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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스탠퍼드 인문학 공부(원제 : A Practical Education: Why Liberal Arts Majors Make Great Employees) 저자 : 랜달 스트로스(Randall Stross) 역자 : 안종희 출판사 : 지식노마드 (2018)
랜달 스트로스 | 안종희 옮김 지식노마드 2018.11.05
저자인 랜달 스트로스 역시 스탠퍼드 대학에서 근대 중국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산호세 주립대학에서 경영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인문학 전공자의 한 사람이다. 저자는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최첨단 기술기업에 취업한 스탠퍼드 인문학 전공자들을 추적해, 미래의 인문학 전공자들에게 용기를 주고 인문학이 현실의 직업 세계에서 어떤 실용성을 가지는지 보여주고자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이 책은 하버드, 쿠퍼 유니온, 코넬 등 다른 대학의 교육모델과는 달리 처음부터 ‘실용교육’ 즉 졸업 후 산업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말 그대로 돈을 벌 능력을 갖춘 인재를 키우기 위해 인문학과 응용과학의 동등한 발전이라는 적절한 균형을 추구하는 교육이념을 표방했던 설립자 릴랜드 스탠퍼드 부부의 독특하고 원대한 비전에서 비롯된 대학 설립과정과 이후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점차 전문화된 교육을 옹호하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여 공학, 법학, 경영학, 경영대학원 등을 하나씩 추가해 나가는 스탠퍼드 대학의 내부 변화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주면서, 스탠퍼드 2025 프로젝트 결과를 통해 미래 교육의 핵심적인 변화까지도 미리 조망하고 있다.
초기 스탠퍼드 졸업자들 가운데는 역사학 전공자 마리엘 무어(맷슨 네비게이션 컴퍼니 회계 책임자), 철학 전공자 바바라 브라운(샌프란시스코 도시철도회사 관리자), 종교학 전공자 마이클 크렌델(라이트스케일 공동창업자), 종교학 전공자 게리 파지노(휴렛팩커드 정부 관련 업무 담당자), 지질학 전공자 허버트 후버(광산 기술의 신, 전 대통령) 등이 졸업 후 실리콘 밸리로 진출했다.
역사학과 심리학을 전공한 제니퍼 오켈만은 299번의 입사 지원에 실패한 후 실리콘밸리에서 일자리를 찾았고, 미국학을 전공한 엘리세 그랜가드는 졸업하고 3년이 지난 뒤에야 선배의 친구 도움으로 간신히 취업했으며, 영문학도 메레디스 헤이지는 대학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서 실패한 후 스트라이프의 위험관리자 경력직을 뽑는 면접 장소에 찾아갔다가 운 좋게 취업했으며, 가족과 공동체의 반대를 무릅쓰고 역사학을 전공한 제시카 무어는 구글 다양성 팀의 인턴을 거쳐 인사부에 정규직 전환에 성공했다.
저자에 따르면 이들은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배운 능력을 바탕으로 성공을 이뤄냈다. ‘빨리 배우는 능력’, ‘스스로 일을 해결하는 능력’, ‘방대한 자료를 빨리 읽고 핵심을 정리하는 능력’, ‘쉬운 커뮤니케이션’, ‘비판적 사고력’, ‘상황에 맞추어 일을 진행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이질적인 정보 조각을 통합하는 능력‘ 등이 바로 그것이다. 지식이 아니라 그 지식을 얻기 위해 받은 훈련이 중요하다. 저자는 “미친 짓처럼 보일지 모르지만”이라는 수식어를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문학 전공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붙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미래의 직업과는 별로 상관이 없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공부를 선택했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오로지 배우는 기쁨을 위해 미친 듯이 관심 분야를 파고들었고, 미친 듯이 자료를 조사했고, 미친 듯이 글쓰기를 했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서 변화무쌍한 미래에 대비하는 가장 중요한 무기인 빠르게 배우는 능력을 습득할 수 있었다.
인간 본연의 문제를 다루며 삶의 가치와 의미를 성찰할 수 있는 힘을 주는 인문학 전공자들은 오늘날 취업시장에서 고용주들의 무지와 외면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실리콘밸리 최고의 인재가 되어 여전히 인문학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좋은 직장, 좋은 일자리를 구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관심하게 대했던 인문학이 실은 우리의 삶에 가장 필요한 것임을 역설적으로 들려주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수많은 스탠퍼드 인문학 전공자들의 현재 모습을 추적한 끝에 이들이 인문학 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것이 아니라 인문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말한다.
소위 혈연, 지연, 학연 등을 적극 활용하는 것에 대한 우리나라의 부정적 인식과 달리 세계 최고의 선진국인 미국 그 안에서도 최첨단 기술기업들이 즐비한 실리콘 밸리에서 오히려 인적 네트워크의 힘이 가장 막강하게 작용한다는 아이러니한 사실은 바로 이 책에 소개된 인문학 전공자들은 대부분 강력한 스탠퍼드 동문 네트워크를 통해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공통점이다. 명문대 인기학과에 들어가서 돈벌이가 좋은 곳에 취직하기를 바라는 모습에서 모든 부모들은 자식들이 좀 더 잘 되기를 바라고 행복해지기를 바란다는 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전히 유효한 것 같다.
직업교육을 대학원 과정으로 미루는 모델을 지지한 역사가인 스탠퍼드 문리대 학장 리처드 살러가 “학생들은 폭넓은 수업을 들으면서 다양한 사고방식을 개발하고 뜻밖의 분야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자신의 열정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듯이 학부에서는 전공과 무관하게 학생 개개인의 다양한 관심사에 대한 방대한 분야를 넓고 얕게 배우고 탐색하며 미래 직업을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취업이나 진학 등 진로가 결정되면 대학원에 진학하여 관련 전공지식과 기술을 심화 학습하여 구체적인 사회생활을 준비할 수 있게 대학 교육의 편제를 개편하는 방안은 비단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으로 진지하게 논의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또한 가장 앞서 신기술과 지식을 개발하고 전수해야 하는 대학, 넓게 보면 교육이라는 분야가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사회의 변화를 뒤따라가는 모습에서 미국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역시 대학과 교육계의 변화가 참 어렵고 더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리암 키니는 부모의 반강제적인 교육지침대로 일단 스탠퍼드에 진학한 후 자유롭게 고전학과 상징체계를 전공으로 선택하였으며 컴퓨터과학 입문 수업을 통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였고 사운드하운드의 정규직 제안을 수락하였다. 스탠퍼드는 고전학과 인문학 전체나 특정 고전 공부를 추천하는 글이 포함된 링크를 대학 웹페이지에서 제공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21세기에 고전을 공부해야 할 12가지 이유(12 Reasons to be a Classics major in the 21st Century)>라는 추천 글은 스탠퍼드 교수가 아닌 바로 리암 키니의 글이다.
이 책은 인문학 공부를 통해 직업 세계에서 성공하기 위한 단초들을 제시해준다. 자신이 정말 배우고 싶은 것을 열정적으로 폭넓게 공부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습득하는 훈련을 획득함으로써 성공을 위한 강력한 무기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인문학 교육은 오랜 세월 입증된,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유용한 방법이며, 진정한 의미의 실용교육(a practical education)이므로 인문학 예비전공자 또는 그들의 부모들은 용기를 갖고 그런 선택을 한 자녀들을 믿고 기다려주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다만 책을 읽으며 조금 아쉬웠던 점을 두 가지만 지적하고 싶다. 첫째, 스탠퍼드 대학에 한정하여 조사 연구한 자료를 대부분 활용함으로써 자칫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빠질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우려이다. 둘째, 스탠퍼드 초대 총장 데이비드 스타 조던(David Starr Jordan)을 ’조던‘, ’조든‘, ’조단‘ 등으로 표기(pp. 76~77)하거나, 지능검사의 한계를 비판했던 언론인 월터 리프만(Walter Lippman)을 이후 계속 ’리퍼먼‘으로 잘못 표기(pp. 213~215)하였다. 이는 외국서적의 번역에 따른 한계 중의 하나이기는 하지만 같은 사람의 이름을 같은 책 같은 쪽에서조차 다르게 표시하는 것은 번역자는 물론 편집과정에서 바로잡았어야 하는 실수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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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스탠퍼드 인문학 공부>를
집어 들었을 때 오해를 했던 것이 세계 일류 대학인 스탠퍼드가 어떻게 인문학을 가르치는가에 대한 지식이나 팁을 얻을 수 있을 거란 점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그쪽이 아니라, 인문학을 공부한 스탠퍼드 졸업생들이
어떻게 사회에서 ‘성공’해 나가는지에 방향을 맞추었다. 책의 초반부는 스탠퍼드 설립 이야기가 나오고, 대학 창립자의 설립
취지, 교육의 목적에 관해서 다룬다. 그리고 중후반부로 진행이
되면서는 인문학을 공부하고 사회에 나간 졸업생들이 어떤 경로로 어떻게 발전해 나갔는지를 사례를 통해 이야기한다.
이 사례들이 이 책의 핵심이라 여기는데, 그 사례를 보고 있으면, 사람이 살면서 다양한 학문을 접하고 익히는 게 맞지만 역시나 배움의 시작은 ‘인문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의 사례로 소개된 ‘라즐로 보크’의
이야기가 인상 깊다. 그는 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한 소감을 “내가
무얼 하길 원하는지 전혀 감도 잡지 못하고 졸업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인생을 위한 준비로 인문학보다 더 나은 것은 없습니다. 인문학은
당신에게 통찰력과 인맥을 만드는 능력을 줍니다.”라는 말로 인문학 공부의 중요성과 장점을 후배들에게
말한다. 살아가면서 무엇이 정답인지 모르고 사는 나에게도 그의 말은 묵직하게 다가왔다. 해답을 못 찾을 때, 그 해답을 찾는 방법이라도 알아야 하는데 그때
인문학이 많은 힌트를 주리라는 확신이 섰다. <스탠퍼드 인문학 공부>는
인문학에서 중요한 요소로 글쓰기와 언어 능력을 꼽았다. 어느 날 갑자기 습득되는 능력이 아닌 이 두
가지는,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도 갈고 닦아야 하는 분야이다. 사람과 엮여 일하는 사람일수록 이야기를 구성하는 요령이 필요하고 생각을 명료하게 전달하는 글쓰기 능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SNS와 같이 즉각적인 표현 매체가 다양해진 지금일수록 다른 사람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존중하는 글과 말이 필요한 요즘이다. 이러한
이유로 <스탠퍼드 인문학 공부>는 지금 읽으면
좋은 책으로 꼽을 만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