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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김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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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로 바로 시작하는 소설을 좋아한다. 그런 점에서 김금희의 소설은 나의 취향과 부합한다. 짧은 소설 열아홉 편을 모아 놓은 소설집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의 첫 시작은 대부분 이렇다. '윤경은 눈을 뜨자마자 산술이라는 단어를 생각했다.'(「원피스를 돌려줘」) '희영과 소영 그리고 한영은 대학 동아리에서부터 '영 자매'라고 불렸다.'(「규카쓰를 먹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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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로 바로 시작하는 소설을 좋아한다. 그런 점에서 김금희의 소설은 나의 취향과 부합한다. 짧은 소설 열아홉 편을 모아 놓은 소설집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의 첫 시작은 대부분 이렇다. '윤경은 눈을 뜨자마자 산술이라는 단어를 생각했다.'(「원피스를 돌려줘」) '희영과 소영 그리고 한영은 대학 동아리에서부터 '영 자매'라고 불렸다.'(「규카쓰를 먹을래」) '신촌의 회사에 들어간 뒤 선미는 1000번 광역버스를 타고 다니며 주로 차 안에서 아침을 해결했다.' (그의 에그머핀 2분의 1) '미란에게서 전화가 걸려온 건 마지막 전철을 막 탔을 때였다.'(「야간행」)


  생활이 그래서 그런지 글도 구질구질한 걸 싫어한다. 성격이 그래서 그런지 글도 단도직입적인 걸 좋아한다. 문장을 끝내지도 못하고 뭐, 저, 그게, 그러니까라는 말을 하는 순간을 참을 수 없어 하는데 글은 그렇지 않으니까, 나 대신 마침표까지 찍어서 할 말 안 할 말 다 해주는 인물이 나오니까 이야기가 있는 소설을 좋아한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산술'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는 김금희의 소설 「원피스를 돌려줘」의 윤경처럼 헤어진 연인에게 문자 해 원피스를 돌려달라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작가가 부러 만들어 놓은 그 상황 자체를 즐기는 건 좋아한다. 


  두 명만 모여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버벅대는데 이름의 끝자리가 같다고 세 명의 사람들과 어울리는 건 상상도 못하는 일이라 「규카쓰를 먹을래」의 '영자매'의 노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괜찮다고 여긴다. 그것은 소설이고 소설은 이야기가 있고 김금희는 내가 느껴본 상황을 소설 안에서 길고 길어서 대체 어디서 끊어 읽어야 할지 모를 문체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으니까 나는 아까운 마음이 들어 천천히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를 읽는다. 읽다가 소설이 몇 편 남지 않은 것을 알게 되어 중간에 딴짓을 하기도 했다. 다 읽어버렸다는 실감을 느끼지 않기 위해.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의 소설 속 인물은 어디에나 있어서 내가 아는 사람 같기도 해서 혹시 내 이야기 아니야라는 착각을 줄 정도이다. 광역버스 안에서 아침을 먹는 선미. 오랜만에 만난 연인과 근사한 저녁을 먹고 싶어 일부러 '파리 살롱'에 앉아 있는 윤. 타이밍을 제대로 못 맞춰 주변 사람에게서 그림자로 오해받는 윤석 선배. 사실 동생이 먹을 줄 알고 일부러 라면을 남겨 왔던 누나 영란. 공장에서 일하다가 사고로 손가락 하나와 한쪽 눈을 잃은 동생의 인생을 슬퍼하는 아버지. 


  김금희가 그려내는 소설의 인물들의 삶에서 나는 추억과 그리움, 짠한 격려를 받는다. 어디에 마침표를 찍어야 할지 몰라 탁탁 끊어내는 단호함을 부리지 못하는 듯한 긴 문장을 읽으며 삼 주째 앓고 있는 감기는 왜 낫지를 않을까, 얼마 전에 큰 결정을 했는데 그게 거짓이고 사기는 아니었을까, 그 일은 정말 일어날 것인가 온갖 의심을 하면서도 김금희가 펼쳐 놓은 사랑스러운 인물들의 하루를 애틋하게 쳐다보고 있는 것이다. 미래에는 마트에서 로봇을 사와 혼자 있는 할아버지에게 대화용으로 선물을 하기도 할 것이며(「춤을 추며 말없이」) 유년 시절의 기억을 지우고 싶은 사람들은 리셋이라는 방법으로 다시 시작하기도 할 것이다(「오직 그 소년과 소녀만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지하철에 서서 기침을 하며 전화를 받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하루(「야간행」)를 가진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는 나와 같은 사람을 지구별에서 만나고 싶기 때문이다. 현실의 만남은 소모적이고 때론 지쳐서 내일을 잊어버리게 만든다.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며 소설을 넘기는 여유를 아직 나는 가지고 있다. 이야기가 끝이 날까 딴짓을 하기도 하지만 모든 이야기는 결말이 존재한다는 걸 알고 있다. 사랑하고 기대한다. 김금희의 소설을.


s*****m 2018.12.10. 신고 공감 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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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 소년이...자주 생각날 것들
"아이리시, 소년이...자주 생각날 것들" 내용보기
내가 묻자 Y가 왜 돌아가야 하느냐고 물었다. 하긴 그랬다. "넌 이제 한국 가면 뭘 하려고?" Y가 물었고 나는 마땅히 할 말이 없었다."잘은 모르지만 나빠지지는 않으려고.""그래, 나빠지면 안 되지. 그거면 되지." (134쪽) 마땅히 할 말이 없고, 단번에 생각이 정리되지 않고, 사소하게 여겼는데 실은 의미가 남달랐던 것들. 이런 대상을 떠올릴 때면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거나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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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묻자 Y가 왜 돌아가야 하느냐고 물었다. 하긴 그랬다. "넌 이제 한국 가면 뭘 하려고?" Y가 물었고 나는 마땅히 할 말이 없었다.

"잘은 모르지만 나빠지지는 않으려고."

"그래, 나빠지면 안 되지. 그거면 되지." (134쪽)

 

마땅히 할 말이 없고, 단번에 생각이 정리되지 않고, 사소하게 여겼는데 실은 의미가 남달랐던 것들. 이런 대상을 떠올릴 때면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거나 아예 생각할 기력이 일어나지 않아 오래 붙들고 있게 마련이다. 그럴 때 생각의 빛깔은 회색이거나 검은 톤이기 십상이다.

 

이를테면 아버지가 연을 끊어버려 잊혀졌던 장애인 삼촌이 회복을 시도하며 끊임없이 다가오려 할 때, 오히려 과거의 불행에 붙들려 있는 건 아버지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면서 자연스레 숙고 모드로 들어가는 것처럼 말이다.

 

누구의 애완동물도 아니지만 룸메이트임이 분명한 스코티시폴드 고양이의 운명을 생각할 때도 짧은 호흡으로 심경이 정리될 턱이 없다.

 

할아버지의 오랜 벗이었던 인공지능 로봇 '소년이'가 할아버지 말을 그냥 흉내내는 것인지, 할아버지가 나에게 전하라고 입력해둔 것인지, 혹 할아버지 자체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 비로소 이별이 실감나고 그리움에 잠기면서 과거의 소소한 기억들까지 소환하게 된다. 내가 사막을 건너온 것인지 아니면 할아버지가 사막에서 길을 잃고 끝내 헤어나지 못한 것인지 어떻게 속단할 수 있겠는가.

 

19편 모두 하나 같이 이야기의 결이 중의적이다. 잔잔하면서도 긴 여운에 젖어 헤어나지 못하게 만든다. 떨림의 폭도 폭이지만 길이가 더 목이 메이게 하는 것들이다.

 

그러니 나도 한동안 그것들을 뇌리에서 떨쳐버릴 수 없지 싶다. 밤마다 문득문득 '아이리시'와 '소년이'가 떠오를 것 같다.

a*****7 2018.12.14.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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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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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은 모르지만 나빠지지는 않으려고.""그래, 나빠지면 안 되지. 그거면 되지."<본문 P134> <우리가 헤이, 라고 부를 때> P23: 사람이 참 마음만으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P42: 일정 시간이 지나면 보도에서 사라져야 하는 노점이 어딘가 애틋하다고 생각했다,       나타났다 사라지는 신기루처럼, 펼쳐졌다 접히는 우산처럼. P71: 우리는 완전한 타인이다. <온난한 하루>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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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은 모르지만 나빠지지는 않으려고."

"그래, 나빠지면 안 되지. 그거면 되지."

<본문 P134>

 

<우리가 헤이, 라고 부를 때>

 

P23: 사람이 참 마음만으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P42: 일정 시간이 지나면 보도에서 사라져야 하는 노점이 어딘가 애틋하다고 생각했다,

       나타났다 사라지는 신기루처럼, 펼쳐졌다 접히는 우산처럼.

 

P71: 우리는 완전한 타인이다.

 

<온난한 하루>

 

P91: 실패한 농담이 상대에게 주었을 모욕에 대해 밤길을 걸으며 사과하고 싶어 하던 사람,

       다른 어떤 말보다 사람을 보고 온다, 라는 말을 수면 위의 파문처럼 마음을 울려 받아들이던 사람.

P103: 의자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래서 의자는 ㅢ자가 되었지만 그래도 비어 있으니 올 수 있었다.

 

P112: 문제는 오히려 듣는 이의 관성화된 귀와 마음이 아닐까.

 

P116: 좀 더 식은 마음의 상태가 되어 그 사랑에 대해 음미할 수 있을 때, 그것이 외부의 어떤 것에 의해

        이미지가 탈색되거나 변형되지 않고 오로지 영난 자신의 해석만으로 연주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자싶으면서 일단은 그런 기도하는 마음으로 주용은 그릇 바닥을 싹싹  긁어 라면을  먹고

        냉수로 입가심을 했다.

 

P119: "사랑에는 그런 무한정의 투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p146: 한 해의 마지막인 12월은 어떤 시간을 밀어내고 예정되어 있는 그 뒤의시간을 적극적으로

        끌어오는 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올 시간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기대가 있는 때였다.

 

p148: 11월이면 아쉬운 가을과 성급한 겨울의 분위기가 교차하는 시기여야 하는데 날씨는 벌써

         한겨울처럼 추웠다.

 

p153: 그것이 이것보다 어려운가, 이것은 그것보다 쉬운가 하는 삶의 온도차를 재보는 일은 늘 쉽지

         않았다.

 

<춤을 추며 말없이>

 

p178: 나는 내가 보지 못한 할아버지의 일상이 어땠을까를 상상했다. 행복했을까, 며칠에 한 번씩

        웃었을까, 혹은 울었을가, 누구를 그리워했을까, 혹시 나를 .그런 생각이 들면 이제 더 이상

        자신을 소진하면서까지 무언가를 이야기하지는 않는, 왜 그런지 멈춰버린 소년에게

        물어보기도 했지만 답이 없었다.

 

p206: "내가 새로워졌다는 것을 어떻게 알아. 그전의 내가 불확실한데. 알 수가 없는데."

 

p207: 문득문득 자신이 고양이를 잃어서 슬프로 괴롭다는 것을 연기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누가 보는 사람이 있어서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속여야 하는 연기였다.

        자신의 마음을 속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이었다.

 

p241: 밤이면 더욱 도드라지는 편의점 간판들은 어째서 저렇게 꼭 24와 25 같은 숫자를 달고 있는

        건가, 저녁무렵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최종 목적지는 대부분 집일 텐데 왜 저렇게 많은

        이들이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누군가에게 메세지를 송신하고 있는 건가.

 

여러 문장들이 가슴속으로 스며 들었지만 특히 마음의 눈물을 흘린 부분이 있다면 p178 이다.

글을 읽으며 스쳐 지나는 나의 할머니이자 나의 엄마. 머리는 햐얀 눈이 내려 앉았고 다리엔 힘이 없어

거동도 불편하지만 귓가에 대고 할매 "선이왔어."하면 축쳐진 눈살을 힘겹게 뜨며 눈을 마주쳐주는 나의 엄마 .98년의 일상이 어땠을까를 생각하니 모든 순간순간이 클로즈업되어 마음속으로 훅 들어왔습니다. 조금 더 내 곁에 있어주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오늘도 고마웠고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문장이  스며들어 왔나요?

찬바람이 불지만 마음에는 온풍이 불었으면 합니다.

 

 

j**********e 2019.11.08. 신고 공감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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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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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작가와 곽명주 작가의 그림은 이번이 처음으로 접하는 것이었는데 왜 여태껏 몰랐을까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훌륭하더라고요. 아주 짧은 소설과 아주 긴 여운이 함께하는 이야기들입니다. 거기에 함께 어우러지는 그림도 감성과 잘 맞아서 따뜻하고요. 산문에 가까울 정도로 짧은 단편들인데요 요런 것도 이렇게 낼 수 있구나 싶었어요 이승우 작가의 비슷한 컨셉의 단편집도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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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작가와 곽명주 작가의 그림은 이번이 처음으로 접하는 것이었는데 왜 여태껏 몰랐을까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훌륭하더라고요. 아주 짧은 소설과 아주 긴 여운이 함께하는 이야기들입니다. 거기에 함께 어우러지는 그림도 감성과 잘 맞아서 따뜻하고요. 산문에 가까울 정도로 짧은 단편들인데요 요런 것도 이렇게 낼 수 있구나 싶었어요 이승우 작가의 비슷한 컨셉의 단편집도 마음산책에서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구매해 볼 마음이 들더라고요

k***m 2019.03.0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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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편의 수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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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살다 보면 지나간 장면들이 생각날 때가 있다. 가령 이런 책을 읽고 난 후쯤? 잘 보지는 않지만 늘어지게 써 내려가는 매년의 일기장처럼, 가끔 이렇게 떠오르는 나의 자양분 말이다.할아버지의 왼손이 내 오른손을 즐겨하시던 때(할아버지는 오른손잡이셨기 때문에, 지팡이가 오른손에 위치했었다) 그 아파트 복도. 나의 악력으로는 할아버지의 힘이 너무 세서 도무지 견뎌낼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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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살다 보면 지나간 장면들이 생각날 때가 있다. 가령 이런 책을 읽고 난 후쯤? 잘 보지는 않지만 늘어지게 써 내려가는 매년의 일기장처럼, 가끔 이렇게 떠오르는 나의 자양분 말이다.

할아버지의 왼손이 내 오른손을 즐겨하시던 때(할아버지는 오른손잡이셨기 때문에, 지팡이가 오른손에 위치했었다) 그 아파트 복도. 나의 악력으로는 할아버지의 힘이 너무 세서 도무지 견뎌낼 재간이 없지만, 아프다는 소리 한 번 새지 않던 그때 나름의 그 어린 배려. 수령이 오래된 나무의 겉껍질 같은 손과 그 파도와 같은 굴곡. 나에게는 이 도시의 먼지 하나 주기 싫어, 혼자 다 삼켜버리신 것과 같은 거칠고 괄괄한 영웅적 기침.

나에게 이런 순간들이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기억력이 안 좋은 내가 이렇게 온기까지 담아두고 있다는 건, 곱씹을 필요는 있다는 말이겠지.
------------------------------
[1]
무언가를 잃어버렸음을 아프게 인정할 때에야 무언가를 쓸 용기가 생기고, 두렵지만 그 상실을 오랫동안 들여다보았을 때에야 문장들이 나갈 수 있다는 건 비참한 일도 고통스러운 일도 아닐 것이다. 그렇게 해서 어느 시절에 관한 희미한 지도를 손에 쥐거나, 이제는 더 이상 같은 거리에 있어주지 않는 사람의 사사로운 기억을 ‘사사롭지 않게’ 기록해두는 건 항상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니까.
[2]
그건 어떤 이별에 대한 뒤늦은 실감이자 그리움 같은 것이었고 동시에 미안함이기도 했다.
[3]
나는 지하철을 탈 때마다 문득문득 하는 생각, 대체 지하철의 이 빈 공간들이 어떻게 지상의 압력을 견디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것은 사실 빈 공간이 견디는 것이 아니라 지상이 빈 공간을 견디는 것이기도 했다.
[4]
마음과 감각을 뒤흔드는 무언가 있는데 그것이 더 이상 어떤 실체로 ‘변환’되지 않는다는 것이 신기했다.
[5]
언젠가는 이 순간의 기억들을 물리적 통증에 가까운 아픔을 각오하지 않고는 도저히 지울 수 없으리라 서늘하게 예감하기도 했다.
[6]
양양 집에 들어서며 그래도 그때가 할아버지가 누군가와 함께 살았던 마지막 시기였겠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조용히 아파왔다. 당신이 돌아와 대문을 닫으면 더 이상 그것을 밀고 들어올 누구도 없었다는 것, 열릴 리가 없다는 것. 그건 젊은 내가 자취방에서 경험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단절감이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w********2 2019.01.0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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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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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작가님의 19편의 짧은 소설들과 책의 중간중간 등장하는 일러스트레이터 곽병주 님의 따뜻한 느낌의 삽화들로 구성된 책으로, 요즘 집중력이 떨어진 나로서는 짧은 시간에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규카스를 먹을래와 춤을 추며 말없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우연히 본 희소한 영 자매의 이야기, 규카스를 먹을래가 내가 경험한 것과 매우 비슷하기에 관심이 갔고 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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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작가님의 19편의 짧은 소설들과 책의 중간중간 등장하는 일러스트레이터 곽병주 님의 따뜻한 느낌의 삽화들로 구성된 책으로, 요즘 집중력이 떨어진 나로서는 짧은 시간에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규카스를 먹을래와 춤을 추며 말없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우연히 본 희소한 영 자매의 이야기, 규카스를 먹을래가 내가 경험한 것과 매우 비슷하기에 관심이 갔고 궁금한 마음에 읽기 시작했다. 매일같이 연락하고 함께 만나지만 사실 비슷한 점은 별로 없으며 학창시절과는 달리 각자의 생활로 점점 서로의 공감대가 사라져 가는 문제와 예전과는 달리할 말이 줄어들고 대화가 끊기지만 그것을 티 내지 않으려는 복잡 미묘한 친구 관계. 이러한 관계를 이어가다 세 명이서 일본으로 여행을 가지만 이런저런 일들이 일어나는 상황과 감정도 내가 경험한 것과 똑같았다. 결말은 내 경험과 달랐지만 결말만 제외하면 어떻게 내가 경험한 것과 이렇게나 똑같은지 정말 놀라웠다. 다들 비슷한 경험을 해본 걸까.


19편의 모든 소설에 감정이입한 건 아니지만 내가 겪은 경험과 조금이라도 비슷한 점이 있으면 정말이지 무섭도록 빠져들었고 그러한 단편들이 여운이 길게 남았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관찰하고 '사사로운 기억을 사사롭지 않게 기록해두는 (작가의 말)' 작가님의 실력에 새삼 놀랐다. 짧은 소설들로 이렇게 복잡한 마음이 들게 하다니... 역시나 김금희 작가님의 문장은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좋았다. 괜히 김금희 작가님의 팬이 많은 게 아니라는 걸 몸소 느낀 시간이었다.

b*******2 2020.07.1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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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고 특별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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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어떤 이별에 대한 뒤늦은 실감이자 그리움 같은 것이었고 동시에 미안함이기도 했다.[프롤로그 중]..굳이 떠올리려 애쓰지 않아도 어떠한 기억의 잔상들이 소설을 읽는 내내 스며들었다. 그래서 짧은 단편임에도 여운이 깊었고 그 여운은 생각보다 달았다. 뭐든 지나간 것은 대부분 좋았던 감정만 걸러지니까. 지금 어느곳에서 일어나고 있을것만 같은 아무 이야기이지만 아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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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어떤 이별에 대한 뒤늦은 실감이자 그리움 같은 것이었고 동시에 미안함이기도 했다.
[프롤로그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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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떠올리려 애쓰지 않아도 어떠한 기억의 잔상들이 소설을 읽는 내내 스며들었다.
그래서 짧은 단편임에도 여운이 깊었고 그 여운은 생각보다 달았다. 뭐든 지나간 것은 대부분 좋았던 감정만 걸러지니까.
지금 어느곳에서 일어나고 있을것만 같은 아무 이야기이지만 아무렇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이유는 나의 감정선과도 맞닿아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지... 《원피스를 돌려줘》에서는
연애를 하고 헤어진 연인의 정산되지 못한 한 장의 원피스로 기억의 조각들이 충돌한다. 그것은 이미 깨어져 산술불가함을.

헤어짐이 채 아물지도 않았던 어느 날 밤, 전화가 걸려온그는 대뜸 물었었다. 자기의 네이트온 비밀번호가 뭐냐고.
응?
그걸 내가 어찌 알아?
너 아님 누가 알아?

황당했던 전화를 끊고 나서야 그 무례함에 치가 떨렸고 애써 약을 덕지덕지 바른 상처가 덧나서 눈물이 났다.
그리곤 눈물은 속도를 붙여 말라갔고, 상처는 곧 아물었다. 한통의 전화덕분에.
그 사람의 가치와 내 마음의 가치를 정확히 알게 된 것. 그로부터 정확히 일년 뒤 내 생일도 아닌, 자신의 생일날 밤전화가 몇통이나 걸려왔고 나는 받지 않았다.
우리는 헤어진 후 때때로 이기적인 감정을 앞세운 무례함을 범한다.
술에 취해, 혹은 감성에 취해.
그리고 그것이 사랑이라 착각하지만, 신뢰가 깨진 누군가에는 그저 무례함일 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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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으면 테이블 위의 강냉이처럼 쉽게 바스라지고 말어떤 진심에 대해 떠드는 순간 . 그런 말들이 지시하는 누군가의 고독, 누군가의 상처, 누군가의 고난, 누군가의 갈구에 마음을 활짜 열고 연애를 시작해버리는 것이었다.
순간이라고 안 영원하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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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턴이라는 것은 관계의 피로를 만들어냈고 여기다 일종의 “사는문제”가 겹치면서 셋은 전처럼 섞여들지 못한다는 느낌이었다. 만나면 즐거운 식사를 했고 마음을 터놓고 대화했지만 문득문득 서로의 차이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
.
#
그들의 감정은 반짝였다. 마치 밤이면 더욱 빛나는 에펠탑처럼. 자기는 이렇게 추운데 대기는 아직 빙점 아래로 온도가 떨어지지 않아서 눈이 아니라 비가 오는 게 이상했다.하지만 비라서 다행이었다. 눈이 오면 그걸 핑계로 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작은 상황의 변화로도 이제 약속은 없는 일이 될 수 있었다.
시드는 감정이란 그렇게 슬픈 것이었다.

여전히 오지 않았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
메뉴판을 펼쳤고 지금 자신에게 찾아든 분명한 상실의 신호에도 마음의 풍랑을 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따뜻한 음식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불현 듯 추위를 느끼고 혼자임이 실감된다면 어디든 가장가까운 곳에 들어가 누구도 기다리지 않고 아주 따뜻한 것을 먹겠다고.
윤은 자기가 느끼고 있던 추위, 차가움이 착각이 아니라 실제였구나 싶었다. .
.
#
지하철의 이 빈 공간들이 어떻게 지상의 압력을 견디는가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것은 사실 빈 공간이 견디는것이 아니라 지상이 빈 공간을 견디는 것이기도 했다.

각별히 애정한, 마음을 준 누군가 우리 일상에서 빠져나갔을 때, 남은 고통이 상대와 유리된 오로지 내 것이 되면서그 상실감을 견뎌내야 하는 것처럼, 그리고 상대 역시 견뎌야 완전한 이별이 가능한 것처럼. .
.
#
엄마가 한강근처에서 국수장사를 하는데 한번 손님상에 내놨던 단무지를 씻어서 재사용한다고 얘기한 일을 떠올렸다.
그 말을 들은 소영은 그 고백 아닌 고백에 들어가 있는 부끄러움, 슬픔보다는 짙은 농도의 울분을 감지하고는 그게뭐가 어때서, 라고 최대한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창석이는나중에 그때무척 고마웠어. 라고 인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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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금희 작가의 글에서 나오는 위로는 참 담백하지만 따뜻하고 마음에 부담이 없다. 예컨대, 위로의 말을 듣고나서해야하는 고마워! 같은 보답을 안해도 될 것 같은 편안함.
정색을 하고 충고와 조언을 쏟아내거나 토끼눈을 뜨고 당장이라도 뭐든 도와줄 것처럼 공감을 해대는 얕은 위로말고 말이다.
생색내지 않는 곰국같은 위로.

김금희작가의 다른책들도 궁금해졌다.
투박한 설렁탕 한그릇에 듬성듬성 썰어져 나온 깍두기 같은 소박한 특별함이 있다. 한책 뚝딱하고 나니 따뜻하고 든든해진...



YES마니아 : 골드 w*******8 2019.03.0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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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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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경애의 마음 "을 읽고나서 기회가 된다면 저자 김금희 작품은 무조건 읽는 다고 하는 생각이 들었다.우연한 기회에 책 "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를 발견해고 바로 구입해서 읽게 되었다.짧은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람, 사랑, 인간관계 등 다양한 면들을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기회였고, 책 제목처럼 나 또한 오랫동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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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경애의 마음 "을 읽고나서 기회가 된다면 저자 김금희 작품은 무조건 읽는 다고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연한 기회에 책 "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를 발견해고 바로 구입해서 읽게 되었다.

짧은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람, 사랑, 인간관계 등 다양한 면들을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기회였고, 책 제목처럼 나 또한 오랫동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받았다.

g********l 2018.12.2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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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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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작가 책은 처음인데, 가끔씩 길게 늘여쓰는 문체가 특징같았다. 하루키에 따르면 문체가 중요하다고 하니, 이 책에서는 특이한 문체가 눈에 들어왔다.중간중간 그림도 삽입되어 있고 그림 또한 참으로 예뻤다이번 겨울은 집에서 따뜻한 이불과 함께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이 책과 함께 보내면 좋을 것 같다.김금희 작가 책은 처음인데, 가끔씩 길게 늘여쓰는 문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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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작가 책은 처음인데, 가끔씩 길게 늘여쓰는 문체가 특징같았다. 

하루키에 따르면 문체가 중요하다고 하니, 이 책에서는 특이한 문체가 눈에 들어왔다.

중간중간 그림도 삽입되어 있고 그림 또한 참으로 예뻤다

이번 겨울은 집에서 따뜻한 이불과 함께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이 책과 함께 보내면 좋을 것 같다.


김금희 작가 책은 처음인데, 가끔씩 길게 늘여쓰는 문체가 특징같았다. 

하루키에 따르면 문체가 중요하다고 하니, 이 책에서는 특이한 문체가 눈에 들어왔다.

중간중간 그림도 삽입되어 있고 그림 또한 참으로 예뻤다

이번 겨울은 집에서 따뜻한 이불과 함께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이 책과 함께 보내면 좋을 것 같다.



g******2 2018.11.2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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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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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마음을 확 사로잡는 책이네요 총 19편의 단편이 실려있는 김금희 작가의 짧은 소설집으로 부담없이 읽기에 좋아요평범한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들 잔잔한 글들이 읽을수록 뭔가 여운이 남더라고요 예쁜 일러스트 함께 보는 재미까지 더해주네요 책 받고 하루만에 다 읽었는데 반복해서 읽고 또 읽게 되네요 얼마남지 않은 2018년 ...이유없이 싱숭생숭하고 우울한 요즘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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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마음을 확 사로잡는 책이네요 

총 19편의 단편이 실려있는 
김금희 작가의 짧은 소설집으로 부담없이 읽기에 좋아요

평범한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들 
잔잔한 글들이 읽을수록 뭔가 여운이 남더라고요 

예쁜 일러스트 함께 보는 재미까지 더해주네요 
책 받고 하루만에 다 읽었는데 
반복해서 읽고 또 읽게 되네요
얼마남지 않은 2018년 ...
이유없이 싱숭생숭하고 우울한 요즘이었는데 
나의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 감사하고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어요 
사실 표지만 보고 반해서 산거라 큰 기대 안했는데
잘 산 것 같아요 



YES마니아 : 로얄 m*******0 2018.11.1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