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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대한민국에 과거가 머무르는 현재가 있다. 고맙다.
"21세기 대한민국에 과거가 머무르는 현재가 있다. 고맙다." 내용보기
이 영화를 보고나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말, 제일 먼저 드는 마음은 그때, 그 시간을 기억으로 안고 살아가야 하는 모든 분들에게 앞으로 생의 많은 남은 시간들이 좀 더 편한 5월이 되길 빈다는 것. 다른 무지막지한 단어보다 5월의 아름다운 꽃들 속에 하나하나 그들의 기억을 심어 아름답게 그들의 일을 기억하시기를.       1980년 5월 18일, 전라남도 광주. 그곳에 있지
"21세기 대한민국에 과거가 머무르는 현재가 있다. 고맙다." 내용보기

    이 영화를 보고나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말, 제일 먼저 드는 마음은 그때, 그 시간을 기억으로 안고 살아가야 하는 모든 분들에게 앞으로 생의 많은 남은 시간들이 좀 더 편한 5월이 되길 빈다는 것. 다른 무지막지한 단어보다 5월의 아름다운 꽃들 속에 하나하나 그들의 기억을 심어 아름답게 그들의 일을 기억하시기를.

 

    1980518, 전라남도 광주. 그곳에 있지 않은 사람들이나 그 시대에 젊음을 보내지 않은 사람들에게 교과서 속 사진과 몇 줄의 말로 기억되는 시간과 공간이다. 그것도 역사교육이 선택이 되어버린 현재의 10대들에게 광주는 비엔날레 정도로 이름을 기억하는 곳이 되어버린. 그런데, 그곳에서 그 시간을 버텨낸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큐로 흘러나온다. 어느 연기자도 할 수 없는 기억의 실타래를 풀어 보는 사람이 어떤 것도 할 수 없게 화면을 응시하게 만들면서.

 

    제목은 예쁘다. 오월 사랑. 그것은 귀한 딸이고 아들이거나 한 집안의 큰 책임을 지닌 가장이던 그들이 정의라는 추상명사가 거창할 정도로 정말 단순하게, 옳은 것을 향해 마음과 몸이 함께 움직이며 그들의 땅과 대한민국을 지키려던 몸부림이었다.

 

    광주에서 시작된 10여일의 80만 시민들의 이야기. 어느 할머니의 한스러운 곡소리에 함께 나타난 자막은 객관적인, 너무 객관적으로 광주를 기억하는 사람의 머릿속을 처음부터 마비시킨다. 그러다가 등장하는 현실속의 한 어머니. 쓰잘 데 없는 이야기로 된 이야기라며 인터뷰를 거절하는 과일행상 아주머니의 말씀.

 

    처음에는 먹고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현대인이라서 과거를 안고 살지 못할 수 있다는 편협한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등장하는 그 어머니의 삶 속에 광주는 너무 아프고 되짚을수록 상처가 더 깊어져서 말도 꺼내고 싶지 않은 현실 속의 기억이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러닝타임이 진행되면서 그 어머니의 말씀과 표정의 변화는 일반적인 시각으로 단정지을 수 없는 것임을 알게 된다.

 

    이야기는 크게 두 방향이다. 기억을 안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현재와 과거의 교차, 그리고 그때를 기억하지 못하거나 시민군이 아니었거나 시대에 따라 생각이 변한 그때의 사람들이 개발명목으로 기억의 현재를 지우려는 광주의 대립적인 모습. 그곳의 이야기가 이렇게 현실적으로 다가오기는 처음이었다. 어디에서도 말하지 않았던 것이기에.

 

    5월이 오면 몸이 먼저 긴장하고 떨리는 그들. 기억의 감옥으로부터 단 하루도 자유롭지 못했던 그들. 청문회까지 하고 전직대통령 2명이나 법정에 섰지만 여전히 5.18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말하는 그들. 도대체 21일의 발포명령의 주체가 누구인가? 왜 그렇게 많이 죽어야 했을까? 그런데, 현재까지도 입을 여는 사람이 없다. 그리고, 광주에서 살고 있는 그들이 사는 집과 골목, 몸과 마음의 상처를 보면서 정말 잘 살고 있는 전직대통령이 이해되지 않는다. 사람일 수 있을까? 사람이여서 그런 걸까? 사람은 똑같은 사람이 아닌가 

 

    "억울한 누명이 있었고... 기록은 정교해졌지만, 기록에서 제외된 사람들은 자신의 기억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1980년의 광주는 아직도 미제일 수 있다. 그렇게 많은 사망자들과 부상자들이 있었고 추모공원도 조성되고 명칭도 격상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물음표를 던지고 답이 없는 문제를 안고 있는. 울먹이며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는 한 어머니가 말씀하시는 행불자에 대한 정보, 누군가가 입을 열어야 하지만 아직도 모르는 것.

 

    기동타격대(오월의 꽃이라 불리는) 대원, 학운동지역방위 시민군이던 그들이 현실 속에서 평범한 중년이 되어 산다. 그런가 하면, 계엄군 20사단 소대장은 그 때를 속죄하는 마음으로 무엇인가 보답하려 대안학교 교장으로 사람들과 함께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시민군에게 힘이 되는 방송을 하던 여인도 있고, 자신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인데 젊은 자식들에게 주먹밥을 해먹이며 한복판에 있던 여인들이, 집에 가만히 앉아 공부하고 있어도 되는 여고생도 있었다. 하나하나 이름을 기억하기에 부족할 정도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초록빛 무력에 대항했던. 저항했다고 하기에는 그들이 너무 약하게 보인다. 어떻게 그런 그들이 그럴 수 있었는가? 현재에 그들에게 너무 아픈 과거가 되어 참여하지 말았어야 할 일이 된 일인데.

 

    철거예정지역이라는 현수막이 붙은 전남도청 자리에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을 두고 대치하는 518이름의 그들. 국립 5.18묘지와 금남로의 행사 속에 보이는 의식과 기억의 사이. 젊은 전경들과 어린 학생들 모습속에 있는 표정은 그때의 기억보다 현실 속 그들이 해야하는 일이 된 518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그래서, 살아있는 사람들이 증언하는 그때와 현재의 말들이 설득력있게 들린다.

 

    도청이 완전히 포위된 그 날, "죽을지도 모르는데...” “오늘 밤에 아마 죽을거예요."그러면서 도청에 있을 수 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어떻게? 결말을 아는데 왜 그 선택을 했을까? "지금 젊은 사람들은 두려움이 앞선다니까?", "사람이 아닌 동물이죠. 동물들도 그렇게 학대했겠어요?"확실히 지금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지금의 젊은이들은 그때의 젊은이들만큼 못할 것이다.

 

    다양한 생각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 사는 곳이기에 진통을 겪는 현재의 광주. 자장면집을 운영하는 두 젊은 부부의 모습은 그 시대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눈물 진 웃음 속에서 말한다. 힘든 기억을 조금은 편안하고 웃으면서 말하는 충혈된 눈망울 속의 목소리 덕분에 이 영화가 처절하거나 한스럽지 않다. 오히려 현재의 삶에 그렇게 열심히 사는데 기억을 지우거나 미화하려는 현재의 모습이 달리 보인다. 좋지 않은 것은 다 덮으려 하는 듯 해서.

 

    문은 못 열지만 귀는 문밖으로 향한 공포와 두려움. 계엄군이 시민군들을 무자비하게 대하고, 도로위의 피 웅덩이가 한두 곳이 아니었던 때. 1980년의 증인으로 사는 것과 주변사람들까지 행해진 사찰과 억압, 참가자들이 겪은 몇 달동안의 취조와 고문. 1990년대 후반까지 사찰과 감시가 행해졌다면 누가 믿겠는가? 그래서 진실은 없고 진실규명 하겠다던 모든 일들이 완벽하지 않아서 전직대통령이 화면 속에 나타날 때마다 천불나고 속이 뒤집어지는 어른들.

 

    "죄진 놈들은 잘 먹고 잘살잖아요. 우리들은 아직도 이러고 살고." 5월은 매년 돌아오고 그들의 기억속에서도 공기밀도, 피냄새, 여기저기서 외치던 목소리들의 기억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우울증과 자살, 불면증, 신경안정제의 벽을 넘어 살아주어 고맙다. 안 그랬으면, 19805월의 광주를 이렇게 현실적으로 공감할 수 있었을까  회의와 눈물이 없어질 수 없겠지만, 현실속에 자꾸 잊고 사는 과거를 이따금 이야기해주어 자꾸 잊혀지는 그들을 기억하게 하는 것, 그리고, 그런 시간들을 기억하는 그 분들. 고맙다.



YES마니아 : 골드 n********y 2012.11.2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