한다.

 

어느 경우든 간에, 여성이 천재가 되어야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여성이 정말 천재가 되면 그 여성이 천재라는 이유로 비난을 가하고 폄하하는 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이 속에서 여성은 앞서 말한 것처럼 페미니즘을 자기 생존의 마지막 보루로 삼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페미니즘은 페미니즘이라는 단순한 이유로 다시 부정되고 비판받는다. 악순환의 고리는 끝없이 계속된다. 한국 사회가 성숙한 사회가 되려면,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인정하는 동시에 현실 속에 뿌리내리고 있는 차별도 인정하고 시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 그런 노력을 시작하도록 촉구하는 작은 목소리임에 틀림없다.

n******n 2019.01.25.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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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제가 왜 참아야 하죠?
"[교양] 제가 왜 참아야 하죠?" 내용보기
책을 읽으며, 각 종 욕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더군요.최대한 유하게 썼으나 평소의 문장이 그리 고운 편이라 아닌지라다소 거친 언사와 불쾌한 표현으로 읽힐 수도 있습니다만,일부분 퍽 시원할 수도 있으니 감안하고 읽어주세요. 20대 초에 이런 칭찬을 들은 적이 있죠. "같이 여관에 들어가서 옷을 다 벗고 있다가도 지가 싫으면 뛰쳐나올 사람"이라는 말을 술자리에서 들었는데, 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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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각 종 욕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더군요.

최대한 유하게 썼으나 평소의 문장이 그리 고운 편이라 아닌지라

다소 거친 언사와 불쾌한 표현으로 읽힐 수도 있습니다만,

일부분 퍽 시원할 수도 있으니 감안하고 읽어주세요.

 

20대 초에 이런 칭찬을 들은 적이 있죠. "같이 여관에 들어가서 옷을 다 벗고 있다가도 지가 싫으면 뛰쳐나올 사람"이라는 말을 술자리에서 들었는데, 자기 주장이 강하고 강단있다는 칭찬이었습니다. 어이가 없죠?

 

30대 초에는 예상하지도 못한 순간에 '헤프다'는 평가를 받았었죠. 어떤 모임의 총무로 활동하면서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면서 '삥'을 뜯고 있었거든요. 너무 헤퍼서 저런 여자와는 사귈 수 없다는 평을 하는 걸 듣고 보니 할 말이 없더군요. 나는 그 자식이 '남자'로 보이지 않았는데, 이들은 내가 존재하는 그 순간 '여자'로 구분하여 훑고 있었다는 사실이 기가막히더군요. 그리고 이 모지리('머저리' 방언이나, 머저리 중에 머저리 같은 느낌으로 사용)는 낯선 여성에서 친절을 처음 받아봐서 친절이 뭔지도 모르는 무뢰한이기도 했고요. 그걸 듣고 주억거리고 있는 무뢰배가 어이 없으나, 그런 모임에서 그 무뢰배에게 삥뜯어 다른 무뢰배에게 업그레이드 된 안주를 사 먹였으니 잘 한 짓은 아니었네요. 거참.

 

마흔이 넘은 지금도 조건(?) 좋은 준비된 신부감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신부가 되기 위에 삶을 살고 있지는 않으나, 그 칭찬 감사하다고 충분히 비아냥 거리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상대는 못알아들었고, 상대가 못알아 들은 까닭에 내 화는 아직 풀리지 않았습니다. 일로 만났으나 그 사람이 나를 묶어 놓은 카테고리가 누군가의 아내인 것도 이상하고, 그들 입장에서는 아직 재자리를 찾아가지 못하는 내가 안타깝겠죠.

 

아는 사람들에게도 이런 취급을 받는 판이니,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타는 대중 교통에서 엉덩이에 유난히 딱딱한 이물이 아주 의도적으로 닿는 일이나, 좌석버스에서 잠들면 가방과 허벅지 사이로 손이 들어오는 일, 몸에 손을 대는 일 등은 비일 비재하죠. 밤늦게 공부하고 좌석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데, 옆에서 자위하는 놈도 봤으니.. 뭐.

 

한때는 궁금했습니다. 왜 이들에게 나는 '여자'로 보여야만 하는가. 나는 왜 이 무뢰배 속에 존재하는 것 만으로도 피해를 보아야 하는가.  상대의 무뢰를 참을 생각이 없었던 터라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대부분 참지 않았습니다. 어떻게든 항의 했고, 성추행범을 특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자리에서 욕을 했고(최근 그 상황에 같이 있었던 친구의 증언을 들으니 새롭더군요. 무슨 일인지 모르겠는데 갑자기 욕을 하더랍니다. ㅡㅡ;), 신문지로 엉덩이를 친 상사에게는 다음 날 '일어서 공손하게 사과' 할 때까지 사과를 받아내기도 했죠.

화를 내고 강한 주장을 한 까닭에 누구에게는 조금 무서운 '여자'으로, 옛 남자친구들의 친구들이 헤어지라고 강권하는 '여친'으로, 사회에서 만난 남자 지인들에게는 따지는 '여자'로 살아 왔습니다만, 아직까지 겪었던 경험해 비해 충분히 화를 내지 못해서 아직 분합니다. 그런데 참고 있었던 사람들은 그 화를 어찌할까요?

 

(위에는 하고 싶은 이야기, 요기서 부터 리뷰... ㅋㅋㅋㅋ)

이 책은 참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는 책입니다.

이 책의 제목을 보며 저자에게 제목이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왜 "제가" 여야하는지 물었습니다. "내가 왜 참아야 하냐"가 더 좋을 듯 하지만, 독자에게 하는 말이라면 인정해야죠.

 

책 상태는,

이 책 표지에서 '반사'를 보게 될줄이야. 이 '반사'가 이리 반가운 말인지 책을 받아보고 알았습니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자연스럽게 욕이 묻어나는 문장도 좋더군요.

 


 

리뷰 다 썼는데, 문득 최근의 지인과 한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즐겁게 술 마시다가 최근의 이슈들에 화가 난다는 이야기로 이어지다가, 소개팅에서 술을 너무 잘 마시고 안취하는 바람에 상대방 남자가 불쾌(?!)해 했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모지리들이 말하는 본전 생각나게 만들었다고 말하는 그런 상황이겠죠? 취하면 뭔 짓을 하려고 했던 것일까요?  권하는 술을 마셔서 멀쩡하게 집에가면, 멀쩡하게 집에 갔다고 난리. 권하는거 거절하다가 마셨는데도 취해서 험한 일이라도 당하면 취할 만큼 마셨다고 난리. "이 새끼들아! 춤 춰 줄 생각은 없지만, 가끔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좀 괜찮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진짜 화난다!"


생각나는게 또 있네요.

힘겹게 돈 벌어서 야간대학 다니는데, 야간 대학 다니는 나에게 친척 무뢰한이 내 직장에 찾아와서 사주는 점심 처 먹으면서 '야간대 다니는 여자애들은 업소 나간다던데'라고 씨부리던게 생각나네요. 최근 '미스 함무라비'라는 드라마에 비슷한 에피소드가 나왔었죠. 당당하면 참지 못하고 깎아내리려고 몸부림 치는 것은 좋으나, 나도 사람인데, 낮에 일하고 밤에 공부하고, 야간 업소까지 나가면 나는 뭐.. 초능력자냐? 이 모지리들아! 생각을 하고 좀 씨부려라!


아.. 생각하다가 보니 잔잔한 기억의 수면 아래서 같잖은 것들이 스멀스멀 올라오네요. 그만 써야겠어요. ㅡㅡ;

k******m 2018.11.01.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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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왜 참아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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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바틀비 출판사에서 출간된 박신영 작가님의 '제가 왜 참아야 하죠?' 리뷰입니다. 이 책을 알게 된 계기는 어떤 유튜버이자 스트리머가 추천을 해 주어서입니다. 평소에도 페미니즘, 성별 갈등, 여성 혐오, 성 차별에서 오는 갈등들에 대해 매우 관심이 높았었던지라 이제서야 이 책을 알게 된 것을 부끄러워하며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읽고 나면 미처 몰랐던, 은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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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바틀비 출판사에서 출간된 박신영 작가님의 '제가 왜 참아야 하죠?' 리뷰입니다.

이 책을 알게 된 계기는 어떤 유튜버이자 스트리머가 추천을 해 주어서입니다.

평소에도 페미니즘, 성별 갈등, 여성 혐오, 성 차별에서 오는 갈등들에 대해 매우 관심이 높았었던지라 이제서야 이 책을 알게 된 것을 부끄러워하며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읽고 나면 미처 몰랐던, 은은하게 깔려 있던 성 차별과 마주하게 되어 기분이 이상해졌습니다.

가장 성별 갈등이 극에 달한 요즈음, 이 책을 읽고 사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성 차별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이 책을 읽어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i********z 2023.09.03.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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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왜 참아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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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내가 왜 참아야 하죠 로 했었어야 했다.존중하고 존중받을 만한지 않은 존재에게 까지 존중하는 습관을 버려야한다.존중할 만한 사람을 더 존중하기 위해 내 존중을 아껴야 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한 책이다. 공부하자.그리고 힘을 내자.싸워야 한다.당하고 우는 것만으로 바뀌지 않으니까 ..상큼발랄한 귤 같은 책을 쓰신 수지 같은 작가님께 귤이나 사들고 싸인 받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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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내가 왜 참아야 하죠 로 했었어야 했다.
존중하고 존중받을 만한지 않은 존재에게 까지 존중하는 습관을 버려야한다.
존중할 만한 사람을 더 존중하기 위해 내 존중을 아껴야 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한 책이다.
공부하자.
그리고 힘을 내자.
싸워야 한다.

당하고 우는 것만으로 바뀌지 않으니까 ..

상큼발랄한 귤 같은 책을 쓰신 수지 같은 작가님께 귤이나 사들고 싸인 받으러 가야겠다.





k******2 2018.11.10.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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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저씨가 안 되는 법, 개저씨에 맞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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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남자 독자라면 개저씨가 되지 않는 법을 알려주고, 여성 독자라면 개저씨에게 맞서는 필살기를 전수해주는 책이겠다.# 1멀쩡하게 다니던 회사에서 사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알고 보니 혼자만 당한 게 아니었다. 사장은 상습법. 함께 당한 동료와 함께 대응했다. 사장은 처음에는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고 자숙하는가 했더니, 태도가 돌변한다. 형사소송과 민사소송이 이어지고,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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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남자 독자라면 개저씨가 되지 않는 법을 알려주고, 여성 독자라면 개저씨에게 맞서는 필살기를 전수해주는 책이겠다.


# 1

멀쩡하게 다니던 회사에서 사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알고 보니 혼자만 당한 게 아니었다. 사장은 상습법. 함께 당한 동료와 함께 대응했다. 사장은 처음에는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고 자숙하는가 했더니, 태도가 돌변한다. 형사소송과 민사소송이 이어지고, 마침내 가해자를 감옥으로 보낸다. 굳이 밝히지 않아도 알겠지만 여기서 사장은 남자고 피해자는 여성들이다. 


# 2

이런 실화가 책의 절반을 구성하고, 나머지 절반은 최근 한국사회에 이어진 미투를 고찰하는 글이 채웠다. 냉철하면서 유쾌한 박신영 저자 특유의 문장에 무릎을 탁 치고, 심장이 뻥 뚫린다. 


# 3

저자는 말한다. 평등해야 안전하다고. 한국사회가 불안한 건 평등하지 않아서라고. 여성이 밤거리를, 회식자리를, 출퇴근 지하철에서 불안하다면 불평등 때문이다. 남자가 힘이 세서다. 힘이 세서 여성을 추행한다. 저자가 당한 사례도 너무나 전형적이다. 남자가 상사였다. 단순한 상사가 아닌, 사장. 


# 4

약자 편드는 정서가 공동체 차원에서 작동하기 마련이다. 소련과 중국이 기똥차게 망했음에도 여전히 맑시즘은 읽히지 않나. 우리 대부분이 약자이기에 강자를 향한 본능적인 증오가 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성폭력 사건에서는 피해자를 탓한다.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에 책임을 묻는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 한, 한국사회는 여전히 미개하다.


# 5

우리 모두는 잠재적 가해자다. 치열하게 자신을 성찰하지 않으면 개저씨가 되는 건 순식간이다. 


# 6

성폭력으로 형사, 민사 고소하여 힘든 소송 끝에 승리하더라도 보상액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고 가해자가 피해자를 꽃뱀으로 몰아가려 한다면, 피해자가 아니락 가해자를 의심하라. 정말 뭔가 심각한 일이 발행한 거다. 가해자는 실제 저지른 일을 숨기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정말 꽃뱀도 있다. 그런데 꽃뱀은 일반인에 접근하지 않는다. 정말 큰 돈을 뜯어낼 수 있는 유명인에 접근한다. 그러한 꽃뱀은 실체가 알려지기 이전, 협박으로 뜯어내는 데 성공해서 법정까지 나올 일은 드물다. 반복한다. 일반인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법정까지 가기로 결심했다면, 정말 심각한 일이 생긴 거다. 2차 가해 하지 말라.


# 7

내가 꼽은 2018년 올해의 책, 이라고나 할까. 앞으로 2달 남긴 했지만 말이다.


---


아는 사람이 행하는 성폭력은 성욕이 아니라 권력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사건의 원인은 남성에게 권력과 지위가 쏠린 우리 사회의 성차별적 구조에 있습니다. (27쪽)


 남성이 남성에게 성폭력을 당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중략) 성폭력을 가능하게 하는 권력은 '여성성'을 가진 것으로 표현되는 약자에게 폭력을 용인하는 '남성성' 그 자체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33쪽)


어떤 조직이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왜 여성의 돌봄노동이 희생, 봉사란 미명 아래 무급으로 강제로 착취되어야만 하는지요? 왜 모든 조직은 가족 같아야 하는지요? 그건 혈연가족에서 강요받아 수행되는 여성의 희생과 공짜 노동을 공적으로도 당당히 요구하고 자신은 앉아서 받아먹는 남성 연장자 어르신의 역할을 맡겠다는 말이 아닌가요? 정말 가'족 같은' 생각입니다. (85쪽)


그렇습니다. 가해자가 피해자게에 큰소리칠 수 있는 범죄, 그래도 세상이 가해자인 자신을 지지해줄 것이라고 믿는 범죄, 여기에 성폭력 범죄의 큰 특징이 있습니다. 성폭력 범죄는 현실의 젠더 권력 관계를 반영하는 범죄이니까요. (194쪽)


피해망상 남성들이 성폭력 사건 기사에 마치 전통 민요 메들리마냥 꾸준히 되풀이해서 다는 댓글이 있습니다. 꽃뱀 타령과 무고 타령이죠. (중략) 피해 여성들의 지목과 증언만으로 남성이 처벌받아 일생을 망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범죄자가 증거 부족으로 기소되지 앟고 무혐의를 받는 사례가 훨씬 많습니다. 그런데도 주위에 무고하게 성범죄자로 몰린 남성들이 많다면, 그것은 단지 성범죄자가 남성이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10쪽)


피해 여성이 어떻게 반응하든 남자들이 말하는 '피해자다운 피해 여성' 따위는 될 수 없습니다. 사건 후 피해 여성이 어떻게 대처하든, 남성연대는 무조건 피해 여성에게서 꼬투리를 잡아 남성 가해자를 만들어주니까 말입니다. 제대로 저항을 못하면 화간이 되고, 저항을 하면 꽃뱀이 됩니다. (228쪽)


냉정히 보십시오. 성범죄 사건을 논평하는 사람들은 객관적으로 본 그 사건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 않습니다. 어떤 특정한 성범죄자가 예뻐서 옹호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각자 입장에서 각자가 다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성범죄자를 옹호하는 사람들에게는 자기 입장에서 감정이입하고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챙기려는 심리가 바탕에 있습니다. 그래서 피해 여성 탓을 하게 되는 겁니다. 이게 바로 성폭력범과 같은 사고방식이 사회에 만연한 이유이자 성폭력범이 활개치고 다니는 이유입니다.

본인 마음이야 어떻건, 피해자를 탓하는 문화가 바뀌어야 성폭력 발생을 막을 수 있습니다. (253쪽)


악마와 같은 방식으로 싸우다보면 나 또한 악마를 닮아갑니다. 그러니 악마를 무서워하지 말고 오히려 우스꽝스럽게 만들어 상황을 뒤집어야 합니다. 무서워하면 집니다. 웃어서 이겨야 합니다. (275쪽)


여성혐오는 여성을 싫어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성을 너무 좋아해서, 여성이 너무 필요해서 여성을 공짜로 이용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각종 시스템, 사고방식, 차별, 문화가 여성혐오입니다. 여성혐오에 물든 남성들은 여성은 동등한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정당한 대가, 사랑, 보답 없이 이용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성을 열등하거나 나쁜 존재로 만들어서 이용합니다. 반대로 '모성 예찬', '순결한 성녀 숭배'처럼 찬양해서 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여성들은 사랑 못 받을까봐, 나쁜 여자로 찍힐까봐 두려워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참고 자발적으로 이용당하게 됩니다. 이때 인간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속성들은 전부 여자의 특성이 되어 여성 집단을 비난할 때 쓰이게 됩니다. 한편, 남성들만 여성혐오에 물든 방식으로 여성을 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여성이어도 나이 든 여성, 더 권력을 쥐고 있는 여성은 더 어리거나 권력이 없는 여성을 이런 방식으로 이용합니다. (288~289쪽)  


YES마니아 : 플래티넘 l****i 2018.11.03.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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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참으라고 했을까? [사회-제가 왜 참아야 하죠?]
"누가 참으라고 했을까? [사회-제가 왜 참아야 하죠?]" 내용보기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읽었다. 내가 왜 이러나, 왜 이렇게 떨리나, 어쩌자고 이러나, 부들부들, 달달......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내용이라 몇 장 넘기지도 못한 상태에서 내 낯선 반응에 놀라며 읽어야 했다. 아, 이제야 비로소 이렇게 말해도 되는 시대가 된 모양이다. 여기까지 오는 데 어떤 이는 평생이 걸렸을 것이고, 어떤 이는 미처 말도 못하고 이 생을 마쳤을 것이며 또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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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읽었다. 내가 왜 이러나, 왜 이렇게 떨리나, 어쩌자고 이러나, 부들부들, 달달......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내용이라 몇 장 넘기지도 못한 상태에서 내 낯선 반응에 놀라며 읽어야 했다. 아, 이제야 비로소 이렇게 말해도 되는 시대가 된 모양이다. 여기까지 오는 데 어떤 이는 평생이 걸렸을 것이고, 어떤 이는 미처 말도 못하고 이 생을 마쳤을 것이며 또 어떤 이는 이제 막 말해도 되나 어쩌나 망설이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나는 내 일임에도 내 일이 아닌 것처럼 시치미 떼고 읽으려고 하다가 자꾸만 걸리고 걸려서 그만 속수무책으로 분노하고 말았다. 

 

남자와 여자, 아니 여자와 남자라고 바꿔 쓴다. 자동적으로 남자와 여자라고 먼저 쓰는 나. 스스로가 신기하다. 어떻게 이렇게 잘 길들여져 왔는지. 책을 읽는 내내 멈추지 못했던 게 바로 내 안에 자연스럽게 자리하고 있는 성 편견을 만나는 일이었다. 작가가 그렇게나 염려하고 있는 바의 내용들, 남성 중심의 가치관, 전통이라는 이름을 덮어 쓰고 있는 가부장 인식, 그로 인해 오랜 시간 갖고 살아 온 편견들, 각종 변명과 치사한 핑계들. 나, 참 못났군, 자조까지.

 

작가, 참 용기 있는 사람이다. 용기란 이런 것임을 명확하게 보여 준다. 나는 왜 이만큼의 용기도 없이 살았을까, 핑계를 찾고 싶다. 그렇게 키워진 것이라고. 우리 아버지가, 우리 어머니가, 우리 선생님이, 우리 교과서가, 우리나라가 나를 이렇게 잘 키워 놓은 것이라고. 오죽 했으면 내 고등학교 교훈이 어진 어머니, 어진 아내가 되는 것이었던가. 이런 마음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고 끝없이 죄책감을 강요받으면서 자란 나의 십대. 

 

아닌 척, 잊은 척 했지만 작가의 말처럼 나도 잊지 않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당했던 무수한 성추행들. 나 역시 천재인 셈이다. 기억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이런 기억들이 어떻게 작가의 경험에 따라 차례차례 떠오르는 것인지. 정말 이 땅에는 당하지 않고 자란 여자 아이가 없었더란 말인가. 내 잘못으로 인해 그런 일이 있었던 것만 같아 아무에게도 아무 말고 못하고 잊었는데, 잊으려고 했던 건데. 

 

책, 많이 팔리고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는 남자라면-그래도 책이라도 읽는다면 다행인 쪽에 서겠지만-뭐라고 말할지 궁금하기도 하다. 아마도 자신은 그렇게 형편없는 사람이 아니라고 믿고 있을 것이다. 남자와 여자를 차별하면 남자와 여자 각자에게 좋을 게 하나도 없다는 건 이미 지나간 역사가 가르쳐 주고 있는데 조금이라도 더 가져보겠다는 지배욕을 어찌 다스려야 좋을 것인지. 학교에 있었더라면 학생들과 아주 많은 일들을 궁리하면서 공부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이젠 다 지난 일이다. 다만 요즘 학교 현장에서는 남녀 차별에 대한 교육이 예전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니 기대해 볼 수밖에.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 애쓰는 쪽이 남자보다 여자에게 조금 더 무게를 둬야 한다는 데 손을 얹는다. 엄마인 여자들이 많으니까. 아들을 키우는 엄마가 이 부분에서는 조금 더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내가 지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대는 내 가족뿐이기도 하고. 우리나라의 괜찮은 남성상, 그립다. 

YES마니아 : 로얄 j***6 2018.11.02. 신고 공감 2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