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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에 의한’이 아닌 ‘핵으로부터의’ 자유
"‘핵에 의한’이 아닌 ‘핵으로부터의’ 자유" 내용보기
현재 21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는 한국. 세계적으로도 영토에 비해 원전의 밀집도가 가장 높은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지난해 후쿠시마의 참사에도 아랑곳없이 2024년까지 이를 34기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역시나 대단한 양반이다.   돌이켜보면 한반도는 6·25전쟁 이후 끊임없이 핵 재앙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이었고, 북핵 문제 역시 ‘현재
"‘핵에 의한’이 아닌 ‘핵으로부터의’ 자유" 내용보기

현재 21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는 한국. 세계적으로도 영토에 비해 원전의 밀집도가 가장 높은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지난해 후쿠시마의 참사에도 아랑곳없이 2024년까지 이를 34기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역시나 대단한 양반이다.

 

돌이켜보면 한반도는 6·25전쟁 이후 끊임없이 핵 재앙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이었고, 북핵 문제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들은 ‘핵’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저자는 핵을 ‘인간계의 절대반지’로 표현했다.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지난해 자신의 70세 생일에 “나는 핵전쟁이나 지구 온난화와 같은 재앙으로 인류가 1000년 이내에 멸망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고 한다. 물론 1000년이란 시간은 먼 훗날일 수도 있지만, 당장 내일이 될 수도 있다.

 

인류 뿐 아니라 지구 자체의 파멸을 가져올 수 있는 유일한 발명품인 핵.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의 탐욕이 만들어낸 핵을 어떤 이는 “사정거리가 가장 긴 구조적 폭력”이라 말하고, 또 어떤 이는 “세계 번영의 마르지 않는 샘”이라 찬양한다.영화 〈반지의 제왕〉의 ‘절대반지’처럼 인간을 공포에 몰아넣기도 하고, 매료시키기도 하는 핵. 과연 핵은 우리에게 무엇일까.

 

저자는 어느 순간 우리에게 익숙해져버린 핵에 대해 정작 많은 이들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고 있음을 느꼈다. 이는 3월 26~27일 정부의 호들갑 속에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렸고, 북핵문제, 원전 수출 등 핵과 관련된 많은 이슈 속에 살아가고 있지만, 정작 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이나 담론의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때문에 저자는 광범위한 1차 자료와 역사적 사실들을 바탕으로 우리가 막연하게 알고 있던 핵 문제를 제대로 알리고자 노력했다. 우리와 전혀 무관하지 않은, ‘삶과 죽음’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우리가 흔히 일제 패망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믿고 있는 미국의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을 들 수 있다. 이를 계기로 우리는 핵을 일종의 ‘해방의 무기’로 인식하게 됐고, 이후 미국 핵무기에 대한 비판에서 둔감한 모습을 보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당시 여러 자료들에 의하면 일본의 항복에 굳이 핵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미국의 원폭이 아니더라도 일본은 항복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었고, 오히려 소련의 참전 선언이 일본에게 더욱 큰 압박으로 작용했다.

 

저자는 당시 미국의 원폭이 소련 스탈린에 대한 무력시위의 측면이 더 강했다고 말한다. 소련보다 먼저 핵을 개발한 미국이 당시 잠재적인 라이벌로 떠오르던 소련을 견제하고, 전후질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불필요한 ‘재앙’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한편 그동안 우리는 원폭으로 인한 일본의 패망에만 주목했을 뿐, 당시 억울하게 죽어간 4만 여명의 강제징용 조선인들은 기억하려 하지 않았다.

 

6·25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의 영웅’으로,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인천자유공원을 ‘점령’하고 있는 맥아더에 대한 인식도 변화가 필요하다. 당시 그는 중국의 참전으로 미군과 연합군이 수세로 몰리자, 트루먼 대통령에게 북중 국경지대에 30여 발의 핵폭탄을 투하하면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다고 공언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동해로부터 서해에 이르기까지 코발트 방사선이 막을 형성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 지역의 생명체는 60년, 혹은 120년 후에야 다시 소생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당시 그의 계획대로 핵 공격이 이뤄졌다면 지금의 한반도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전쟁 이후에도 한반도는 핵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았다. 북은 반세기가 넘는 시간동안 미국의 핵 위협을 견뎌야 했고, 남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 수많은 핵무기를 받아들여야 했다. 단 한 순간의 결정이나 우연, 실수로도 한반도는 핵 재앙을 맞을 수 있었던 것이다.

 

책은 미국의 대한반도 핵 정책 속에는 한반도 분단의 논리, 냉전의 논리가 그대로 투영되어 왔다고 말한다. 이는 MD역시 마찬가지다. 북은 끊임없이 MD의 공격 대상이 되어왔고, 남은 MD의 포섭대상이었다.

 

이는 결국 한반도 핵 문제가 단지 북핵 문제의 해결만으로 풀 수 없음을 보여준다. 북핵은 60년이 넘게 쌓여온 분단과 냉전이라는 한반도 문제의 󰡐모순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핵 문제를 북 체제나 지도자의 문제로 국한해 바라보는 한 해결에 다가갈 수 없다. 냉전이라는 병을 앓아온 한반도 전체의 체질을 바꿀 때 비로소 그 치유법을 모색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북의 광명성3호 발사로 인해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더욱 예측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는 단호하게 대처할 것임을 천명했고, 미국 역시 2·29합의 이행에 부정적 입장이다. 더구나 오바마 행정부는 당장 다가온 대선으로 인해 더 이상 북과 대화에 나서기도 어려운 모습이다.

 

저자는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미국 내에 팽배해있는 ‘북 불신론’을 깨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오바마에게 노벨평화상을 ‘선불로’ 안겨준 그의 ‘핵 없는 세상’정책 역시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만약 북이 3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바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 현실주의자들은 여전히 핵이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수단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특히 부상하는 중국이나 푸틴의 러시아를 상대함에 있어 핵을 포기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때문에 그가 재선한다해도 그의 구상이 현실로 이어지기는 여전히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한 푸틴의 러시아와 시진핑의 새로운 중국 지도부 역시 미국의 쇠퇴를 자국의 위상강화와 ‘미국의 단극체제’를 끝내고, ‘다극체제’로 변화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오바마의 재선 이후 이스라엘의 이란 폭격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높다.

 

결국 더욱 복잡해진 국제정세 속에서 한반도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또 다시 ‘그냥 이렇게’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잠깐의 평화에 안도하다가 돌발적 변수가 생기면 또 다시 불안해야하는 ‘진땀 흘리는’삶 말이다.

 

때문에 차기 정부의 역할이 더욱 무겁다. 북핵문제를 둘러싼 복잡한 국제정세와 더불어, 본질적인 한반도 문제의 근원, 즉 냉전체제의 해체라는 과제가 주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 보수 진영은 북 때리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것이 또한 단순히 비난하는 것이다. 상대방을 비난한다는 것은 상대방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보수 진영의 관성을 과연 이름만 바뀐 새누리당이 얼마나 극복할 수 있을까.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저자는 김정은 체제가 처해 있는 상황으로 인해, 핵무기에 대한 의존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북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최대 업적으로 평가되는 핵을 부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김정은 체제의 생존을 위해 핵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에게도 역시 핵은 이중성을 가지고 있는 ‘딜레마의 무기’다. 때문에 광명성3호 발사로 일단락된 북의 미사일 행보가 끝난 후 어쩌면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남북관계 개선에 나설 수도 있다.

 

한 치 앞도 보기 힘든 남북관계, 그리고 북핵 문제. 이는 어느 한 순간에 갑자기 생겨난 문제가 아니다. 세계 2차 대전의 와중에 탄생한 핵무기의 역사와 더불어 한반도의 분단과 냉전의 지속까지, 모든 것을 깊이 있게 통찰해야 비로소 ‘보이는’문제다.

 

때문에 이 책처럼 핵 문제를 근원부터 조명한 자료는 소중할 수밖에 없다. ‘핵은 안전하다’는 기만이 적어도 더 이상 한반도에서는 부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YES마니아 : 로얄 w*******7 2012.04.1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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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는 한반도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핵의 세계사》
"핵무기는 한반도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핵의 세계사》" 내용보기
"1970년대 동북아시아에서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하고, 국민들을 고문하는 나라가 있었다. 사람들은 북한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니다. 그건 남한이다. 1970년대의 남한과 오늘날의 북한은 여러 점에서 흡사하다. - CIA 前 한국지부장 도널그 그레그(Donald Gregg)" 본문 중 p.253  ​ 우리 사회는 군부 독재 시절에 비한다면 많이 개방되고 민주화되었다지만 여전
"핵무기는 한반도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핵의 세계사》" 내용보기


"1970년대 동북아시아에서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하고, 국민들을 고문하는 나라가 있었다. 사람들은 북한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니다. 그건 남한이다. 1970년대의 남한과 오늘날의 북한은 여러 점에서 흡사하다. - CIA 前 한국지부장 도널그 그레그(Donald Gregg)" 본문 중 p.253 

우리 사회는 군부 독재 시절에 비한다면 많이 개방되고 민주화되었다지만 여전히 언급이 금기시되는 주제가 많이 있습니다. 특히 이념과 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냉철한 이성을 잃고 자신이 정해놓은 잣대를 바이블마냥 신봉하면서 감정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입니다. 중도 보수를 추구하는 제 시각에서 본다면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고 어느 진영이든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타협점이 없다보니 편가르기가 되고 국론은 분열됩니다. 가장 큰 책임은 국익보다 눈앞의 당리당략만 앞세워 무책임하게 국민을 선동하는 정치가들에 있습니다. 언론들 역시 중립적인 입장에서 객관적인 정보를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대신 어느 한쪽 진영에서 나팔수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 현실이죠. 이 점이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냉철하게 보았을 때 우리 사회는 전반적으로 극우적인 면이 강합니다. 냉전 이래 전세계적으로 핵무기는 인류의 共適으로 취급받으며 평화단체들은 핵무기를 감축하라며 핵보유국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 보편적인 흐름인 반면, 우리는 거꾸로 핵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갈수록 늘어나는 재정적자와 경제 불황에도 불구하고 국방비는 매년 꾸준히 증가합니다. 군은 구조조정의 대상에서 항상 예외이며 막대한 국방비가 어떻게 쓰이는지 아무도 모르며 알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매년 20만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입대하여 아무런 댓가도 받지 못한 채 2년을 복무합니다. 군 복무의 형평성은 따져도, 근본적으로 내가 짊어져야 하는 부담이 과연 합당한 수준인가를 묻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는 일차적으로는 북한이라는 존재 때문이기도 하지만, 단순히 레드 컴플렉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첫째로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안보 공포증입니다. 종편에 출연하는 예비역 장성들은 늘상 국민들더러 안보 불감증에 걸려 있다고 비판하지만 실제는 정반대입니다. 북한은 둘째치고라도 지정학적으로 4대 군사 강국에 둘러싸인데다 일본을 제외한 3개 국가가 핵 보유국이라는 현실, 그리고 일본의 식민 지배와 중국과 러시아가 한국전쟁 당시 김일성의 남침을 지원했다는 사실을 여전히 잊지 못한 채 잠재적인 적으로 취급하며 경계합니다.


두번째는 강성대국에 대한 환상입니다. 주변국으로부터 수없이 침략을 당했던 역사를 강조하면서 핵을 포함한 막강한 군사력을 가져야 남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하지 않으며 국제사회에서 큰 소리를 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조건 크고 아름다운 것이 좋은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어떤 희생도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정희 정권 시절 핵개발을 다룬 김진명씨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가 출간되자 말자 베스트셀러가 되고 환단고기 따위의 허황된 유사 역사서가 우리 사회에 먹혀 들어가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몇년 전에는 모 단체에서 "삼족오 소년소녀대"라는 것을 발족했는데 히틀러 유겐트를 연상케 하는 모습에 물의를 빚기도 했습니다.


이런 모습은 일종의 막연한 피해의식에서 비롯된 것인데, 유사한 사례가 바로 제국주의 일본입니다.  메이지 시절 지도자들은 정권의 안정과 국민의 희생을 요구하기 위해 중국과 구미 열강을 가상적으로 삼아 "언제 이들이 우리를 침략할지 모른다"라며 공포심을 조장하여 일본 사회를 군국주의화합니다. 주변국을 침략하고 태평양전쟁을 일으킬 때에도 "우리가 먼저 쳐들어가지 않으면 귀축영미에게 잡아 먹힌다"라며 정당화하였습니다. 아무리 국가가 쥐어짜도 일본 국민들은 저항하는 대신 오히려 불가피한 희생이라고 생각하면서 꿋꿋이 감내한 것은 바로 이런 공포심 때문입니다. 김정은이 국민들의 배를 채우는 대신 미사일 발사와 핵개발에 열을 올릴 수 있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우리도 다를 바 없습니다. 인구에 비해 엄청난 상비군을 보유하고 경제 규모에 비해 막대한 군사비를 쓰는 것을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어떤 것이 우리에게 이익인가를 냉철하게 생각해 볼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핵의 세계사》는 히로시마에 처음 원폭이 떨어졌을 때부터 오늘날까지 핵무기가 우리 역사를 어떻게 바꾸었으며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다룬 책입니다. 핵의 세계사라는 타이틀이 붙어있지만 실질적인 포커스는 한반도와 북핵문제입니다. 저자는 북한 전문가이자 인권운동가이며 현재 NGO단체인 평화네트워크 대표를 맡고 있는 정욱식씨입니다. 팟케스트로 《김종대 정욱식의 진짜 안보》라는 코너를 운영한다는데 아직 들어본 적은 없습니다. 저는 명색이 공대 출신이면서도 왠지 아날로그에 익숙해서 컴퓨터로 뭘 듣는다거나 채팅을 하는 것조차 불편한 사람이라.... 그러면서 글은 원고지가 아닌 컴퓨터로 쓰고 있으니.


1945년 7월 16일 뉴멕시코 사막에서 최초의 핵실험이 성공한 후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집니다. 핵의 시대가 열린 것이죠. 김일성의 정신나간 야욕으로 시작된 한국전쟁은 좁은 한반도만이 아니라 이후 인류의 역사에 엄청난 해악을 깨치게 됩니다. 2차 대전 종전 직후부터 심한 불신을 품고 있던 미국과 소련은 완전히 갈라서 가공할 핵군비 경쟁을 시작합니다. 또한 미국은 국공내전에서 마오가 승리하자 신중국과의 관계를 재정립할 생각으로 애치슨 라인을 선언했지만 한국전쟁으로 중-미 양국은 서로를 적대시하게 됩니다. 자본진영과 공산진영은 서로 철의 장막을 쳤고 구소련이 붕괴되는 1991년까지 약 40년에 걸친 냉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한국전쟁 당시 핵카드를 끝까지 만지작거렸던 미국의 딜레마, 쿠바 미사일 사태, 냉전 시절 미소를 비롯한 핵강국들의 핵군비 경쟁과 박정희 정권의 핵개발 등 핵과 관련된 현대사를 정치적인 관점에서 매우 흥미롭게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미국의 MD체제의 문제점, 북한의 핵실험과 한-미 대응, 원전 문제에 대해서도 기존 통념에 반대하는 시각에서 서술합니다. 읽다보면 저자가 안보문제와 핵무기에 관해서는 매우 박식한 지식과 논리를 갖춘 분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물론 저자가 좌파쪽 인사다보니 정치적인 색깔이 많이 가미되어 있고 객관적이라기에는 반미쪽으로 편향된 면이 강합니다. 또한 내용 중 오류라던가, 저자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많이 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소련의 핵역량을 과대평가한 것에 대해서는 제가 따로 글을 쓴 적이 있고, 북한은 수십년전부터 꾸준히 핵개발을 추진해 왔다는 점에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북한을 자극하여 결과적으로 핵실험을 강행하게 만들었다는 식의 기술은 어폐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라크 침공이 북한을 자극한 부분은 있지만, 그게 없었다고 해도 북한은 핵을 개발했을 것입니다. 그외에도 일관성이 다소 부족한 설명과, 평화론자로서 지나치게 이상주의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아닌가 싶은 점도 종종 눈에 띄입니다.


하지만 강성대국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주장하는 사람들이나 북핵 문제에 대해 덮어놓고 위기감만 조장하는 종편의 단골 손님들에 비해서는 전반적으로 볼때 매우 훌륭한 책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의 안전성에 의문을 품고 있는 현실에서 원전론자들이 말하듯 원전이 과연 가장 저렴하고 청정한 에너지라고 할 수 있는가, 에 대한 저자의 탈원전 논리 역시 주목할 만 합니다. 저자의 주장에 찬반 여부를 떠나, 또 다른 시각에서 접근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습니다.

 

"상대방의 핵무기에 내가 위협을 느끼듯, 나의 핵무기도 상대방에게 위협이 된다"

 

많은 사람들의 가장 큰 오해가 약소국에게 핵은 강대국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이스라엘과 파키스탄이 "자위용"이라며 핵을 개발하였고 그 뒤를 따르는 나라가 북한과 이란입니다. 얼핏 보면 이 말은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가령 우크라이나가 핵을 가졌다면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침공하여 합병했을 것인가, 후세인에게 핵이 있었다면 미국이 쉽사리 이라크를 침공했을 것인가. 주변 강국의 위협을 받는 나라들 입장에서는 핵은 매우 매력적인 존재입니다.

 

그러나 간과하기 쉬운 점은 여기에는 몇가지 전제가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첫째로 나만 핵을 독점해야 한다는 것, 둘째로 상대가 여기에 대항할 수단이 없어야 한다는 것, 셋째로 여차하면 모든 것을 잃을 각오를 하고 핵을 쓸 수 있는 베짱이 있어야 한다는 것, 넷째로 상대에게도 그런 믿음을 주어야 한다는 것. 이 네가지를 갖추지 못하면 핵은 아무런 억제력을 가지지 못합니다.

 

만약 우리가 핵을 가진다면 일본도 핵무장을 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너도나도 핵을 가지면서 핵의 독점이 깨지는 것이죠. 그럼 단순히 핵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으며 상대를 확실하게 제압할 만큼의 핵이 필요하게 되므로 핵군비 경쟁이 벌어집니다. 또한 상대에게 투발할 수단도 있어야 합니다. 핵을 소형화하고 핵을 탑재할 수 있는 대형 항공기와 잠수함, 탄도미사일 등을 가져야 합니다. 다음 단계로 상대의 창으로부터 나를 방어하기 위한 방패의 개발에 나섭니다. 한쪽이 방패를 개발하면 다른 한쪽도 방패를 만들려고 할 것이고 상대의 방패를 뚫기 위한 더 많은 창을 만들게 됩니다. 바로 이것이 미-소 시절의 핵군비 경쟁이고 오늘날 미국의 MD체제입니다.

 

핵이 과연 주변국의 침략을 막을 수 있는가. 제4차 중동전 당시 이스라엘이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이집트와 시리아는 핵도 없고 보복능력도 없었음에도 전면적인 기습공격을 실시했습니다. 이스라엘이 실제로 핵을 사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자 핵 사용을 심각하게 고려했으나 미-소의 압력으로 결국 포기해야 했습니다. 현실적으로 핵을 사용한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핵보유를 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는 명제는 의미없는 논쟁입니다. 어차피 비핵국가가 핵개발을 시도하는 것은 국제 사회가 용인하지 않으므로 우리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국제 질서가 무너져 일본이 핵무장을 하는 등 전세계적인 핵군비 경쟁이 재개된다면 그때는 그때대로 선택의 여지없이 우리 역시 핵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핵군비 경쟁에 우리가 앞장서지는 않더라도 그런 분위기라면 우리 역시 동참해야 최소한의 억지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가장 현실적인 판단이 아닐까 합니다.

 

작년에 워드 윌슨이라는 사람이 쓴 《핵무기에 관한 다섯가지 신화》라는 번역서가 플래닛 미디어에서 나왔는데 그 책보다는 이 책이 훨씬 읽을 가치가 있습니다. 저자 정욱식씨는 지난달에 제가 책을 출간했을 때 지인을 통해 인터뷰 기회를 가지려다가 시간이 맞지 않아 결국 만나지 못했지만 언제고 한번 만나서 진지한 대화를 나눠봤으면 싶습니다. 

a*****1 2015.04.2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