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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고르고 위글위글 북파우치를 받았는데요. 초등학교 저학년의 건이들이 읽기보다는, 제가 읽으니 더 좋은 것 같더라고요. 동네 문학 동시문학상 대상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시를 좋아하는 초등학생들 쉽게 접근해서 읽을만할 것 같아요. 시집을 참 오랜만에 읽는 거라, 한두 장 읽어보고 건이들 주려고 했는데, 끝까지 제가 다 보게 되었어요. 사물을 보는 은유적인 표현이 재미있기도 하고,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제법 그렇구나 고개 끄떡이게 만드는 구절도 있고.. 이런 재미로 시집을 읽는 거였는데, 재미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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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와 그림이 딱 어울려요 어쩜 제목을 딱 들어맞게 잘 지을까요 드물게 시로써는 베스트셀러가 될거라는 예감이 들어요 세계적인 동시가 되겠어요 ㅎㅎ웃지만 넓고 깊어요 뱀에게 왜 오늘 뒷산에서 불쑥 나타난 거야. 깨물려고 그런 거니? 정말 깜짝 놀랐어. 사과처럼 움직일 수 없었지. 하지만 겁먹진 않았어. 말해 두지만, 아빤 네 껍질을 벗길 수도 있어. 아마 널 먹을 거야. 뭐든 먹거든. 경고하는데, 내가 뒷산에 올라갈 때 다시는 나타나지 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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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의 주인으로서 장담하는데 책을 다 읽고 나면 왕국의 비밀지도 한 장이 펼쳐질 테니 잘해 봐,라고 호기롭게 시인은 말한다. '잘해 봐'를 따라 가다 보면 '잘 들어 봐'로 시작하는 <할머니의 기억 상자>에 닿게 된다. 기이한 동물들과 사람들을 만날 거라는 시인의 말처럼 완전 뒤죽박죽 상자이다. 할머니의 기억 상자에는 냄새나는(담뱃대), 딱딱 소리 나는(틀니), 반질반질한(은반지), 징그러운(탯줄), 안 예쁜(사진), 빠진(앞니), 오줌싸개 아빠(성적표), 하얀(머리칼) 뭉치 등 아련한 추억이 서린 물건이라기보다는 평범치 않은 물건으로 가득하다. 심지어 작년부터 할머니도 상자 안에 계신단다. 정말이지 귀신 쫓는 빨간 부적이 필요할 것 같은 상자이다. 그 상자 속 물건들은 시적 주체의 기억과 관계된다. 기억은 보통 왜곡되어 저장된다. 특히 어릴 때의 기억은 심리적 실체의 무의식의 반영으로 변형 왜곡 공백으로 이루어진다. 그것은 개인 이미지로 형성된다. 송현섭 개인의 이미지는 검은 넝쿨처럼 자라난 손가락을 예쁘게 잘라 주고, 바삭하게 말린뱀, 애벌레팝콘, 원숭이알사탕, 박쥐쫀드기, 기린주스처럼 불량하다. 그 외에도 빨간 피를 질질 흘리거나, 절뚝절뚝 걸어가는 나비, 눈도 없고, 날개도 없는 까만 새, 찢어진 꽃처럼, 창자와 간과 콩팥과 머리와 깃털이 난무하는 두엄자리, 피 묻은 부리 쓱쓱 닦고는 뻔뻔스럽게 아무것도 아니야, 외다리 수도꼭지가 물방울 목을 조르는 등 그로데스크하다. 이미지는 눈으로 본 후에 만들어진다. 그래서 기억 이미지는 심리적 실체의 무의식의 반영이다. 모든 대상을 파악하는 기본은 주체의 주관성에 기반하고 있다. 그래서 자기만의 독트간 이미지를 낳게 된다. 시는 주관적이므로 주체의 상상력과 이미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개인적 상징화의 산물로 나타난다. 코브라처럼 윗몸을 꼿꼿이 세우더니 머리를 흔들어 대는 할머니 이미지에 시옷 자의 풀밭의 이미지가 뒤섞이면서 굵게 표기된 이놈아!……… 기다란 말줄임표에는 쌍욕이 왕창 쏟아지고 있다. 그만의 왕국의 비밀 지도가 한 장 펼쳐진다. 그리고 나도 그의 왕국의 시민 중 한 사람이란 걸 깨닫게 된다. 송현섭의 이미지들은 으스스하다. 그의 동시를 읽으면 잊혀졌던 망태 할아버지가 살아 돌아와서는 이상한 데로 끌고 갈 것 같은 공포스러운 구석이 있다. 또 팔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어릴 때 이불 속에서 듣던 잔혹동화도 보는 듯하다. 시인의 역할은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해 내는 것이라고 할 때, 송현섭은 기존의 이미지와는 확실히 다르다.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해 낼 수 있는 것은 그의 기억 이미지와 개인 상상력(상징화)과 관련이 있다. 따뜨사고 아름다운 이미지는 싹 제거된 섬뜨가고 오싹한 시집에서 마지막에 수록된 <얼음꽃>은 희망과 절망이 공존한다. 차고 서늘한 얼음꽃이지만 꽃이 가득 피었다는 점에서 희망적이고, 얼음꽃은 꽃이지만 얼음이라는 점에서 절망적이다. 어쩌면 다음 시집도 <부엉이>에서처럼 으스러지게 나뭇가지를 잡고 피 묻은 부리 쓱쓱 닦고 뻔뻔스럽게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할머니의 기억 상자>에서 "의"조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언뜻 할머니의 기억 상자는 할머니 소유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시는 조사 "의"의 사전적 기능 중 '(지은) 대상, 내용상의 관련'을 뜻함이 적용된다. 기억 상자는 할머니 것이 아니라 시적 주체에게 있어 할머니와 관련된 기억 상자라고 해석해야 한다,. 그래서 작년부터 할머니도 상자 속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므로 <할머니의 기억 상자>는 시적 주체의 기억이미지들을 엿볼 수 있고 그의 왕국의 비밀지도를 펼칠 수도 있는 시라고 할 수 있다.
할머니의 기억 상자, 송현섭
잘 들어 봐
이따만한 상자가 있어 장수거북처럼 오래된 상자야 할머니가 시집올 때 졸졸 따라왔대
완전 뒤죽박죽 상자야 킁킁 냄새나는 담뱃대 딱딱 할아버지의 틀니 반질반질한 은반지 징그러운 까만 탯줄도 있어 막내 고모의 안 예쁜 사진 여덟 살 때 빠진 내 앞니
겨울밤 할머니는 상자를 열고는 한참 뒤적뒤적하다가 무언가 짠하고 꺼내는 거야 오줌싸개 아빠의 한심한 성적표나 할머니의 할머니의 하얀 머리칼 뭉치 말이야
귀신 쫓는 빨간 부적 보고 싶니 넌 친구니까 특별히 보여 주는 거야 아 참 할머니도 작년부터 상자 안에 계셔
자, 열어 봐!
---감나무애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