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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던 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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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들을 훔쳐갈 병에 걸릴 줄도, 재물보다 소중한 것을 매일 잃어버릴 줄도 몰랐다.그게 알츠하이머가 하는 짓이다.』이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스틸 앨리스》 라는 작품이 생각나서 이기도 했지만 이제는 더이상 치매가 노인성 질환이 아니란 점 때문이다. 치매 예방 검사란것이 있어 다행한 예방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미 초기 치매 진단을 받았다면? 그리고 그게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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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들을 훔쳐갈 병에 걸릴 줄도, 재물보다 소중한 것을 매일 잃어버릴 줄도 몰랐다.

그게 알츠하이머가 하는 짓이다.』



이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스틸 앨리스》 라는 작품이 생각나서 이기도 했지만 이제는 더이상 치매가 노인성 질환이 아니란 점 때문이다. 치매 예방 검사란것이 있어 다행한 예방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미 초기 치매 진단을 받았다면? 그리고 그게 나와 내 가족에게 들이닥친다면 과연 나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그녀와 가족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호기심이 샘솟아 읽고 싶었고, 운좋게 서평단에 선정되어 읽어볼 기회가 생겼다. 

이 책의 주인공 '웬디 미첼' 그녀가 초기 치매 진단을 받고, 현재 알츠하이머 협회의 홍보대사로 활동하기 까지의 이야기를 함께 해보자.



-


어느 날 갑자기 예고없이 평소와 다름을 느낀다. 

"그냥…… 그냥 평소보다 굼뜬 느낌이에요."


조깅을 하다 영문을 알 수 없이 넘어져 다치는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자 웬디는 더이상 진료를 미루지 않고 진료를 예약한다. 뇌와 다리가 더이상 소통을 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 웬디에게 처음 내려진 진단은 노화였다. 그러나 그 후로도 몇개월째 계속되는 증상들과 포크를 들 힘조차 없는 끝없는 피로감. 그리고 언어장애. 이제는 노화와 단순 과로로 치부해 버리기엔 상태가 좋지 못했다. 


'머릿속은 눈이 내린듯 뿌옇고, 기운이 없고 아리송하기만 한 감각들. 그리고 건망증.'

기억력이 비상하여 쉽게 잊는 법이 없었던 웬디는 동료들 사이에서 도사라고 불릴만큼 남다른 기억력을 자랑한다. 그런데 그녀가 치매일수도 있다는 소견은 웬디와 두 딸에게 믿지 못할 이야기였다. 이제 웬디에게는 초기 치매 확진을 받기까지 길게는 12개월이라는 시간만이 남아있다.

그 시간동안 회사에 자신의 문제를 감출 방안을 모색하지만 점점 더 힘들어진다. 동료의 얼굴도 이름도 기억해내기 힘들어지고, 업무는 더더욱 처리되지 않게 되면서 매일매일을 아슬한 줄타기 같은 시간을 견뎌내는 웬디.


그러다 '키스 올리버'의 영상을 보게 되는데, 영상 속 올리버가 말하는 자신의 사연은 놀랍도록 웬디와 닮아 있었다. 올리버로 인해 치매 횐자의 외모와 말투에 대한 선입견을 바꾸게 된 웬디지만, '내 문제'로서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게 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건 또 다르기에 여전히 두렵기만 하다. 



치매는 망각의 병이다. 그래서 '나'를 잊을까봐 두려워하기도 하고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대신 결정을 하는 때가 올까봐 겁내기도 한다. 하지만 웬디를 가장 두렵게 하는건 '나'가 아닌 가장 사랑하는 '두 딸'을 잊게 될까봐. 그리고 딸들이 힘들게 되면 어쩌지 하는 생각들이다.


추억을 잊기 전 사진 뒷면에 기록하기로 하는 웬디. 그렇게 웬디는 진단 후 치매를 안고 살아가기 위한 일들을 시작했다.


드디어 상사와 동료들에게 자신이 초기 치매임을 밝히고자 결심한 웬디는 먼저 상사와 직원건강관리 담당의에게 알렸고, 자신은 아직 일할 수 있음을 전했으나 회사도 상사도 그녀를 외면한다. 일신상의 이유로 사직을 권유하기도 하고, 그녀가 일할 수 있음을 믿지못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그렇게 버려졌다고 생각이 들자 화가 나지만, 그보다는 서글프고 위축되고 만다는 웬디에게 이제 남은 일은 동료들에게 알리는 일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녀를 안아주는 동료들. 

2014년 7월 초기 치매 진단을 받고 2015년 3월. 마지막까지 함께해준 동료들의 인사를 받으며, 준비되지 않은 작별을 맞이하게 되었지만 그녀는 퇴직후 여러 강연도 나가고 알츠하이머 협회의 다양한 행사에도 참여하며 바쁘게 살아가기로 한다.


"여러분이 우리에게 치매에 시달리는 '환자'라고 계속 말하면, 우리도 그렇다고 느낍니다. (중략) 우린 매일 당면한 난관을 이겨내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하지만 도움을 받으면 그런 안간힘이 자주 승리합니다."

나는 '시달린다' 대신 '안고 산다'로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 앞의 상당한 난관을 부인하거나 축소하는 게 아닙니다. 단지 그 말이 더 듣기 좋다고 말하는 겁니다."  (p. 184-185)



정부의 종일 보살핌을 받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이유로 자립지원수당 수급 자격이 탈락되기도 했다. 적응하려고 안간힘을 쓴다는 이유로 오히려 불이익을 당한셈이다. 치매가 앗아간 여러가지 중에는 감정도 있다. 그래서 그녀는 분노를 느끼지도 못하고 서럽기만 하다. 

사람들은 웬디의 블로그를 보고 뇌 손상을 입고도 글을 쓰는 그녀가 어떻게 치매환자냐고 반문하기도 하고, 자신의 가족은 '진짜 치매' 라고도 말한다. 초기 치매를 앓는 웬디가 마치 가짜 치매인 것 마냥.


여전히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이유로 치매 환자인지 의심 받으니 서글프기도 하지만 자신이 세상을 피해 숨어들면 치매의 고정관념이 맞다는걸 알려주는거라 생각하고 더 열심히 노력하기로 하는 웬디가 참 멋있다.



-



이 책 중간중간에는 지금의 웬디 미첼이 초기 치매를 앓기 전 웬디 미첼에게 보내는 편지들이 쓰여져 있다. 그 편지 속에서 그녀가 더 일하고 싶어함이 그리고 스스로 결정하고 싶어함이 느껴져 먹먹했다. 


'더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과 맞바꾼 마지막 담배와는 다르지. 

금연은 퇴직 후 오랫동안 건강하게 잘 지내게 해줄 변화였고, 너 스스로 내린 결정이였어. 

누가 대신 결정해준 게 아니었다고.'



머릿속이 햇빛 쨍쨍한 화창한 날씨 같을 때가 있다. 그런 날은 최대한 기록해두려고 애쓰고, 많은 걸 해두려고 한다. 자신이 치매 환자임을 알리고 양해 구하는걸 주저하지 않으며, 임상실험, 강연, 치매환자를 위한 모임과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며 바쁘게 지낸다.


장편 소설을 좋아하지만 읽기 힘들어지자 기억하기 쉬운 단편집을 읽기로 하고, 우회전을 하려고 할때마다 넘어지자 돌아가더라도 좌회전만 하자! 라고 생각한다.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하여 패닉에 빠지기도 하지만 끝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내며 이겨내는 모습을 보며 대단함을 느꼈다.


알츠하이머는 나이, 성별, 지성, 인종, 재산 그 무엇과도 상관없이 찾아온다. 그래서 무서우며, 이 병이 불치병과 같아서 더 두렵다. 진행 속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계속 진행되는 망각의 병. 그게 치매다.

여전히 나는 이책을 다 읽고 나서도 그 어떤 확신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멍했으며 존경스러웠다. 


환하게 웃고있는 그녀의 사진 한장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그녀가 겪었던 패닉도 편견도 기억나지 않게 해주는 참 예쁜 미소였다.

그렇게 나는 웬디 미첼의 앞날을 응원하며 책을 내려놓았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8 2018.11.18. 신고 공감 10 댓글 14
리뷰 총점 종이책
내가 알던 그 사람 문장 필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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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던 그 사람>은 치매를 앓으면서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는 사람이, 스스로 그것을 깨달으며 의식하면서 조금씩 기억을 잃어가는 이야기이다. 더없이 비극적인 이야기지만, 그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일과 노력을 다하려는 모습이 깊은 감동을 안겨준다. 겉으로는 덤덤한 듯한 문체가 오히려 더욱 먹먹하면서도 감동적으로 만드는, 감명 깊은 책이다. "상태가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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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던 그 사람>은 치매를 앓으면서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는 사람이, 스스로 그것을 깨달으며 의식하면서 조금씩 기억을 잃어가는 이야기이다. 더없이 비극적인 이야기지만, 그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일과 노력을 다하려는 모습이 깊은 감동을 안겨준다. 겉으로는 덤덤한 듯한 문체가 오히려 더욱 먹먹하면서도 감동적으로 만드는, 감명 깊은 책이다.


 

"상태가 좋은 날도 한순간 안개가 자욱해질 수 있다. 오늘은 중간에 그런 일이 생겼다."

s*****s 2019.02.23. 신고 공감 8 댓글 6
리뷰 총점 종이책
치매를 안고 사는 환자의 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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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즉에 읽었어야 하는 책입니다. 초기 치매로 진단을 받은 환자가 치매라는 진단을 받아들이는 과정, 자신이 치매라는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주변에 어떻게 알렸는가, 치매가 진전되면서 겪은 일상의 삶에서의 어려운 점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가 등을 기록한 책입니다. 치매에 관한 책은 많이 나와 있습니다만, 치매환자의 입장에서 쓴 책은 10여 년 전에 나온 <내 기억의 피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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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즉에 읽었어야 하는 책입니다. 초기 치매로 진단을 받은 환자가 치매라는 진단을 받아들이는 과정, 자신이 치매라는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주변에 어떻게 알렸는가, 치매가 진전되면서 겪은 일상의 삶에서의 어려운 점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가 등을 기록한 책입니다. 치매에 관한 책은 많이 나와 있습니다만, 치매환자의 입장에서 쓴 책은 10여 년 전에 나온 <내 기억의 피아니시모; http://blog.yes24.com/document/4335347>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치매에 관한 책을 두 차례에 걸쳐 개정해오면서도, ‘치매로 진단을 받았다고 하면 인지기능이 떨어져 일상생활이 어렵기 때문에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라고 생각해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아주 충격이 컸습니다. 지금까지는 치매환자를 치료하는 방법과 일상생활이 어려워진 환자를 어떻게 돌볼 것인가에 주로 관심을 두고 있었던 것입니다. 즉 치매로 진단받은 초기 환자가 독립적으로 생활하기 위해서는 어떤 도움이 필요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따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치매 초기 환자도 질병의 진행이 일정한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충분히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환자 주변에서 그리고 지역사회에서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책을 쓴 웬디 미첼씨는 박지성 선수가 활약한 맨체스터에서 조금 떨어진 리즈라는 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치매 진단을 받게 된 계기는 뇌졸중에서 회복된 이후입니다. 처음에는 운동장애가 생겼기 때문에 의료진 역시 뇌졸중의 후유증일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뇌졸중 때문에 치매가 올 수도 있습니다마나, 불과 3개월 만에 생기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웬디씨가 알츠하이머병으로 진단되는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경과하였습니다.

두 딸이 있지만 돌봄의 부담을 지우지 않기 위하여 조그만 도시로 이사를 하고 독립적으로 살기 시작하였습니다. 치매를 앓으면서도 치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기 위한 활동에도 참여하게 되었는데, 이와 관련하여 기차를 타고 런던까지 왕복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역시 치매를 앓은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어 사회적 부담이 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도 말기 환자를 어떻게 돌볼 것인가에 중점을 둔 정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보건의료 분야에서도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한 영역이 있습니다. 치매 역시 예방이 중요하고, 조기 진단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제공함으로써 일상적인 생활을 최대한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선일 것입니다.

이 책에서 조기 진단과 초기 환자가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얻었습니다. 웬디씨가 살고 있는 영국에서는 이런 활동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기회에 관련 자료를 검토하여 제가 쓴 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치매는 사회적 부담이 큰 질환입니다.(사실은 치매는 다양한 원인질환에 따라서 나타나는 증상을 말하는 것이라서 질환이라 할 수는 없지만 오랫동안 질병의 형태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따라서 치매에 대하여 상세하게 알고 있어야 조기 진단이 가능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음으로써 정상적인 삶을 오랫동안 영위할 수 있습니다. 두려워한다고 해서 외면하고 있으면 완치 가능한 경우도 치매로 오인하여 오랫동안 고통을 받을 수 있으며, 치매로 진단되는 경우도 적절한 치료를 받아 완치는 어렵지만 병증이 급격하게 나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웬디씨가 치매에 대한 강연에서 “저는 시달리는 것이 아니라 치매를 안고 살고 있습니다(185쪽)”라고 말하는 대목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시달린다’에는 치매와 싸우다가 결국은 굴복하고 말 것이라는 생각을 떠올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y*****2 2019.06.05. 신고 공감 6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내가 알던 그 사람] 치매 진단을 받은 사람이 직접 써내려간 인생 회고록
"[내가 알던 그 사람] 치매 진단을 받은 사람이 직접 써내려간 인생 회고록" 내용보기
살다보면 나와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하던 것이 내 문제가 되어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상상도 못하다가 어느새 나의 문제, 혹은 가족의 문제가 되어있을 경우 그 당혹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치매'라는 질병이 바로 그럴 것이다. 자신의 문제가 되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 아닐까. 예전에『스틸 앨리스』(개정 전『내
"[내가 알던 그 사람] 치매 진단을 받은 사람이 직접 써내려간 인생 회고록" 내용보기

살다보면 나와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하던 것이 내 문제가 되어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상상도 못하다가 어느새 나의 문제, 혹은 가족의 문제가 되어있을 경우 그 당혹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치매'라는 질병이 바로 그럴 것이다. 자신의 문제가 되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 아닐까. 예전에『스틸 앨리스』(개정 전『내 기억의 피아니시모』)를 읽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치매 환자 본인의 입장이 아닌, 주변인으로서의 고통만을 생각했다는 것을 말이다. 그 작품은 소설이었지만, 이번에는 에세이다. 치매 진단을 받은 사람이 직접 써내려간 글이라는 점에서 이 책을 꼭 읽어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읽고 싶다는 생각 이상으로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이 책『내가 알던 그 사람』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되었으며 웬디 미첼과 아나 와튼의 합작품이다. 웬디 미첼은 영국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소속 의료지원팀장으로 20년간 근무하던 중 2014년 7월에 초기 치매 진단을 받았다. 사회와 진료기관 모두 치매 질환을 잘 모르는 데 충격을 받은 웬디 미첼은, 치매를 알리고 진단을 받은 이후에도 삶이 있음을 전파하는 데 여생을 바치기로 마음먹었다. 현재 알츠하이머 협회의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다. 아나 와튼은 <더 타임스>와 <가디언>의 기자로 20년간 일했고, 여러 편의 논픽션을 썼다. 어느 날 우연히 웬디 미첼의 동영상을 본 아나 와튼은 역시 치매로 고생한 자기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 뒤 런던의 지하철역에서 웬디를 처음으로 만났으며, 치매 진단을 받은 지 3년이 지난 웬디와 서로 유쾌하게 대화할 수 있었다. 그때 웬디는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는 데 찬성했다.

 

영국 요크 시에 사는 58세 여성 웬디 미첼은 NHS(영국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소속으로 간호사의 근무 일정을 작성하는 팀의 노련한 팀장이다. 웬디는 싱글맘으로 두 딸을 키웠고, 이혼 후 청소부였지만 뛰어난 기억력과 일처리 능력 덕분에 현식에 이르러 은퇴를 몇 년 앞두고 있다. 그런 어느 날 머릿속이 뿌예지고, 언어 구사력이 떨어지고, 달리다가 넘어지는 일을 겪는다. 과로와 노화 때문으로 여기지만, 그때부터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의 삶이 시작된다.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기까지의 과정, 장기간의 관찰 후 진단이 내려지는 과정, 진단 후 병을 안고 직장 생활을 하는 모습, 병에 대해 공부하고 같은 병을 앓는 이들과 만나면서 사람들에게 질병을 알리고 치매 치료제 개발 연구에 참여하며 삶을 가꾸어가는 여정이 이 책에 고스란히 그려진다. (317쪽_옮기고 나서 中)

 

부모가 아프면 자식에게 숨기려고 하다가 일을 크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자식 마음에도 대못을 박는다는 것을 모르고, 안 아픈 척 하는 것이 자식 걱정 덜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하는지, 무조건 괜찮다고만 하는 어르신들이 많다. 그래서 웬디 미첼의 딸 새러가 엄마에게 하는 말을 보며 격한 공감을 했다. "엄마가 저한테 의지해도 된다는 걸 아시면 좋겠어요." 특히 치매는 주변인의 도움이 절실한 질병이니 몸과 마음의 준비가 더욱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보통 그 입장이 되면 주변의 도움을 받는 것보다는 자신의 힘으로 해내고 싶은 생각에 안간힘을 쓰게 되나보다. 기억을 잃을 수록 당혹스럽고 처절한 경험이 늘어나고, 당연하던 일상이 낯선 일이 되어버려 집 안에서도 길을 잃는다. 이런 경험들을 1인칭 시점으로 무덤덤하게 써내려갔다.

 

치매라는 질병을 직접 겪는 사람의 내면으로 들어가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다. 나 자신과 주변 사람, 특히 치매에 걸린 사람의 생각에 한 걸음 다가가는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간다. 한꺼번에 기억을 모두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점점 약해지고 무력해지는 자신을 발견한다는 것이 어떨지, 아주 조금은 알 듯하다. 그때가 오지 않는다면 가장 좋겠지만 사람 일은 알 수 없는 것이다. 혹시나 한 번쯤 생각해보아야할 문제들을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미리 만나보며 생각에 잠기는 시간을 갖는다.

암에 걸렸다면 선택지가 더 많겠지만- 단순히 치료 거부만으로도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 - 치매를 앓으니 뇌가 버티는 한 고통이 계속된다. 난 무력하다. 무력해서 원하는 삶을 못 사니, 통제력을 최대한 발휘해도 지는 싸움을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 정말 그렇다. 그런데 무력해서 죽지도 못한다. 스위스에 가고 싶다. 그런데 두 딸이 저희끼리 돌아와야 되니 그럴 수가 없다. 영국에서 자살을 돕는 게 합법이라면, 내 안락사를 도운 후 딸들이 곤경에 처하지 않는다면 난 맨 먼저 그러고 싶다. 유일한 문제는 시기일 텐데, 지금 생사의 중간 지대에서 산다. 계속 살아 점점 절벽 끝에 다가서는 나 자신을 보고 싶을까? 이만하면 충분히 멀리 왔다고 말할 때가 언제일까? 확실히 알 때는 - 절벽 끝이 코앞이라서 아래 허공이 보일 때 - 너무 늦어서 그 말을 못할까? (300쪽)

 

우리는 누구나 노화의 과정을 거치며, 예전의 모습이 유지되지는 않는 삶을 살아간다. 지긋지긋하던 과거를 결국 미화시키는 것은 어쩌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내가 알던 그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책 중간중간에 웬디 미첼이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얘들아, 너희가 방에 들어왔는데 내가 못 알아보는 날이 올 거야. 그렇게 되더라도 너희를 여전히 사랑한다는 걸 잊지 말아줘."라는 띠지 말의 깊이와 감동을 느끼며 생각에 잠긴다. 이 책을 읽으며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하고 마음의 대비를 해놓아야 할 질병인 치매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기에 일독을 권한다.

s*****a 2018.11.11.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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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라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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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오늘 미세먼지로 가득한 바다가 뿌옇다. 이책을 읽는 이틀동안 뿌연바다를 보고있노라니 숨이 턱막히는것같고 평소보다 짧아진 시야로 인해 답답함을 느낀다.이토록 뿌연하늘 앞도 안보이는 안개낀듯한 망망대해. 이책의 주인공  웬디의 머릿속과도 같을까?  언제 내려깔릴지 모르는 짙은 안개그 안개속에서 끝없이 자신을 놓지않으려는 저자의 끊임없는 노력과 강한 욕망에 감탄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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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오늘 미세먼지로 가득한 바다가 뿌옇다. 

이책을 읽는 이틀동안 뿌연바다를 보고있노라니 숨이 턱막히는것같고 평소보다 짧아진 시야로 인해 답답함을 느낀다.


이토록 뿌연하늘 앞도 안보이는 안개낀듯한 망망대해. 이책의 주인공  웬디의 머릿속과도 같을까?  

언제 내려깔릴지 모르는 짙은 안개

그 안개속에서 끝없이 자신을 놓지않으려는 저자의 끊임없는 노력과 강한 욕망에 감탄할 뿐이다.



'지금'이 매일 변한다.

오늘의 나는 6개월전과다르다.

그때의 나는 1년 전과 달랐다.

본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그게 가장 두렵다. 

내가 가진 건, 우리 모두가 가진 건 그것밖에 없으니까.

'나'라고 부르는 그것. 새로운 나를, 뿌연 기억을 가진 나를 믿을 수 있을까?

지금부터 6개월이나 1년 후의 그사람은 어떨까? P.299


 

저자는 이야기의 곳곳에서 저자의 내면에 저자와 끊임없이 대화를 한다.  과거 건강했고 활동적이었고 도전적이었고 행복했던 그때의 밝고 환했던 과거를 회상하며 지금 알츠하이머로 하나 하나 떠나보내야만하는 현실이 극적으로 대조를 이룸으로써 나로 하여금 안타까움과 슬픔은 극에 달해 그저 먹먹하고 가슴이 너무도 아팠다. 


 

지금 너에게 물어볼수 있다면 이렇게 묻고 싶어. 나한테서 떠나기로 결정한게 언제였니?중략...

당시에 소중한 것운 누리는 마지막 기회라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그랬다면 훨씬 더 절실하게 즐겼을 텐데.  

마지막으로 한산한 거리 조깅, 

마지막으로 케이크 굽기,

마지막으로 운전석에 앉아 운전하기. 그래너 네가 나의 일부를 가져간 걸 몰랐어.

그냥 어느 날 보니 없어져버렸더라고. 영원히.... 중략....

완전히 백지상태였지. 블랙홀이었어.

'내가 왜 일어났더라? 뭘 하려던 참이지?'정도가 아니었다고.

'내가 어디있는거야? 여긴 뭐하는 데야?' 중략....

모르는 이름이 적힌 문을 지났어. 이름 철자와  의미가 생경했지.

W - E - N - D - Y   M - I - T - C - H - E - L - L (웬디 미첼)p56~56



저자는 자신이 알츠하이머에 걸렸다는 사실을 의심하기도 하고 때론 부정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현실을 인정하고 그런 자신을 받아들인다. 자신의 머릿속에 저장해두어야 할 내용들을 핸드폰에 저장하고 포스트잇에 붙여 순간순간 잊지않으려 애쓰고 잊어도 상기시킬수 있도록 애를 쓴다. 그는 알람으로 약을 먹고 식사를 한다.  버스나 기차를 탈때는 내려야 할곳에 하차하라는 알람을 설정하고 가방을 챙기라는 알람도 설정한다. 요리를 하는 동안에는 조리도중 주방을 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 의자로 주방문을 막아놓는 재치도 발휘한다. 자신의 집을 찾기 어려워 현관문 벽에 물망초그림의 타일을 붙여 알아볼수 있도록 한다. 알츠하이머란 병에 걸린 자신에 적응하기 위해 그녀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변화시키고 수긍하는 모습에서 그녀의 용기와 희망을 엿볼수 있었다.

 

 

 

독립성을 잃을 두려움. 버스를 타고 출퇴근은 커녕 시내 나들이도 못할까 겁난다.

나를 '나'로 만드는 요소를 잃을까봐 두렵다.

나 아닌 다른 존재가 대신 결정해야 되는 때가 올까봐 겁난다.

너무 고통스러워 떠올릴 때마다 심장을 쥐어짜듯 아픈 두려움.

가장 사랑하는 두 딸의 얼굴을 잊는 일. 그러면 심장이 마구 뛴다.

누구나 이런 두려움을 대면할까?? 중략......

치매가 나를 그쪽으로 내던졌다. p.91

 

 

어느날부터 조깅을 하다가 갑자기 넘어지게 되고 어느날부터 말해야 할 것들이 생각이 나지 않고 어느날부터 교차로에 선 내가 갈길을 잃고 어느날부터 요리를 하지 못하고 어느날부터 직장을 나가지도 못하며 어느날부터 알람 없이는 식사를 언제 해야하는지도 모르고 어느날부터 잠에서 깬 그시간이 아침인지 밤인지 모르고 어느날부터 익숙한 길이 낯설게 보이며 딸의 생일도 잊고 자신의 집을 헷갈려하며 그녀의 삶에서 치매는 그녀의 모든 독립성을 하나 하나 갉아먹고 있음을 공감하며 덜컥 겁이 났다. 사건 하나하나가 미어지게 가슴아팠고 같이 긴장되어 심장이 콩닥거리기도 했고 그녀의 딸의 생일을 잊었다는 그부분에서는 내심장도 얼어붙는 심정이었다. 저자가 얼마나 힘들어할지 얼마나 가슴아플지 얼마나 병으로부터 도망가고 싶은지 조금이나마 이해할수 있었다.

 

 


이책을 접하기 전 난 ' 치매환자'를 생각하면 요양원에 멍한 표정으로 남은 여생을 보내며 의미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노인들? 대중매체를 통해 흔히 접할수 있는 정보들은 대부분 치매환자를 간병하는 가족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사건사고들, 치매에 걸린 부모님의 실종사고들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은 모두 비극적이고 암울한 현실들 뿐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접하면서 그 선입견이 조금은 바뀌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 치매에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내려놓지 않고 자신은 물론 다른 치매환자들의 삶을 위해 세상을 향해 치매라는 질병을 알리고 치매 치료제 개발 연구에 참여하고 블로그도 운영하고 강연도 하며 인터뷰도 해낸다.  한마디로 말도 안되는 일을 하고 있는 기적같은 삶을 살고 있는 치매환자 웬디 미첼에 대해 감탄할뿐이다. 그녀를 동정하거나 불쌍히 여기게 될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녀로 인해 용기를 얻었고 나의 평범함 삶에 대해 감사함과 행복을 알게 해주었다. 마지막부분엔 웬디미첼의 블로그주소가 수록되어있어서 그녀의 건강함을 기원하며 가끔 방문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이리뷰는 예스24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YES마니아 : 로얄 t*****d 2018.11.07. 신고 공감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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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수다] 내가 알던 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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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크랩 : http://blair.kr/221405541613[매력쟁이크's 책수다] 가을이라 마음이 좀 센치해져있는 상태라 그랬을까요?이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마음이 먹먹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읽다가 내려놓고 감정을  추스르기를 반복했습니다. 처음엔 표지 그림이 왜 저런 그림일까 생각했었는데...   내용에 정말 충실한 표지더라구요. 기억을 잃어가는 치매환자를 표현한 ... .놀라운 기억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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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쟁이크's 책수다] 가을이라 마음이 좀 센치해져있는 상태라 그랬을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마음이 먹먹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읽다가 내려놓고 감정을  

추스르기를 반복했습니다. 처음엔 표지 그림이 왜 저런 그림일까 생각했었는데...   
내용에 정말 충실한 표지더라구요. 기억을 잃어가는 치매환자를 표현한 ... .

놀라운 기억력을 바탕으로 인정받고, 그 만큼 더 열심히 일해왔던 한 사람.
어느 순간 내 생각처럼 말을 들어주지 않는 몸.
몸을 듣지 않는 몸 때문에 가끔씩 다치고, 혹 어떤 순간은 부분부분 기억나지 않는.
무섭고 기분 나쁜 경험.  

그렇게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치매의 시작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바꾸어 가는지 …
작가가 초기치매를 겪는 자전적 일화들을 소설에 있는 그대로 잘 담아내어 치매 환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조금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어요.







내가 알던 그 사람.
최근의 기억부터 하나씩 하나씩 지워가다. 
어느덧 나이먹은 나 자신조차 기억에서 지워지는 순간.

내 모든 것보다 사랑한 가족들을 기억에서 잃는 순간.
미룰 수 있다면, 피할 수 있다면, 무슨짓을 해서라도 잃고 싶지 않은 순간들을 지켜내는 일.
더 이상 자신의 힘으로는 어찌 버텨볼 수 없는 순간들이 얼마나 당혹스러울까요?
잊지 않을 거라는 다짐 속에서도 하루하루 계속 잊혀져 가는 기억.  
정말 경험하고 싶지 않은, 너무나도 피해가고 싶은 그런 서글픈 일일 것 같아요.







치매인데 어떻게 그렇게 많은 강연에 참석하고 될 수 있는 한 많은 외부 활동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해지더라구요. 치매를 초기에 발견하면 완치는 어렵지만 그래도 병의 발전 속도를
좀 늦출 수 있고, 약을 써서 최대한 지연 시키는 노력을 하며 뇌가 기억을 지우지 못하도록
연습하고 또 연습하고 알림을 맞춰놓고 기억하고 기록하는 수많은 노력들을 하더라구요.

작가가 자신이 초기 치매를 겪으며 마주했던 일상을 소설로 구성해서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으로 읽어볼 수 있고 치매에 대해 조금 더 사실적으로 알아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의도와는 상관없이 무너지는 일상. 잃지 않은려 애쓰며 발버둥 치는 순간에도 진행되는 병.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기억속에서 하나 둘씩 잃을 것을  
알지만 노력을 멈추지 않고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나가는 모습을 보며 삶에 대한 자세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건강하게 생각하고, 기억하고, 행동할 수 있는 오늘이 있는 나는 더 열심히 살아야 겠구나.
하는 생각 말이예요. 치매가 요즘은 흔한 병이 되었지만 아직까진 그렇다할 치료법은 나오지
않고 있고, 특히나 한국 사회에서는 '치매' 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서 힘든 병이라고 해요.

누구나, 언제라도 걸릴 수 있는 병 치매. 
지금도 그 병을 온 몸으로 견뎌내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 보며 조금은 더 이해해
볼 수 있는 자전소설이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 번쯤 읽어봐도 좋을 듯 합니다.







이번에는 완전히 달랐어. 
이번에는 완전히 백지상태였어. 

거대한 
    시꺼먼 
       블랙 
          홀. 


더 나쁜 것은, 네가 가장 필요할 때 거기에 없었다는 사실이었지. 




"누구나 맛있는 간식을 대접받을 자격이 있잖아요? 아무튼 케이크를 구워 대접할 사람이  
달리 없거든요. 먹어보고 평가해주세요." 
그들에게 동정 받는 느낌을 주기 싫었다. 동정 받는 기분이 어떤지 내가 너무 잘 알았으니까. 

노숙자 쉼터에 가면 기분이 좋다.  
거기선 아무도 나를 모르니, 대화하는 중에 한 단어를 빼먹거나 지난주에 본  
사람의 이름을 잊어도 눈치재지 못한다. 그들은 예전의 웬디를 모른다. 
내 변화에 당황한 동료들처럼 찬찬히 지켜보지도 않는다. 
거기에 가면 긴장을 풀 수 있다. 
실수를 감추느라 잔뜩 경계할 필요가 없다.  

이 사람들은 내 달콤한 선물에 감사할 뿐이다. 



몇 주째 나의 내면에서 점점 커지는 슬픔. 정말 이 모든 걸 잊게 될까? 
어느 날 이 사진을 손에들면, 웃는 행복한 두 아이를 못 알아볼까?  
도무지 그럴 수가 없을 것 같다. 

마음이 급해서 사진을 빤히 쳐다본다.  
가물가물해지는 머리를 외면하고 모든 것을 기억하겠다고 결심한다. 

(…) 

잊지 않을 거야. 




그 힘들었던 시절, 네가 허공에 떠 있다고 상상하면서 문제와 거리를 두는 법을 터득했어. 
거기서 자신을 내려다보면서 다른 길을 없는지 묻는 거지. 
지금 똑같이 해보려 하지만, 그 시절과 달리 답이 나오지 않네 ……. 



34년 만에 처음으로 딸의 생일을 잊었다. 나머지 364일보다 중요한 날인데. 
이성적으로는 내가 아니라 병이한 짓임을 알지만,  
오늘 같은 날은 나와 병을 따로 생각하기 어렵다. 

처음으로 치매가 넌덜머리난다.  

그 병이 빼앗아간것들 때문에, 앞으로 빼앗아갈 것들 때문에 밉다. 
치매를 용서할 수 없다. 혹은 나 자신을. 




치매를 안고 사는 길을 찾을 수 있다면, 치매를 안고 죽는 길을 찾을 권리도 있지 않을까? 

오늘 이 대화가 머리에 남을 줄 몰랐다.  

오전에 우리 여섯 명의 대화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하지만 오후에는 우리에게 결정권이 없는 것 같다 - 







치매를 앓으면서 상태가 나쁜 날은 어떤 경험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지만,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거기에 없는 것만 같다. 아마 치매에게 지는 날을 인정하기 싫어서일까. 
그런 날, 침대에 누워 이불을 귀까지 끌어올린다. 바깥세상이 전혀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둥둥 떠서 의식 속을 드나드는 것 같다.  

어느 순간 세상이 명확하고 내가 뭘 하는지 분명히 알다가, 이내 의미를 잃으면서  
방금 뭘 했는지조차 말하지 못한다. 그런 날이면 머릿속 병이 '느껴진다'. 
치매는 거기에 있는 좋은 것을 갉아먹고, 섬뜩한 임무를 다하려고 뇌세포를 더 요구하고, 
기억을 계속 훔쳐간다. 그런 날은 머리가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뿌옇고 부어오른 느낌이다. 




겁먹지 말고 그냥 기다릴 것, 그러면 괜찮아진다. 이성이 그날을 이겨야 된다. 
나쁜 날 기억할 점은, 내일은 더 나을 거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상한 건 내가 아니라 머리를 공격하는 이 잔인한 병이다. 
적어도 난 나쁜 날과 좋은 날을 판독할 수 있다. 
잠에서 깨어 '오늘은 어떤 나일까?'라고 묻는다.  
적어도 아직은 그 차이가 구분되고, 그것은 고마운 일이다. 



알츠하이머 협회는 내게 이런저런 인터뷰에 응할 의사가 있는지 묻는 이메일을 자주 보낸다. 
가능하면 모든 요청에 응한다. 언제까지 이 새로운 경험을 누릴 수 있을지 몰라서, 
모든 기회를 붙잡는다. 겁나는 일이라도, 아니 겁나는 일은 '특히' 응한다. 



나는 카메라에게 털어놓는다. 
"딸들에게 '너희가 방에 들어왔는데 내가 못 알아보는 날이 올 거야'라고 말했어요. 
너희 이름을 모르더라도, 분명히 서로 감정의 끈을 느낄 거라고. 또 내가 알아보지 못해도 
딸들을 여전히 사랑한다는 걸 알아달라고 당부했지요." 
카메라를 내려놓는다. 어떤 부분, 가슴 깊숙한 두려움을 털어놓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잠시 여유를 갖고 몇 차례 얕은 숨을 쉰 다음, 이 영화가 치매를 제대로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되새긴다. 다시 스위치를 켠다. 최댜한 정직하게 말한다. 




누구나 소중한 것을, 감성적으로 가치 있는 물건을 잃어버린 기분을 기억한다. 
나이 많은 사람이라면 살면서 여러 번 겪는 일이고, 어린아이라면 가장 속상한 경험일 것이다. 
알츠하이머 환자들은 매일 이런 일을 당한다. 다만 없어지는 게 물건이 아니라 
가장 소중한 기억, 나를 만드는 사연이다. 그러나 감정까지 잃지는 않기에,  
텅 비어버린 슬픈 눈 뒤에 사랑이 단단히 남아 있을 것이다. 




"어떻게 살아가세요?" 
"순간을 위해 살아요. 이제는 계획을 세우지 않아요. 다가오는 하루하루를 그냥 즐겨요." 

줄리안이 고개를 끄덕이고, 순간적으로 난 다시 묘한 감정에 휩싸인다. 
알츠하이머가 선물이라도 되는 것 같다. 
이 병이 주는 가혹한 가르침에서 누구라도 배울 게 있는 것 같다.








적응하기 힘든 것은 썰렁한 하루하루가 아니라 허전한 내면이었다. 
처음에는 그게 뭔지 짚어내지 못하다가 알게 됐다. 머릿속에 그럭저럭 남아 있는 업무, 
근무표와 직원들, 처리할 일 목록과 관련된 모든 정보가 이제 쓸모없었다. 
그 빈 자리가 영 익숙해지지 않는다.  

하지만 점차 끝없이 초대받는 간담회, 치매에서 배운 많은 정보, 치매를 - 또 새로운 나를 -  
더 이해하게 도와준 모든 것이 빈자리를 채운다. 연구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 
세상이 치매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매일 더 잘 알게 된다. 



'처음 아침에 약은 먹은 날 밤에 머리가 더 차분해지는 것을 느꼈고, 그날 밤에는 2년 만에  
처음으로 꿈에 시달리지 않고 잤어요. 첫날 밤에 깨지 않았고, 뭐가 현실이고 뭐가 꿈인지 
정신없이 생각해야 했지요.' 
조언에 따르기로 하고, 그날 밤 처음으로 악몽을 꾸지 않는다 -  
꿀잠까지는 아니어도 전보다 훨씬 낫다. 다른 이유 때문에 기분이 좋다.  

도네페질 복용을 중단하고 싶지 않다. 도네페질은 경증 치매 환자의 증세를 완화하거나 
제어하는 약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신 연구는, 투약을 중단한 환자는 1년 후  
요양원에 갈 확률이 두 배라는 결과를 보여준다. 

약이 애초에 기대한 것보다 훨씬 더 오래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같고,  
연간 요양소 입소 비용은 수만 파운드나 되지만 도네페질의 1년 치 약값은 고작 20파운드다.  
그러니 복용하는 편이 훨씬 낫지. 나는 최대한 오래 집에서 살고 싶다.  


그러니 양쪽을 저울질하면, 
1년 더 집에 머무는 대가로 밤잠을 설치는 정도는 흔쾌히 감수하겠다. 



물론 나와 친구가 되면 좋은 점이 더 있다. 나한테 무슨 말이든 해도 된다. 
가장 비밀스런 인생사를 털어놓는 친구들에게 나는 늘 말한다. 

"나한테 말한 비밀은 안전해. 방에서 나갈 때면 난 까맣게 잊을 테니까." 




집에 도착하자 집이 주는 평온이 고맙다. 
컴퓨터 앞에 앉아, 검색창에 '민감해진 청력과 치매'를 입력한다.  
놀랍게도 수많은 결과가 올라온다. 한 페이지씩 넘기며, 치매 진단 이후 세상이 더 시끄러워진 
경험을 읽는다 - 하나같이 치매 환자의 글이다. 의료진의 설명은 없다. 
읽을수록 점점 가슴이 내려앉는다. 의자에 등을 기댄다. 이 증상의 의미를 안다. 
사랑하는 이 도시를 떠나야 된다는 것. 영원히 살 거라고 장담했던 집을 두리번댄다. 
곧 벽에서 그림을 다 떼고 책을 상자에 담아야 될 것이다. 

한때 나의 평화로운 오아시스, 분주한 도심 한가운데서 느끼는 한가함은 이제 필요 없다. 
여기가 너무 시끄러울 따름이다.







우리가 '대화'하지 않았다면 어떤 슬픔과 절망감을 느꼈을까. 
'대화'하지 않았다면 어떤 낙심과 이견이 생겼을까. 
'대화'하지 않았다면 어떤 불화가 생겼을까. 

'대화'하지 않았다면 내가 슬프게 하고도 바로잡지 못하고 죽으면서 어떤 마음이었을까. 
죄책감을 안고 사는 건 힘들지만, 죄책감은 기회가 있을 때 상황을 바로잡게 도와주기도 한다. 



휴지기를 가지면 안 된다는 걸 깨닫는다. 
시간을 쓰지 않으면 그대로 잃고 말 것이다. 오늘 아슬아슬하게 그 상황까지 갔다. 
마지막 남은 나를 잃을까 두렵다.  

화면에 제대로 글자를 입력하고 생각할 줄 아는 나를 잃을까 공포스럽다. 

그런 나를 보낼 준비가 아직 안 됐다. 

잘 아는 환경인데도 고개를 들면 어딘지 모르는 상황은 익숙해졌지만, 이 일은 달랐다. 
내 안에서 길을 잃었다. 밖으로 나오려고 악을 썼다. 
겁나서 죽을 것 같다. 




그 사람 앞에 서 있지니, 얼른 생각이 나지 않고 다른 게 쑥 파고든다. 

가누지 못할 슬픔. 웅장한 계단을 내려오는데, 실망감에 젖어 아름다운 건축물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유스턴 가를 걷는데 눈물이 차올라 길이 흐릿해 보인다. 
차가 휙 지나자 놀라서 보도 안쪽으로 들어간다. 급히 빠져나오느라 귀마개 끼는 걸 잊었다. 
걸음을 멈추지 않고 역까지 계속 간다. 얼른 집에 가고 싶을 뿐이다. 기차에 오른다. 좌석에 앉는다. 

서글프다
참여하면 치매가 견딜 만해진다. 하지만 잊히는 것은 ……. 




다시 보니 예전의 웬디, 58년간 내가 안 사람이 거기에 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침입자다. 
두 사람의 나가 교차하는 게 생소하지만, 잠시 둘이 만났다는 느낌이 든다. 

'계속 해나갈 수 있을까? 라는 덧없는 생각이 든다. 
생각이 피어나기 전에 꺼버린다. 내가 치매를 통제한다는 게 환상임을, 
매일 겪는 속임수 임을 안다. 

친구들의 친절한 말이 -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 - 귓전에 맴돌지만, 

언젠가 나는 거의 없어지리다.






From. 블레어 KR (http://blair.kr)  [바로가기^^]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d******8 2018.11.2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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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던 그 사람>은 웬디 미첼의 삶의 기록입니다.웬디 미첼은 NHS(영국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소속 의료지원팀장으로 20년간 근무한 싱글맘입니다.그녀의 나이 쉰여덟 살, 한창 일하던 시기에 갑작스런 인지 퇴행을 겪으면서 2014년 7월에 초기 치매 진단을 받게 됩니다.알츠하이머 병.치매 환자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침대에 누워 있는 백발의 노인, 자식을 못 알아보거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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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던 그 사람>은 웬디 미첼의 삶의 기록입니다.

웬디 미첼은 NHS(영국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소속 의료지원팀장으로 20년간 근무한 싱글맘입니다.

그녀의 나이 쉰여덟 살, 한창 일하던 시기에 갑작스런 인지 퇴행을 겪으면서 2014년 7월에 초기 치매 진단을 받게 됩니다.

알츠하이머 병.

치매 환자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침대에 누워 있는 백발의 노인, 자식을 못 알아보거나 자기 이름도 기억 못하는 사람인데...

웬디는 평소 조깅을 즐기고, 직장에서도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는 사람이었습니다.

단지 며칠 전부터 피곤하고, 기운이 없으면서 뭔가 굼뜬 느낌이 들었을 뿐입니다. 그러다가 조깅을 하던 중에 정신을 잃고 쓰러졌고, 깨어났을 때는 코가 부러져서 피범벅이 되었는데 아무런 기억이 없었습니다. 머릿속에 안개가 낀 느낌이 들면서 자꾸 넘어지는 사고가 일어났고, 건망증이 심해졌습니다.

뇌졸중이 아니라 치매라고 진단 받는 건, 의사에게 '저희가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어서 아쉽습니다.'라는 말을 듣는 일입니다.

더 이상 치료할 게 없어서, 점점 나빠질 일만 남아 있는 병.

웬디는 치매 진단을 받을 때의 그 상실감과 두려움과 무력감을 똑똑히 기억합니다. 그러나 며칠, 몇 주간 '아쉽다'라는 어휘만 생각났습니다.


이 책이 만들어진 이유는 치매 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 때문입니다.

웬디는 초기 치매를 겪으면서 사회와 진료기관이 치매 질환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치매 환자를 요양원에 누워 죽음을 기다리는 모습으로 상상하고 있지만, 그녀는 직장 생활을 할 때보다 더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전국을 누비면서 회의에 참석하고 임상시험을 감독하며, 사람들을 돕기 위해 아는 지식을 블로그에 올리고 있습니다. 그녀는 과거를 잃는다는 사실을 잊으려고 지금 현재에 더욱 몰입하며 살고 있습니다. 지금의 기억들을 블로그에 안전하게 기록함으로써 새로운 개인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녀가 기억하지 못해도 그녀를 기억해 줄 사람들이 있으니까.

 

웬디는 치매 진단을 받고 처음엔 부정하고 절망했지만 결국에는 치매를 안고 사는 법을 배웠습니다. 독립한 두 딸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은 엄마의 마음을 보면서 울컥했습니다. 엄마는 아파도 여전히 엄마구나... 그래서 웬디의 용기있는 삶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놀랍게도 웬디는 1,500미터 상공에서 지상으로 떨어지는 글라이더에 도전했고, 멋지게 하늘을 날았습니다. 마지막 남은 나를 잃을까 늘 두렵지만,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을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살고 있는 웬디 미첼... 이것이야말로 내가 알게 된 그 사람입니다. 당신은 정말 멋진 사람입니다.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a*****7 2018.11.21.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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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던 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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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나이 드신 부모님이 혹시 치매에 걸리시면 어떨까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걱정을 했었다 그런데 내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이젠 부모님은 물론 내가 치매에 걸리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지금껏 우리는 치매에 걸린 사람의 입장에서는 한 번도 생각을 해보지 못한 것 같다. 그저 그분들을 옆에서 간호해야 하는 가족이나 옆에서 보이는 현상들에 대해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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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나이 드신 부모님이 혹시 치매에 걸리시면 어떨까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걱정을 했었다 그런데 내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이젠 부모님은 물론 내가 치매에 걸리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지금껏 우리는 치매에 걸린 사람의 입장에서는 한 번도 생각을 해보지 못한 것 같다. 그저 그분들을 옆에서 간호해야 하는 가족이나 옆에서 보이는 현상들에 대해서만 생각했지 정작 치매에 걸린 분들의 마음은 어떤지 그분들은 어떻게 치매를 받아들이고 어떤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는지는 생각해보지 못 했던 것 같다.

치매하면 온 가족의 삶이 무너져 내리는 병 그리고 부모님을 요양원에 보내야 하는 그런 병이라 생각하기 쉬울 텐데 치매에 대해 더 잘 안다면 그저 의학적인 소견 말고 직접 겪은 사람의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다면 대처법이 지금과는 좀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래서 직접 치매를 겪고 매일매일 달라지는 일상을 책을 통해 공유하는 노력을 한 작가의 책이 매우 뜻깊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

작가 웬디 미첼은 영국의 국민건강보험공단(NHS)에서 간호사 수백 명의 근무시스템을 관리하는 의료지원팀장이었다. 그런 그녀가 어느 날 갑자기 뇌와 다리의 메시지가 신속히 전달되지 못해 넘어져 다치는 일을 시작으로 언어장애와 정신이 안개 낀 듯한 순간들을 겪게 된다. 그렇게 그녀는 58살의 나이에 초기 치매 진단을 받게 된다.

운전을 할 때 항상 그녀는 우회전을 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운전면허증도 반환하고 버스를 타기 시작한다. 그녀는 업무를 하면서 전화를 받고 질문에 답하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고 회의에 들어가서는 사람들을 잘 기억해내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웬디 미첼은 검색을 통해 치매환자들의 비디오를 보게 되는데 그녀가 현재 겪고 있는 것과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즉 중증 치매환자가 아닌 자신과 비슷한 초기 치매환자인 키스 올리버의 아주 긍정적인 경험담을 듣고 치매환자의 말투나 외모에 대한 선입견이 바뀌었으며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치매환자나 그 가족들이 초기에 이런 경험담을 듣게 된다면 좀 더 불행하지 않은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웬디 미첼은 현재 본인의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려고 노력한다. 케이크를 구울 수 있을 때까지는 노숙자 단체에 케이크를 구워 기부했다,

그녀는 딸들을 불러 위임장을 작성하는데 재정 문제에서부터 인공호흡을 통해 소생되는 걸 원치 않는다는 건강과 복지에 관련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피력한다. 간혹 뉴스에서 치매에 걸린 부모의 사후에 친족 간의 재산 싸움이 벌어지는데 미리 정리해 둔다면 법정 다툼을 하지 않아도 될 거란 생각이 든다.

치매의 증산 중 가장 큰 건 역시 잊는 것이다. 웬디는 잊지 않기 위해 포스트잇을 많이 활용하지만 결국 그것도 잊어 버리기 때문에 딸의 생일을 잊지 않기 위해 아이패드의 알람을 활용하기도 한다.

이런 그녀의 노력들이 참 마음 한구석이 저려오게 만든다.

영화를 볼 때면 수십 번 봤던 그리고 집중력이 요구되지 않은 영화는 보는 내내 익숙해서 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매번 처음 보는 것 같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등장인물이던 줄거리던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웬디 미첼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이런 면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했을 것이다.

미첼은 치매환자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사회적으로 치매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위해 강연회도 나가고

 모임도 나가고 특히 다큐멘터리를 찍기도 한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놀란 점이 있는데 우리는 치매 환자는 항상 도움이 필요하고 누군가가 옆에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데 웬디 미첼은 오히려 혼자 있으므로 좋은 점을 이야기해 준다. 동거인이 있으면


p187

만약 어지르는 사람과 살아서 물건이 평소와 다른 자리에 있으면 계속 발이 걸려 넘어질 것이다.

중략....

하지만 내 망각이 상대를 속상하게 할까 걱정할 필요가 없어서 좋다. 내가 배고프지 않은데 식사하라고 채근하거나, 내 말을 바로잡아주거나, 내가 말끝을 흐리면 마저 말할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다. 힘든 하루를 보낼 때 위로한다고 수선을 떠는 사람이 없어서 좋은 면도 있다.

중략...

그러니 내 옆의 빈자리는 이유 있는 빈자리다.




물론 모든 치매환자가 혼자 있기를 원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런 생각을 가질 수도 있겠구나. 돌본답시고 오히려 힘들게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난 이 책을 읽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치매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되었으니까

 

치매 분명 무섭고 두려운 이름이다. 그래서 가족이 치매에 걸렸다고 하면 하늘이 무너져 내린 것처럼 느끼기 십상이다. 이 책을 읽는다면 치매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좀 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 같다.

 

언젠가 Tv 에서 치매환자들로 이루워진 마을을 본적이 있다. 물론 그들만있으면 위험하기에 의료진들이 모든 생활전반에 일반인으로 예을 들면 가게 점원 등으로 스며들어 있는것을 봤는데 치매환자들은 자신들이 치매환자라는걸 모르고 아주 잘 생활하고 있었다. 무척 긍정적인 모델이란 생각이 든다.

물론 비용이 많이 들겠지만...

또 어떤곳에서는 치매 환자들이 서빙을 하는데 주문받은 음식이 아닌 엉뚱한 음식이 나오기도 하지만 손님들은 게의치 않아했다.

치매환자라고 해서 요양원이나 집에만 틀어박혀 격리되는 일은 없어야 될것 같다. 사회적으로 이러한 노력들이 더 많아 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 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YES마니아 : 로얄 h****7 2018.11.18.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나는 어제를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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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새롭다? 그게 꼭 좋은 일은 아니다. 학창시절 내내 해마다 학년이 바뀌는 게 그리 좋지 않았다. 새학년이 되면 새로운 담임과 급우를 만나게 된다. 새로운 인물과 환경이 설레기도 했지만, 정든 친구와 선생님과 헤어진다는 것이 더 견디기 힘들었다. 실제 악몽을 꾸면서 괴로워하기도 했다. 치매 환자의 이야기를 들으면, 매일매일이 새롭다는 것이 새학기를 앞두고 내가 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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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새롭다? 그게 꼭 좋은 일은 아니다. 학창시절 내내 해마다 학년이 바뀌는 게 그리 좋지 않았다. 새학년이 되면 새로운 담임과 급우를 만나게 된다. 새로운 인물과 환경이 설레기도 했지만, 정든 친구와 선생님과 헤어진다는 것이 더 견디기 힘들었다. 실제 악몽을 꾸면서 괴로워하기도 했다. 치매 환자의 이야기를 들으면, 매일매일이 새롭다는 것이 새학기를 앞두고 내가 꾸었던 악몽과 그리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 사는 치매 환자에게 집에서 보는 새로운 얼굴은 공포 그 자체라는 말이 살짝 가슴에 와닿는다.

대개 치매 환자의 이야기는 고난과 역경을 극복한 감동을 강조한다. 그것은 그만큼 치매가 무섭고 잔인한 병이기 때문이다. 치매는 우리의 기억과 존엄을 파괴하고, 정신과 인간성을 사정없이 붕괴시킨다. 치매처럼 우리 삶의 질을 급격히 저하시키고 인간다운 품위를 훼손시키고 영혼을 갉아먹는 질병도 없다. 치매는 한번 입으면 영원히 벗을 수 없는 무거운 형벌의 옷과 같다. 아무리 강한 멘탈을 지닌 슈퍼맨도, 자립적인 방탄 마인드의 슈퍼우먼도 치매는 입고 다니기에 매우 버겨운 옷이다. "나는 어제를 잃어버렸다. 어제가 어떻게 됐는지 모른다."는 말이 내 가슴을 후벼판다.

 

현재 나는 몸의 눈치를 봐야만 하는 사십대 중년의 몸이다. 치매는 단연코 내게 가장 두려운 병이다. 저자 웬디 미첼이 초기 지매 진단을 받았을 때가 나보다 열 살 더 많은 때였다. 웬디 미첼은 싱글맘으로 딸 둘을 키워낸 자수성가 스타일의 독립적인 여성이다. 영국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간호사 수백 명의 근무 시스템을 관리하던 일벌레였다. 직장 동료들에게는 업무 스트레스와 과로로 인한 뇌졸중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치매 환자라는 사실을 직접 밝히고 직장을 그만두게 된다. 또한 치매라는 사실을 알게 된 저자의 오랜 친구들 가운데는 연락을 끊은 이도 있다.

치매는 일상생활 패턴과 라이프스타일에 커다란 지각변동을 일으킨다. 일단 저자는 치매에 대해 알기 위해서 '알츠하이머 협회' 웹사이트를 방문하는 등 이런저런 관련 정보를 습득한다. 치매를 다룬 영화와 다큐물도 보고(영화 「스틸 앨리스」와 다큐 「파노라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다양한 교육 활동과 행사에도 적극 참여한다. 부모가 치매에 걸리면 자녀가 함께 살면서 돌보거나 아니면 전문 요양원에 입주하는 것이 보통인데, 저자는 홀로 살아가기로 결정한다. 딸 젬마의 집과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가고, 일부러 생활을 까다롭게 만들어 적극적으로 외부 활동에 나선다. 치매는 사람을 식물에 가까운 상태로 만들어 버린다. 그래서 저자는 일부러 바깥세상으로 계속 나아가는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z***a 2018.11.1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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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기억, 굳건해지는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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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로 조금씩 조금씩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는 광경은 상상만 해도 무섭고 소름이 끼칠 지경이다. 조금씩 기억을 잃어가면서, 기억력이 퇴화된다는 것만큼은 생생하게 느낀다는 것은 대체 어떤 기분일까.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그런 현실이 닥친다면, 그냥 주저앉아서 넋놓고 있을 것만 같다. 아마 다른 행동 같은 건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다. 기껏해야 기억을 잃어가는 것을 벌충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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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로 조금씩 조금씩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는 광경은 상상만 해도 무섭고 소름이 끼칠 지경이다. 조금씩 기억을 잃어가면서, 기억력이 퇴화된다는 것만큼은 생생하게 느낀다는 것은 대체 어떤 기분일까.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그런 현실이 닥친다면, 그냥 주저앉아서 넋놓고 있을 것만 같다. 아마 다른 행동 같은 건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다. 기껏해야 기억을 잃어가는 것을 벌충하고 보완하겠답시고, 메모를 잔뜩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 정도가 고작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알던 그 사람>의 저자, 웬디 미첼은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기억이 사라져가는 와중에서도,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기억하며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내가 알던 그 사람>은 친숙할 정도로 전형적인 풍경에서 시작한다. 회사에서 자기 몫을 충분히 하던 중년의 주인공은 어느 날 갑자기 몸이 풀린다거나, 간단한 것을 순간적으로 잊어버리는 증세를 겪는다. 그리고 그 증세는 조금씩 잦아진다. 처음에는 나이를 먹어서 그런 것쯤으로 치부했고, 병원에서 검사를 받는 동안에도 그렇게만 여겼다. 하지만 증세가 조금씩 심각해지고, 종국에는 치매 증세라는 진단을 받고 만다. 그리고 그때부터 증세가 조금씩 심해지고, 점차 강렬하게 그 증세를 자각하게 된다. 무엇을 잊는지조차 잊어버린 채, 기억을 잃어가고 무언가를 잊는다는 것만은 또렷하게 여전히 자각하는 상태를 말이다.


웬디 미첼은 표면적으로는 담담한 문체로 회고하지만, 읽는 입장에서는 마치 늪 속에 몸이 조금씩 잠기는 기분이다. 미첼은 케이크 굽는 것을 좋아했고, 요리법을 기억하며 기억만으로도 맛있는 케이크를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기억을 잃어가면서 레시피를 보지 않으면 케이크를 만들 수가 없게 되더니, 나중에는 레시피를 읽은 직후에 레시피 내용을 잊어버리는 지경이 되어버린다. 겉으로는 케이크를 만들 수 없게 된 것에 불과하지만, 실상은 기억을 갈수록 처절하게 잊어버리는 것이다. 그 와중에서도 여전히 기억을 잃는다는 것만은 자각하고 기억하는 채이기에, 참담한 감정이 솟아오른다. 그리고 미첼의 그 모든 감정은 회고록인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서, 읽는 사람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하지만 미첼은 주저앉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자신이 맡을 역할이 있는 행사가 열리면, 치매를 앓으니 외출할 수 없다고 불참하는 대신, 기억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갖가지 노력과 시도를 거듭하면서 행사장을 찾아가서 참여한다. 그리고 기억을 잃어간다는 것을 오히려 색다른 발상으로 승화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감동으로 승화된다. 치매에서 도망가지도 않고, 치매와 맞서겠답시고 무모한 도전을 하지도 않고, 치매를 자신의 일부처럼 받아들이며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나와 친구가 되면 좋은 점이 더 있다. 나한테 무슨 말이든 해도 된다. 가장 비밀스런 인생사를 털어놓는 친구들에게 나는 늘 말한다.

"나한테 말한 비밀은 늘 안전해. 방에서 나갈 때면 난 까맣게 잊을 테니까."'-195페이지-


치매 증세를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믿음직한 비밀창구로 사용하면 된다고 말하는 그 마음가짐은 여러 면에서 인상적이었다. 모두가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것대로 소용이 있으며, 쓸모가 있다면 기꺼이 사용하겠다는, 호쾌할 정도로 긍정적인 마음가짐에서 감명을 받지 않을 수 있을까? 웬디 미첼은 그렇게 살아가며, 그렇게 지난 날과 겪은 일을 회고하면서 <내가 알던 그 사람>의 문장을 써내려갔다.


<내가 알던 그 사람>에는 극적이고 재미있는 이야기는 없다. 대단함, 거창함, 위엄 같은 단어는 등장하지도 않는 수준이다. 이른바 스펙으로 따지자면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일상을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치매를 앓으면서 그 치매의 부작용을 극복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그 노력을 통해 일상을 꾸준히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이기에, 그 평범함이 오히려 감동을 안겨준다. 치매를 앓으면서도 그토록 평범한 삶을 겉으로는 무리 없이 꾸려가는 웬디 미첼의 모습과, 웬디 미첼이 기억하기로 마음먹은 것들을 기억하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기울이며 기어코 성공하는 장면이 바로 깊고 그윽한 감동을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p*******1 2018.11.09. 신고 공감 1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