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 없는 거리와 지도 마을 에피소드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길 없는 거리는 꿈속에서도, 그리고 현실에서도 사적인 공간이 허용되지 않는 끔찍한 상황을 겪는 여주인공 사이코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이런 세계가 현실이 된다면 히키코모리는 발생되지 않겠지만, 과연 내가 마음놓고 쉴 수 있을 공간이 없다면 나같은 사람은 미쳐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지도 마을은 지도 표시를 봐야만 알 수 있는 심각한 방향치 현상을 겪는 어느 마을에 신혼부부가 놀러왔다가 마을의 금괴를 우연히 훔치게되면서 겪는 이야기로 결국 아내가 실종되고 마는 비극적인 결말이 인상적이다. |
| 이토 준지의 여러 단편 중에서 이번 단편들도 꽤 만족스러운 평가를 내리고 싶네요. 평소 우리가 그냥 지나쳤던 일상도 공포로 다가올수 있다라는것을 보여줍니다. 길 없는 거리 - 처음에는 스토커 이야기인가? 하고 생각했는데 보면 볼수로 묘한 매력이 있는 에피소드였습니다. 점차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없어지고, 그 프라이버시를 침해 당했을때의 사람들이 공격적인 성향으로 변하면서 자신을 컨트롤할수 없게되지요. 왠지 지금의 모습이 점점 닮아가는것 같아 섬?했습니다. 이상접근 - 이번 에피소드는 우리가 자주 접하는 공포를 소재로 했어요. 자신의 가까운 사람이 나타났는데, 알고보니 그 시간은 그가 죽은 후였다라는... 하지만 아는 이야기여도 이렇게 만화로 접하니 아무렇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 지도마을 - 이토 준지의 상상력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 주변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이 그의 머리를 거쳐 공포의 소재가 되니깐요. 이번 에피소드는 길치에 관한것인데, 역시나 그냥 굴러들어오는 복은 없다는것을 보여줍니다. 사이렌 마을 - 무시무시한 사이렌 소리에 악마의 지배를 받게 되는 마을. 결말이 무척 찜찜하게 끝나지요. 초자연 전학생 - 초자연 현상을 연구하는 클럽이 새로운 전학생을 맞이하면서 위기를 맞게 되지요. 사실 그 전학생이야말로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학생이었으니깐요. 무청 흥미로운 이야기였습니다. |
| 여자 주인공은, 집 식구들의 무분별한 엿봄과 사생활 침해를 더이상 참을수가 없어서 짐을 싸들고 혼자 사는 이모에게 가기로 한다. 그런데 이모가 사는 마을에 도착했을때..마을에는 길이 없고 남의 집을 마구 드나들며 다니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길 없는 거리..에서는 길이 없다. 남의 집 같은 곳을 통과하며 다녀야 한다.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문을 닫으면 사람들에게 몰매를 맞는다. 그런 곳에서 헤메다, 결국 이모 집을 찾아가지만, 이모는 정신이 이상해진 상태였다. 하긴, 그런 사생활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곳에서 살았으니 무리도 아니지만.. 이모가 칼을 들고 덤벼서 주인공은 도망치지만, 꿈 속에서 만났던 살인자를 직접 만나게 된다. 한마디로 설상가상이다.. 그 살인자에게 죽음을 당하려는 찰나, 이모가 와서 살인자를 죽이고는 그 마을에서 빠져나가는 길을 가르쳐 준다. 여러 가지를 시사해 주는 단편인것 같다.. 사생활로 지킬수 있는 부분이 점점 줄어들고, 남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울수 없는 세상.. 그런것을 풍자하는것은 아닐까? |
| '길없는 거리'에는 길이 없다. 모두들 다른 사람의 공간을 넘나들며 다녀야 한다. 그래서 사생활이란 있을 수 없다. 만일 자신만의 공간을 갖고자 문을 잠근다는 것이 이곳에서 그 어떤 것 보다도 큰 죄이다. 이토 준지의 그림은 섬특하지만 그 나름대로의 의미를 혼자서 부여하며 읽기에는 그만이다. 우리 자신의 삶도 사실 길 없는 거리 처럼 꼭꼭 문을 잠그고 살아가도 다른 사람의 눈에 노출되는 것이 너무나도 쉬운 세상이 되었다. 소니사의 나이트 샷 기능이 있는 비디오가 아니더라도, 양심적인 주인이 있는 가게에 가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불건전한 시선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란 쉽지 않다. 그러한 모습을 극단적인 그림으로 표현했고 또 우리 중 일부의 마음 속에는 그것이 잔인할 정도의 쾌락을 선사하나 보다. 다이아나가 파파라치를 피하다 죽음을 당한 것처럼. 그러나 다른 사람의 사생활 - 특히 연예인이나 유명인들 -을 즐겼다는 점에서는 모두 공범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세태가 계속되다간 정말 그림처럼 머리에 눈이 잔뜩 달린 신 인류가 탄생하지는 않을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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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 공포를 느끼는가? 예상 밖의, 괴이한, 정체를 알 수 없는 것과 직면했을 때 우리는 공포에 사로잡힌다. 만약 우리가 익숙해 있고, 친근하게 느끼던 대상이 별안간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으로 바뀐다면 공포의 정도는 더욱 심할 것이다. 이토 준지는 만화라는 매체를 통해 그 원리를 잘 구현해내고 있다. 사실 문학이나 영화에 비해 만화를 통해 공포를 나타내기는 어렵다. 문학은 독자의 상상력이 공포감을 끌어내는 매개 역할을 해주고, 영화는 '실제 상황을 보고 있다'는 감각 덕분에 돌연한 공포감을 끌어내기 쉽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과장과 데포르멜을 사용하는 것이 만화의 법칙인 이상 독자를 공포의 수렁에 빠트리기란 어려운 것이다. 사람의 목이 떨어져나가는 장면을 영화로 나타냈다면 끔찍하겠지만, 만화에서는 오히려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도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공포만화들이 '정상적인 인물'들도 마치 시체가 걸어다니는 것처럼 음산하고 괴이하게 그려냄으로써, 읽으면서 차차 음울하고 스산한 세계관에 젖어들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토 준지는 단아한 인물과 밝은 일상생활을 그리고, 그것이 차차 공포로 빠져들도록 함으로써 공포의 원칙에 보다 충실하다. 그의 그림 실력과 탄탄한 스토리가 이 시도에 성공을 가져온다. 그는 대체로 3단계의 '공포 상황 전개'를 설정한다. 1단계에서는 일상적이고 정상적인 세계이되 약간 특이한 것이 발견된다. 2단계에서는 그 특이한 것이 알고 보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것이었음이 드러난다. 그리고 마지막 3단계에서 주인공도, 정상적인 줄만 알았던 세계도 모조리 불가사의한 세계로 빠져 버린다.
예를 들어 이 [길없는 거리]편에 실린 에피소드 가운데 "지도 마을"을 보자. 신혼여행을 하는 남녀가 별 생각 없이 시루베 마을이라는 곳에 내린다. 마을을 들어가 보니 유별나게도 곳곳에 지도를 많이 붙여 놓았다. 그리고 길을 잃었다는 노인을 만나 집까지 인도해 준다. 여기까지는 제1단계이다. 약간 특별한 점이 있지만 별로 괴이한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노인의 집에서 주인공들은 "이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방향감각이 전혀 없다.
지도를 보지 않으면 한 발짝도 걸어다닐 수 없다. 자기 집도 찾지 못하게 된다"는 말을 듣는다. 2단계에 접어든 셈이다. 지도를 이용해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 두 사람은 지도를 망가뜨려 놓음으로써 쫓아오는 마을 사람들의 추적을 멋지게 방해한다. 그러나... 어느 사이에 그들의 방향 감각도 사라져 있었다. 계속 같은 길을 헤매던 사이에, 서로 나란히 걷고 있던 둘 중 하나가 어느 틈에 사라져 버리고 만다. 갓 결혼한 아내를 목놓아 찾는 남자의 절규가 텅 빈 듯한 마을 골목길에 메아리친다....
우리는 세계를 자연과학적 시각과, 미학적-인문적 시각으로 이해한다. 과학으로 사물을 분석하고, 예술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접근법을 기초로 우리의 상식이 서 있다. 그런데 이토 준지는 아차 하는 사이에 그 상식의 토대를 허물어 버리고, 바로 발 밑에 입을 벌리고 있었던 심연으로 떠밀어 버린다. 우리가 몽매함을 극복하고 한때 경외의 대상이던 자연을 포로로 만들어버린 근대인. 그러나 그가 뽐내며 앞을 바라보고 걷는 발 밑에는 극복한 줄만 알았던 검과 마법의 세계, 엽기와 불가사의가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
이 11권에 수록된 다른 에피소드, "초능력 전학생"에서 작자는 이러한 메시지를 남기며 근대인들의 오만을 비웃는다. 너무 평범해서 소일거리로 '초능력', '괴기 현상'에 몰두하던 고등학생들. 그런데 전학생 츠카노는 그들이 '곁에 두고도 미처 몰랐던' 괴이한 사물들을 일깨워 준다. 그러나 그 정도가 점점 심해져서, 폭포물을 마셨더니 손에서 괴력 광선이 발사되고, 공룡이 표효하는 거대한 연못이 알고 보니 뒷산 너머에 있었다, 하는 식이 되자 그들은 공포에 빠져서 츠카노를 멀리한다. "너희들이 바라던 대로 괴상한 것들이 잔뜩 있잖아? 그런데 뭐가 무섭다는 거지?"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그가 가진 미지의 힘에 매료되어 츠카노를 추종하고, 마침내 서로를 죽이는 지경까지 이른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츠카노가 다시 전학을 가 버리자, 그 많은 불가사의한 유적과 기현상들은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린다...
이토 준지의 공포 만화 시리즈 중에서 특히 이 11권을 좋아하는 편이다. 단편은 흐름이 급하기 때문에 [소용돌이]와 같은 장편(그것도 사실은 여러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지만)보다는 공포의 전개가 더 박진감이 있다. 11권은 그 중에서도 마음에 드는 에피소드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인상깊은구절] 지금 생각난 건데... 우리가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모든 지도를 못쓰게 만들어버리면... 녀석들은 어떻게 될까? 하하하... 헉헉, 히로시... 어디로 가고 있는 거야? 국도로 나가야지. 거기에서 히치하이킹이라도 해서 다른 곳으로 가자. 하지만 히로시, 이상하다고 생각 안 해? 아까부터 나오는 지도마다 아까 우리가 못쓰게 만든 지도들인 것 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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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길 없는 거리 道のない街, 1998 저자 : 이토 준지 역자 : 고현진 출판 : (주)시공사 작성 : 2011.09.04. “이것은 ‘소용돌이’의 원형이 아닐까?” -즉흥 감상-
‘이토 준지 공포만화 콜렉션 이어달리기’라는 것으로, 다른 긴 말은 생략하고 소개의 시간을 조금 가져볼까 합니다. 작품은 ‘아리스토텔레스 사건’에 대한 지난날을 회상하는 여학생의 속삭임으로 시작의 장을 엽니다. 그리고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사랑의 감정에 눈을 뜨게 되었다는 것도 잠시, 그것이 살인사건으로 이어지는 것도 모자라, 더더욱 끔찍한 이야기로 발돋움 한다는 것이었는데 [길 없는 거리]. 그렇게 가족의 일원이 타고 있는 비행기가 행방물명 되었다는 속보에, 그 사실을 확인하고자 밤하늘을 달리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이상접근!]으로 계속되는 이야기의 장이 열리고, 신혼여행으로 들른 마을에서 뜻하지 않는 횡재를 마주한 남녀 한 쌍의 이야기 [지도 마을], 자신이 ‘마술사 돌만’의 환생이라며, 교회 지하에 봉인된 ‘무엇’을 깨우려던 사건이 발생한지 2개월 후. 잠이 오지 않던 어느 날 밤. 창문너머에서 어머니를 본 것 같다는 것은 일단 지나가는 이야기로, 오랜만에 고향집을 찾는 남자가 마주한 어떤 충격적인 진실 [사이렌 마을], ‘초자연 동호회’의 소개에 이어, 새로운 전학생이 모임에 들어옵니다. 그런데 그동안 장난 같았던 초자연 현상이 그 강도를 한껏 키워버리게 된다는 [초자연 전학생]과 같은 이야기로 하나가득이었는데……. 분명 이전에 만났던 이야기묶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새로웠습니다. 그것은 왜일까요? 네? 즉흥 감상에 다 적어놓고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냐구요? 그랬군요. 그랬던 것이었습니다!! 제 기록을 읽어주시는 분들은 이번 작품을 어떤 기분으로 만나셨을까나요? 다른 건 일단 그렇다 치고 마지막 이야기로 하나의 ‘시리즈’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구요? 이번 묶음은 하나같이 ‘하다만 이야기’로 하나가득인 것 같다구요? 네?! 모든 것은 기나긴 하나의 이야기를 위한 발판일 뿐이었다구요? 으흠. 마지막 분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신 것이 아닐까 하는데요. 다른 단편들도 그렇지만, 특히 이번 묶음은 코믹 ‘소용돌이 うずまき, 1998~1999’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길 없는 거리’일 경우에는 관음증과 건물 증축의 미스터리, ‘이상접근!’은 일단 넘기고, ‘지도 마을’에서는 탈출의 불가능함을, ‘사이렌 마을’에서는 사람을 홀리는 소리, 그리고 ‘초자연 전학생’은 앞선 이야기와 함께 ‘소용돌이’라는 네 글자를 떠올리게 했는데요. 다른 분들은 또 어떠셨을지 궁금합니다. 아무튼, ‘하다만 이야기’라는 부분에 대해서 동감하는데요. 뭐랄까요? 분명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있는데, 밀고 당기는 것이 조금 힘든 시기에 그리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랄까요? 어떤 이야기는 나뉨이 없이 여러 이야기가 이어진다든지, 또 어떤 이야기는 너무 짧은 것이, 음~ 아무리 그 나름의 매력을 맛보는 중이라고 해도 조금 힘들군요! 그리고 첫 번째 분의 의견에 대해서는, 뭐랄까요? 전학생이 소이치나 오시키리에 이어, ‘엑스파일’을 떠올리게 했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시리즈! 원합니다!! 네? 단편집을 하나의 묶음으로 소개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으니, 한 번에 하나씩 감상문을 작성해보는 건 어떠냐구요? 으흠. 뭐랄까요? 예전에 저도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짧고 강렬한 이야기들을 하나씩 소개해버렸다가는 자칫 분석집이 되어버릴 것 같아, 이렇게 하나의 묶음으로 소개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는데요. 모르겠습니다. 이토 준지의 작품은 내용보다 그림이 더 자극적이라 계속해서 이어달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군요! 크핫핫핫핫핫핫!! 그럼, 코믹 ‘시나리오대로의 사랑 いじめっ娘, 1998’을 집어 들며, 이번 기록은 여기서 마칠까 하는데요. 계속되는 만남에 대해, ‘그냥’이 아닌 뭔가 그럴듯한 이유를 한번 연구해봐야겠습니다.
TEXT No. 1613
[BOOK CAFE A.ZaMoNe] [아.자모네] A.ZaMoNe's 무한오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