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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같이 있어-박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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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왜 말이 없니?-박상수피부가 거칠어져서요, 모이스처 리무버로 입술을 닦다가 내가 바람에 날아가지 않을까 창문을 닫느라 그렇죠, 벙어리장갑을 목에 걸고 거스름돈이 부족해도 말을 안해요, 타이머가 돌아가면 오븐에서 재가 되는 말, 타이어를 맞추기에는 너무 작은 손, 힘이 없어요 당신이 나에게 실망하셨기를 바라요, 두 번 세 번 타자기로 정리해도 입을 열면 사라지네요,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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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왜 말이 없니?


-박상수


피부가 거칠어져서요, 모이스처 리무버로 입술을 닦다가 내가 바람에 날아가지 않을까 창문을 닫느라 그렇죠, 벙어리장갑을 목에 걸고 거스름돈이 부족해도 말을 안해요, 타이머가 돌아가면 오븐에서 재가 되는 말, 타이어를 맞추기에는 너무 작은 손, 힘이 없어요 당신이 나에게 실망하셨기를 바라요, 두 번 세 번 타자기로 정리해도 입을 열면 사라지네요, 있었다고 믿을 뿐인 나의 이야기, 가끔 내 말소리에 내가 놀라요 후추나무처럼, 수줍은 후추나무처럼, 철 지난 바닷가에서 우둘두툴 조개껍질을 손에 쥐고 난 이불을 덮죠 아무것도 빼앗기기 싫어서 입은 지운 채 앙금을 만들어요 팥앙금, 밤앙금, 허니머스터드와 말린 과일도 넣고(편리하지만 죽어가는 농담도) 졸이고 졸여 멋진 잼을 만들어요 그런 게 내게 있다고 사람들을 속이기로 해요 미니 증기선을 타고 하루종일 돌아다녀도 고기를 못 잡아요 산호 보석도 없어요 난 자주 흔들리지만, 살 수 있고, 이제는 너무나 많이 지워졌지만.


난 자주 흔들리지만, 살 수 있고. 난 자주 힘들지만 살 수 없고. 난 멍청하지만 살아가고. 난 잘난척하지만 지쳐가고. 무수히 많은 말을 지껄이다가도 입을 다무는 하루. 왜 그렇게 말이 없니라고 물어봐도 할 말은 딱히 생각나지 않는다. 수줍어서 말 못 했다는 건 거짓말. 구라. 나의 지난 이야기를 하자면 술보다는 자주 고개 끄덕거림과 한숨이 필요한데. 지금은 너무 많은 말이 우리를 스쳐 간다.



소풍


-박상수



화관을 장식했던 꽃이 머리칼을 떠나고 나는 몇 방울 물방울이 될 때까지 웅크려보기로 했다 엄마는 영 입맛이 돌아오지 않는 밥상, 홀로 상보를 덮었다 들었다 하겠지만 나는 낯선 역을 지날 때마다 기나긴 저녁이 되어갔다 독서등을 켜고 책장 여백에 글자들을 적고 있으면 쌓인 나뭇단 사이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새의 지저귐, 열차가 바오바브나무의 거리를 가로 질러가는 동안 말 없는 눈동자 가득 뿌리내린 뱀풀들이 흔들려 손을 흔들려 주었다 나는 잠결인 듯 뒤채는 소리를 내었다 모종삽으로 잘 파묻어주세요, 무지갯빛 엽서를 꺼내 손바닥 도장을 찍었다


손전등 아래에서도 글을 쓸 수 있었다. 가로등 아래에서도. 그냥 손만 잡고 살았다. 뼈마디를 만지는 나날들. 기차가 가는 풍경을 바라보다 해가 저물자 돌아오는 거리에서도 손만 잡았다. 과자 몇 개와 음료수를 사서 가방 안에 넣었다. 가난한 유년을 가졌는데 어느새 서로를 미워하며 마음 끓이는 시간이다. 흔들리지 않으려고 버텨보기도 했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바람이 불면 새가 날아오면 흔들려 주기로 하자 마음이 날아갔다.



왠지 궁금한 기분 1월


-박상수


입김, 보온병을 껴안고 침대에서 일어나, 어딘지도 모르고 왜인지도 몰라, 그런 아침, 전기가 들어오면 팔레트에 물감을 차고 입김을 녹여 태양을 그릴 텐데, 제자리 뛰기를 해도 심장은 움직일 줄 몰라, 손을 넣으면 열이 나는 장갑은 없을까 경축 아치 밑으로 걸어갔는데 내 수호 동물은 가죽만 걸려 있었어, 미안하며, 자꾸만 여기가 아니래, 입김, 모피를 두르고 썰매 안에 눕지만 제설차는 멈춰 있다 내내 돌아보지만, 빙빙 돌아오지만, 입김, 내겐 아주 중요한 것이 있었는데, 그건 어디 간 걸까


그건 어디 간 걸까, 왜 물어보는 건데. 네가 모르면 나도 몰라. 뻔뻔하게 질문하지 마. 짜증 나. 어떤 창문 밑에서는 태양빛이 굉장해. 빛을 피해 이리저리 옮겨 다녀. 등이 뜨거워. 팔이 아파. 잠이 오면 잠을 자. 먹고 싶으면 대충 아무거나 먹어. 참지 말고. 웃고 싶으면 웃고. 울고 싶으면 입술을 꽉 깨 물어. 제발 내 앞에서 울지 마. 고개 숙이지도 말고. 그냥 걸어. 앞만 보고.



왜일까. 왜 우리가 같은 꿈을 꾸고 있는 걸까. 


s*****m 2019.02.17. 신고 공감 11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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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박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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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 未知 의 작가를 만날 때   떨리는데  시집, 시인은 더 그런 거 같다.     정말 느낌만으로 구입한 시집인데  넘 맘에 들어 행복~        12월             박상수   강아지야 강아지야. 망토를 둘러줄게 내게 눈길 주지 않은 그 사람의 심장을 훔쳐와   난 머플러로 얼굴을 가리고 이 겨울을 견뎌. 이렇게 입김 가득한 날 사람들은 어디서 차를 마실까 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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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지 未知 의 작가를 만날 때   떨리는데

  시집, 시인은 더 그런 거 같다.

 

  정말 느낌만으로 구입한 시집인데  넘 맘에 들어 행복~  

 

   12

            박상수

 

강아지야 강아지야. 망토를 둘러줄게 내게 눈길 주지 않은 그 사람의 심장을 훔쳐와

 

난 머플러로 얼굴을 가리고 이 겨울을 견뎌. 이렇게 입김 가득한 날 사람들은 어디서 차를 마실까 호탄, 호탄이라는 도시에 열차는 도착해.

거기서 메리메리크리스마스 티를 살거야 시나몬과 사과향이 너무 강해서 당분간 코가 막힐 염려는 없다는구나. 누구나 이 겨울을 안고 걸어갈 거야. 핸드 드립의 커피 향을 찾아 걸어가는 걸까? 하루종일, 엽서북을 사서 나를 기억하는 모두에게, 올겨울은 타코야키 미니 트럭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라고.

이 겨울의 마지막 밤엔 우리 세팅 놀이를 하자. 팝업북을 펼쳐놓고 물위에 향초를 켜놓고 잔을 부딪치는 거야. 맨날 이런 생각만 해서 친구가 없는 건가봐. 여름내 재봉틀을 돌렸고 손뜨개 모자를 열 개나 완성했고 아침엔 구세군 냄비에 넣고 왔는데 박수를 받진 못했어.

캡슐에 담긴 시계들이 흔들려, 또 어떤 날엔 아트 카를 타고 얼굴도 없는 겨울이 지나가.

없는 것이 구원인 날들을 견디며, 깊이 내려가면 잠길까봐 피카피카 날들을 건너가.

YES마니아 : 로얄 b********5 2020.12.13. 신고 공감 4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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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신경 쓴 리뷰 060] 오늘 같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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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골목에 나는 파묻혀 있었어 새벽 튀김집에 앉아 혼자 튀김을 먹고 문 닫힌 빈티지 숍 안을 들여다봤어 멀미가 올라오듯 어둠을 오래 들여다보는 사람에게는 끊긴 골목들만 열리지 눈을 뜨고 싶었지만 떠지지가 않았어 살에 닿아 불탄 자국만이 내 것이었어 그쪽으로 갈게 그런 말이 듣고 싶었지 어딘지도 모르잖아 아냐 그래도 갈게, 또한 그런 말을, 옷장을 정리하는 가장 좋은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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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골목에 나는 파묻혀 있었어 새벽 튀김집에 앉아 혼자 튀김을 먹고 문 닫힌 빈티지 숍 안을 들여다봤어 멀미가 올라오듯 어둠을 오래 들여다보는 사람에게는 끊긴 골목들만 열리지 눈을 뜨고 싶었지만 떠지지가 않았어 살에 닿아 불탄 자국만이 내 것이었어 그쪽으로 갈게 그런 말이 듣고 싶었지 어딘지도 모르잖아 아냐 그래도 갈게, 또한 그런 말을, 옷장을 정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옷을 몽땅 버리는 것, 머리카락을 뽑아서 하나씩 흘려보냈어 이제 그만 나를 멀리 보내주기로 했어 - <내가 보이니> 일부


박상수의 <오늘 같이 있어> 은근 재밌다. 해학적인 면이 웃음을 주는 시집이다. 오늘도 파묻힌 시집. 그런데 누구랑 같이 있는 걸까. 이 알 수 없는 세상에서 누군가 같이 있는 듯, 그러면서 없는 듯, 그러면서 또 있는 듯. 그렇게 지내는 게 쉬우면서 어렵다. 이제 그만 나를 멀리 보내주기로! 그러니까, 지금까지의 나는 내가 아니었던 거다. 그리고 묻는다. 내가 보이니! 내가 보이니! 내가 보이니!



h******o 2020.07.13.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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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같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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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수 시인님의 오늘 같이 있어 리뷰입니다후르츠 캔디 버스를 구매하면서 같이 구매하게 되었어요. 박상수 시인의 세계에 더 가까이 간 느낌이랄까요... 그럼에도 여전히 멀어 보여 궁금만 더해졌어요... 다른 작품들도 보고 싶어지는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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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수 시인님의 오늘 같이 있어 리뷰입니다

후르츠 캔디 버스를 구매하면서 같이 구매하게 되었어요. 박상수 시인의 세계에 더 가까이 간 느낌이랄까요... 그럼에도 여전히 멀어 보여 궁금만 더해졌어요... 다른 작품들도 보고 싶어지는 글이었습니다!

YES마니아 : 로얄 j*******n 2026.06.2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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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같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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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인의 시를 만나면 기대가 된다. 어떤 시일까? 시인의 어떤 감정을 만나게 될까? 두근된다.  우연히 검색을 해보다가 만나게 된 박상수 시인의 시집 <오늘 같이 있어> 재미있다는 평이 있어 호기심이 들어 구입하게 되었다. 만담을 듣는 듯 하기도 하고, 혼자 주절주절 이야기를 하는 연극배우를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누군가 같이 있는 듯 하면서 혼자 있는 듯 한 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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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인의 시를 만나면 기대가 된다. 어떤 시일까? 시인의 어떤 감정을 만나게 될까? 두근된다. 

우연히 검색을 해보다가 만나게 된 박상수 시인의 시집 <오늘 같이 있어>

재미있다는 평이 있어 호기심이 들어 구입하게 되었다. 만담을 듣는 듯 하기도 하고, 혼자 주절주절 이야기를 하는 연극배우를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누군가 같이 있는 듯 하면서 혼자 있는 듯 한 화자. 난 혼자 있어 난 혼자 있어.... 누군가 오늘 같이 있어줘 하고 말하는 것일까? 

일상적인 언어로 쓰여 있어서 쉽게 읽히지만, 그 상황과 메시지가 주는 느낌이 복잡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옷장을 정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옷을 몽땅 버리는 것'  이라는 글귀가 참 인상깊다. 

 

YES마니아 : 로얄 m********5 2021.02.0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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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같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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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을 안 한 것도 아니지만'#습관성무책임'너덜너덜해지도록 우린 같이했어'#초합리주의요즘 부쩍 더 크게 느껴지는 빈자리~ 인생에 큰 일을 겪고나면 그 다음 일들은 그저 술술 넘어갈 줄 알았다. 하지만아픈 것에는 도무지 면역이 생기지 않는다. 내내 우울감이 번지는 요즘 그래도 시집 한 권 읽어지는 거 보면삶이 이어지긴 이어지는구나.봄이 끝나가는 듯 꽃이 떨어진다.옛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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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을 안 한 것도 아니지만'
#습관성무책임

'너덜너덜해지도록 우린 같이했어'
#초합리주의




요즘 부쩍 더 크게 느껴지는 빈자리~ 인생에 큰 일을 겪고나면 그 다음 일들은 그저 술술 넘어갈 줄 알았다. 하지만아픈 것에는 도무지 면역이 생기지 않는다. 내내 우울감이 번지는 요즘 그래도 시집 한 권 읽어지는 거 보면
삶이 이어지긴 이어지는구나.

봄이 끝나가는 듯 꽃이 떨어진다.
옛 사랑과의 종말을 알리듯 꽃이 후두둑 떨어진다.
세상에 관계의 종말을 소문내기라도 하듯,
바람에 실려 멀리멀리 퍼져 날린다.
그렇게 꽃은 떨어지고 봄날도,사랑도,젊음도 멀어져간다.





h********o 2020.05.0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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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같이 있어] 쓸쓸한 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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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수 시인의 <오늘 같이 있어>는 오래도록 읽었던 시집이다. 구입하고 읽는 데까지 자그마치 6개월이 걸렸다!매일같이 가방에 넣어다니다가 언젠가는 읽겠지 싶어서 서재에 꽂아 두기도 하고.드디어 읽고나서 한 생각은... 낭만이 있는 시집이라는 것. 여름에 내리는 눈송이같이 전혀 생각지도 못한 낭만이 깃든 시집이면서도 현실적이고 쓸쓸한 사람들이 군데군데 보여서 홀로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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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수 시인의 <오늘 같이 있어>는 오래도록 읽었던 시집이다. 구입하고 읽는 데까지 자그마치 6개월이 걸렸다!

매일같이 가방에 넣어다니다가 언젠가는 읽겠지 싶어서 서재에 꽂아 두기도 하고.

드디어 읽고나서 한 생각은... 낭만이 있는 시집이라는 것. 여름에 내리는 눈송이같이 전혀 생각지도 못한 낭만이 깃든 시집이면서도 현실적이고 쓸쓸한 사람들이 군데군데 보여서 홀로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시집이다.


수하물 벨트 위에 여행가방들처럼 생각은 어디론가 실려가기만 해요

찾으러 오는 사람은 없겠죠



YES마니아 : 플래티넘 c*******0 2019.07.1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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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같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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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소녀처럼 아기자기한 감성을 지닌 박상수 작가님의 오늘 같이 있어. 시집 제목 치고는 조금 평범해서 선뜻 손이 안갔는데. 사 놓고 보니 요즘 제일 자주 꺼내 읽네요. 집에 가족들 다 나가고 저혼자 차 한잔 하면서 읽는데 감성이 어찌나 아기자기한지~ 어릴 떄 생각이 많이 나네요. 무겁고 훅 다가오는 단어 없이 봄바람 날씨처럼 톡톡 치는 글귀들만 있어요.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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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소녀처럼 아기자기한 감성을 지닌 박상수 작가님의 오늘 같이 있어. 시집 제목 치고는 조금 평범해서 선뜻 손이 안갔는데. 사 놓고 보니 요즘 제일 자주 꺼내 읽네요. 집에 가족들 다 나가고 저혼자 차 한잔 하면서 읽는데 감성이 어찌나 아기자기한지~ 어릴 떄 생각이 많이 나네요. 무겁고 훅 다가오는 단어 없이 봄바람 날씨처럼 톡톡 치는 글귀들만 있어요. 추천합니다.~~ ^^

YES마니아 : 골드 a****a 2019.03.2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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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같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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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은 문학동네 시인선의 시집을 구매하는 재미로 한주를 보내고 있다. 많게는 3권, 적게는 1권씩 주마다 시집을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이 책은 신간이기에 알람이 울려서 장바구니에 담은 것도 크지만 감각적인 제목과 봄과 어울리는 색으로 선택했다. 시인에 대한 것은 몇글자 아는 것이 없었고 오롯이 시집 하나로만 글을 판단했다.제발 내 앞에서 울지 마. 고개 숙이지도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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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은 문학동네 시인선의 시집을 구매하는 재미로 한주를 보내고 있다. 

많게는 3권, 적게는 1권씩 주마다 시집을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이 책은 신간이기에 알람이 울려서 장바구니에 담은 것도 크지만 

감각적인 제목과 봄과 어울리는 색으로 선택했다. 시인에 대한 것은 몇글자 아는 것이 없었고 오롯이 시집 하나로만 글을 판단했다.


제발 내 앞에서 울지 마. 고개 숙이지도 말고. 그냥 걸어. 앞만 보고. 왜일까. 왜 우리가 같은 꿈을 꾸고 있는 걸까.


어쩌면 줄글일지도 모른 호흡이 긴 시를 보면서 나는 봄을 맞이하려고 한다. 


s*****m 2019.02.2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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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같이 있기에 꿈 꿔볼 말 "내가 이겼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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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박상수 시인의 시집이 세 권, 평론집이 두 권 모두 있는 걸로 보아서 내가 그의 시세계를 좋아하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다른 시인들의 시집에서라도 그가 쓴 해설(비평)을 만나게 되면 신이 나고, 다른 비평가들의 글과는 달리 더 꼼꼼하게 읽는 걸로 봐서는…….나는 시를 무척 좋아하지만 관심을 갖는 시들은 대개 어딘가 묵직한 것들, 꾹꾹 눌러 담은 것들이다. 그러면서도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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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박상수 시인의 시집이 세 권, 평론집이 두 권 모두 있는 걸로 보아서 내가 그의 시세계를 좋아하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다른 시인들의 시집에서라도 그가 쓴 해설(비평)을 만나게 되면 신이 나고, 다른 비평가들의 글과는 달리 더 꼼꼼하게 읽는 걸로 봐서는…….


나는 시를 무척 좋아하지만 관심을 갖는 시들은 대개 어딘가 묵직한 것들, 꾹꾹 눌러 담은 것들이다. 그러면서도 언제부턴가 박상수 시인의 ‘자칫 가벼워 보인다(는 세간의 평을 듣)’는 시들을 읽고 있으니, 희한한 심정이다. 아마도 그의 시 비평을 통해 나의 첫 관심은 시작됐던 것 같은데, ‘이런 사랑스러운 시 비평(해설)을 쓰는 사람의 시는 과연 어떨까?’ 하는 궁금함이 생겼고, 그렇게 만난 그의 자작시들은 아니나 다를까, 정말 사랑스러운 시였던 것이다! 행운이었다. 


첫 시집 『후르츠 캔디 버스』의 소녀가 7년쯤 지나고서 ‘숙녀’로 찾아 왔아 온 일이 있다.  그때 『숙녀의 기분』은 반갑고도 씁쓸한 시집이었다. 고민 많던 소녀가 당도한 세계란 곳이 결국 내가 그렇게도 걱정하는 바로 그 장소였으니. 상큼함이 사라진, 꿉꿉하고 퀴퀴한 어른들만의 세계. 이것은 이면이랄 것도 없는 정면 그대로의 모습. 그곳에서, 우리들의 소녀는 ‘숙녀’이길 강요 받고 있었다. 아, 기껏 이런 모습으로 재회하다니……. 안타깝고 씁쓸했으며 한편으로 창피했다. 나는 이 세계에 먼저 와 있는 선배 이주자이니까. 느닷없이 찾아온 이에게 누추한 방을 들킨 것처럼 부끄러웠다. 해줄 수 있는 게 당장 떠오르지 않아 시집을 덮고 헤어지며 다만 행운을 빌 뿐이었다. 위로라는 게 기껏 이런 미신 한 조각뿐이라니.

  

어느덧 5년이 또 지났다고 한다. 시인의 새로운 시집 소식이 들려 왔다. 세 번째 시집 『오늘 같이 있어』.

핫핑크 색상의 글씨가 박힌 샛노란 표지의 시집을 보고 누군가 ‘아, 예쁘다!’ ‘어쩜 이렇게 예쁜 노랑도 다 있니?’하고 말했지만, 나는 안다. 이 밝은 빛깔 아래의 역설 같은 속살이 있을 것임을. 첫 시집의 연한 주황빛에, 두번 째 시집의 그 연분홍에도 속았으니까. 이 ‘비비드한’ 컬러가 내 눈에는 벌써부터 슬픈게 보이는 것이었다. 억울하고 답답하고 서러운 마음이 노란 컬러 아래로 꼭꼭 파묻혀 있을 게 뻔하니까. 성인이 된 그는 또 어떤 고난을 통과하고 있을까? 보험도 대책도 없이 시간은, 참 잘 간다.


시집을 읽는다. 이건 마치 TV 일일연속극을 보는 듯한데, 직장 사회에서 벌어지는 ‘웃픈’ 하루 일상을 그린 시편들이 있다. 눈이 퉁퉁 부어 몰래 쓴 일기 같은 시들이 있다. 징그럽게도 현실적인 에피소드들을 몇 개 지나면 틈틈이 일기풍의 시들이 있다. 그것들이 꿈을 꾼다. 현실에 없을 환상의 시간을 여행하고 ‘나’ 자신을 조용히 다독인다. 분에 들뜬 마음을 이렇게나마 식혀 본다. 분명 잠 못 드는 밤에 썼을 시들로 여린 마음 위로 짓눌린 무게가 조금은 덜어졌을까…….


“난 왜 세계를 이렇게 떠도는 걸까요, 낮엔 햇빛을 흡수하고 밤엔 땅을 덥혀주는 내가 되고 싶었죠.” 

— 「외동딸」 부분


이것은 한때 우리 모든 소년, 소녀들의 ‘꿈’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가 생활하는 이 세계의 사람들은 아무도 소년, 소녀가 아니고 이런 것들은 세계로부터 폐기된 꿈일 뿐이다. 이곳에서 그 시절의 꿈 따위를 이야기해서는 기껏 ‘이기적’이라는 말이나 들을 뿐이고.


“그래, 선배 네 말을 믿고 당장 놈한테 상담했다가 여기까지 왔지, (……) 과장 놈, 왜 나만 피해 다닐까? 이젠 조직도 모르고 상하도 모르는 이기적인 애, 그게 나래”

— 「이기주의자」 부분 


요란했던 취업 전쟁에서 살아 도착한 여기는 어느 회사의 사무실. 딱딱한 사무용 책상 위로 기댄 팔꿈치와 여린 마음에는 하루치의 보람 대신 짜증과 화와 불쾌감만이 각질처럼 쌓여간다. ‘야근’, ‘회식 술자리’, ‘노래방’, ‘등산’, 대낮 외근 나가는 차로 갑작스레 도착한 ‘남산’의 음침한 장소. 이런 것이 무얼 말하는지 우리는 단어만으로도 비위가 상하는 걸 느낄 수 있겠지. 


사무실을 벗어나봐도 크게 다를 건 없다. 뒷담화와 맞장구 가득한 카페에서의 대화들, 병실로, 웨딩 촬영장으로, 골프장의 클럽 하우스로 ‘땜빵’ 알바나 머릿수 채우는 장소로 자꾸 호출 되고,  ‘나’는 미로 같은 일상에서 또 하루를 소비하는 것이다. 일상은 클리셰로 가득한 지루한 연극만 같다. 이것이 오늘 우리 어른들의 참상이며, 까닭 없이 바쁜 하루는 또 지나간다.


「살 마음」이라는 시에는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만난 한 앵벌이 남자애의 에피소드가 있다. 협박 반 애원 반으로 승객을 기죽게 하던 앵벌이 남자애에게 등산객 무리 중의 몇 명이 건들거리며 야유한다. 그러자 남자애는 갑자기 바닥을 곤충처럼 기어 쫓아가서는 “아저씨 나 알아요?*” 하며 일촉즉발의 상황을 만드는 것까지는 그래도 괜찮았으나, 태극기 꽂은 등산객 무리들이 배낭에서 꺼낸 옥수수와 백설기 앞에서 그만 눈빛이 흔들렸고,  그것을 지켜보던 ‘나’는 “그러지 마, 제발 그러지 마**” 하고 속으로 그렇게나 외쳤는데, 남자애는 그만 게걸스럽게 그것들을 받아 먹고 침까지 질질 흘리며 웃었고, 구십 도로 인사까지 하고 돌아갔던 것.(*, ** 시「살 마음」중에서) 이 아연실색할 오늘의 도시 풍경을 본 날, 그녀는 집에 돌아와 일기 같은 노트 속으로 숨어들어야만 했던 것이다.


“따가운 모래를 걷어내면 가보지 못한 나라의 일몰을 배경으로 한없이 걸어가는 친구들이 떠올랐다 죽은 매미의 날개를 떼며 주문을 외웠고 솎아내도 올라오던 여린 상추처럼 뿌리내리고 싶었다” 

— 「사랑의 인사」 부분


언제쯤이면 가능할까? 인생의 ‘리폼’을 꿈꿔 보기도 하는 것이다.


“넌 어떤 사람이 될 것 같아? 얼음처럼 단단한 사람, 사라질 땐 흔적도 안 남기는 그런 사람, 그럼 넌? 고양이 발바닥 젤리 같은 사람, 어딜 걸어도 안 다치는 그런 사람, 그렇게 믿어야 겨우 사람으로 남을 수 있는 세상”

— 「리폼 캠핑」 부분


한때 우리들의 소녀이거나 소년이었던, 그리고나서는 말없이 조신한 ‘숙녀’이길 강요 받던 한 떨기의 푸르고 여린 청춘들. 이들이, ‘맹장’을 잘라내듯 썩은 부위를 도려내고 드디어 ‘내가 이겼다고’ 소리칠 수 있는 시간은 영영 멀리 있는 것일까? 나는 시인과 함께 그들의 승리를 계속 꿈꾸고만 싶다. 동시에, 나의 회복 또한 끝까지 희망하고 싶다. 어른이라는 나의 부끄러움이 가슴에서 싹 사라지고 그 자리마다 뽀송뽀송한 떳떳함이 자라날 때까지. ‘어른’임을 감히 밝혀도 좋을 그날까지, 나는 희망을 내내 희망하고 싶다.


“너를 안아줄 뻔했다 네 침샘이 발전기를 돌리는 소리, 입술을 깨물면서 손을 더욱 떨었지 그러다 나랑 눈이 마주쳤어


ㄴ, ㄱ, ㅏ, ㅇ, 겨, 서


뭐라는 거야, 내가 좀 눈을 찡그리니까


내…… 가……

이.겼.다.고!


글썽이면서 넌 머핀을 몽땅 버렸다 아, 그랬구나 그런 거였어!

       

     (중략)


맹장을 잘라냈으니까, 월계수 말린 이파리 같은 애가 되렴, 바람 불면 날아가는 그런 애, 이제 앞머리만 조금 다듬으면 세상은 다 우리 거야”


— 「대결」 부분

g******l 2018.11.1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