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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지만 행복하게>로 유명한 '변산공동체'의 윤구병 선생은 원래 철학 교수였다. 1996년 강단을 떠난 그는 농사꾼으로 변신, 뜻 맞는 이들을 규합해 '변산공동체학교'라는 풀뿌리 공동체를 일구며 살고 있다. 변산공동체의 실험과 경험을 담은 책들은 여러권이 있지만 윤구병 선생이 본격 철학서를 출간한 것은 꽤 오랜만이다.
이 내용이 윤구병 선생이 <철학을 다시 쓴다>를 통해 주장하고 싶은 요지다. 저자는 존재론의 영역에서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서로 몸을 맞대 모순을 일으키고, 이로부터 변화와 운동이 생겨난다고 역설한다. 이 책은 '있을 것이 있고 없을 것이 없는 것이 좋은 것이고, 없을 것이 있거나 있을 것이 없으면 나쁜 것'이라는 단순하고 간단한 명제에 대한 철학적 해석이기도 하다. 이를 현상 세계에 적용한다면 '있을 것, 있어야 할 것이 있는 사회, 곧 자유롭고 평등하고 평화롭고 우애 있고 사랑이 가득한 사회는 좋은 사회이고 꾸로 '없을 것, 없어야 할 것인 억압과 착취와 전쟁과 이기심과 탐욕과 증오로 들끓는 사회는 나쁜 사회(p167)가 된다. 좋은 것, 좋은 사람, 좋은 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빠진 것, 없는 것이 없어야 한다. '있음'과 '없음'이라는 존재론적 문제에 대한 사유를 확장시켜 가면 '함과 됨'이라는 실천적 문제로 뻗어나간다. '함'은 능동이고 '됨'은 수동이다. 저자는 '있음'과 '없음'의 모순이 가득한 세상에서 '함'과 '됨'은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묻고 실천하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있을 것이 있고 없을 것이 없는 좋은 세상으로 진보하기 위해서는 주체성을 갖고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체성을 갖는 것이야 말로 철학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있음과 없음에서 함과 됨까지'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사실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역설적이게도 쉬운 말, 우리 말로 쓰여져 있기 때문이다. 서양철학에 익숙한 나머지 서양식 표현에 길들여진 탓일게다. 존재나 무라는 말을 대신하는 있음과 없음은 분명 쉬운 말이지만 생경한 탓에 오히려 어렵게 읽힌다는 점이 약점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그리스 철학자들이 그리스말로 철학을 했듯이 제 나라 말과 글로 써야 한다는 학자 윤구병의 뚝심이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