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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18일(목) 오전 10시, 권오준 작가는 고양시 덕양구청 소회의실에서 생태하천 안내자 양성과정 수강생에게 강의를 했다. ‘백로 숲 벌목 사건’에 대한 이야기와 둥지 틀기, 짝짓기, 새끼 기르기처럼 백로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백로 마을이 사라졌어』(보리, 2012년) 출간 기념으로 강연하는 자리였다. 수강생들은 생태안내 전문가를 꿈꾸는 중장년의 어른들이었다. 그 중에 예외적인 수강생이 있었으니 바로 이 책의 저자 김어진이었다. 김어진은 고등학생이었지만 훤칠한 키에 큰 가방을 매고 있어 청년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에게서는 새에 대한 진지한 열정의 기운이 느껴졌고 뒤풀이 장소에서도 그러한 면모는 이어졌다. 김어진의 탐조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김어진의 근거지인 공릉천으로부터 시작한다. 공릉천은 한강의 지류로, 경기도 양주시 사패산 기슭에서 시작하여 고양시와 파주시를 거쳐 통일동산 가까운 한강 하류로 흘러드는 하천이다. 공릉천 하류 쪽 습지는 먹이가 풍부해서 많은 철새들의 보금자리가 되어 주고 있다. 파주에서 살고 있는 김어진은 틈만 나면 공릉천으로 달려가 삵이며 칡부엉이며 금눈쇠올빼미며 재두루미며 잿빛개구리매며 황새며 재두루미를 탐조한다. 학교에 찾아온 흰뺨검둥오리, 개개비, 쇠물닭, 물총새, 새홀리기 같은 여름새와 흰꼬리수리, 독수리, 참매 같은 맹금류를 탐조한다. 학교 근처에 있는 돌곶이 습지에서는 저어새, 노랑부리저어새, 황오리, 재두루미, 기러기, 쇠기러기,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등을 탐조한다. 탐조 반경은 확대되어 아빠의 고향인 경상남도 남해 할머니 댁에서 큰고니를 탐조하고, 외할머니 댁인 영종도에서 도요새를 탐조한다. 동네 공원에서 수다쟁이 직박구리, 귀엽고 앙증맞은 박새, 곤줄박이, 오목눈이, 심지어 여러 종의 딱따구리와 꾀꼬리, 오색딱다구리, 솔부엉이, 조롱이, 긴꼬리딱새(삼광조) 등을 탐조한다. 김어진은 새들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안달하는 모습을 보이는 한편 새를 관찰하며 인생을 성찰한다. 긴꼬리딱새가 날아가고 잠시 외면했던 솔부엉이를 쳐다보았다. 녀석은 나의 경솔했던 행동들을 무덤덤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아무리 새라지만 조금은 창피했다. 둥지를 떠난 새끼 솔부엉이는 낮에는 항상 어미 곁에 앉아 있다. 어느새 훌쩍 커서 겉으로는 어미와 구분하기 힘들 정도였지만 행동은 여전히 어린 티를 내기 때문에 어미와 새끼의 구분이 가능했다. 항상 경계하고 있는 쪽이 어미고, 그 옆에 앉아 여유롭게 털을 긁거나 꾸벅꾸벅 졸고 있는 것이 새끼이다. 야행성인 솔부엉이 어미도 낮잠을 자야 밤에 제대로 활동할 수 있을 텐데, 새끼를 위해 주변의 천적들을 경계하고 있으니 도대체 잠은 언제 자나 싶다. 모든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실감한다. 지금은 나 때문에 어미가 잡을 자지 못하고 있으니 조용히 자리를 피해 주었다. (146쪽) 탐조가 김어진의 성숙한 면모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열정과 성숙이 조화롭게 되는 순간이다. 그러나 탐조를 하는 사람들이 김어진처럼 성숙한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날아가는 새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잠자고 있는 새를 일부러 깨워 날려 보내는 욕심쟁이 사진가들이 있는가 하면 불법으로 수렵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새들의 서식지를 아예 없애버리는 개발주의자들도 있다. 김어진은 때로 그들에게 항의하고, 자연 파괴 현장을 보며 가슴 아파한다. 김어진에게 새는 같이 살아가야 할 생명이지 자신의 취미나 이름을 위해 써먹어야 할 관찰 대상이 아니다. 오랫동안 집중 관찰한 수리부엉이가 김어진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떠난 것은 바로 그러한 김어진의 진정을 알아본 것이 아니겠는가. 부디 앞으로도 새들을 비롯한 우리를 둘러싼 온갖 생명들과 공생을 추구하는 진정한 다큐멘터리 작가가 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