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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봄에 결혼한 큰아이와 며늘아기가
내려왔다. 일전에 아내가 서울에 볼 일이 있어 갔다가 아이들을 만나 저녁을 먹는다는 소식을 듣고서 ‘나도 아이들이 보고 싶다’고 말했는데, 큰 아이가 조만간 내려오겠다고 하더니 날을 잡아서 내려온 모양이다. 아이들을
보니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예전에는 몇 달씩 떨어져 지내도 그러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간혹
아이들이 보고 싶은 생각이 들곤 한다. 아마 나이를 먹어가는 모양이다.
아이들이 보고 싶은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의 하나는 아이가 결혼을 해서 일 게다. 딸이 없어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큰 녀석이 결혼했을
때 며늘아기가 생긴다는 것이 좋기만 했다. 그리고 좋은 시부모가 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아마 그래서였는지는 몰라도 올 초에 [며느라기]란 만화책이 나왔을 때 선뜻 읽었다. 며늘아기가 시부모와의 사이에
혹 무엇 때문인가 고민을 하지는 않는지, 또 요즘의 아이들은 어떤 일이 불편하고 부당하다고 느끼는 것인지를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 시작했던
만화책은 불편하게 다가왔었다. 며늘아기에 대한 생각은 사라지고 아내의 젊은 시절이 자꾸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제 갓 결혼한 만화 속 여주인공이 명절에 시댁에서 겪는 일은 젊은 시절 아내가 겪었던 일과 하등 다르지 않았다. 며느리들의 명절증후군이란 말을 들어 보기는 했지만 나 하고는 상관없는 일로 생각했는데 책을 보면서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아내에게 괜시리 미안해지기도 했었다. 책을 보면서 두가지 생각이 들었었다. 하나는 어찌 보면 관습적인 내용에 너무나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기도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관습이라는 이름아래 우리가 너무도 무신경했다는 생각이 그것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는 생각엔 가부장적 사회에서 남자로 살아왔기 때문에 미처 그런 것까지 신경 쓰지 않았다는 것이고,
무신경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것들을 당연하다고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며느라기]를 보면서는 공감이 가기도 했고, 아내에게 미안해지기도 했던 것 같다.
이 책은 [며느라기]의 코멘터리 북이라고 한다.
[며느라기] 연재를 종료한 후 공개한 설과 추석맞이 특별만화, 저자의 남편, 친정어머니, 시어머니와의
인터뷰 그리고 만화를 주제로 한 두개의 컬럼과 [며느라기]의
초기 아이디어가 되었다는 시금치 만화 2편이 실려 있다. 저자는
아마 그럼에도 달라지지 않는 명절풍경을 통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은 변했다. 내가 만화책을 보고서 아내의 젊은 시절을 떠올린다는 것도 그만큼 변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또한 주위에 보이는 명절 풍습도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 분명한 것은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누군가의 노력없이 저절로 변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사람마다 각기 생각하는 것이 다르고 자라온 환경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전편 [며느라기]에서는 공감을 했음에도, 그것들을 다시금 강조하는 [노땡큐]에서는 불편하게 다가온다. 명절에 시댁과 친정을 번갈아 먼저 간다는 것이 그것도 괜찮은 방법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각기 자기집으로 간다는 데 이르러서는 괜히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은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때로는 전편의 여운을 안고 후속편을 보지 않는 것도 괜찮은 책읽기가 아닐까 싶다. 그나저나 다음 명절에 이 책 내용마냥 큰 녀석 혼자서 내려온다면 나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겠다. 아직 닥쳐보지 않은 일 이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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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전작인 <며느라기>를 읽으면서, 그 결말에 대해서 아쉬움 같은 것이 남았었다. 작품에 담긴 내용이 현대의 시집살이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으며, 과거에는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에 대한 문제 제기에 머무르고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아마도 저자 역시 독자들의 반응 혹은 댓글을 통해서, 이러한 문제에 대해 고민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그래서 그 후속편인 이 책을 엮어냈을 것이다. 굳이 부제로 ‘며느라기 코멘터리’라는 이름을 붙인 것만으로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최근의 뉴스를 보면, 반드시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점점 낮아진다고 한다. 실제로 결혼을 포함하여 세 가지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세대를 일컬어 ‘삼포세대’라는 자조적인 용어가 등장한 지도 꽤 노래되었다. 시집살이에 대해 풍자하는 ‘시월드’라는 표현에도 우리 사회의 결혼제도에 대한 강한 문제의식이 담겨있다고 여겨진다. ‘시 자 들어가는 것은 시금치조차도 먹기 싫다’는 표현이 공연히 생긴 것은 아닐 것이다. 내 주위를 보더라도, 대부분의 부모들이 딸과 며느리를 달리 바라보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여전히 남성중점적인 사고가 지배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모습이라 할 것이다.
<며느라기>에 대한 후일담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들로 채워진 이 책에는 설과 추석의 풍경이 만화로 그려지고 있다. ‘설맞이 특별만화’에서는 장남과 결혼한 ‘혜린’이 시댁을 찾지 않은 이유를 중심으로 에피소드가 구성되어 있다. 결혼이 두 사람의 만남이 아니라 두 집안의 결합이라고 생각하는 전통적인 입장에서는, 맏며느리인 ‘혜린’의 태도가 옳지 못하다고 여길 것이다. 그러나 시어머니와 며느리만 부엌에서 일하고, 당당하게 외출하는 시동생들과 그저 소파에 앉아서 말참견만 하는 남성들의 모습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자신이 부엌에서 일하는 입장이라면, 과연 ‘혜린’이의 태도를 지난할 수 있을까? 나는 그럴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그러한 모습들이 너무도 익숙하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혀 ‘불합리’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뿐이다.
‘추석맞이 특별만화’는 <며느라기>의 후속 에피소드라고 할 수 있다. 설에는 시댁을 먼저 가고, 추석에는 친정을 먼저 간다는 ‘사린’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또한 시댁 식구들도 이러한 모습에 대해서 불만이 있더라도 받아들이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특히 그러한 결정을 하기까지 남편인 ‘구영’의 태도는 대부분의 결혼한 남성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결혼제도에 대한 여성과 남성의 입장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책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두 사람의 칼럼에서 그 문제점을 적절히 지적하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바로 저자의 인터뷰들이었다. 남편과 시어머니, 그리고 친정엄마까지 <며느라기>를 본 느낌과 ‘사린’과 시댁 식구들의 태도에 대해서 진솔하게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저자의 삶을 이해하려는 입장에 서 있기 때문에,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은 작품의 문제의식에 크게 공감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시아버지’ 혹은 작품에 대해서 공감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 내용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 보았다. 여전히 ‘며느리의 역할’ 운운 하면서 작품의 문제의식에 감정적인 거부감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며느라기>의 주인공인 ‘사린’과의 가상 대화와 위근우‧최지은 두 사람의 칼럼도 작품의 내용을 되새기게 해 주었다.
특히 <며느라기>의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소개한 ‘시금치’는 어쩌면 우리 사회 보편적인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감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결혼제도에서 발생한 시댁 식구와 며느리와의 문제는 결국 ‘세대 갈등’과 ‘남녀 갈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문제를 풀어가는 것은 개인의 의식만으로는 절대 쉽지 않을 것이다. 시집살이에 대한 30년의 관념과 지금의 현실은 분명 많은 부분이 달라졌고, 또 달라져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강고하게 자리잡고 있으며, 이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바꾸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것은 개인이 아닌 사회 일반의 인식과 문화의 변화가 수반되어야만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저자의 문제 제기는 결국 21세기를 살아가는 당당한 여성들의 입장에서 쓴 현대의 새로운 ‘시집살이노래’라고 명명할 수 있을 듯하다.(차니)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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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땡큐』에는 『며느라기』의 시초가 된 만화 「시금치」가 실려 있다. 만화의 내용은 이렇다. 식당에 간 여인이 시금치 반찬이 나오자 종업원에게 치워달라고 한다. 종업원은 그 행동을 단박에 이해한 듯 다음부터는 시금치를 기본 반찬에서 빼야겠다고 말한다. 왜 그럴까. 이해하지 못했다. 시금치 반찬을 치워달라고 한 여자에게 일어난 일은 이렇다. 회사에서 바쁘게 일하고 있는 여자에게 시어머니의 전화가 걸려온다. 밥은 잘 먹었냐. 아들이 말랐으니 신경 좀 써라는 등 말이 계속 이어진다. 여자는 지금 업무 중이라 바쁘니 다시 전화를 걸겠다고 한다. 시어머니는 바쁜 아들에게는 전화를 걸 수 없다고 하며 네가 뭐가 바쁘다고 말한다. 전화를 끊은 여자는 식당에 가서 나온 시금치 반찬을 치워 달라고 말한다. |
| 인스타그램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킨 며느라기를 연재 중일때, 단행본으로 나왔을 때 정말 공감하며 읽었었다. 이 책은 며느라기의 뒷이야기들을 담았다고 해서 바로 구매해서 읽었다. 과연 너무나 공감되고,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혼자가 아니라고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민사린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며느리 억압은 현미경으로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모두가 자연스럽게 그리고 선택적으로 무신경할 뿐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며느리, 시모, 시부, 남편들이 읽고 깨달았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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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나에 대한 반성. 옆짚 며느리가 시장에서 떡과 튀김 등등 음식들을 사다가 차례상을 차려서 집에서는 음식을 안한다는 말을 들었을때, 옆 직원이 자기 부부는 둘다 외동이라 설과 추석 명절 중 한번은 시부모에게로 가고, 한번은 친정부모에게로 먼저 가서 명절을 함께 보낸다는 말을 들었을때, 친구가 시댁은 남편없이 안간다고 하거나, 어쩔수 없이 갈 때면 자고 오지는 않는다고 할 때, 그때 느꼈던 오묘하고 이상했던 기분을... 이제야 완전히 깨닫는듯한 기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