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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경주와 포항 지진 이후, 한반도에서의 지진에 대해서 현실감을 갖게 되었다. 실질적인 피해가 나오고, 또 앞으로 그런 일, 아니 더 큰 지진이 대도시에서 발생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지진에 대한 대비는 그냥 말로 끝나서는 안 되는 일이 되고 있다(물론 그 대비는 더디고 피상적인 게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진에 관해서는 도가 텄을 일본의 상황을 보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다.
진도 7의 지진이 대도시에서 발생했을 때 그들은 왜 죽게 되었는가에 대한 심층 취재. 지진에 관해서, 혹은 지진 대비에 관해서 특별한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생(生)과 사(死)의 갈림길이라는 원초적이고도 강렬한 느낌 때문에 책을 집어 들었다. 우리가 일본의 지진에 관해서 생각하면, 지금은 2011년의 동일본 대지진을 떠올리지만 그 이전에는 1995년의 한신 대지진(고베 대지진)을 떠올렸다(그 이전에는 조선인 대학살의 어두운 기억을 가지고 있는 관동 대지진이고). 이 책은 바로 그 한신 대지진(이 책에서는 한신?아외지 대지진이라고 하고 있지만, 내 입에는 한신 대지진 또는 고베 대지진이 익숙하다)이 일어난지 21년 후에 그 지진 당시 사망자들의 패턴을 분석한 것을 방송했고, 그 방송을 바탕으로 쓴 것이다.
NHK 스페셜 ‘진도 7’이라는 프로그램의 취재팀의 제작 총괄 도조 미쓰토시는 당시 5,036명의 사체검안서를 손에 넣는다. 거기에는 그 당시 사망한 이들의 정보가 거의 담겨져 있었다. 특히, 그들의 죽은 시각과 사인(死因)이 있었다. 제작진이 거기서 이상한 것을 보았다. 우선 그들의 사인 중 압사가 겨우 8% 정도 밖에 안 된다는 사실이었다. 사인의 상당 부분이 질식사였다. 그리고 사망한 시각도 지진이 나고 얼마 없어서가 아니라, 많은 사람이 1시간이 지난 후에야 죽었다는 것도 발견한다. 이것을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그리고 제작진은 지진 5시간 이후에도 죽은 사람들이 있음을 발견한다. 그들은 지진이 나고도 한참을 생존해 있었다는 얘기다.
이와 같은 사항들을 제작진은 방제 관계자와 유가족 등의 증언과 더불어 분석하여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우선 지진 바로 직후가 아니라 1시간 가량 지난 후에 죽은 경우엔 가재도구에 눌려서 서서히 죽어간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진 직후 정전이 되었다가 다시 전기 공급이 이뤄진 후에 화재가 많아 났고, 이 여파로 죽은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도 발견해낸다. 이른바 ‘통전 화재’라는 것인데, 지진으로 쓰러진 가전 도구 등에 다시 전기가 들어왔을 때 그게 화재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또한 5시간 이후에도 구조해내지 못하고 죽은 것은 당시 교통에 문제가 있어서 구조대가 접근하는 데 때를 놓쳤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원인들이 겹쳐지고 순차적으로 적용되면서 수천 명이 죽어갔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진을 막을 수도 없고, 지진이 났을 때 전혀 피해가 없을 수도 없겠지만, 그럼에도 구할 수 있는 목숨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거실에는 자신의 키보다 높은 가재도구를 두지 말고, 또 잘 고정시키든지
해야 한다든가, 지진 후 전기를 다시 공급할 때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든가, 지진 후 교통 상황을 명확하게 통제하고, 시민들이 협조를 해야 한다든가(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너나 없이 차를 가지고 나온다든가 하지 않기) 등의
실천적인 제안을 하고 있다. 물론 이런 것뿐만 아니라 정책 차원의 것이라든가, 건축에 대한 내진 설계라든가 하는 것이 더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실제의
지진에 대한 분석에서 나온 이런 실천적인 대책이 더 효용 가치가 높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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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난 2016년 1월 17에 NHK에서 한신.아와지 대지진 발생 21주년을 기리고 관련 교훈 등을 얻기 위해 제작하고 방송된 스페셜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옮긴 것이다. 이 책의 첫머리를 통해 방영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 영상도 찾아서 보았다.(사실 1년 전에 한 번 읽고, 최근에 관련 자료를 보다 생각나서 다시 한 번 정리할 겸 읽었다.) 책 말미의 역자의 말에 의하면 최근 일본에서의 지진 발생 횟수가 3.11 지진이 발생했던 2011년 10,680회, 2016년 6,587회, 2017년 2,025회 였다고 한다.(p.226) 꽤 많이 줄었지만 2000번 이상의 횟수는 정말이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매년 1월과 3월에 특히 일본에서는 지진과 관련된 특집 방송이(심지어 특집 드라마까지 만들어 방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빠짐없이 제작.방영이 된다. 나 또한 그러한 방송들을 여러 차례 시청해서 대강의 내용을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알게 되었을 때 오히려 소설책이 아닌 것에 감사했다. NHK 특별취재팀은 해당 방송을 제작하기 위한 첫 번째 목적으로 「모든 것을 모은다(p.158)」로 잡았다. 그리고 모은 자료를 객관적인 시점으로 자료를 분석해 가시화 하자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당시의 사망자 6,434명 중 약 78.3%에 해당하는 5,306명의 사체검안서와 소방활동 기록을 입수하고 그 자료들을 새로이 조합하고 시각화하는 과정에서 지난 20여년간 확인할 수 없었던 새로운 사실들을 알아낸다. 크게 3가지로 말할 수 있는데, ① 사망자의 사인(압사, 질식사) ② 통전화재, ③ 교통정체 이다. 책을 읽으면서도 많이 놀라기도 했지만, 다 읽고 나서 다시 생각해보니 '압박사의 사인 중 61%가 질식사 였다(p.43)' 라는 것 말고는 ②, ③의 경우 지진이 아닌 태풍 등의 자연재해, 인재 등에 의해서도 충분히 평소에 일어날 수 있는 원인들이었다. 특히 사망자의 일부 중 건물에 금조차 가지 않은 맨션에서의 어린이 사망자의 사인을 보면 알 수 있다. 원인이 지진에 의한 흔들림으로 가구가 넘어지며 아이를 덮친 것이다. 가구 넘어짐으로 인한 어린아이(반드시 아이가 아니더라도)들의 사고 소식은 종종 접하게 된다. 통전화재의 경우도 일상생활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고, 특히 소방차 진입과 관련된 교통 정체는 시도때도 없이 발생해 한 번 양보라도 하면 '모세의 기적'이 일어났다고 난리칠 정도이다. 굳이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뭘 이걸 가지고... 식의 탓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러한 조사 결과들을 보면서 우리들이 평소에 머리로는 알지만 막상 닥치거나 하면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서 습쓸하기도 하고 정신을 번쩍들게 해주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이다. 그리고 가장 충격적이었던 2가지는 책 초반(p.29 사진)의 한 사진과 21년(이제는 25년전)전과 현재의 지진 대책에 있어서 큰 변화가 없는 이유 중 한 가지였다. 전자의 경우 지진 발생 후 도로변에 늘어서 있는 이불들인데, 이불 속에 누워있는 것은 대피소가 부족해 밖에 있던 생존자가 아닌 희생자들의 시신이 누워있는 모습이었다. 두 눈으로 직접 보았던 취재진 역시 처음 보며 충격 받았다고 하니 무슨 말을 더 보탤 수 있을까 싶다. 두 번째는 1년에 몇 천번씩 지진이 발생하는 일본에서(물론 대지진의 경험자가 당연히 적어야 겠지만) 직접 경험하지 않아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서라는 것이었다. 지진 대비 훈련도 그렇게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이 정말 맞는가 싶었다. 알려진 사실들은 모두 홍보용이 었던건가(진심으로 아니길 바란다.) 싶기도 해서 화가나기도 했다. 한신.아와지 대지진 때도, 3.11 도호쿠(동북) 대지진때도 교통정체 원인 중 큰 비율을 차지한 2가지가 지인의 안부확인차 자동차를 끌고 나온 시민들과 그로 인한 정체에 도로에 차를 버리고 차도를 걸어간 사람들 때문에 움직일 수 없었다는 결과물들은 정말로 참담하기까지 하다. 더 답답한 것은 그런 그들을 무조건 비난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내 가족, 내 지인 등의 생사가 걸린 문제인데 어떻게 비난부터 할 것인가.. 한신.아와지 대지진 당시 원조 요청을 받아 출동했던 한 소방관은 교통 정체에 사이렌을 울리며 자나가자 지인의 안부 때문에 차를 끌고 나온 한 운전자로부터 시끄럽다고 사이렌을 끄라는 소리를 들었다고도 한다. 또 이런 상황 때문에 피해지역 소방서에 제때 도착 못하자 중장비 도구가 없던 피해지역 소방서의 소방관은 수기로 피해접수를 받고 적은 인원으로 변변한 장비 없이 현장구조에 나섰다가 구조불능 피해유족으로부터 '살인자'라는 소리를 듣고 무릎꿇어 용서를 빌기도 했다고 한다. 이 장면에서 우리나라 세월호 생존자 중 한 분이 이 더 많은 학생들을 구하지 못했다고 자책하며 그 괴로움에 여러 차례 세상을 등지려 했었다는 뉴스가 떠오르기도 했다. 참 다양한 생각들을 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그래도 놀라운 점은 지진과 관련해 정말 다양한 각도에서 연구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맨션사건 관련해서 예를 들어 보면 '주택내부 피해조사보고서'등을 들 수 있다.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진으로 인해 건물이 흔들릴 경우의 예방을 위한 조사인 것 같다(물론 방송을 보면 그 부분에 대한 고려는 그다지.. ^^;) 또한 기록을 생각외로 꽤나 제대로 잘하고 보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이나 휴대폰의 보급률이 한자리 수도 겨우 유지하던 때라(95년) 대부분 수기나 기껏해야 워드, 타자 문서일 터이다. 당장의 급한 불만 끄려다 보니 어느 틀에 얽매여 새로운 시야를 트지 못하고 답이 없는 같은 연구만 반복해왔던 문제점들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노력일 것이다. 물론 제작진이 이 방송 제작 동안 밝혀진 통전화재, 질식사, 교통정채 등과 관련된 주장들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무시되고 뒤로 밀리다 잊혀질 뻔 한 것이다. 그래도 당시의 기록이 잘 보관되고 관리되어 왔기 때문에 그 기록을 기반으로 또 다른 문제점을 찾아 지속적인 연구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책과 방송을 보고나서 기록 뿐만 아니라 그 기록들을 어떻게 분석하고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늘 머리속에 각인해야 겠다는 다짐을 다시금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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