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령의 탐색이 없는 자서전은 앙꼬없는 찐빵과 같다. 첸리췬의 《내 정신의 자서전》은 중국 지식인의 학술적 자아 혹은 정신적 자아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중국의 문호 루쉰의 정신적 후계자답게 첸리췬은 이 책에서 지식인의 정신 역정과 학술 생애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을 행하고 있다. 중국 지식인의 모순을 비판하면서 저자 자신의 사상과 학문도 반성하고 있다.
"20세기 중국에서 지식인들은 어쩔 수 없이 서로 다른 선택을 해야 했다. 그중에서 가장 영향력이 컸던 것은 바로 '민족 해방, 사회 평등, 사상 통일과 의식화를 추구하는' 선택, 그리고 '개성 해방과 자유를 강조하면서 주류 사상으로부터의 분리와 초월을 지향하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혁명의 성공으로 전자의 선택은 절대적인 승리를 거두었고, 후자의 선택은 절대적으로 실패·파산했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두루 확산되었다."(40쪽)
루쉰에 따르면 학계의 지식인은 관혼(관리의 혼), 비혼(비적의 혼), 민혼(민중의 혼)이라는 세 가지 혼이 있다. 민혼으로서의 지식인은 공민의 신분과 사회의 보통 구성원의 신분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한다. 다시 말해서 민혼의 유일한 희망은 바로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을 그대로 말하려는 것이다.
저자는 루쉰을 본받아 중국 지식인의 세 가지 비열한 근성으로 추장(酋長) 사상, 이원론적 흑백논리, 살기(殺氣)를 언급한다. 달리 말하면, 중국 지식인은 제왕 기질, 패권 기질, 살기, 재사 기질, 건달 기질(깡패 기질과 비적 기질)에 푹 젖어 있다. 건달문화는 중국 전통문화와 서구 식민문화 및 상업문화의 악성 결합이라는 통찰력있는 비판을 가한다.
"바로 루쉰이 날카롭게 지적한 바와 같이 중국 현대 지식인의 실제 지위는 관방의 '어용 문인'이거나 '협력자' 또는 대중을 '추종하는 문인'이거나 '협력자'에 불과한데도, 스스로는 시대의 양심, 민중의 향도자, 국가의 동량 등 소위 '사회구조의 주체'로 인식했다. "(42-3쪽)
저자는 지식인으로서 이상주의자 돈키호테와 회의주의자 햄릿 사이에서 방황하는 모습을 비판한다. 이는 ‘사상가와 실천가’ 사이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유가의 도덕 이상주의, 인성 이상주의는 범인을 성인으로 바꾸려는 인간 개조의 욕망이지만, 현실에서 실제로 드러난 양상은 바로 인간에 대한 통제와 압제로 얼룩진 전제주의였다. "천당이 현실이 되자 그것은 바로 지옥이었다." 하이네에 따르면 정치적 낭만주의, 경제적 낭만주의, 도덕적 이상주의와 같은 유토피아 사상의 현실화가 재난을 초래하고, 이런 사상의 현실화가 사상과 사상가의 파멸을 불러왔다고 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