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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보스코프스키 데카 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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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빈과 잘츠부르크의 음악적 전통2019년 1월 처음으로 오스트리아 빈과 잘츠부르크에 다녀왔습니다. 빈에서는 4박을 하면서 시내 곳곳을 둘러보았습니다. 황금홀로 유명한 무지크페라인잘부터 빈 국립 오페라 극장, 브람스 동상, 요한 슈트라우스의 동상(곳곳에 음악가 동상이 즐비합니다.), 트램을 타고 북쪽으로 이동하여 베토벤이 유서를 쓴 장소로 널리 알려진 하일리겐슈타트까지
"빌리 보스코프스키 데카 전집" 내용보기

1. 빈과 잘츠부르크의 음악적 전통

2019년 1월 처음으로 오스트리아 빈과 잘츠부르크에 다녀왔습니다. 빈에서는 4박을 하면서 시내 곳곳을 둘러보았습니다. 황금홀로 유명한 무지크페라인잘부터 빈 국립 오페라 극장, 브람스 동상, 요한 슈트라우스의 동상(곳곳에 음악가 동상이 즐비합니다.), 트램을 타고 북쪽으로 이동하여 베토벤이 유서를 쓴 장소로 널리 알려진 하일리겐슈타트까지 두루 빈 곳곳을 살펴보고 왔습니다. 잘츠부르크에서는 버스를 타고 1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아니프(Anif)에 가서 카라얀 무덤까지 찾아보았습니다. 폭설로 묘비가 덮였지만 다행히 십자가 모양을 보고 찾을 수 있었습니다. 잘자흐 강변 알짜배기에 위치한 카라얀의 생가부터, 강 건너편에 위치한 모차르트의 생가, 그리고 잘츠부르크 대성당, 잘츠부르크 음악제가 열리는 극장까지 클래식 음악 다큐멘터리와 실황 공연에 등장하는 바로 그 장소들이 이렇게 조용한 도시에 모여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습니다.

이렇게 둘러보고 나니까 오스트리아에서 잘츠부르크와 빈이 어떤 위치에 있는 지역인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모차르트는 생전에 잘츠부르크로부터 벗어나려고 애썼고, 빈에서 나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당시에도 잘츠부르크는 좀 작은 도시고, 빈은 활력이 도는 큰 도시였습니다. 베토벤도 알고보면 독일 사람이기보다 오스트리아 사람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베토벤은 독일 본 출생이지만 몸이 아파서 스파와 포도주로 유명한 하일리겐슈타트로 이주해서 요양할 것을 의사로부터 권고받고 오스트리아로 이사했다고 합니다. 그 후로 죽을 때까지 빈을 중심으로 활동했으니까 오스트리아 사람이라고 봐도 괜찮겠지요? 알고보면 베토벤도 생애 대부분은 이곳 오스트리아 빈에서 여러 차례 이사 다니면서 살았습니다. 모차르트도, 베토벤도 빈에 사는 동안 빈의 청중들을 만족시킬 여러 작품들을 썼습니다. 그 중에서 베토벤의 초기 작품 중 빈 청중들 수준에 맞게 작곡된 곡으로 작품번호 20번 6중주곡이 있습니다(전집에도 녹음년도에 따라 세 음반이 실려 있습니다.). 예상 외의 높은 인기 때문에 스스로 작곡했던 걸 후회했다는 일화가 전해지는 곡입니다.

오스트리아하면 음악의 나라고, 그 중에서도 수도 빈과 잘츠부르크를 빼놓고 빈 음악을 말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정통,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뭔가 빈의 음악적 정서는 독일 음악과도 다르고 이웃 동부유럽의 슬라브적 정서와도 다른 것 같습니다. 그런 빈의 음악적 정서를 요한 스트라우스 일가의 왈츠만큼 잘 표현한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빈 왈츠의 전통은 언제부터인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계승한 것처럼 보입니다. 클라멘스 클라우스, 그리고 25년간 빈 신년음악회를 이끈 빌리 보스코프스키, 또 로린 마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등으로 이어지는 빈 신년음악회의 전통은 그런 문화적 토양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통 음악의 가락은 우리나라 사람이 제일 잘 이해하고 잘 연주하는 것처럼, 빈 왈츠의 쿵짝짝 가락은 빈 사람들이 제일 잘 한다고 합니다. 그 말이 무슨 '배타성'을 표현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하니 그런가보다 하고 어렴풋이 동의할 뿐입니다. 국제적인 명성을 갖춘 빈과 잘츠부르크는 역설적으로 매우 배타적인 지역성을 갖춘 지역이기도 합니다.

 

2. 음반에 대한 소개

서두가 좀 길었습니다. 여기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빌리 보스코프스키의 데카 레이블 녹음 전집은 바로 그런 빈의 정서를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녹음을 담고 있는 음반이라고 생각합니다. 빌리 보스코프스키는 오스트리아 빈 출생의 바이올리니스트로 오랫동안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악장을 역임했고, 25년간 신년음악회를 이끌어온 장본인입니다. 이 전집에는 빌리가 참여했던 실내악곡과 신년음악회 음반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 장, 한 장 모두 소중한 음반들입니다. 오스트리아에 여행을 가기 전에는 빈 정서니, 빈 기질이니 하는 말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갔다오고 나니까 조금이나마 어떤 것을 두고 하는 말인지 알 것도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전집물에 담겨 있는 음원들이 매우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그런 배경을 떠올리지 않고 들었다면 지루하게 들었을 것 같은데 빈 여행을 추억하면서 들으니까 처음 듣는 곡들도 너무 연주가 좋게 들립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장소에 대한 애착부터 음악에 대한 호불호도 결국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빈의 예술적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좋은 음반으로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종이 슬리브 형태의 음반입니다. 자켓 뒷면에 자세한 트랙 정보를 싣지 않고 있어 함께 포함된 책자를 살펴보면서 감상해야 하는 점은 불편하네요. 빌리 보스코프스키가 바이올린 주자로 참여했거나 지휘자로 참여한 데카 음원들을 모두 모아놓은 음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빌리가 악장이던 시절의 오케스트라 곡 음원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같은 오케스트라 곡이라 할지라도 바이올린 솔로가 명확하게 포함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애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음반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집에는 아주 오래 전 신년음악회부터 빌리가 마지막으로 참여했던 1979년 빈 신년음악회 음반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만 최근 음반들과 달리 1974년 이전까지는 실황 녹음이 아닌 스튜디오 녹음반이며, 그 이후 녹음반이라 할지라도 신년음악회 전체 곡을 포함하지 않습니다. 함께 포함된 DVD는 1974년 신년음악회 실황과 흑백 시절부터 1979년까지의 신년음악회 발췌를 담고 있습니다. 화질이나 음질은 좋지 않지만 역사적 기록이라는 측면에서 감상해볼만 합니다(유튜브에도 공연 실황 모습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원래 1979년 빈 신년음악회는 데카 최초의 디지털 녹음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는데, 방송용 송출분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영상물에 잠깐 소개된 사냥 폴카 장면은 모노럴 녹음으로 담겨 있습니다. 본 전집은 '배타적인 전통과 국제적인 명성이 절묘하게 결합된 역사적 기록'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YES마니아 : 로얄 o******8 2019.02.11. 신고 공감 4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