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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읽는 속도가 느리다. 소설의 경우 하루 100쪽 내외, 많아야 200쪽 정도이다. 만화의 경우는 읽는 속도가 좀 빠르기는 하다. 그래도 하루에 200쪽 정도에 불과하다. 말풍선만 읽는 것이 아나라 등장인물의 표정이나 소품 하나하나도 살피면서 읽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상하 양권 590여 쪽을 단숨에 읽었다.
물론 이미 포털 사이트의 웹튼으로 연재될 때 읽은 작품인 탓도 있다. 그러나 내가 구입하는 만화 작품은 대부분 인터넷에서 읽은 뒤에 구입했다. 그래도 속력이 빠르지는 않았는데, 이 작품을 단숨에 읽었다는 것은…. 그만큼 매력이 넘치는 작품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 작품에서 느낀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강풀 화백의 경우 작품이 의미하는 바를 깊이 생각하면서 읽어야 하고, 미티 화백의 경우도 마치 퍼즐을 풀듯 사건의 전개를 헤아리며 읽어야 했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수준이 낮거나 유치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작품 자체는 재미있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쉽게 이해가 된다는 뜻이다.
둘째,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대부분의 작품이 그렇겠지만, 특히 이 작품의 경우에는 결말을 짐작하기 힘들었다. 행복한 종말로 끝날지, 그 반대일지…. 혹시 이 작품을 읽지 않은 독자를 위해서 도움말을 준다면, 결말은 둘 다 맞다. 행복한 결말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 이유는 이 작품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셋째, 작품이 건전하다. 여주인공인 화자는 마을 사람들의 성적인 노리개가 된 소녀이다. 자칫하면 야한 내용으로 흐를 수도 있고, 그렇게 이끌면 독자의 흥미를 유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중고생에게도 권장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다. 더구나 담고 있는 메시지도 훌륭하다.
망각에 묻혀 있는 아이들을 위해 귀신집을 떠나지 않는 화자, 그런 화자를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재윤, 돌아오지 말라는 재윤의 충고를 무시하고 화자에게 다가가는 리유! 화자와 재윤과 리유가 지키려는 가치는 결국 한 가지가 아닐까? 망각 속에 묻히려는 순수함이 잊혀지지 않도록 기억해주겠다는 배려!
화자는 죽은 아이들을 기억해 주고, 재윤과 리유는 그런 화자를 기억해 주려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마을 사람들은…? 화자와의 추억을 기억하려는 것일까? 비록 지금은 추악하게 늙어지만, 화자와 처음 만났을 때 순수했던 청춘에 대한 동경! 그것이 현실에서는 화자에 대한 소유욕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기억에 남는 대사 한 구절로 글을 마무리한다.
"도박이든 마약이든 중독이라는 건 말이야. 즐거워서 하는 게 아니야. 괴로워하면서도 하는…. 해서 기분이 좋은 게 아니라, 안 하면 견딜 수 없는…. 그런게 중독이지." (14~15쪽 리유와 귀신 관련 인터넷 사이트의 운영자이의 대화)
건전한 의미의 중독이든, 그 반대든 중독이란 그런 속성이 있는 것이 아닐까? 술이나 담배에 중독이 되어서 끊지 못하는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면 즐거운 것은 아닐 것이다. 마시지 않고 피우지 않으면 견딜 수 없어서 음주와 흡연을 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괴로움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끊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 자괴감에 사로잡혀서…. 건전한 의미의 중독인 일이나 공부도 그렇지 않을까? 그들은 일이나 공부를 하면서 즐거운 것이 아니라, 더 열심히 할 수 없는 자신에 대해서 괴로워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재윤이도 그렇게 괴로워하면서 죽어갔을 것이고, 리유도 마지막 순간까지 그런 과정을 겪었을 것이다. 화자가 추구하던 의미에 대해서 깨닫게 되는 그 순간까지….
끝으로 내가 구입한 화자 상하권 표지를 소개한다.
화자 상권과 하권 표지 상권은 2011년 12월, 하권은 2012년 3월에 출간되었다. 작가 사인본 내가 구입한 하권은 작가의 친필 사인이 있는 사인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