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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알고있기로는 조선의 여인은 삼종지도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어진다고 한다. 아버지와 남편 그리고 아들로 이어지는 남자들에 따라 여인으로서의 운명이 결정지어 지는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조선의 사회에서 남편을 잘못만난다면? 어렸을때 본 지금은 그야말로 전설로 사라진 [전설의고향]을 볼때면 이불속에 몸을 숨기고 얼굴만 빼꼼히 내밀며 언제라도 이불속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귀신이나 복수가 대부분이었던 전설의 고향에도 가끔은 새로운 장르의 전설이 등장하곤 했었는데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은 세월의 흐름과는 무관한것 같다. 청상과부로 살아야하는 딸자식이 가엾고 불쌍해서 거짓으로 죽은자로 알리고 새로운 고장으로 가서 새로운 인생을 살도록 준비를 하는 이야기가 어렴풋하게 기억이 난다. 이희정님의 글들을 즐겨읽는 편이다. 다소 아쉬운 몇몇의 작품을 빼고는 일단은 폭탄을 떠앉을 위험에서 자유로운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특히나 시대물이 좋은것 같다.
한번은 우연이라 할 수 있지만 연이어 똑같은 일이 세번이 반복된다면 그것을 우연으로만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자인에게 들어온 혼담의 사내들마다 연이어 죽음을 맞는 상황이 발생하자 그런 자인을 두고 별의별 말들이 떠돌기 시작한다. 혼담만 넣으면 멀쩡하던 사내들이 죽어나가기 바쁘니 목숨이 둘이 아니라 하나인 다음에야 뉘라서 쉽게 혼담을 넣을수 있겠는가. 어찌어찌 하나 들어온 혼담이 이번에도 잘못될까 자인의 가족들은 하루하루 넘기기가 고통스러울지경인데 다행히 혼례날이 밝았다. 초례청에 선 신랑의 몸가짐부터 수상타싶었더니 기어이 사단이 나고 말았다. 아편에 중독된 사내라니, 첫날 제아내될 이에게 손찌검부터 해대는 사내에게 일방적으로 맞던 자인은 그저 자인이 살기위해서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버둥댄것이었다. 문짝이 떨어지고 피웅덩이를 만들어내는 상황을 본 김진사는 자인의 운명을 바꾸기로 한다. 그런 사내를 믿고 한평생 딸의 인생을 맡기고 싶지않았던 김진사는 거짓으로 자인의 죽음을 준비하고 멀리 떨어진 한양땅에 자인의 거처를 마련해둔다.
본시 사관이던 아비를 두었으나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어 집안은 풍비박산이 나고 노비로 지내다가 다행이 억울한 사정이 밝혀져 신분이 복권된 무진을 바라보는 김진사의 눈길이 심상치않다. 자인에게 애써 구해준 지아비란 녀석이 그런 아편쟁이라 딸을 그렇게 험난한 인생으로 몰아버린 아비의 심정으로 이번에는 제대로 사람의 심성을 알아보고 자인의 배필로 엮어줄 생각을 한 것이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무진의 됨됨이를 알아보던 김진사는 어렵게 무진에게 속내를 털어놓고 그런 김진사의 언행에 당황하던 무진은 자인을 일단 보고 어려운 결정을 내리기로 한다. 그렇게 무진의 마음속으로 곱디고운 자인이 들어왔다. 한참을 떨어져지낸 부부라고 하나 집안의 종들이 보기에 자인과 무진의 행동들은 이상하기짝이 없었다.하인들이 하는 장작을 패거나 안채에 군불을 땐다거나 하는 허드렛일들 아무런 스스럼없이 찾아서 하는 무진이나 그런 무진을 말리지않는 자인도.
처음으로 은애하는 이를 위하여 그니가 좀더 따뜻하게 지낼수 있도록 방안에 군불을 때주고 그런 마음을 처음 받아보는지라 그 첫마음이 고맙고 서툴러서 버선을 짓고 서로에게 다가가는 방식들이 더디고 더딜지라도 마음이 닿는데는 무리가 없을터였다. 그리고 그런 집안의 두 쑥맥들을 위하여 집안의 하인들이 일을 꾸미기 시작하는데.. 사랑채의 아궁이를 허물어 무진과 자인이 한방을 쓰도록 만들자는것인데.. 늦배운 도둑질이 날새는줄 모른다고, 한번 자인과 보내는 시간에 재미를 들인 무진이 달구아범에게 일러 아궁이수리를 더 끌라 이르는데 피식거리는 웃음이 새어나온다.
그나저나 자인에게는 한가지 어두운 걱정거리가 자리잡고 있었는데 언제이고 혼인을 한 재규가 자인을 찾아낼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자연 무진에게도 거리를 둘 수 밖에 없었는데 그런 자인의 걱정을 다독여주는 무진이다보니 이제는 자인도 무진을 온전한 지아비로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자인의 걱정이 기우가 아닌것이 아직도 아편에 중독되어 계집질에 빠져있던 재규의 매서운 눈이 자인에게 꽂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