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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의 선] 동경하던 것으로부터 소외된다는 것
"[아름다움의 선] 동경하던 것으로부터 소외된다는 것" 내용보기
2004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앨런 홀링허스트의 장편 소설 <아름다움의 선>은 게이 청년 닉 게스트가 옥스퍼드 대학 동기이자 남몰래 짝사랑해온 상대인 토비 페든의 집에 머무르는 몇 년의 시간을 그린다. 런던 외곽의 중산층 집안 출신인 닉과 달리, 토비 페든은 보수당 초선 의원인 아버지와 부유한 은행가 가문 출신의 어머니를 둔 최상류층 집안 출신이다. 닉은 조울증을 앓는 토비
"[아름다움의 선] 동경하던 것으로부터 소외된다는 것" 내용보기

2004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앨런 홀링허스트의 장편 소설 <아름다움의 선>은 게이 청년 닉 게스트가 옥스퍼드 대학 동기이자 남몰래 짝사랑해온 상대인 토비 페든의 집에 머무르는 몇 년의 시간을 그린다. 런던 외곽의 중산층 집안 출신인 닉과 달리, 토비 페든은 보수당 초선 의원인 아버지와 부유한 은행가 가문 출신의 어머니를 둔 최상류층 집안 출신이다. 


닉은 조울증을 앓는 토비의 여동생 캐서린을 돌본다는 명목으로 토비의 집에 살게 되고, 페든 가족과 어울리며 영국의 최상류층이 누리는 생활을 경험한다. 페든 가족의 집에 처음 왔을 때, 닉은 페든 가족의 가정부를 토비의 어머니로 착각할 만큼 순진하고 어리숙했다. 하지만 페든 가족의 집에 얹혀 살면서, 페든 가족과 어울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닉은 페든 가족이 속한 영국 최상류층의 생활에 점점 익숙해졌고, 페든 가족 역시 토비의 막역한 친구 닉을 정중하게 대한다. 


그동안 닉은 여러 명의 남자와 사귀는데, 그 중에는 리오와 와니라는 중요한 두 남자가 있다. 닉의 첫 데이트 상대인 리오는 홀어머니와 여동생을 부양하는 흑인 청년이다. 닉은 리오에게 순수한 사랑을 느끼지만, 리오는 옥스퍼드 출신의 대학원생이며 보수당 하원의원의 집에서 거주하는 닉에게 거리감을 느낀다. 이와중에 닉은 페든 가족과 함께 빅토리아 시대의 저택에서 영국의 내로라하는 정재계 인사들과 교류하고 상류층 집안의 옥스퍼드 동기들과 어울리는 짜릿한 경험을 한다. 결국 닉은 리오가 아닌 페든 가족과 함께 하는 편을 택한다.


리오와 달리 와니는 페든 가족과 엇비슷한 영국의 최상류층 집안 출신이다. 닉은 와니와 여러 면에서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와니의 계급적 배경과 막대한 재산에 혹해 와니와의 관계를 쉽게 끊지 못한다. 해가 갈수록 닉은 페든 가족의 실상이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멋지고 화려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남몰래 흠모해왔던 토비의 아버지 제럴드는 알고 보니 정숙한 아내를 두고 페니라는 여자와 바람을 피우고 있었고, 현숙한 부인인 줄로만 알았던 레이철은 알고 보니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면서도 참고만 있는 불쌍한 여인이었다. 잘생기고 능력 있어 보였던 토비는 부모와 가문의 도움 없이는 별볼일 없는 녀석이고, 집안의 문제아인 줄로만 알았던 캐서린은 남들에게 말 못할 깊은 상처를 가지고 있었다.


이 소설은 닉의 성적 정체성도 중요하게 다루지만 계급 정체성을 훨씬 더 중요하게 다룬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중고 가구에 조예가 깊은 닉은 페든 가족의 집에 처음 왔을 때부터 이 집에 있는 가구들이 예사 물건이 아님을 안다. 자신의 가족과 달리 클래식 음악 같은 고급 예술을 향유하고 교양 있는 말씨를 사용하는 모습에도 금방 매혹된다. 


닉은 페든 가족과 함께 사는 동안 - 페든 가족의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 한결같이 페든 가족을 동경하고 흠모하지만, 몇 년 후 페든 가족과 닉이 위기에 처했을 때 페든 가족이 닉을 내치고 자신들의 안위만 걱정하는 모습을 보며 크게 실망한다. 아무리 오랫동안 깊게 사귀어도 혈연과 계급의 구분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상심한다.


현대 사회의 계급 구분과 그로 인해 절망한 청년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 소설은 스콧 피트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와 통하는 바가 있다. <위대한 개츠비>와 다른 점은, 개츠비는 끝내 자신의 노력으로 계급 문제를 극복하고도 사랑을 얻지 못해 좌절한 반면, 닉은 자신의 노력으로 계급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이 소설이 1980년대 대처 정부 시절이라는 점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알다시피 대처 정부 시절은 영국이 강력한 신자유주의 정책을 실시했던 때로, 신자유주의는 개인의 능력과 노력을 강조했지만 결국 부의 편중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빈부 격차와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폐단을 낳았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페든 가족의 집을 떠나며 허탈해 하는 닉의 모습이 유난히 쓸쓸해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닉이 살았던 시대와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j****y 2019.10.01.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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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의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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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의 선』은 단순히 예술이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이 아니었다. 읽을수록 한 시대의 분위기와 인간관계, 욕망과 불안이 아주 섬세하게 얽혀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다소 차분한 분위기로 시작되지만 점점 인물들의 감정과 사회적 긴장이 드러나면서 깊게 몰입하게 된다. 특히 주인공 닉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겉으로는 안정되어 보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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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의 선』은 단순히 예술이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이 아니었다. 읽을수록 한 시대의 분위기와 인간관계, 욕망과 불안이 아주 섬세하게 얽혀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다소 차분한 분위기로 시작되지만 점점 인물들의 감정과 사회적 긴장이 드러나면서 깊게 몰입하게 된다. 특히 주인공 닉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겉으로는 안정되어 보이는 사람들 안에도 복잡한 욕망과 외로움이 숨어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문장의 분위기였다. 표현이 세련되고 섬세해서 천천히 읽게 된다. 어떤 장면은 특별한 사건이 없는데도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인물들의 대화와 행동 속에 감정이 자연스럽게 스며 있어서 읽고 나면 여운이 길게 남는다. 특히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욕망과 불안, 관계 속에서도 드러난다는 점을 계속 생각하게 만든다.

또 작품 속 시대 분위기가 굉장히 생생하게 느껴졌다. 사회적 분위기와 문화, 사람들의 가치관이 인물들의 삶에 큰 영향을 준다. 그래서 단순히 개인의 성장 이야기로 끝나지 않고 당시 시대 자체를 보여주는 소설처럼 읽힌다. 화려하고 자유로워 보이는 분위기 속에서도 불안과 긴장이 계속 존재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인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과 인정, 안정감을 원하지만 쉽게 채워지지 않는다. 그런 모습이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읽기 쉬운 작품은 아니지만 그만큼 깊이가 있다. 빠르게 소비되는 이야기라기보다 천천히 곱씹으면서 읽게 되는 소설이다. 문장과 분위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특히 만족할 것 같다. 인물들의 심리 변화가 섬세하게 그려져 있어서 감정선을 따라가는 재미도 있었다. 읽고 난 뒤에도 여러 장면과 문장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전체적으로 굉장히 밀도 높은 소설이었다. 인간의 욕망과 아름다움, 시대의 분위기를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이라 인상 깊게 읽었다. 차분하지만 깊은 여운이 남는 소설을 좋아한다면 추천하고 싶다.

YES마니아 : 로얄 g*******9 2026.05.3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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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의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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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앨런 홀링허스트의 <아름다움의 선>을 읽고 적는 리뷰글임을 미리 밝혀둡니다.작품 관련 스포일러 및 결말을 포함하고 있을 수 있으니 예민하신 분들은 주의해주시길 바랍니다.<수영장 도서관>을 읽고 인상깊어 작가의 다른 작품도 찾아보던 중 이 작품을 알게 되었다.성소수자 인식에 대해 많은 생각을 안겨준 작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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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앨런 홀링허스트의 <아름다움의 선>을 읽고 적는 리뷰글임을 미리 밝혀둡니다.
작품 관련 스포일러 및 결말을 포함하고 있을 수 있으니 예민하신 분들은 주의해주시길 바랍니다.

<수영장 도서관>을 읽고 인상깊어 작가의 다른 작품도 찾아보던 중 이 작품을 알게 되었다.
성소수자 인식에 대해 많은 생각을 안겨준 작품 같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j*********9 2024.10.2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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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고 공허한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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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미술/예술에 관련한 내용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아름다움의 선>이 무슨 뜻일까 궁금했는데. 본문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건 이중의 곡선, 창문이나 둥근 지붕에서 보시는 그 곡선을 가리키는 말이에요.처음에는 한쪽 방향으로, 다음에는 반대 방향으로 가지요. 이것은 사실 중동에 기원을 두고 있고14세기 이후 영국 건축에서 나타납니다. 호가스가 말한 '아름다움
"화려하고 공허한 선" 내용보기
제목만 보면 미술/예술에 관련한 내용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아름다움의 선>이 무슨 뜻일까 궁금했는데.
본문에서 찾을 수 있었다.

[ 그건 이중의 곡선, 창문이나 둥근 지붕에서 보시는 그 곡선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처음에는 한쪽 방향으로, 다음에는 반대 방향으로 가지요. 이것은 사실 중동에 기원을 두고 있고
14세기 이후 영국 건축에서 나타납니다. 호가스가 말한 '아름다움의 선'(1753년에 출간된 윌리엄 호가스의 미학이론서)과 같은 거지요. ]

그리고 '아름다움의 선'이란 두 개의 곡선이 하나의 접점에서 반대방향으로 교차하는 반 곡선 아치를 뜻하는 <오지ogee>라는 건축용어를 뜻한다. <오지>는 주인공 닉이 창간하는 잡지의 제목이기도 하다.

우리가 떠올리는 건축에서의 아치는 돔 지붕, 아치형 대문과 같이 대부분 화려하고 장엄한 이상으로 기억된다. 주인공 닉이 보게되는 세상도 그렇다. 닉은 옥스퍼드 동창인 토비의 대저택에서 지내며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을 본다. 영국 상류층의 삶은 평범한 골돌품상의 아들이었던 그를 매혹하고, 그는 어느새 토비를 욕망하게 된다. 닉과 토비의 관계는 <리플리>를 떠올리게 하기도 하는데. 1980년대, 세상의 모든 규범에서 자유로운 듯 하지만 사실 누구보다 보수적인 상류층 사회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닉의 모습은 아름답고 화려하지만 공허한 '線'이다. '면'이 되지 못하는 위태로운 한 줄의 '선'

YES마니아 : 플래티넘 f******z 2022.02.0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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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의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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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부커상을 수상한 최초의 퀴어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리뷰를 쓰면서 이제야 알게 됐다. 이 책을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callmebyyourname에 빠졌을 때 관련 서적으로 떠올랐던것같다.마냥 아름답고 슬픈 글이 읽고 싶어서 주문하였다. 장르소설에서의 퀴어소설이 아닌 순수문학쪽의 게이문학은 결말이 참 슬프다.내내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애틋하다가... 그렇게 슬픔이 돼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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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부커상을 수상한 최초의 퀴어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리뷰를 쓰면서 이제야 알게 됐다.

 

이 책을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callmebyyourname에 빠졌을 때 관련 서적으로 떠올랐던것같다.

마냥 아름답고 슬픈 글이 읽고 싶어서 주문하였다.

 

장르소설에서의 퀴어소설이 아닌 순수문학쪽의 게이문학은 결말이 참 슬프다.

내내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애틋하다가... 그렇게 슬픔이 돼버린다.

 

 

s*****y 2020.01.0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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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하면서도 건조하게 그러나 감정선을 놓치지 않고... 앨런 홀링허스트, 아름다움의 선
"치밀하면서도 건조하게 그러나 감정선을 놓치지 않고... 앨런 홀링허스트, 아름다움의 선" 내용보기
친구와 대화를 나누다 최근 젊은작가상 수상집에 실린 동성애 소설에 대해 물었고, 친구는 짧은 대답과 함께 내게 《아름다움의 선》을 알려줬다. 로맨스 소설과 같은 장르물이냐고 묻자 지적인 동성애 소설쯤이라고도 했다. 지적인 동성애 소설, 이라는 것에 대해 감이 잡히지 않았는데, 소설을 읽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 있는 나날》을 떠올렸다. (이 떠올림이
"치밀하면서도 건조하게 그러나 감정선을 놓치지 않고... 앨런 홀링허스트, 아름다움의 선" 내용보기

친구와 대화를 나누다 최근 젊은작가상 수상집에 실린 동성애 소설에 대해 물었고, 친구는 짧은 대답과 함께 내게 《아름다움의 선》을 알려줬다. 로맨스 소설과 같은 장르물이냐고 묻자 지적인 동성애 소설쯤이라고도 했다. 지적인 동성애 소설, 이라는 것에 대해 감이 잡히지 않았는데, 소설을 읽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 있는 나날》을 떠올렸다. (이 떠올림이 영 엉뚱한 것은 아니었는지, ‘앨런 홀링허스트는 201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카즈오 이시구로와 더불어 우리 시대 영국 최고의 작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는 설명이 들어 있다.)

 

“... 그는 초저녁 켄징턴파크 가든스로 귀가하는 것이 너무나 좋았다. 태양이 나무 한그루 없는 넓은 거리를 갈퀴로 긁는 듯했고, 두 개의 흰 테라스는 부유한 이웃들 간의 반드르르한 아량으로 마주 보고 있었다... 그는 윤나는 짙은색 나무에 비친 그림자처럼 희미한 자신의 모습과 동행했다... 응접실 벽난로 위에는 괴르디의 그림, 로꼬꼬풍 액자에 담긴 베네찌아의 까쁘리초가 있었고, 그 맞은 편에는 테두리를 금도금한 거울이 두 개 걸려 있었다...” (p.15)

 

소설은 현대 영국(이라고는 해도 대처 시대인 1983년에서 1987년까지)을 시간적 배경으로 삼으면서, 그들이 살고 있고, 그들이 파티를 열고, 그들이 정치를 하고, 그들이 가식을 떨고, 그들이 조롱을 하는 저택을 주로 공간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아마도 나는 그 공간 그리고 그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는 인물들에 대한 작가의 치밀한 묘사들에서 가즈오 이시구로를 떠올렸을 것이다.

 

“닉은 언제나 친구의 어머니들에게 인기가 좋아서 참한 젊은이라는 소리를 듣곤 했다. 그 도한 공격적이지 않은 나이 지긋한 이들과 어울리는 것을 나름대로 즐겼다. 그는 매력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즐거웠고, 흥분한 나머지 자신이 약간 가식적으로 되는 것도 거의 의식하지 못했다. 그러나 한편 긴장 상태, 짐짓 무심한 태도, 친구를 데려오는 것, 또 꺼내지도 말아야 할 화제에는 유쾌한 태도로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대화를 망가뜨리고 엉뚱한 곳으로 이끄는 그런 불가피하고 곤란한 상황을 삼십초, 일분, 혹은 십분 정도 앞서서 탐지해야 하니, 늘 대화에는 다소 산만하고 적절치 못한 방식으로 참여해야 했다.” (pp.211~212)

 

그리고 그런 공간 안에서 닉은 이방인의 시선을 지닌 인물로 존재한다. 켄징턴파크 가든스에 있는 페든가 저택의 꼭대기에 위치한 방 한 칸을 거점으로 삼고 있지만, 닉은 내부자라고 할 수 없다. 페든가의 아들인 토비의 옥스퍼드 동문이라는 지위, 그리고 페든가의 딸인 캐서린을 친구처럼 돌볼 수 있는 인물이라는 역할이 그를 1980년대의 한 시절, 내부자로 만들었지만 결국 그에게 그 공간들은 온전히 이해할 수 없거나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어떤 곳으로 남게 될 운명이다.

 

“... 물론 그의 성기는 이 밤의 숨은 관념이자 이 작고 기묘한 장면에 감춰진 전제였다. 질질 끌다가 싼값에 거래되고 끝내 커다랗고 멍청한 실체가 되어 일어선 관념.” (p.524)

 

주인공인 닉이 동성애자이고, 그가 소설의 첫 번째 챕터에서는 가난한 흑인 리오와 두 번째 챕터에서는 중동 출신 거부의 아들인 와니와 관계를 맺지만 그 묘사가 포르노를 닮아 있지는 않다. 중요한 순간 건너뛰는 방식의 시퀀스가 사용되기도 하고,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묘사로 은근슬쩍 넘어가기도 한다. 대신 그들이 나누는 관계의 전체적인 감정선을 만들고 유지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 그의 시선을 텅 빈 거리를 바라보는 아침의 시선이었지만 또한 훨씬 먼 미래, 몇십년 뒤에나 올 지금 같은 오후 그들의 일이 만들어낼 먹먹한 소란을 내다보는 시선이었다. 그 감정이 그를 놀라게 했다. 짧은 생의 모든 단계에서 경험함 감정들, 홀로서기와 그리움과 선망과 자기연민 등이 모여 이룬 일종의 공포. 그러나 이러한 자기연민은 더 큰 연민, 충격적일 만큼 가차없는 세상에 대한 사랑의 일부이리라. 그는 페든가의 저택을 뒤돌아본 뒤 몸을 돌려 더 걸어나갔다. 리본 휘장의 치장벽토로 장식한 마지막 집, 24번지의 집을 그는 현혹된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 순간의 빛 속에서 그렇게 아름답게 보인 것은 그 길모퉁이만이 아니라, 그것이 길모퉁이라는 사실이었다.” (p.670)

 

소설 속에서 닉은 문화 비평을 공부하며 헨리 제임스를 전공하고 또한 헨리 제임스를 흠모하는 학생이기도 하다. 위키백과에 나온 소설가 헨리 제임스 항목에는 ‘근대 사실주의 문학의 지도자이며, 이상한 환경 · 처지와 그러한 관련 밑에 놓인 일반인의 심리를 다루는 데 뛰어났다.’라는 설명이 등장하는데, 《아름다움의 선》이라는 소설 자체가 이런 헨리 제임스의 전통을 따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싶다.

“... 닉은 ‘오지’라는 이름이 괜찮다는 확신을 다졌다. 처음에는 공작부인, 다음으로는 캐서린, 이어서 와니가 아닌 다른 애인이 오지 곡선에 대한 그의 설명을 인상 깊게 들었다. 그 이중의 곡선은 호가스의 ‘아름다움의 선’, 뱀 같은 본능의 번뜩임, 하나의 움직임이 펼쳐지는 가운데 합쳐지는 두 충동의 명멸이었다. 그는 손으로 와니의 등을 쓸어내렸다. 호가스는 ‘아름다움의 선’의 가장 아름다운 사례인 이것, 아래로 내려갔다 다시 부풀어오르는 이 선을 보여주지 못했다...” (p.275)

 

소설에는 문학을 비롯해 오페라를 비롯해 고전적인 예술에 대한 품평들이 등장하곤 한다. (작가의 이름 때문인지, 시리 허스트베트의 소설들이 떠오르곤 했다) 모르는 채로 넘어가고 말았다. 그런가하면 페든가의 주인인 제럴드가 (대처 시절 보수당의) 하원의원인 탓에 정치적인 블랙 유머도 아무렇지 않게 튀어 나온다. 닉 보다도 더 외부자인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끝까지 읽지 않을 수 없었는데, 지적인 동성애 소설의 형체를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앨런 홀링허스트 Alan Hollinghurst / 전승희 역 / 아름다움의 선 (The Line of Beauty) / 창비 / 678쪽 / 2018 (2014)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2019.04.2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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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의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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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의 선>은 동성애를 아름답게 그리지 않는다. 그들이 겪는 사회적 현실과 그들의 성행위를 강조하여 묘사한다.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받는 비난의 시선으로 움츠려드는 닉, 그럼에도 욕망을 위해 성을 탐닉하는 모습은 젊은 동성애자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닉은 사랑이라는 감정보다는 행위에 초점이 맞춰진 인물이다. 사랑이라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성적 욕망이 가득한 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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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의 선>은 동성애를 아름답게 그리지 않는다. 그들이 겪는 사회적 현실과 그들의 성행위를 강조하여 묘사한다.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받는 비난의 시선으로 움츠려드는 닉, 그럼에도 욕망을 위해 성을 탐닉하는 모습은 젊은 동성애자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닉은 사랑이라는 감정보다는 행위에 초점이 맞춰진 인물이다. 사랑이라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성적 욕망이 가득한 닉의 모습을 보면 동성애자에 대한 묘사가 성적으로만 강조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20대 초중반의, 이제 막 성을 알게 된 이성애자로 바꿔봐도 그 나이의 청춘이 하는 일반적인 생각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t******q 2019.11.1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