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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을 때는 다른 어떤 감정보다 부러움이 앞섰다. 십대의 중반, 모든 것들이 즐겁고 호기심에 두 눈이 반짝반짝 빛날 수 있는 시간을 살아가는 이 아이들의 신선함이 나에게 좀 전해져오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 나이에 미처 그 느낌을 알아채지 못하고 투덜거리면서 지나왔던 안타까움을 만회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기에, 이제는 감히 이해한다고 어른스러운 마음으로 가르치려 들고 싶었던 게 아니라 이 아이들 그대로를 바라봐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어른들의 그런 고민 말고 즐겁게 살아가는 이 아이들의 하루하루를 보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런 즐거움이 아닌 어른으로 살아가는 우리들과 별다른 거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더 안타까운 마음으로 펼쳐들게 되었던 것 같다. 세상은 크게 달라지거나 변하지 않았지만 이 아이들에게는 기회가 조금 더 많음을 들려주고 싶은 간절함으로……. 제인, 제시카, 매튜, 네스타. 네 명의 아이들이 학교 건물 벽화 프로젝트의 한 팀이 되었다. 그림에 소질이 있었던 제인이 학교 앨범 표지 공모에 당선된 계기를 중심으로 세 명의 친구들이 포함되어 그들은 이제 한 팀이다. 그런데 벽화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바이슨 선생님은 이 아이들에게 벽화 그리기뿐만 아니라 매일 달리기를 시킨다. 하루하루 달리는 거리를 늘이고, 그 마지막 목표는 마라톤 하프 코스 완주하기. 벽화 그리기와 달리기가 무슨 연관이 있는지 전혀 납득이 되지 않는 이 아이들은 바이슨 선생님을 불도그 같은 독재자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벼랑 끝으로 들소들을 내 모는 사람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도대체 왜 달리라는 것인지, 언제까지 달리라는 것인지, 마라톤 하프코스는 왜 완주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것들뿐이다. 그래도 달렸다. 벽화를 그리기 위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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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할 것만 같던 일이었는데 어느새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와 있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인데 걱정했었구나. 하기 싫으니까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구나. 미스터 바이슨은 그걸 다 알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우리들은 우리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도 모르고 있나 보다.”
바이슨 선생님의 강요로 이 아이들이 달리기 시작했지만, 달리면서(벽화를 그리면서) 그 마음은 스스로 치유가 되고 있었다. 현명하게도 이 아이들은 그것을 잘 받아들여 그 상처를 치유하고, 자신들이 하고 있는 달리기와 벽화 그리기가 그 치유된 상처를 다독여주고 흉터까지 없앨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깟 달리기가 뭐라고, 숨만 차고 힘든데…….’라고 생각하면서 읽기 시작했던 나도 어느새 이 아이들과 함께 달리고 있었다. 마음속의 빨간 스티커가 한 장씩 떨어져 나가고 있음을 알아채고 있었다. 다시 집을 가질 수 있고 한국으로 돌아갈 희망을 가지게 된 제인, 비만인 엄마가 집 밖으로 나와서 자신이 그린 벽화를 보러 올 거라는 기대를 하게 되는 제시카, 그 많은 형제 속에서 그림자가 아닌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는 네스타, 동생이 하늘에서 늠름하게 성장하고 있는 형을 보고 있을 거라고 여기는 매튜처럼 말이다. 벽화가 완성이 되고 마라톤 하프 코스를 완주하던 날, 이 아이들은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바이슨 선생님이 왜 달리게 했는지, 벽화 프로젝트가 자신들에게 안겨준 선물이 무엇인지를. 지금까지와는 달라질 그 희망을 향해서 달려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달리기도 벽화 그리기도 끝났지만 그 너머의 희망을 향해 가고 있는 그 마음이 남아 있기에 여전히 달리고 그리고 있을 이 아이들을 떠올려 본다. 분명히 처음 시작할 때와는 다른 마음과 자세로 여전히 달리고 그리고 있을 것이라고.
![]() ![]()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첫날 나는 당장 나가서 운동화를 한 켤레 샀다. 그리고서 매일 저녁 7시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어둠을 밝혀줄 조명이 켜지기 시작하는 그 시간, 새로 산 운동화를 신고 집 근처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갔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 날과 동시에 한 바퀴(200m)를 돌고, 다음날은 두 바퀴를 돌고, 3일째인 오늘 세 바퀴를 돌고 왔다. 내일 저녁에 가면 네 바퀴를 돌고 오겠지. 매일 한 바퀴씩 늘여 가면서 열 바퀴를 채우고, 그 열 바퀴의 달리기가 내 몸에 익숙해질 때까지 달려보려고 한다. 처음 달리던 날 눈물이 났다. 피니시 라인이 없는 코스를 계속 달리는 것만 같았다. 왜 달리고 있는 지도 몰랐다. 이 책 속의 네 명의 아이들이 처음 달리던 그 느낌이 그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어디를 향해 가는지도 모르고 달리는 거. 어쩌면 영원히 그 피니시 라인이 없을지도 모르고 지금 당장은 왜 달리는지 모를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제 그런 것이 두렵지는 않다. 달리는 동안 세차게 뛰는 심장 박동 소리는 음악이 되어 귓가에 맴 돌고, 차오르는 숨소리는 리듬을 타고 더 탄력적으로 달리게 만들어, 얼굴에 부딪히는 그 바람을 기분 좋게 맞고 달리는 것을 즐길 수도 있게 해줄 것만 같았다. 곧 알게 될(어쩌면 이미 알게 되었을지도 모를), 피니시 라인 너머의 그 다음을 향해 달리는 그 시간이 좋으니까.
네 명의 아이들이 트랙을 달리고 벽화를 그리면서 느꼈을 감정들을 나도 같이 맞본 기분이다. 지금 눈앞의 시간이 무엇을 위해 흘러가는지도 모르게 짜증이 나고 주변의 많은 것들이 슬프고 괴롭겠지만 그럴수록 달릴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두 다리가 있고 달릴 수 있는 힘이 있으니까. 점점 더 더워지는 요즘, 열심히 달리고 숨이 차오르고 땀을 흘리고 나서 개운하게 씻고 나면 내 마음도 개운해지길 바라면서 계속 달려보고 싶다. 지금의 달리기가 나를 더 자라게 해주기를 바라는 희망을 담아서 최선을 다해 내일도 달리겠다고, 네 명의 아이들에게 그렇게 해주었던 것처럼.
“99퍼센트의 절망이 1퍼센트의 다른 마음에 섞여 묽어지는 것이다. 그 마음을 나는 희망이라고 믿었다. 그 마음이 희망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이래도 희망이란 말이 시시한가. 형체는 없었지만 희망은 언제나 우리의 마음속을 돌고 있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문득 궁금해진다. 바이슨 선생님은 이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싶은. 이 아이들이 피니시 라인까지 잘 달릴 수 있게 도와주는 페이스 메이커였을까, 아니면 이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멘토였을까, 그것도 아니면 같은 상처를 가진 공감으로 함께 달리는 친구였을까…….
We can do it. We can make a differen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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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땅, 많은 이들이 꿈과 희망, 부푼 기대를 안고 떠난 사람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은 무수히 많이 있었다.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해서. 정작 그 성공한 개인 사업가가 아니라 그 안에 숨쉬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궁금한 적이 많았다. 이 책은 그런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책으로 나 제인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벽화 프로젝트와 미스터 바이슨 선생님의 지도 아래 펼져지는 흥미진진한 마라톤 훈련을 통해 아이들이 서로를 발견하고 공통의 목적을 향해 나아간다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책이다. 뉴밀레니엄에 어울리는 각자의 주인공들이 빛나고 있다. 작가의 상상력과 현지 체험으로 빚어내는 미국 학교생활의 리얼한 이야기들도 재미있었고 벽화를 주제로 서로가 의기투합해 의견을 내고 좌충우돌하는 모습 역시 흥미로웠다. 저렇게 큰 벽화를 어떻게 그릴 수 있느냐고 하던 아이들은 마라톤 종주와 마찬가지로 그 임무를 무사히 해 낸다. 내가 이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59페이지에 실린 한국에서의 한 일화이다. 콜럼바인의 비극적인 사건 뒤로 바로 펼쳐지는 작가적 독백과도 같은 이 짧은 이야기는 기실 이 이야기의 중심이 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차압딱지가 온 집안 곳곳에 붙어있는 공간에서 주인공이 느낀 갈등이 다음 문장으로 잘 요약된다.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면 한 가족의 살림이 이렇게 함부로 취급되는 걸까. 그 살림살이에는 우리 가족의 긴 시간이 쌓여 있을 터였다. 어떻게 마구 우리 가족의 시간을 훼손할 수 있는 걸까.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라는 부분이다. 그 다음 장에서는 두 면을 할애해 제인이 방 한 가운데에 미간에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맥없이 주저앉아 있는 듯한 그림이 있다. 이민 세대는 부모 세대와 달라서 전혀 같지 않은 가치관, 생활 방식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한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나 어떠한 기억으로부터의 훼손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면 그 영혼은 늘 황폐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암시를 강하게 준다. 그래서 작가는 미국의 비극적인 콜럼바인 사건도 불러 들이고 각자가 무엇인가 도전을 받고 그것을 성취해 나가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던 것 같다. 이야기는 벽화라는 큰 틀과 달리는 훈련 두 가지로 완성되어져 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야기가 중간 중간 공백이 생길 때마다 아이들의 내면을 비추며 서로를 탐색한다거나 알아가기 위해 마련해 놓은 훌륭한 장치들로 인해서 글의 완성도가 높아지는 느낌을 받는다. 상금 백달러를 위해서 벽화를 그리게 되지만 <달리기>라는 오랜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결론보다는 일이 진행되는 그 자체를 즐기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어진다. 223페이지에 실린 슬비를 둘러싼 오해와 갈등을 이런 문장으로 처리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라고 여겨진다. “네 이번에 용서받지 못하면 슬비가 더 나빠질 것 같아요.” 학교에서 기획한 의미있는 벽화 작업을 통해 아이들은 더 성숙해지는 행보를 보인다.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심사숙고하고 훈련을 통과하기 위해 매 시간 규칙과 엄격한 훈련을 통과하는 모습, 친구와의 갈등에서 보여지는 용서 내지는 성숙한 화해의 제스처등이 그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무사히 끝났을 때 <소녀처럼 박차고 달려 나가는 꿈>이라는 작가의 말이 호소력 있게 와 닿는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무한한 가능성과 함께 무궁무진한 미래가 함께 들어 있다. 작은 씨앗 하나에 거대한 나무의 꿈이 들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비록 천둥과 번개를 맞아도 낙뢰에 쓰러져도 아이들이 거쳐야 하는 과정 속에서 꿈을 향해 매진하고 “달릴 수”만 있다면 “그건 얼마나 멋진 일일까”라고 읊조리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깔끔하고 단련된 문장에서 기분 좋은 호흡을 느꼈다. 내가 청소년 시절에 이렇게 용기를 북돋아주는 책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Go, vikings! we won't stop. 자살하는 많은 청소년들과 실의에 빠져 경쟁에 매몰된 많은 어린 친구들에게 과정을 즐기고 더 크고 높은 꿈을 향해 전진해 보라고 다독여 주는 책이다. 비록 수 많은 실패와 실의가 도사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세상은 너희들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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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벽화
뉴 밀레니엄(1000년 = 1밀레니엄)을 맞아 진행되는 학교 벽화 프로젝트 후보에 뽑힌 제인.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미술 선생님인 '미스터 바이슨'이 낸 테스트는 바로 5000M 장거리 달리기! 모두 의아해 하지만, 일단 테스트에는 통과한다. 그렇게 미스터 바이슨과 함께 달리기 훈련과 벽화 그리기를 병행하게된 제인. 게다가 훈련을 하는 이유가 마라톤 하프코스를 위한 것이라니? 대체 미스터 바이슨의 의도는 무엇일까? 그리고 벽화 그리기와 마라톤 완주. 두 마리에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제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람의 마음속에는 모두 '빨간 스티커'가 붙어있다. 이 빨간 스티커는 큰 충격, 생각하기 싫은 일들, 쉽게 말해 트라우마가 생길 만한 일을 경험했을때 붙으며 한번 붙으면 거의 떨어지는 법이 없다. 이 빨간 스티커는 불안, 초조, 공포등의 감정을 불러온다. 제인은 한국에서 '빨간 스티커'가 붙게 되며, 그 모종의 사건 때문에 미국으로 이민오게 된다. 제인은 마라톤 하프코스 완주와 벽화 그리기 이 두가지를 통해 각 팀원들이 마음에 붙은 빨간 스티커를 떼어낼 수 있는 계기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생각하는 이 빨간 스티커는 개인에게 생각하고 싶지 않은 '과거'다. 쉽게 말하면 트라우마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 트라우마를 이길려면 나 자신이 달라져야 한다.
저도 지금은 제인처럼 큰 영향을 주진 않지만 빨간 스티커를 하나 가지고 있다. 언젠가는 떼어내야 할 스티커. 저는 달려라 벽화를 읽고 스티커를 떼어내는 법을 배웠다. 조만간 한번 실천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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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어려움의 시작과 함께 그동안 살았던 곳과는 전혀 다른 곳에서 적응을 하며 산다는 것은 감당하기에 벅찬 일인지 모른다. IMF와 이민은 주인공 제인의 삶에 변화를 일게 만든다. 그리고 벽화 그리기 프로젝트와 마라톤 훈련이라는 학교 활동도 물론 제인에게 영향을 준다. 처음에는 주변의 모든 것이 바뀌고 낯설어 마음을 붙이는 것이 어렵다. 혼란스럽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제인은 혼자가 아니었다. 제인의 곁에는 마음의 상처를 지닌 친구들과 선생님이 함께한다. 학교라는 세상에서 친구들, 선생님과 어울리며 제인은 세상에 눈을 뜨며 성숙해진다. 꼭 어린 시절이 아니더라도 사람은 힘든 시기를 겪고 새로운 환경에 맞닥뜨리며 살아가기 마련이다. 누구나 혼자이고 살면서 감당해야 하는 고난을 극복하는 것도 결국에는 스스로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혼자라고 생각을 해도 주변에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각자의 어려움을 안고 산다. 그러한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들과 함께 삶을 그려본다는 것은 희망적인 일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삶을 살아가겠다는 이유와 의지도 생겨난다. 아무리 절망적이라고 생각이 되더라도 꿈을 그리고 달리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상징적인 주제가 아닐까 여겨진다. 어른이 되면 꿈은 잊었는지, 잃었는지 모르는 상태가 되고 삶이라는 것도 진정하게 사는 것인지 의문이 드는 순간이 많다. 이제부터라도 지난날의 꿈을 떠올려보고 재도약을 바라며 고민하는 삶을 살고자 다짐을 한다. 그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앞날을 그려보고 바라보며 달린다는 것은 불투명하다. 하지만 잠시 잊고 있었던 꿈을 끄집어내자 시들했던 삶에 생기가 도는 느낌이다. 또한 살면서 볼 것과 들을 것은 참으로 많다고 여겼는데 내가 진정으로 보고 들은 것은 별로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주위를 관찰하고 주변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살펴보면서 내 꿈을 실현시키는 것이 삶의 최종목표가 되었다. 글을 쓰고 그림을 만들며 사진을 찍는 꿈을 그려보며 달리는 삶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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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제인(Go Jane)! <달려라, 벽화> 리뷰
재밌었다. <달려라, 벽화>의 한 장 한 장을 넘기며 제인, 매튜, 네스타, 제시카 네 아이들의 벽화 그리기에 동참하는 심정으로 읽어갔다. ‘달려라, 벽화’라는 제목이 어렸을 때 즐겨 보았던 ‘달려라, 하니’를 연상하게 했고, 배경이 미국이라 낯설었지만 콜럼바인 총기 난사와 IMF라는 충격적인 시대의 사건을 다룬 작품속으로 금새 빠져들 수 있었다. 1999년은 그랬다. 미국에서는 두 명의 고등학생이 자신들의 고등학교에 총을 들고 가서 학생 12명과 교사 1명을 숨지게 하고 자신들도 자살했다. 순수한 학생들이 벌인 일이었다는 점에서 미 대륙은 충격에 휩싸였다. 우리나라는 전혀 예상치도 못했는데 IMF 구제금융이라는 사태를 맞고 국가가 부도를 선언해 적지 않은 기업과 사업체가 하루 아침에 망해 많은 이들이 실직자 신세가 되었다. 세기말에 여러 가지로 어수선한 한 밀레니엄의 끝에 주인공 제인도 직격타를 맞았다. 그래서 부모님과 함께 온 가족이 떠밀려 이민을 왔고 슬슬 적응했나 싶을 때 콜럼바인 사건이 터진 것이다. 제인에게 그 전과 후는 많이 다른 미국 생활이 되 버렸다. 타국에서 온 이방인 소녀의 소박한 아메리칸 드림은 그렇게 깨져 제인도 방황의 기로에 놓이게 됐을 때 한줄기 빛은 의외의 곳으로부터 왔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취미 반 특기 반으로 그려온 솜씨로 제출한 작품이 학교 앨범 앞을 장식하는 그림으로 당당히 2년 연속 뽑힌 것이다. 얼마전 부임해 온, 들소라는 별명의 ‘미스터 바이슨’은 미술 선생님인데 제인을 비롯해 그림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에게 솔깃한 미션을 제안한다. 학교 교무실 옆 벽면을 장식하는 학교를 대표할 벽화를 네 아이들에게 부탁한 것이다. 두둑한 상금과 함께. 하지만 거저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마라톤, 그 중에 하프 마라톤 대회에 출전해 완주해야만 한다는 조건을 선생님은 붙인다. 그렇게 해서 국적, 성격, 환경이 모두 다른 네 아이들이 주말에 모여서 함께 벽화를 그리고 훈련을 하는 게 <달려라, 벽화>의 주 스토리이다. 이 책을 읽고 다시 한번 나의 가치관 하나를 굳혀 보았다. 커다란 상처 하나 없는 사람은 결국 언젠가 타인에게 슬픈 상처를 남기는 사람이 된다고 말이다. 제인과 벽화 프로젝트 팀원 아이들은 우연치 않게 다들 맘 속 상처가 있었다. 제인은 아파트를 통째로 보증으로 잃어버려 온 집안에 빨간 스티커가 붙었던 날들이 있었고 매튜는 어린 동생을 교통사고로 떠나보냈고, 제시카는 엄마가 심한 비만증을 앓고 있고 따돌림을 당했고, 네스타는 10형제 중 한명으로 가정에서 존재감이 없는 아이였다. 미스터 바이슨의 무리한 마라톤 훈련으로 선생님 욕을 하면서 뭉치기 시작하긴 했지만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서로의 그런 상처들을 내보이며 서로의 아픔을 보듬는 사이가 된다. 어쩌면 미스터 바이슨은 그런 것을 미리 알고 무리수를 두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아이들 바깥에 주변을 맴도는 슬비라는 소녀가 있다. 무엇이든 제인이 하는 것은 자기도 잘해야 하고 흉내라도 내야 직성이 풀리는 애다. 슬비는 아버지가 교환교수로 와서 미국에 살게 됐는데 부족한 것, 마음의 다침을 전혀 경험해 보지 못했다. 그런데 그 슬비가 제인을 질투하기 시작한다. 시작은 15살 아이이니만큼 애교로 봐 줄 만했고 성격 좋은 제인도 처음엔 이해하고 넘어갔지만 끄지 않은 그 미움의 작은 불씨는 결국 큰 화를 초래한다. 아픔을 아직도 겪고 있는 아이들보다도 모든 걸 갖춘 슬비가 훨씬 미성숙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아픔이 사람 사이를 이어 주는 걸까. 아픔과 아픔 사이에 통하는 길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자신 속의 말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어 여기 모이게 되었을 것이다. 그 말이 마라톤이고 벽화가 아닐까." (p.156) 제인은 주인공이어서 그럴까, 참 바람직한 청소년처럼 그려진다. 갑자기 온 낯선 미국땅에서의 생활이 힘들 법도 한데 씩씩하게 살아가며 남동생도 잘 챙기는 게 사뭇 대견스럽다. <달려라, 벽화>는 그걸 가능케 하는 힘을 여러 가지 요소로 설명하고 있다. 팍팍한 삶이지만 화목한 가정이 우선일 터이고 월등한 그림 실력이 그에 이은 두 번째 그녀의 힘이다. 서로서로를 챙기는 매튜, 네스타, 제시카와의 또래의 발랄한 우정이 세 번째 동력이고, 마지막은 물론 미스터 바이슨의 지도력 덕분이다. 미스터 바이슨이 미술을 얼마나 잘 가르치는지, 마라톤을 얼마나 잘하는지는 사실 깊게 잘 알 수는 없었지만, 상상해봤을 때 그가 아이들을 교육하는 방식은 참 올바르다 여겨진다. 카리스마 있고 합리적이면서 아이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바탕에서 벽화를 그리는 팀원들 한 명 한 명의 가정환경을 배려하는 모습이 은근히 멋졌달까 처음엔 벽화를 그리는 것도, 다같이 마라톤 훈련을 하는 것 모두 납득하기 어려웠던 제인은 한 주 한주 그림과 운동을 해가며 그 의미를 깨닫는다. 무엇보다 벽화를 친구들과 함께 그리는 것에서 가슴 뛰는 감정을 경험한다. 온전히 그것을 느끼고 있을 때는 확실히 알 수 없었겠지만 그것은 결국 소명감과 재능의 발견에 다름 아니었다. 그래서 가슴 벅참과 설레이는 기대를 갖는 제인이 난 한편으로 부러웠다. “지금 이 벽화에 나의 기억과 꿈이 함께 그려지고 있다. 나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다가올 시간이. 나는 나의 기억과 시간을 사랑한다.” 과정이 너무 스파르타였던 건지 중간에 매튜가 힘겨워하며 도중하차할 위기를 맞는다. 제인과 아이들은 차분히 대화를 하면서 매튜를 설득하는 데 이 에피소드가 제법 인상적이었다. 미스터 바이슨과 애초에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 마라톤을 하려는 이유가 벽화 제작에 요구되는 ‘자신감’과 서로의 ‘신뢰감’ 때문이었다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하는 것이다. 선생님도 대단하지만 이런 면을 보면 네 명의 아이들도 그에 못지 않은 제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서히 성숙해 가는 우리의 제인, 네스타, 매튜, 제시카. 제인은 벽화를 완성해가며 친구들과 단순한 학교 친구 이상의 결속감을 느낀다. 마치 형제같다고 할 정도로. 예민한 사춘기 한 철의 과장된 마음이라고만은 치부할 수 없었다. 책을 읽으며 계속 나의 1999년과 또 중학교 때를 오버랩했는데 나 또한 그랬기 때문이다. 열다섯 무렵에 죽고 못 살던 친구들이 모두 현재도 끈끈한 관계인 것은 아니지만, 나 또한 – 그림은 아니지만 – 제인 못지 않게 모험적인 일을 친구들과 벌였었다. 서른이 넘어서까지 소중한 우정을 (고맙게도) 이어온 한 친구는 열다섯 그 모험심을 잃지 않고 NGO 단체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먼 남국(南國)에서 사고로 먼저 하늘로 떠나갔다. <달려라, 벽화>는 꽤 길다면 긴 청소년 장편소설이었는데 어쩌면 나와는 큰 공통점이 없을 수도 있는 책을 계속 마음을 쏟아 읽을 수 있었던 건, 어쩌면 제인과 아이들도 20여년후 성인이 됐을 그 때도 잊을 수 없는 친구로 남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나 보다. "벽화를 그리면 계속해서 기억이 떠오른다. 나는 기억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 같다. 벽화를 그리며 지금까지 지내 온 시간을 정리한다. 아이들을 돌아보았다. 제시카와 눈이 마주쳤다. 가슴이 뭉클했다. 함께 그림을 그리고 있는 우리가 정말 형제가 된 것 같다. 그건 서로의 빨간 스티커를 이해한다는 느낌일까. 우리는 지금 서로의 마음속에 붙은 빨간 스티커 때문에 형제가 되고 있나 보다. 나는 얼른 제시카에게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였다. 제시카도 나에게 동그라미로 답했다." (p.200) 처음 읽었을 때는 벽화를 그린 아이들, 특히 제인이 벽화를 훼손한 슬비를 용서해주자고 한 것을 쉽게 이해하기 힘들었다. 2번이나 그런 아이고 고질적이고 악의적인 아이였다. 친구를 떠나. 중학교라는 작다면 작은 공간, 그 중에서도 동아리같은 네 명의 아이들 모임도 엄연한 사회고 소우주다. 그곳에서 벌어진 엄청난 벽화 훼손 사건은 몇 달동안 노력해온 아이들의 의지를 꺾고 조그만 것에도 영향 받는 10대들에게 분노를 사기에 충분하고도 남는 것이었다. 매튜도 공분하고, 제인은 요즘말로 ‘멘탈 붕괴’를 겪는다. 하지만 종종 느꼈던 건데 아이들은 어떤 면에선 한 문제에 어른들보다 더 현명한 생각으로 대처하는 순간이 있다. 심각한 이 사태에서 아이들은 해결을 위해 엄청나게 고민을 하고 시간을 갖고 대화를 나눈다. <달려라, 벽화>에서 가장 눈부셨던 이야기 하나를 꼽으라면 필자는 이 부분을 택할 것 같다. 흔히 어른들이 쉽게 아이들에게 교훈으로써 ‘용서를 하라’는 미덕을 가르치지만 어디 그게 쉬운가. 하물며 어른 자신은 얼마나 자신이 당한 일에서 용서를 하는가. 그간의 혹독한 마라톤 연습의 열매인 대회 완주를 통해 얻은 보람과 네 아이의 진실된 우정이 슬비를 처벌하지 않고 최선의 방식으로 슬비로부터 진심의 사과를 이끌어내게 했다고 난 생각한다. 스티븐 킹의 원작을 영화화 한 <스탠 바이 미>를 얼마전에 보면서 그래, 10대 그 모험심 넘치고 무엇이건 도전하고 때로 깨지고 질투하고 울고 웃었던 그 때, 열다섯의 기억과 추억을 잊고 살았구나 하며 아득해졌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이번에 <달려라, 벽화>를 보면서 한편의 성장영화를 보는 것처럼 주인공 모두에게 감정 이입을 하며 흥미진진하게 독서할 수 있어 뜻깊었다. 미스터 바이슨이 아이들이 하프 마라톤과 벽화 개막식을 마치고 나서 한 말처럼 나도 제인과 친구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나도 너희들 덕분에 행복했다.” 저는 “정말 멋진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제인이 지금도 존재한다면 스물 여덟살 정도 되었을 텐데 멋진 화가가 되었을까? 아니면 재미교포 출신의 세계 최초 벽화 전문 아티스트? 아무튼 그녀의 지금을 만든 청소년기의 ‘제인 되기 Becoming Jane’ 성장담을 내게도 들려줘서 고맙다.
http://blog.yes24.com/bohemian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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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는 왠지 역사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한참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중2아들에게 먼저 읽어보라고 권했더니 토요일 온종일을 책을 끼고,읽다가 쉬다가 하더니 주인공은 여자아이지만 또래이야기라 많이 공감이 가고 좋은 책인것 같다고 한다. 어떤내용이 좋으냐 물었더니 얽힌 친구관계를 지혜롭게 풀어가는것도 그렇고 자신의 재능을 살려 자신감을 갖게 되는 과정이 감동적이라고말한다. 아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도 열심히 읽어보았다.
작가 '이채원'은 초등학교3학년때 혼자 이야기를 상상하다가 작가가 될 거라는 생각을 했단다. 2010년 현대문학에 장편소설<나의 아름다운마라톤>이 당선되었고, 곧바로 <달려라, 벽화>로 2011년 제1회 한우리 문학상 청소년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IMF때 아버지의 일이 어렵게 되어 어쩔수없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되면서 그곳학교에서 그려낸 그림때문에 미술 재능을 인정받아 학교벽에 밀레니엄 시대를 위해 벽화를 그리게 된다. 그러면서 하프마라톤 연습도 하고 완주를 하며 마음속에 응어리들을 하나하나 풀어가게 된다. 하지만 벽화그리기 테스트에서 제인때문에 탈락한 '슬비'라는 아이가 벽화를 망가뜨리며 갈등을 만들어 가지만 친구들과 함께 슬비를 설득하여 고백하고 반성하게 만든다.
제인의 이름과,함께 그린 친구들의 이름이 새겨진 벽화를 개막하는날, 모두에게 박수를 받으며 벅찬가슴으로 자신은 꼭 벽화속의 달려가는 바이킹의 모습처럼 뉴 밀레니엄에 나는 꼭 꿈을 이룬 사람이 되어 있을거라며 다짐을 한다. 어쩔수 없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헤어져 낯선 환경에서 많은 상처를 받지만 꿋꿋이 극복하고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제인'의 성장과정을 통해 또래 청소년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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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가 달릴 수 있어요? 제목 참 희한하네요. 「달려라 벽화」 이채원 장편소설, 신얼 그림. 책 표지의 그림을 보니까 바이킹 모자를 쓴 사람(아이들)들이 뛰는 모습이네요. 뭐랄까? 역동적이고 참 보기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설의 첫 문장. “출발 신호가 떨어졌다.” 짧은 이 문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더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미스터 바이슨의 팀원 자격 테스트, 5,000미터 달리기다.” 자격 테스트인데 달리기라? 의문이 들면서 또 다음 문장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음. 글쓰기에 대한 책을 읽다보면 어떤 글이든 첫 문장이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이 소설은 그에 맞는 문장으로 시작한 것 같다. 좋은 예가 될 수 있는 소설이 아닌가 싶다. 아마 그래서 문학상을 받은 것이 아닌 가 싶다. 한국인 소녀가 미국에 가서 겪는 성장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인해 미국으로 건너간 소녀가 그곳에서 학교에서 내 준 숙제(?)인 벽화를 그리면서 겪는 이야기이다. 그 소녀와 나머지 팀원과 선생님의 이야기. 그들은 결국 벽화를 완성함으로써 그들이 가지고 있는 상처를 치유한다. 이 이야기는 미국으로 이민을 간 소녀의 이야기로 예전에 읽었던 만화와 공간적 배경이 너무나 흡사해서 생각이 그 만화가 생각이 났다. 그 만화 제목이 <사각사각>인데, 작가의 이름이 ‘김나경’이다. 생각해 보니 공통점이 또 있다. 이 소설과 만화의 주인공이 둘 다 그림 내지는 만화에 재능이 있다는 것이다. 재능이 아니면 노력이랄까? 암튼 관심이 많은 것이 사실이니까. 이 소설은 읽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 문장이 쉬워서인지 술술 넘길 수 있었다. 이런 소설을 읽다보면 기분이 상쾌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가끔 어떤 소설을 읽다보면 그렇게 책장이 안 넘어가는 것들이 있었는데 이 소설은 정말로 소주를 마시듯 술술 넘어갔다. 크아~. 벽화를 그리면서 한 가지 미션이 또 있는 소설이었다. 벽화를 그린 것뿐이 아니라 마라톤 연습을 통해 자신들을 이기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솔직히 하프마라톤은 뛰어본 적이 없어서 모르지만 엄청 고통스러운 것을 알고 있다. 전에 10km를 뛰어본 적 있었는데 다 뛰고 나서 엄청 고생한 기억이 나기 때문이다. 메달을 따서 기분은 좋았지만, 일주일 간 무릎이 아파서 엄청 고생했다는. 큭. 그런데 하프는 10km를 더 뛰는 것이라서 더 고생했으리라 추측해 본다. 엄청 아팠을 거야. 팀원들 이름 공개하겠습니다. 매튜, 네스타, 제시카. 여기서 제시카는 소녀시대의 제시카는 아닐 겁니다. 그러면 팀장은 ‘나’인데요. 이름은 제인입니다. 그리고 총괄하는 선생님은 바이슨이라는 사람인데요. 이름은 아니고 별명 같네요. 저도 학생 때 선생님들 이름보다는 별명을 불렀거든요. 물론 안 계시는데서 마구 불렀죠. 아마 그 별명을 선생님이 알았더라면 으. 매타작이 끊이지 않았을 것 같네요. 벽화를 그리는 팀원에 탈락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 중에 나중에 대형 사고를 치는 녀석이 있습니다. ‘슬비’라고 있습니다. 슬비는 제인의 친구인데요. 나중에 제인에게 걸리죠. 딱 걸려서 혼쭐납니다. 사실 학교 차원에서 벌을 받아야 마땅한데요. 용서를 해주고 끝. 좋게 끝이 나죠. 암튼 그림을 완성하고, 마라톤도 완주하는 이들의 가슴에는 무엇인가 남아 있을 거라 생각해 봅니다. 최소한 자신감은 생성이 되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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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빚보증으로 집에는 빨간 딱지가 붙고 제인의 가족은 미국으로 이민을 간다. 힘들게 시작하는 미국 생활이다. 거기서 제인은 뉴 밀레니엄을 기념하는 학교 벽화를 총괄하는 선생님인 미스터 바이슨의 제안으로 제시카, 도란, 매튜와 한조가 되어 그리게 되고 벽화를 그리면서 하프 마라톤에도 조원 모두 도전을 한다. 물론 아이의 성장 소설이다. 워낙 총명하고 어른스럽고 성숙한 아이의 성장소설이기에 심심하다 할 수도 있지만 그 아이의 생활과 생각을 읽으면서 나는 그 아이처럼 스스로 그 빨간 스티커를 제대로 떼어내지 못했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물론 선생님도 마음속엔 그렇게 아픔의 빨간 스티커가 있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보드듬으면서 형제와 가족같이 진정한 한팀을 이룬다.
물론 핸피앤딩이다. 벽화도 훌륭하게 완성을 하고 조원 모두 하프마라톤을 완주한다. 기특하고 대견함을 넘어 감동을 주기도 한다. 요즘 아이들 읽는 책에서 감동을 너무 받는다. 젊어지는 것이 아니고 어려지는 건 아닌지 살짝 걱정이 된다.
마라톤을 달리는 것도 벽화를 그리는 것도 한 번에 완성된 모습이 드러나지 않는 일인가 보다. 쉬지 않고 달려야 피니시 라인이 보이듯 벽화도 마지막까지 그려야 그림의 모습을 볼 수 있겠지. 마라톤 대회는 얼마 남지 않았다. 두렵지만 포기할 마음은 없다. 벽화도 거의 완성되어 간다. 우리는 곧 벽화를 완성할 것이다.
페이지 : 204 "여섯번째 벽화 그리기와 10킬로미터 달리기" 중에서
문장도 극의 전개나 적당한 긴장감이 중학생이 읽기에 무리없고 쉽게 읽을 것이다. 다만 주인공이 너무 성숙하고 어른스러워 쉽게 동화되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은 잠깐 들긴 했다. 이미 어른스러운 아이가 합리적인 결정을 해 나가는 과정은 감동을 받을 순 있겠지만 동질감은 좀 떨어지니 말이다. 게다가 일주일에 책 한권을 다 읽어야 수업을 진행 할 수 있는데,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아이들이 일주일이라는 시간동안 작가의 말까지 260여쪽이나 되는 책을 읽고 제대로 이해까지 할 수 있을지는 좀 걱정이다. 문장도 은근 함축적 의미를 지녔기에 문장까지 따지고 들면 좀 버거울 시간일 수도 있겠다. 겨우 책한권..이럴수도 있지만 애들이 어디....학교나 학원이 그리 널널한가...
세상은 무섭고 놀라운 일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곳이다. 우리 가족에게 그런 일이 생길 줄 몰랐던 것처럼 언제 어디서 그런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누구에겐가 무섭고 끔찍한 일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페이지 : 191 "처음 카페에 간 날" 중에서
읽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읽었기 때문에 그쯤에서 끝나면 그만인걸 자꾸 나의 "빨간 스티커"가 생각나고 날 괴롭힌다. 속이 좀 불편해 며칠 고생하고 있기에 좀 참고 있었는데 결국엔 캔맥주 하나를 따서 손에 쥐고 나니 마음이 편해진다. 한모금씩 들이 킬 때마다 나도 그때의 그 빨간 스티커 일이 생각난다. 나도 이 아이들처럼 하프마라톤이라도 도전을 해야 떼어낼 수 있을까.....하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해보지만 헛소리란걸 나 스스로도 잘 안다.
그 아이들에겐 "차압"의 빨간 스티커가 아닌 아픔의 "빨간 스티커"가 있었고 혼자였다면 스스로 이겨내기 힘들었을 터인데 선생님의 이끌어줌을 잘 따라오면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잘도 이겨낸다. 모...나도 잊을 만큼 잊고 떼어낼 만큼 떼어냈지만 그게 어디 완전히 떨어지겠는가.
세상은 정말 무섭고 눈뜨고도 코 베어가면서 아무 잘못도 없이 무슨 일인가가 부지불식간에 뒤통수를 때린다. 그럴때 절대 잊지 말고 명심해야 하는 것은 왜 이런일이 일어났는지를 생각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괜이 "내가..무슨...잘못을.."이러면 절대 못 벗어난다. 그건 나의 잘못이 아니다. 그냥 일어난 일이고 그냥 벌어진 일일 뿐이다. 차라리 남의 탓을 해라. 하늘을 원망해라. 그러면 언젠가 그들을 이해하고 용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원망하면 이해하거나 용서하기가 더 힘들기에 그 수렁에서 나오기 정말 힘이 든다.
또 삼천포로 빠졌다...끙...-_-;;;
하여간 중학생정도의 여자아이의 성장 소설이고 조금은 긴 듯 하지만 지루하지 않으며 스스로 해내는 일들이 얼토당토 하지 않고 납득이 가니 내용의 이해와 몰입에 큰 문제는 없을 듯 하다. 삽입되어 있는 그림도 만화처럼 간결하고 선명해서 보기에도 좋고 그림만 봐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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