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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만 보지 말고 나무를 통해 숲을 보라, 와 같은 아포리즘을 생각나게 하는 책이다. 건축을 이야기하고, 도시를 응시하지만, 사실상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세계관과 문화에 관한 것이라는 느낌.
<도시를 읽다>는 총 3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장에서는 리딩 시티(Reading City)에 관한 설명을, 2장에서는 15개의 도시에 대한 설명을, 3장에서는 도시 철학에 대한 견해를 싣고 있다.
리딩 시티라는 독특한 개념을 설명한 제1장은 생각보다 지루한 편이다. 도입부에서 저자가 '도시는 책을 닮았다'는 말로 흥미를 유발하는 것에 비해, 리딩 시티는 학술적인 성격이 강한 편이라 건축학도가 아닌 내게는 일견 진부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다행히 1장은 분량이 적고, 간단하게 리딩 시티에 대한 개념만을 숙지시킨 채 책은 2장으로 서둘러 진입한다. 15개의 도시를 다룬 제2장은 차근차근 템포를 올리는 마라톤 선수처럼 성급하지 않게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한 도시를 읽고 다음 도시로 넘어갈 때마다 흥미도가 따라서 올라가는 느낌이랄까.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한 지역에 거주하는 민족의 세계관이 일정한 건축 디자인의 색채를 만들고, 그 색채가 도시 구조의 기반이 되며, 도시 구조는 그 지역의 역사에 일조하게 되며, 그 역사는 다시 도시 구조를 변화시키고, 이어 건축 디자인을 변화시키며, 결과적으로 그 지역의 세계관까지도 변화시키게 되는 사슬 구조를, 자연스러운 예시와 조근조근한 역사 이야기를 통해 부드러운 간접 화법으로 전달하는 점이었다. 이는 마치 저자가 가르쳐주지 않은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된 것 같은 성취감을 불러일으켰다.
게다가 전 세계가 건축학적으로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이는 결국 역사적으로나 사상적으로도 연관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사실도 상당히 세부적으로 묘사되어 있어 감탄을 터뜨리게 한다.
제3장은 어떻게 보면 해설지에 가까운 느낌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재미있다. 동양의 건축 기술은 결코 서양의 건축 기술에 밀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양의 건축은 오랜 기간에 걸쳐 마치 모자란 부분을 수리하듯 발전해온 것에 비해, 서양의 건축은 각 세대마다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냈다. 새로운 시도와, 새로운 형태, 다양한 미적 관점의 제시 등은 어쩌면 '건축'에 대한 개념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도시를 읽다> 322p에서 저자가 기술한 것에 따르면,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건축을 architecture라고 불렀는데, 이는 최고(arch-)의 기술(-tec)이란 뜻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현존하는 고대 그리스 건축 유적은 대부분 그 설계자의 이름이 전해진다. 그에 반해 중국의 고대 건축물이 예술성과 가치를 인정받음에도 그 설계자나 건축 의뢰자는 거의 알 수 없다고 한다.
이는 즉, 건축을 예술에 가까운 기술적 창조로 인정하는 서양과, 그저 기술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동양의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생각되는데, 이것이 바로 세계관의 차이이며, 이는 건축물의 차이로 이어졌고, 이는 도시 계획에도 영향을 미쳤으며, 문화와 사상, 그리고 그 주체인 사람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또한 다시 그 사람이 세계관을 구성하는 데에도 마찬가지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도시를 읽다>는 도시를 접하며 세계 여행을 다닌 느낌이라기보다, 각국의 다양한 친구들과 서로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진지한 수다 혹은 토론을 나눈 느낌이다. 언뜻 보기엔 흥미롭지만, 조금 접하면 어렵다. 그러나 끝까지 읽고 나면 다시 한 번 마주하고 싶은, 다시 만나고 싶은 친구 같은 기분이 되어버린다.
저자 장친난은 31년생 중국인 할아버지이다. 그만한 연세에 이렇게 군더더기 없는 글을 만들었다는 것도 놀랍지만, 사실 그보다는 자칫하면 수많은 각주로 인해 학술지로 전락해버릴 위험이 있었음에도, 센스있게 구성하신 역자와 편집자의 노고가 크다.
본문에 인용된 문구를 재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사람은 집을 만들고, 집은 사람을 만든다." - 윈스턴 처칠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인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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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있는 도시지만 그것이 어떻게 어떠한 배경과 어떠한 기능을 위해 건축되었고 변화되었는지 알지못하였기에 내가 살고있는 도시에 대한 애정이 없는 듯하다. 알고싶어할 필요가 없어서였을 것이다. 그저 그냥 보이는대로 즐기면 그만이다라는 생각으로 살아왔겠지.
그러던 중에 이 책을 만난 것이다. 중국인 건축설계사 장친난이 세계 여러나라의 15개 도시를 여행하면서 알게된 각 도시 속의 인간과 건축에 대한 이야기.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전 소개된 도시 중 우리나라의 도시가 없다는 것이 많이 안타까웠는데 그만큼 우리 도시에는 1%의 무언가가 부족한 것인가라는 의문을 갖게되었다. 결국 이 책을 다 읽을 즈음에 그 부족한 것을 알게되지만 그 도시를 구성하는 우리들의 노력없이는 앞으로도 여전히 정체될 것만 같다.
15페이지 정도의 1장을 읽다보면 건축학을 배우지 않는 나에게는 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내용이 상당히 유익했던 것 같다. 도시를 단순히 외적인 멋과 형태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인 특성과 구성원들이 만들어낸 문화의 특징 그로인해 완성된 도시 건축에 대한 이야기 등 모든 것이 새롭고 흥미롭다. 그리고 태도가 변했다. 그 짧은 내용만으로도 도시 뿐만이 아닌 그저 하나의 건축물을 보면서도 그 특성을 살피며 역사가 궁금해진 것이다.
2장에 접어들면서 15개 도시에 대한 도시 체험이 시작된다. 그리고 2장에서는 다소 건축학도들에게는 교과서적인 내용일 수도 있는 도시의 기질과 건축문화 그리고 이상적인 도시의 구성요소에 대한 논설적인 이야기로 마무리를 짓는다.
그리 쉽게 읽혀지지는 않았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읽는 순간까지도 그 흥미가 떨어지지않는 유익함이 가득한 교양서적이면서 동시에 여행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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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 City ! 도시공간을 각색하는 철학적 탐험기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건축에 관한 지식을 여행의 에피소드를 곁들여 재미나게 풀어내어 제목처럼 도시를 ‘읽는’ 감각으로 다가온 책.
문화 역사 등의 인문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작가의 시선도 도시가 풍기는 색깔있는 매력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그 풍경을 먼발치서 바라보고 둘러볼 수 있게끔 만들어준다.
다양성이 반영된 선정 도시의 나열만으로도 자연스럽게 마음이 이끌린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지만, 세계 도시 속 랜드마크 중심의 영역에서 벗어나 역사와 배경을 고려한 건축과 도시의 ‘관계’에 대한 전개가 흥미롭다.
조금 더 사적으로, 조금 더 깊이있게 그 도시의 공간에 가까이 접근해 보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지만.
직접 여행했던 도시에 대한 부분을 읽어나갈 땐 공감능력에 몹시 충실한 나머지(저자의 문체 영향도 적지 않음) 어느덧 내가 기억하는 그때의 정취, 상황에 놓인 듯 몰입되어 첨벙대곤 했다.
경험해보고 싶은 장소에 대해 내 나름의 테마를 떠올리며 특정한 의미를 정의내려 보기도 하면서 그 도시만이 갖는 이미지를 상상해보는 것도 이 책을 읽으며 발견한 또 하나의 유희. 기다림의 시간을 통해 다듬어지며 완성되어가는 도시의 자정 과정이 도시를 ‘읽는’ 과정과 그 모습이 닮아있어서인지 도시마다 그 공간을 채워가는 의미있는 이야기들이 더 풍요롭게 느껴졌다.
*형광펜 도시는 확실히 책을 닮았다. 건물은 글자, 도로는 구절, 마을은 단락, 공원은 삽화에 비유하면 딱 맞아떨어진다. 특히 이를 통해 인간의 현재와 과거의 삶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공통점이다.(17p)
로스앤젤레스를 산문집에, 시카고를 역사소설에, 멕시코시티를 백과사전에 비유한 것처럼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시를 연상시킨다. 특히 분위기 잡기 좋은 낭만시가 떠오른다.(15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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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근간은 길일까, 건물일까, 사람일까.
빗자루로 툭툭 걷어내는 거미줄 하나도 설계가 필요할 테고 그 나름대로 필요한 기능이 포함되어 있을 텐데 하물며 인간이 이루어내는 도시라 하면 두 말 할 것도 없을 테지.
처음 책을 받을 때 다른 책들에 비해 가로 길이가 짧은 것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어차피 들어갈 내용이면 가볍고 종이 소비도 덜한 책이 절약한다는 면에서는 좋겠거니 했는데, 책을 읽다보니 조금 답답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쫙 펼쳐지지도 않고 자꾸 덮이는 책장 하며, 좁은 폭으로 인해 세로 여백이 줄어 책을 손에 들고 읽기 답답하다. 재생지 사용에 여백을 줄인 이유는 충분히 이해를 하겠으나 읽을 때 불편하다는 점은 분명 개선해야 할 듯하다.
아무래도 저자가 중국인인 만큼 도입부에서는 중국, 그 중에서도 상하이에 관한 설명이 주를 이룬다. 상하이라는 도시를 잘 모르는 한국인 독자가 읽기에는 조금 지루한 감이 있지만, 책의 전개상 미리 알고 있어야 할 정보라는 생각에 꼼꼼히 읽어 나갔다.
저자는 도시 설계나 건축 전문 서적이 아니라 그저 도시에, 건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의 여행기라고 소개한다. 확실히 책에 수록되어 있는 도시와 건물 사진을 보며 여행 관련 책을 읽을 때처럼 흥미진진함과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열다섯 도시를 소개하면서 건축 용어나 건축에 얽힌 역사, 건축학자들을 자세히 설명한다는 점에서 볼 때 건축 관련 공부를 하는 사람이나 건축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는 분명 유용한 책이 될 수 있으리라 짐작해 본다.
하지만 사진 한 장만 보아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정보를 길게 나열하고 말미에 그에 대한 감상 몇 줄을 보태고 끝이라는 점이 아쉽다. 일반인이 전문가에게서 자신이 미처 생각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에서 대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길 기대한다. 그 대상이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 어떤 특별한 사연을 담고 있지는 않은지, 지금 그 대상을 영위하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등을 조금 더 자세히 실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