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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금융 회사의 애널리스트 출신인 코너 우드먼은 세계 일주를 하면서 미디어를 통해서는 제대로 알 수 없었던 ‘세계의 문제’를 직접 체험하고 기록한다. 이번 여행의 시작은 그가 기차 속에서 마시던 커피잔에 새겨진 아프리카 농부의 사진과 메시지 때문이었다. ‘당신이 마신 이 커피가 우간다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 줍니다.’ 메시지 옆에 붙은 공정 무역 재단의 로고와 슬로건을 본 코너 우드먼은 공정 무역 상품이 아프리카 농부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의문을 품는다. 그는 1년 동안 니카라과, 영국, 중국, 라오스, 콩고 민주 공화국, 아프가니스탄, 탄자니아 그리고 코트디부아르를 오가며, 오늘날 어마어마한 규모의 무역량에도 불구하고 저개발 국가의 상황이 별반 나아지지 못했음을 알게 된다. 상부상조하며 모두가 더 잘 살자는 속삭임은 이루어질 수 없는 자본주의의 허무맹랑한 거짓말일까? 일하는 사람 따로, 돈 버는 사람 따로인 실태의 원인이 개인의 능력 문제에만 있는 걸까? -세계적인 대기업이 저개발국가에서 사들이는 상품의 규모가 수백조 원이 넘는데도 왜 정작 제품을 생산하는 사람들은 끼니를 해결하기에도 벅찬 걸까? 그들이 일한 만큼 버는 것은 불가능한 걸까? 그들은 왜 목숨을 걸고 농사를 짓고, 고기를 잡고, 제품을 조립하고, 광물을 캐야만 하는 걸까? (p.14) 저자는 니카라과의 한 해안 마을에서 다리를 절거나 목발을 짚는 젊은이들을 많이 만난다. 이 마을 젊은이들이 바닷가재를 잡기 위해 최소한의 안전 장치도 없이 무리한 심해 다이빙을 하는 까닭에, 목숨을 잃거나 사고를 당한 젊은이들이 많은 것이었다. 다이버들이 잡아 올린 바닷가재는 미국 등으로 팔려 가 세계적인 랍스터 체인점으로 공급된다. 그러니 니카라과 다이버들의 목숨을 걸어야만 하는 열악한 작업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는 존재는 미국 레스토랑과 해산물 기업 그리고 소비자들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이러한 비윤리적인 공급망을 뻔히 알면서도 모른 척 뒷짐 지고 책임 지려 하지 않는다. 우리는 ‘진짜’ 윤리적 소비가 무엇인지 좀더 지독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책을 읽기 전까지는 나 역시 마트에 가서 공정 무역 인증 마크가 붙은 초콜릿이나 커피를 구입하는 일이 작게나마 윤리적 소비에 동참하는 길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어느 훌륭한 재단에서 다 알아서 인증했겠지, 깊이 고민하지 않은 채로 그저 윤리적인 소비자가 되는 기쁨을 ‘구입’하는 것이다. 상품의 생산자가 안전한 환경에서 정당한 대가를 지급받는지, 상품의 제조 및 유통 과정에서 제3세계 노동자들이 어떤 대우를 받고 사는지 등 ‘윤리적 소비’와 관련된 엄청난 서사는 인증 마크 뒤에서 함몰된다. 윤리적 소비자가 된다는 사실만이 소비되는 현실. 실상 우리에겐 아직 윤리적 소비에 관한 진정성 있는 의지가 부족하고, 그런 소비자는 대기업의 의사 결정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공정 무역 인증 마크는 일종의 현대식 면죄부로 기능한다. 공정 무역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소비자가 훨씬 더 많은 현실도 간과해서는 안 되겠다. -올바른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이 있지만, 올바른 일이 무엇인지 스스로 찾을 만한 시간도, 의지도 없어서, 그런 일은 대기업이 알아서 해 주리라 기대한다. (p.62) 물론 소비자의 의지가 부족한 것도 맞지만, 소비자의 눈을 가리는 행위가 교묘한 탓도 있다. 감쪽 같이 윤리적 상품으로 포장하는 공정 무역 인증 마크의 실체를 파헤치다가 저자는 몇 가지 문제점을 발견한다. 우선 공정무역재단이 코코아, 설탕, 커피, 차(tea) 등에 적용하는 최저가는 시장가에 현저히 미치지 못한다. 재단이 시장가보다 낮은 최저가를 설정해 두니 기업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공정무역재단에 브랜드 사용료를 지급하고 인증 마크를 붙인 상품을 출시한다. 기업의 입장에서 윤리적 상품이라는 인증 마크는 하나의 마케팅 수단인 반면에 시장가보다도 더 낮게 설정된 최저가는 생산자의 삶에 기여하는 바가 없다. 또한 소비자들은 자신이 구매한 상품이 윤리적 자격 요건을 갖추었는지 알고 싶어도, 제조 업체와 판매 업체가 달라서 어려움을 겪는다. 만일 내가 특정 브랜드를 좋아한다면 의도치 않게 내가 그 브랜드 상품의 원료생산-제조-유통의 전 과정과 관련되는 셈이다. 이런 연결고리를 자꾸만 따져보는 불편한 사람들이 많아지는 일을 불편해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서양의 진화한 자본주의가 중국의 개인주의적인 자본주의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말한다. 중국은 막강한 자금을 바탕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에서 개발권을 따내며 그곳 생산자의 삶을 흔들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은 라오스의 수많은 산을 벌목하고 온통 고무나무를 심어 라오스를 고무 산업의 전초기지로 삼았다. 계약에 따르면 중국은 앞으로도 몇십 년 동안 산림을 차지할 것이며 언제든 본토에서 노동자를 데려와 라오스 현지인들을 대신할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중국이 아프리카 연안의 해산물을 쓸어 가는 바람에 현지 어부들은 60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수입한 말린 생선을 먹고 살아야 한다. 이 모든 일들의 문제점은 생산자의 삶이 휘청인다는 것이고 이런 과정을 통해 소비되는 상품과 서비스는 비윤리적이다. 콩고 민주 공화국이나 아프가니스탄의 사례는 더 비참했다. 콩고 민주 공화국의 주석이나 아프가니스탄의 양귀비는 국제 사회에서 대외적으로 무역 금지 품목이지만, UN이 이에 대한 압력을 행사하면 할수록 지하 경제가 더 활성화되는 게 현실이다. 코너 우드먼은 이 비극의 근본적 원인은 ‘가난’이고 생산자의 생계를 책임지지 못하면서 주석이나 양귀비 생산을 막기만 한다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진단한다. 대신에 양귀비를 합법적으로 수출해서 모르핀 등 의약품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현지 중심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리고 일회성에 그치고 마는 비정부기구의 기금을 도로 치안에 투자하는 현실적 지원을 통해 생산자들을 실물 경제에 포함하자고 주장한다. 코너 우드먼이 제시한 몇 가지 해결책들은 그가 똑똑해서라기 보다는 그가 직접 현지에서 체험하며 무엇보다 현지인들과 끊임없이 소통했기 때문인 것 같다. (책에는 많은 현지인들의 인터뷰가 포함되어 있다.) 그동안 공정 무역에 관한 논의에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은 권위를 지닌 사람들이었지, 생산의 주체가 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아마도 저개발 국가의 생산자들에게서는 더 나은 아이디어를 기대할 수 없다는 편견이 작동해서일까?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봐야 비극이 되풀이되는 이유를 찾고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가 역시 옳다. -현지 중심의 해결책은 상의하달식 해결책보다 더 효과적이다. 세계 빈곤층이라고 다 똑같은 집단이 아니다. 지금까지 세계적인 해결책은 이들 각각의 구체적인 필요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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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이 이렇게 생생할 수 있을까? 저자 코너 우드먼은 런던의 억대 연봉 애널리스트였다. 안정된 미래를 뒤로하고 그는 세계 각지의 경제 현장을 몸소 경험하기 위해 떠난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단순히 배낭여행이 아니다. 직접 거래하고, 사보고, 팔아보며 자본주의의 실제 작동 원리를 배우는 것. 말 그대로 '현장 체험형 경제학'이다. 그는 동아프리카에서 낙타를 사고 팔고, 중국에서 플라스틱 제품을 구입해 중동에 팔며, 남미에서는 농산물 유통을 시도한다. 이 모든 여정은 돈벌이의 수단이라기보다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시스템이 사람의 삶 속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왜곡되고 흘러가는지를 탐험하는 과정이다. 책이 특별한 이유는, 단지 경제학적 통찰 때문만이 아니다. 현장의 냄새, 사람들의 얼굴, 문화적 충돌, 그리고 예기치 않은 실패까지 모두 기록했다는 점이다. 그 안에는 시장 논리 속에서 무시되기 쉬운 인간의 감정과 공동체, 윤리에 대한 고민이 녹아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동시에 경제서이면서 여행기이고, 다큐멘터리이며 성찰록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저자가 "경제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라고 말하는 부분이다. 우리는 자본주의를 너무 거창한 구조로만 이해하려 하지만, 사실 그것은 길거리 노점상, 해안가 어부, 시장의 흥정꾼 같은 ‘현장의 인간들’ 속에 살아 있다. 이 책은 그 사실을 몸으로 증명한다. 『나는 세계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는 숫자와 그래프를 벗어난 살아 있는 자본주의 수업이자, 삶의 현장에서 다시 묻는 ‘경제란 무엇인가’에 대한 인간적인 대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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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이 된 딸아이의 독서논술책으로 구입하게 되었어요. 책이 두껍긴 해도 세계 여행을 하고 싶어 하는 딸아이가 호기심에 책을 펼쳐보더니 재밌다고 하네요. 사실 두꺼워서 어려워 할 줄 알았는데 재밌다니 다행이라 생각했어요. 작가가 세계일주를 하면서 배웠던것을 토대로 대기업의 비윤리적인 현실을 폭로하는 내용이라고 아이가 말하던데 이책을 읽고 좀더 많은 생각과 나라간의 경제 관계도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중학생인 우리아이가 읽어도 좋고 고등학생이 읽어도 좋은 책인것 같습니다. 적극 추천합니다. |
| 자본주의는 양면성을 지닌다. 총량적으로는 과거와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의 물질적 풍요를 제공해주는 동시에, 또한 물질을 비롯한 다양한 요소의 불평등을 야기시킨다. 예전에도 불평등은 존재했지만 자본주의의 그것은 논의의 세팅을 다시해야 할 정도의 이질성을 가진다. 이 책은 겉으로 드러난 풍요로움, 화려함, 윤택함을 자랑하는 자본주의의 속살을 내밀히 관찰한다. 그 속의 불합리와 불평등의 모습을 수려한 관념어나 거시적 담론의 틀 없이 담담히 그 일상을 추적한다. 여기서 관찰하는 불평등은 단지 이데올로기적 시각으로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이 자본주의가 가진 시스템과 그 운용원리를 쫒아가면서 합리와 합리가 만나고 이어져 만들어낸 불합리와 모순을 결국 찾아낸다. 글로벌라이제이션 이라는 큰 틀과 그 공급망의 연결이 만들어내는 장면의 부조리함을 어떠한 감정적 격함이나 동요없이 수수하지만 냉철하게 찾아내 독자들에게 제시한다. 공정무역이 정말로 공정한 것인가 라는 단순한 질문에 직면해 보는 것 만으로도 이 책을 일독해 볼 가치가 있으며, ‘No logo’ 라는 책과 다른 시각으로 우리에게 불편하지만 직시해야할 사실들을 담담히 알려준다. |
| 대기업의 맨바닥노동자들을보호하려는 의지가 없는게 그들이 빈약한 첫번째 이유였다.아프가니스탄에서는 밀이나 작물을 재배하면 팔러가는 검문소에 수수료명목의 삥을 뜯겨서 할수없이 직접 와서 수거해가는 불법수거상을 상대로 양귀비를 재배하게 되는게 웃겼다.가재 잠수부가 열악한 환경땜시 모두 절름발이가 되는것 귀한 생선을 잡으면서 정작 본인들은 몇백킬로 떨어진 곳에서 오는 쥐포를 먹는것등 온갖 불합리하고 일해도 돈벌수 없는 구조들에 실소를 금할길이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