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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빛을 따라가렴. 네 영혼을 따라가렴.네 영혼에 날개가 있기를. 너는 내 길라잡이야."
줄리애나 배곳이 그리고 있는 디스토피아의 세상은 아름답지 않다. 선택받은 자들만이 대폭발에서 살아남았고 그들은 '돔'에 살고 있다. 그리고 돔 이외의 바깥 세상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무언가와 융합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얼굴에 흉터가 있거나, 화상이 있거나, 무언가와 융합된 모습이다. 그리고 그렇게도 살아남지 못한 사람은 짐승이나 땅과 융합되어 살아간다. 인간의 생명이란 그렇게 질기고도 모진 것이다. 그런 '바깥 ' 세상에서 사람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려고 몸부림친다. 대폭발시에 거울 파편이 몸에 박혀도, 플라스틱 파편이 몸의 일부가 되어도, 아기와 융합되어 평생을 짐처럼 떠안고 살지라도, 새가 등에 박혀 살지라도, 동생의 몸과 융합되어 평생을 업고 살지라도,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가는 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그들의 삶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으로 처절하게 살고 있었다.
돔에 살고 있는 '퓨어' 패트리지가 '바깥' 세상에 왔다는 소문은 나오는 문이 있다면, 들어가는 문이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혁명군에 잡혀간 프레시아는 자신을 뜬금없이 장교로 승진 시키고 , 퓨어를 도와 어머니를 찾아오라는 명령을 받게 된다. 그리고 프레시아의 눈동자에는 도청 장치를 머리에는 폭파장치가 심어지게 된다. 프레시아를 처음 본 순간, 프레시아에게서 느껴진 선한 기운으로 도와주고 싶었던 등에 동생 헬머드와 융합된 '헬 캐피턴'의 도움으로 다행히 패트리지 일행을 찾게 되는데...
브래드웰은 패트리지가 바깥 세상으로 나오는 과정을 들으며 ,처음부터 패트리지가 돔을 나오게 된 것이 바로 '돔'의 계획이란 사실을 간파해낸다. 모든 과정을 '돔'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도, 그런 와중에 아이와 융합된 마을의 여자들에게 습격을 받고 '선한 어머니'라 불리우는 사람과 모종의 거래를 하게 된다. 조건은 패트리지의 '손가락 한개 절단하기'
브래드 웰과 패트리지, 프레시아, 엘 캐피턴은 우여곡절 끝에 어렸을 때부터 부르던 동요와 단서가 어머니가 남긴 단서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어렸을 적의 기억에 의존하여 어머니와 재회하게 된다. 그리고 '돔'의 탄생 배경과 아버지의 진실, 음모를 알게 되는데, 죽었던 '세지 형' 이 무장한 군인으로 나타나고 이들의 짧은 재회는 형과 어머니의 죽음으로 끝난다.
"하늘이 멍들었구나. 폭풍우만이 그걸 낫게 하겠지."
지구는 오염되고 식수는 마실 수 없게 되고 방사능 오염에 대한 우려와 대폭팔이 일어날 것을 예견하여 '돔'을 창설하였다. 그러나 문제는 '돔'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었고 '돔' 역시도 한계에 다다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1권에서는 언급하지 않았던 문제들이 2권에서는 속속들이 인류가 떠안고 있던 문제들을 부각시키면서 수면 위로 존재를 드러낸다. 지배층과 피지배층이 생겨날 수 밖에 없었던 배경과 고도화된 테크날리지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지만, 모든 것이 기계화된 세상. 기계화된 문명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사람들의 미래는 희망적이지 않다. 그러나 소설속의 주인공들은 그런 디스토피아 세상속에서도 살기 위해 투쟁하고 살기 위해 사랑한다. 어머니와의 짦은 재회에서 어머니는 패트리지에게 "싫다고 말할 권리, 옳은 것을 위해 반대할 수 있는 권리" 를 남겨주고 싶었다고 한다. 디스토피아 세상에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자유'라는 권리는 아마도 삶을 지탱하게 해주는 단 하나의 끈이 아닐까 한다. 이들의 삶은 그래서 계속된다. 비록 하늘에서 검은 재가 내리고 돌아갈 집이 없을지라도...삶은 계속 된다. 우리의 삶이 고통속에서 더욱 단단해지고 성숙되듯이 패트리지와 프레시아의 길고 긴 여정 끝에는 부디 밝은 태양이 빛추기를 소망해본다. 이 책은 디스토피아 3부작의 1권으로, 앞으로 2권 『퓨즈(Fuse)』, 3권 『번(Burn)』이 각각 2013년, 2014년 발표될 예정이다. 숨가쁜 전개와 놀라운 상상력에 감탄하게 된 『퓨어』였다. 다음 시리즈를 손꼽아 기다리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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돔 안의 퓨어 소년, 그리고 돔 밖의 융합체가 되어버린 소녀와의 만남. 그들의 만남이 어떤 이야기로 진행이 될까. 사실 초반부에는 약간 긴장감이 떨어졌던 이야기가 퓨어 1권 중반부터 빠른 속도로 몰입을 시켰고 퓨어 2권에서는 거의 클라이막스를 보는 느낌으로 매료되어 빠져들어버렸다.
죽었다고 생각했던 어머니가 돔 밖에 살아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게 된 소년 패트리지가 돔 밖으로의 탈출을 감행하고, 우연히 프레시아를 만나 그녀와 함께 어머니를 찾는 과정에서 죽은자로 등록이 되어 있는 브래드웰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그러다 프레시아가 혁명군에게 잡혀가고, 브래드웰은 패트리지와 함께 프레시아를 찾기 위해 강한 힘을 가진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사람인 선한 어머니를 찾아가기로 하였다.
패트리지는 그저 돔 안의 평범한 퓨어 인이 아니었다. 가장 권력이 높다고 할 수 있는 과학자의 아들이었고, 최우수 엘리트 코스를 밟은 형 세지와 달리 패트리지는 코딩 작업 중에 거부반응이 생겨 다른 퓨어인들과는 뭔가 다른, 그런 점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냉정한 아버지보다도 감성적이었던 어머니, 유년의 추억만 남은 어머니를 늘 그리워했다. 그에게 백조동화를 들려준 그 어머니를 말이다.
프레시아가 끌려온 혁명군에서 그는 신병 훈련없이 바로 장교로 승급한다는 특전을 부여 받았다. 특별한 힘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 어떤 비밀을 간직한 것도 아니었는데 그녀에게 내려진 특혜는 아주 남달라 보였다. 그리고 왜일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먹을 것 하나 없이 변변찮게 살아온 바깥 사람들이었기에 그녀 또한 예전의 행복했던 추억들은 잊혀진채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급급했던 나날들이었을뿐인데.. 그녀가 그곳에서 받은 대접은 지나치게 융숭할 정도였다. 먹어본 적 조차 없는 차가운 굴, 그리고 너무나 맛있던 배부른 식사. 이런걸 감히 누려도 될까 싶은 불안한 마음이 들 정도의 그런 대접 말이었다.
두 소년과 한 소녀의 이야기. 세상이 그들에게 알려주는 이야기는 아주 한정적이었다. 어릴적 기억했던 폭발 전의 행복한 세상에 대한 추억은 갈수록 환상과 섞여 버려 어느 것이 진정한 기억인지 되새기기조차 힘들었다. 다만, 돔 속 어른들이나 바깥 세상 어른들 또한 그들에게 진실을 들려줄 사람은 드물었다. 뭔가 숨겨진 이야기가 있는 것 같은데, 가르쳐주는 것만큼만 배울 수 있었던 돔 안 세상이었다. 그들이 만나 새로운 세상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
스완송도 엄청난 페이지 수를 자랑하는 두권의 소설이었는데 퓨어는 그보다 얇은 300페이지 정도의 책으로 두권 정도가 나와 있어서, 벌써 끝나는 거야? 싶었지만, 놀랍게도 이는 시작일뿐이었다. 앞으로 퓨즈와 번이 퓨어의 뒤를 이을 예정이라니,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1권을 다 읽고 2권을 읽기 시작하면서 1권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이야기에 몰입하기도 하였지만, 또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쪽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 앞으로 진행될 새로운 스토리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높아만 갔다. 1년에 한부씩 시리즈가 소개될 예정이라니 1년 동안은 궁금증을 간직하며 기다려야 할까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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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권 리뷰와 동일합니다.
확실히 현재 출판시장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근미래의 디스토피아 판타지가 아닌가 싶다. 영화 <헝거 게임>의 개봉을 바탕으로 힘을 얻고 있는 것인지 흐름이 그런 것인지 그저 한 명의 독자인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꽤나 판타지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종말 문학'이라는 서브 장르를 구축한 이래 그 안에서 다양한 종말 그 이후의 모습을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어 반가운 일임은 틀림없다. 한편으로는 그 속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양극화된 사회의 모습과 그에 대항하는 세력의 등장이라는 측면이 비슷비슷하게 그려져 있는 것은 조금 아쉽다. 종말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모든 것이 엎어진 세계를 구축하려면 혁명이 필수적인 일이니 납득하지 못할 것도 없지만. 게다가 실제로 종말 소설이 다양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어 할 상상은 다 했나?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러니 그 비슷한 틀 안에서 얼마나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탄탄한 세계관과 시나리오 속에서 움직이느냐,가 관건일지도.
그런 중에 또 하나의 디스토피아 판타지, 줄리애나 배곳의 <퓨어>를 만났다. 퓨어라니, 절망 속에서도 순수한 희망은 피어난다는 뜻일까? 한없이 역설적으로 보이는 제목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대폭발 이후, 세상은 아니 미국은 '바깥'과 '돔'으로 나뉘어진다. 대폭발 당시 들고 있던 인형과 손이 융합되어 인형 머리 주먹을 가진 소녀 '프레시아'는 목에 선풍기를 달고 있는 할아버지와 함께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열여섯 생일이 되면 혁명군에 이끌려가야 하는 상황에 놓인 프레시아는 혁명군이 인간 사냥을 시작하고 또 강제 징집을 위해 집을 뒤질 때 미리 마련해 둔 대피로를 통해 도망치던 중 한 소년을 만나게 된다. 소년의 이름은 '패트리지'로, 그는 '돔' 내부의 사람이다. 돔 내부에서 많은 실험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신체 능력과 행동 등을 개조하는 '코딩' 시술이 통하지 않았던 패트리지는 그 원인이 어린 시절 어머니가 자기에게 먹인 알약이 연관이 있지 않을까,라는 과거의 비밀에 이끌려 돔 바깥으로 탈출하게 된다. 낯선 세계에서 도망치고 또 혁명군의 징집으로부터 도망치던 소년과 소녀는 폐허 한가운데에서 마주치게 된 것이다. 누가 나의 적이고 또 누가 나의 편이 되어줄지, 아무도 쉽사리 믿고 내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그들은 무엇으로부터 도망쳐야할지, 또 무엇을 찾아내야 할지도 모른 채 여정의 길에 올라선다. 그 끝에는 어떤 진실이 숨어있을지… 우울한 미래 속에서 피어난 소년과 소녀의 '순수'한(?) 여행길이 시작되었다.
실은 줄리애나 배곳의 '퓨어'는 역설적인 의미를 담고 있을 것이라는 처음 내 예상과는 달리 상당히 위험한 의미를 담고 있는 단어였다. 바깥에 남아있는 이들은 인형이나 선풍기, 혹은 등에 새가 함께 융합되는 등 몸에는 흉터와 상처만이 남아있는 반면 '돔' 내부의 사람들은 상처따위 없이 깨끗한 신체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바깥'의 사람들이 그들을 가리켜 '퓨어'라 부른다. Pure Breed. 선택받은 자들은 '돔'에서 나와 '바깥'의 사람들과 평화롭게 공존할 것이라고, 그러나 지금은 잠깐, 사랑의 눈으로 멀리서 지켜보겠노라 이야기한다. 그리고 '바깥'에는 그런 그들을 신처럼 우상화해 떠받들며 그날만을 기다리는 이도, 이는 거짓말이니 돔을 전복시켜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고 말하는 이도, 그게 무슨 상관이냐며 지금 당장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처지에 놓여 체념한 이도 있다. 돔을 숭배하지도 않지만, 음모론 따위는 불필요하다 생각하는, 한편으로는 대폭발 이전의 평범한 삶에 대한 동경과 열망을 품고 있기도 한 프레시아는 모든 것이 완벽하게 이루어진 채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돔 내부의 '퓨어', 그러나 그 곳을 탈출한 패트리지를 만나면서 지금까지의 세상이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그들은 그 거대한 계획의 일부가 될까, 혹은 그 계획을 무너뜨릴 출발점이 될까. 소설은 끝을 향해 달려가면서 그들이 그토록 찾아헤맨 '그림자 역사'의 진실과 거기에서 시작될 새로운 세상의 시작을 암시한다.
핵의 폭발과 방사능으로 인해 변해버린 세계라는 것은 더 이상 낯선 소재가 아니다. 하지만 줄리애나 배곳의 디스토피아에서 나를 매혹시킨 것은 프레시아가 만든 장난감 나비와, 인형과 결합된 프레시아의 왼손, 그리고 브래드웰의 등에서 그와 함께 움찔거리는 새, 애증의 감정으로 늘 함께 지내는 엘 캐피턴과 그의 등에 융합된 동생 헬머드였다. 이미 방사능의 영향을 받은 전력이 있는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가 있기에, 이러한 묘한 결합을 방사능의 작용이라 설명하기에는 상당한 비약이 있다─작가 역시 그 점을 고려한 듯 나름대로 그 빈칸을 채우려 한 시도가 엿보인다─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줄리애나 배곳은 그 묘한 결합─그리고 이것은 '비스트'와 '더스트' 등의 새로운 무법자의 탄생을 만들어 낸 근거가 되어주기도 했다─을 통해 종말 이후의 세계를, '바깥'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연대감을 보여주고 있다.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 세계에서 할 일이라고는 오래 전에 있었던 일들을 '추억'의 형태로 끄집어내어 서로에게 들려주고 또 그 일 모두를 서로가 알고 이해한다는 양 고개를 끄덕이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 '추억 놀이'는 서로를 강하게 묶어주는 장치가 되어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꿈꾸게 해 준다. 과거 속에서 미래를 찾고 또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것, 그것이 <퓨어>가 그려내고 있는 '순수'이리라 생각한다. 세상을 두 개로 나누는 용어였던 '퓨어'는 더 이상 순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택받은 자만이 후손을 남길 수 있고, 끊임없이 신체가 개조되어 자신을 잃게 만드는 것은 순수한 세계가 아니고 더 이상 '퓨어'가 아니다. 그리고 그 역설적인 희망 속에서 미래를 되찾는 것은 돔 밖을 탈출한 '퓨어' 패트리지와 부서진 세상을 다시 되찾고 싶은 프레시아의 '순수'에서 시작되려 한다.
쉽게 믿을 사람 없는 세계 속에서 강한 연대감을 쉽게 구축한 주인공들과 그 주변의 조력자들의 행보가 조금 당황스럽긴 했지만 결국 마지막에 여차저차 밝혀지는 것을 보아하니 서로 믿니 마니로 투닥거리는 것은 조금만, 그 이상 더 나아가면 안 그래도 많은 분량의 이야기를 더 질질 끌어가는 것 밖에 되지 않으니 과감히 생략하겠다는 작가의 의도가 숨어있는 것이라 생각하련다. 실은 그것을 걸고 넘어지기에는(설마 그 연대감이 진실이 아닌 배신과 음모가 난무하게 된다면..?!) '바깥'의 세계는 너무나도 잔혹하고 그럼에도 그 속을 달려가고 있는 등장인물들이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그리고 그들이 맞닥뜨린 세계는 여전히 너무나도 그들에게 잔혹하다. 줄리애나 배곳의 디스토피아 3부작은 1부 퓨어(Pure)에 이어 2부 퓨즈(Fuse), 그리고 3부 번(Burn)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지금은 '살아남은' 것이 전부인 그들이건만, 그 생존이 어떤 도화선이 될지 <퓨즈>를 기다려본다. 그 잔혹한 세상 속에 역설적으로 빛나는 '순수(Pure)'에서 출발한 그들의 모험은 곧 '도화선(Fuse)'이 되어 돔을 '태워버림(Burn)'으로써 끝나버릴지, 그들의 여정을 끝까지 지켜보고 싶어지는구나. "영화로구나. 저것 좀 봐라. 입체 안경이야. 젊었을 때 저런 영화를 본 기억이 난다." "정말 진짜 같아요. 다만 아쉬운 건……." 할아버지가 프레시아의 말을 잘랐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여기야."_1권, p.119 그는 마지막에서 두 번째인 환풍기를 뛰어넘은 다음 전력 질주했다. 터널의 끝에 분홍색의 마지막 필터가 보였다. 나가고 싶었다. 다시 바람과 태양을 느끼고 싶었다. 옛날 거리와 옛날 집을 찾고 싶었다. 모두 사라졌다는 걸, 폭파되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_1권, p.131 이게 여기 사람들 피부에 어떻게 내려앉는지도 모르지. 여기 공기는 차갑구나. 바람도 마찬가지야. 아무도 바람을 제대로 그리지는 못했어. 바람이 어떻게 그렇게 빨리 일어나서 얼굴을 따갑게 때리는지. 그리고 어떻게 공기 중의 먼지를 싣고 다니는지. 그들은 이런 걸 몰라._1권, p.194~195 몇 주 전에 우연히 어머니의 물건을 보게 되었는데, 이제까지 내가 알던 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 나는 몰랐지만 계속 존재했던 어머니의 물건들……. 말로 다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그래서 힘들지만. 그래서 여기로 오게 된 거야. 추한 것들이 아름다운 것들을 더 아름답게 한다는 걸 기억하니까._1권, p.216 바로 그것 떄문에 기도하는 거야. 희망을 갖기 위해서._1권, p.226 우리가 봐야 할 건 겉에 드러난 것이 아니야. 우리가 봐야 할 건, 정말 여기 있는 것, 뒤에서 살아 숨 쉬는 그림자야. 그림자에 가려진 역사._1권, p.299 아마 세상이 지금과 달랐다면 그는 좀 더 좋은 사람이 아니었을까? 그것은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결국 '돔'이 선사한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이것일 것이다. 충분히 안전하고 편안한 생활을 누릴 수 있다면, 누구나 심지어 절망을 눈앞에 두고도 가장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척 가장할 수 있다는 것._2권, p.87 그 작은 흉터를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의 대담함에 대해 말하는 것이었다. 무섭지만 않았다면 그녀는 지금 이 순간을 그와 함께 할 수 있어서, 살아 있어서 행복하다고 고백할 것만 같았다._2권,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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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작의 슬픔은 다른 곳에 있지 않다. 1권을 구입했으면 2권도 구입하고 당연히 다 읽어야 하지만.. 사정상 퓨어2권을 거진 1년 뒤에나 읽게 되었다. 사실 처음에는 3부작이라고 했을 때는 1,2,3권 이렇게 3부작인줄 알았기 때문에.. 그런데 대부분 그렇게 연부로 나오면 1부 1,2권/ 2부 1,2권 이런식으로 나오더라. 앞으론 속지 말아야지 ㅋㅋㅋ;
퓨어와 마찬가지로 저번에 소개했었고 다음에 또 소개할 다른 세상 시리즈 역시 SF물과 동시에 성장소설이라는 배경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동시에 같이 읽어서 그런가 자꾸 난 두 책의 배경 세상이 유사하고 플롯도 유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이들이 성장하는 구조는 그 유명한 '해리포터 시리즈'와도 유사한 점이 많다. 아마 그런 설정의 원조를 따질려면 더 많이 위로 올라가야 겠지만 공통점들을 먼저 살펴 보자면,
1. 남성2인조에 여성1명 무슨 불문율인가? 해리포터때에는 해리포터, 론, 헤르미온느가 삼총사였다면 퓨어에서는 패트리지, 브레드웰, 프레시아가 삼총사이다. 이런 설정은 다른 세상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해리포터에서 헤르미온느가 똑똑한 여자아이였다면 프레시아는 당찬 여장부이다. 물론 초반에는 소극적이지만 회가 거듭할수록(?) 그런 모습이 보이는데 패트리지의 경우는 순수한 종족 '퓨어'이기 때문에 여기선 똑똑한 이미지이다.
2. 남자주인공은 유일하다. 해리포터가 볼드모트의 사악한 기운에 맞서 살아남은 유일한 아이였다면 패트리지는 돔에서 탈출한 유일한 '퓨어'이다. 물론 그전에도 쫓겨나다시피 나온 퓨어들은 있었으나 자신의 안정을 버리고 나온 퓨어는 없었다. 그리고 조금 억지를 부려서 비교하자면 해리포터가 웬수라고 생각했던 시리우스가 삼촌이었다면 여기서 패트리지와 프레시아는 이복남매지간이다.
3. 성장소설의 묘미 아이들의 적은 또래가 아닌 어른이다. 볼드모트를 비롯한 그의 추종자들 vs 해리포터를 비롯한 조력자들. 이 경우는 직접적인 아이들만의 싸움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퓨어는 아직까지는 아이들의 싸움이다. 중간중간 조력자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심지어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도 엿볼 수 있는데 패트리지는 어머니와 형의 죽음을 확임함으로써 더욱 아버지에게 강하게 반감을 가진다. 이 요소는 거진 필수적인 요소인 것 같다 - -... 아니면 약간 변형되서라도 등장하는 것 같은 완전 요소이다 요소..
책 소개에서는 '트와일라잇' 제작사에서 바로 계약맺었다고 하는데 음............................. 같은 맥락에서 보기에는 장르가 매우 다른 분야로 보임 -_-; 그런데 영화로 보면 생각보다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올 것 같아 15세가 될지 19세로 나올지 그것도 포인트 중에 하나가 될듯함.
어쨋든 이 책도 3부작이니 ㅎ 매년마다 기대해보겠소.
+PS 내가 보게된 책은 보라색인데 첨에 나왔던 2nd는 초록색이네 -_-?; 그 짧은 기간에 재판을 내다니 후덜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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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이후 다시 시작된 미래를 그린 디스토피아 판타지!
줄리애나 배곳은 시와, 소설, 아동문학, 에세이 등 전 장르에서 놀라운 재능을 보이며 평단의 찬사와 독자의 사랑을 받은 스타 신예 작가다. 그녀는 강렬한 영상적 이미지와 눈부신 시적 언어 감각으로 각종 북클럽 선정 도서를 장식해 왔다. 줄리애나 배곳이 올해 발표하여 세계적인 열광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퓨어』는 출판 이전 시놉시스만으로 「트와일라잇」의 책임 프로듀서에 의해 폭스 사와 3편 전편 영화화 계약을 맺으며 큰 화제를 부르기도 했다. 줄리애나 배곳에게 “코맥 매카시에 비견될 작가”라는 평가를 안겨 준 이 작품은 디스토피아 3부작의 1권으로, 앞으로 2권 『퓨즈(Fuse)』, 3권 『번(Burn)』이 각각 2013년, 2014년 발표될 예정이다
줄리애나 배곳은 지금, 분명 가장 바쁜 작가 중 하나다. 스물두 살에 데뷔한 이래, 열여덟 권의 다채로운 작품을 출간한 그녀는, 섬세한 여성적 문체가 돋보이는 에세이에서부터 번뜩이는 감각이 빛나는 시집,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은 영어덜트 소설, 문학 팬들에게 그녀의 이름을 각인시킨 소설 등 거의 전 문학 영역에 걸쳐 높은 문학적 평가를 얻어 왔다. 필명만 세 개, 그중 ‘줄리애나 배곳’은 소설을 발표할 때 사용하는 필명이다. 시적인 언어로 그려 낸 어두운 펑크로 디스토피아 소설의 새 장을 열었다는 반응을 얻고 있는 신간 『퓨어』는 줄리애나 배곳의 재능이 완전히 발휘된 작품으로, 어린아이의 악몽에 나올 것만 같은 암울한 미래의 비전을, 마치 동화 속 이야기처럼 몽환적인 풍경 가운데 묘사하면서도 속도감과 흡인력을 잃지 않는 놓칠 수 없는 수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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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어라는 제목에서 나는 뭔가 그로테스크한 것을 떠올렸다. Pure라는 말의 뉘앙스하고는 정반대였지만 이런 장르 소설에서 순수하다는 단어의 울림은 그 뒤에 공포스런 어떤 것을 업고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게 했다. 그리고 책장을 열어본 결과 나의 상상은 어느 정도 들어맞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퓨어의 배경은 시간적으로 가까운, 하지만 공간적으로는 절대로 가깝게 느껴지지 않는 어느 미래다. 세계는 투명하고 단단한 구획으로 이분되어 있다. 이 구획은 '퓨어'라는 단어만큼이나 절대적이고 또 완전한 무언가를 떠올리게 하는 돔이다. 세상은 돔 안에 있는 자와 그 밖에 있는자로 나뉘어져 있다. 돔의 견고함만큼이나 단단한 이 층위는 절대적으로 그 안에 속한 자들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돔 안에 있는 자들은 주인공들이 화이트 일색의 멸균실에 갇혀 생활하는 영화 '아일랜드'의 초반부나 모든 사회구성원이 감정의 분출을 억제하기 위해 투약을 받는다는 설정의 '이퀼리브리엄'을 연상케하는 철저히 통제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교육에서도 검열을 받는다. 일례로 돔 안에서 문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점인 대폭발 직전의 역사에 대해 배우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오로지 현재의 권력과 세계의 지형과 무관한 고대사를 논할 수 있을 뿐이다.
한편, 돔 밖에서는 매일 매일이 모두의 모두에 대한 투쟁의 연속이다. 그들이 마주하고 살아가야하는 세계를 표현하기에는 폐허라는 말도 사치스럽다. 한쪽에는 갓 성년이 된 아이들을 징집해가는 파시스트 정권의 자칭 '혁명군'이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쪽에는 대폭발의 순간 주변의 동식물, 심지어 땅과 바위와 융합되면서 인간도,그렇다고 인간이 아닌것도 아니게 된 더스트,비스트,그루피 등 다양한 변종-괴물- 들이 있다. 돔 밖에 있는 이들은 폭발 이후 회복력을 잃은 자연을 배경으로 이와 같은 이중의 적과 싸워 매일 매일을 살아남아야 한다.
돔이나 성, 방공호 등 선택받은 소수의 특권층이 스스로를 방어하는 공간이 등장하고 그 내부와 외부의 대립을 다룬 소설은 늘 있어왔다. 하지만 돔 안에도 유토피아는 없다는 점이 퓨어가 가지는 차별성이다. 퓨어는 출발부터 완전히 디스토피아 소설을 선언한다. 대부분의 이야기에서 주인공은 유토피아(로 여겨지는 곳)을 향해 길을 떠난다. 하지만 돔의 안과 밖이 모두 디스토피아 뿐인 이 세계에서 주인공들은 어디로 떠나야한단 말인가? 두 주인공 중 돔 안의 삶을 대표하는 패트리지의 벡터(수학용어.방향성을 가진 운동에너지)는 '거짓 유토피아인 여기가 아닌 곳', 즉 외부를 향한다. 그는 이미 그곳이 얼마나 처참한지 교육을 받아서 알고 있다. 그럼에도 패트리지가 외부를 지향하게 되는 것은 어머니로 대변되는 진실에의 갈망 때문이다.
한편, 돔 바깥의 피폐함과 희망을 대변하는 또다른 주인공 프레시아는 다른 어머니를 꿈꾼다. 얼굴은 기억나지 않지만 프레시아가 꿈꾸는 어머니-가정-안락함은 시간적으로는 대폭발 이전, 공간적으로는 돔 안에 자리잡고 있다. 할아버지와 둘이 버려진 이발소 한 구석에 있는 숨어 살고 있는 프레시아는 현실에 잘 적응하고 있으면서도 유년에 대한 집착과 갈망이 있다. 일견 퇴행적 욕구로 보이지만 그것은 성년이 되는 열 여섯 번째 생일이 오면 혁명군에 징집되어야 한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운명을 선택할 수 없는 현실이 그녀를 점점 돔에 대한 환상에 심취하게 하는 것이다. 그녀 이외에도 돔 밖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선택받은 돔 안의 사람들-그들은 퓨어라 불린다. 앞으로 돔 안의 사람들을 지칭할 때 퓨어라는 용어를 사용하겠다.-에 대한 양가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뼈저린 동경과 지독한 증오다. 퓨어가 천민이라고 부르는 돔 밖의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중엔 퓨어의 내장으로 목걸이를 만들자는 가사가 있을 정도다.
이쯤되면, 돔 밖으로 나오려는 패트리지의 계획이 미친 생각이라고 여겨질만 하다. 돌연변이보다도 퓨어가 아닌 사람들을 맞딱뜨리는 게 패트리지의 생명에 더 큰 위협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가 돔에서 빠져나오려는 또다른 이유는 코딩 시술이다. 돔에서는 사춘기 아이들에게 두뇌 혹은 생식 또는 엘리트의 경우 전투 기능을 강화시키기 위한 시술을 강제로 시행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코딩이다. 이것은 감정을 말살시키는 효과도 있다. 패트리지는 자신으로 남아있고 싶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촉망받던 그의 형은 엘리트들에게만 선별적으로 행해지는 코딩 시술을 받은 직후 자살했다. 저항할 수 있는 마지막 시점이 있다면, 지금인 것이다. 그것은 프레시아에게도 마찬가지다. 일단 혁명군 명부에 이름이 오르면 돔으로 처들어가기 위한 훈련을 받거나 신체적인 능력이 떨어질 경우 연습용 총알받이로 쓰여야 한다. 할아버지와 그녀는 도주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해놓고 카운트다운을 하듯 그날을 기다린다. 물론 오지 않기를 바라며.
그들은 짧은 인생에서 임계점에 다다른 디스토피아의 아이들이다. 소설 초반부는 이 두 주인공이 자석의 N극과 S극이 끌리듯이 자기 세계의 중심으로부터 이탈해 서로에게 다가가는 과정을 다룬다. 돔에서 살고 있을 뿐 아니라 절대권력자의 아들이라는 지위까지 가진 패트리지와 천민답게 한쪽 손이 고무 인형으로 되어 있는 프레시아가 마주치는 지점까지, 작가는 돔 안과 돔 밖이 풍경은 겉보기에는 다르지만 인간이 인간다울 수 없는 처참한 환경이라는 데에 있어서는 그리 다르지도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리하여 독자는 하늘로 솟아오르더라도 도망칠 곳이 없는 이 완벽하게 암울한 세계에서 이들의 만남이라는 화학반응이 어떤 새로운 길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궁금해하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들의 길은 행복이 아니라 진실이었고, 장소가 아니라 관계에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찾아낸 것은 사랑일 뿐만 아니라,또한 아름다움이었다.
패트리지는 권력자이자 대단한 음모가인 아버지가 극비리에 준비해놓은 코딩 시술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돔 바깥으로 빠져나오는데 성공하지만 그 과정에서 여자친구를 곤경에 빠뜨린 채 두고 나온다. 프레시아는 징집이 시작되면 할아버지가 보내기로 한 사인을 듣고 집에서 도망쳐 떠도는 신세가 된다. 그 와중에 사람들의 상처를 꿰매주어 '살 재봉사'로 불리던 할아버지가 예전에 고쳐준 소년 브래드웰의 도움을 받게 된다. 그는 대폭발 당시 근처에 있던 새와 융합되는 바람에 등에서 날개가 돋아난 것처럼 보이는,대단히 의지가 강한 인물이다. 그는 돔에 대한 모종의 진실을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아직 돔을 동경하는 프레지아는 그런 그가 불편하다. 하지만 퓨어(패트리지)를 발견하자마자 프레시아는 그를 브래드웰에게 데려간다.
브래드웰이라는 인물은 스스로를 '혁명군'으로 칭하는 파시스트 정권과 차별화되는 진정으로 혁명적인 인물, 지도자가 될만한 그릇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지하 지도자의 후광 대신 그는 한때 푸줏간이었던 곳에 숨어지내며 얼굴에는 두 줄로 지나는 칼자국이 흐른다. 이것이 돔 밖의 세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아름다운 것이 살아남는 세계가 아닌, 살아남은 것이 아름다운 세계 말이다.
이런 세계에서 패트리지 같은 퓨어가 누군가의 도움 없이 온전히 살아남을 수 있을리 없다. 그래서 기억 놀이(대폭발 전의 훼손되지 않은 세계에 대한 추억을 서로 주고 받는 놀이)로 유대를 쌓은 후 프레시아는 그를 브래드웰에게 안내한다. 그녀는 한쪽 세계의 기준으로 가장 아름다운 이-권력자의 아들이기까지한 퓨어 중의 퓨어-를 다른 쪽 세계의 기준으로 가장 아름다운 이에게 소개하는 셈이다. 단지 생존자라는 메리트 말고도 브래드웰에겐 패트리지의 기준에서도 아름다울 수 있는 점이 있다. 진실 혹은 역사를 알고 있다는 것. 이것은 살아남았지만 역사에 무지한 채 환상에 취해 있는 단순한 생존자일 뿐인 프레지아와 그가 나뉘는 지점이다. 브래드웰은 대폭발이 계획적인 것이며 돔 안의 사람들이 그것에 연관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당시 유력한 학자이자 사회 지도층에 속했던 그의 부모님들은 미리부터 그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프레시아는 이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권력욕에 심취한 동물의 잔인함을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를 통해 보고 자란 패트리지 쪽이 오히려 쉽게 수긍한다.
내 나름의 어설픈 MBTI로 분류하자면 이들은 이런 조합이다. 진실을 찾아나선 왕자님, 온몸이 흉터 투성이지만 에너지가 트라우마를 가뿐히 상회하는 혁명가, 아직도 낙원이 있다고 믿고 싶은 예술가. 이제 이들이 한팀이 되어 패트리지의 어머니로 대변되는 과거의 어떤 진실을 찾아 긴 여정을 떠난다. 어쩌면 짧아질 수도 있다. 그들이 살아남지 못한다면 말이다.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신화적인 서사틀이기도 하고, 장르 소설이나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가끔가다 볼 수 있을 법한 설정이다. 하지만 이 소설이 특별한 지점은 디스토피아의 한 가운데서 섣부른 희망이나 성급한 사랑을 말하는 대신에 '아름다움'을 길어올리는 데 있다. 온통 잿빛 투성이인,'퓨어'하지 않은 이 소설에서 내가 건져올린 문장들, 장면들을 끌어와 본다.
프레시아는 부서진 선반 창문 아래의 선반으로 걸어갔다. 선반 위에는 그녀가 쇠붙이며 낡은 동전, 단추, 경첩, 공구 등을 모아 만든 작은 동물 모형들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그 태엽 장난감을 중에는 깡충거리는 병아리, 달리는 애벌레, 주둥이를 딱딱거리는 작은 거북도 있었다. 프레시아가 가장 아 끼는 것은 나비였다. ......(중략) 그녀는 나비를 하나 집어 태엽을 감았다. 나비가 날개를 바르르 떨며 쌓인 먼지를 털어내며 빙글빙글 돌았다. 춤추는 듯한 재먼지 속에서 빙글빙글 도는 모습은 사실 나 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예쁜 것도 같았다. 보고 싶지 않은데도 자꾸만 그 안에서도 아름다움이 보였다. 아름다움은 사방에서, 심지어 추한 것들 속에서도 문득문득 발견된다.
퓨어 1권, p.18~19
어머니는 다리도 잃었다. 정강이 중간까지 내려오는 치마 밑으로, 앙상한 가짜 다리가 있었다. 뼈 같은 두개의 꼬챙이가 발목까지 이어지고 그 아래 발이 있어야할 자리에는 페달 같은 것이 있었다. 두 개의 페달 모두 페이고 찍힌 세월의 흔적이 있었다. 설명하기 힘들지만, 프레시아의 눈에 어머니의 팔다리는 아름다워 보였다. 흉터로 얼룩지고 다른 것과 융합된 몸은 살아남은 징표이기에, 아름다움은 흉터와 융 합된 흔적 속에 있다고 여기는 브래드웰의 시각이 바로 이런 것일지도 몰랐다. 어머니의 경우에는 누군가 어머니를 위해 팔과 다리를 만들어 쇠붙이 로 이어 붙이고 가죽끈으로 매달고 나사못으로 조이고 구멍을 뚫었다. 섬세함과 보살핌과 애정을 듬뿍 담아서.
퓨어 2권, p.254
아름다움은 하루하루 다가오는 열여섯살 생일(즉 혁명군의 징집)을 앞에 두고 프레시아와 할아버지가 숨어 사는 이발소 선반 위에도, 목숨을 걸고 찾아냈지만 땅과 융합되었던 것을 분리하느라고 장애인과 기계의 중간 존재가 되어 간신히 숨만 쉬고 있는 어머니의 몸에도 현현한다. 이것을 보며 나는 불현듯 하나님의 섭리를 secret sunshine에 비유했던 영화 밀양이 떠올랐다. 구원의 길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이런 세계 가운데도 신은 어디엔가 숨어서 우리가 보지 않는 순간에 모습을 드러냈다 황급히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하고(종교적인 관점에서 하는 말은 아니다). 신이 아니라 단순한 아름다움이라고 치더라도, 그것은 우리가 디스토피아의 오늘을 견딜 이유가 되어주는 것은 아닐까. 프레시아가 브래드웰을 보면서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 또한 그런 감정의 표현이리라.
아버지가 해독제를 얻기 위해 유일하게 정상적으로 살아남은 둘째 아들을 돔 밖으로 내보내고 결국에는 살인병기로 개조한 큰 아들과 자신에게 아이를 둘이나 낳아준 아내를 폭탄으로 살해하는 잔인한 설정을 만든 작가가 이토록 섬세하게 폐허에서 아름다움을 길어낸 이와 동일인이라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작가들은 마음 속에 다양한 목소리를 키우고 사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역동적인 플롯 때문에 책장을 넘기는 속도에 후반부로 갈수록 가속이 붙었다. 가독성을 높이 사는 대부분 의 독자들에게는 장점이었겠지만, 나는 조금 아쉽기도 했다. 위에 인용한 장면들처럼 이 소설 특유의 감수성을 진하게 느끼고 싶은 마음과 빨리 주인공들의 운명을 알고 싶은 마음이 툭탁거리면서 몰입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결국은 빨리 읽고 말았다. 서양 속담에 호기심은 고양이를 죽인다지만, 호기심은 작가에게나 독자에게나 완주하기 위한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그렇지만 퓨어는 100m 달리기 버전으로만 읽기에는 숨겨진 매력이 많은 이야기다. 더 이상의 스포일러를 방지하고자 이 리뷰에서는 자세하게 다루지 않았지만 샴쌍둥이처럼 등에 붙은 동생을 업고 다니는 혁명군 엘 케피턴이나 권력욕을 넘어서 영생이라는 망상에 빠진 패트리지의 아버지 윌럭스 등 흥미로운 인물들이 포진해 있다. 비록 주인공은 아니지만 이들의 동기와 운명을 지켜보는 것은 연민과 혐오를 느끼게 하고 때로 손에 땀을 쥐게 하기도 했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던 중심 인물 3인방 중 한 명인 브래드웰의 경우는 특히 자유의지에 대한 메타포인 것 같아 앞으로 시리즈가 진행됨에 따라 더 비중이 커지지 않을까 싶다. 지금의 여운이 가실 즈음에, 다시 한번 퓨어를 '달려봐야'겠다. 이번에는 마라톤 버전으로. 여유 있게. 그때쯤 다시 리뷰를 쓰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어쩌면 그 글에서 내가 이야기할 소설은 오늘 얘기한 소설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그건 내 탓이 아니다. 훌륭한 작가들은 하나의 세계에서 여러 개의 목소리가 메아리치게 하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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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이후의 세계를 그린 디스토피아 판타지 소설. 모든 것들이 예전과 달라진 황폐한 세상과 그 속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음모와 투쟁, 증오와 사랑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소개되는 줄리애나 배곳의 장편소설 퓨어. 띠지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있었다. 한 소년과 한 소녀가 만났다 ..어제까지의 세상이 산산이 부서졌다 그리고 그 띠지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뒷표지에는 그 소년 소녀의 대사가 하나씩 있었다. "디즈니월드도, 생일 케이크도, 결혼식 축가도, 어떤 아름다운 것도 '이곳'에는 없다. 남은 것은 흉터자국과, 폐허와, 재 먼지와, 깊은 슬픔뿐.. '돔'에는 아름다운 것이 남아있을까?" "'이곳'에서는 모두가 거짓말을 한다. 마지막 시술을 받아 더는 내가 누구인지 잊기 전에, 반드시 그 진실을 찾아야 한다. '바깥'에는 진실이 남아 있을까?"
꽤나 많은 찬사들이 있었다. 줄리애나 배곳이라는 작가가 모든 문학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동하면서 지금까지 열여덟 권의 다채로운 작품을 출간했다는데, 발표하는 작품마다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각종 북클럽의 선정 도서를 장식했다고 하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난 종말이라는 단어에 괜히 신경쓰면서 1권을 읽었다. 지금은 그 다음.. 그래서 위의 대사들이 어떤 등장인물의 말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도망칠 곳이 없음에도 도망쳐야 하는 '바깥'의 소녀 프레시아와 찾지 못할 것을 찾아 헤매는 '돔'의 소년 패트리지.
완벽하게 다른 이 둘은 1권을 읽는 내내 상반된 감정을 전해줬다. 아름다움을 꿈꾸며 절망적인 '바깥'에서 '돔'을 동경하는 소녀와, 진실을 소망하며 누구나 희망적이라고 생각하는 '돔'에서 '바깥'으로 탈출하는 소년의 만남. 희망과 절망.. 각자의 삶이 만들어져왔던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마음 깊이 새겨져 소년과 소녀를 옭아매고 있던 이 두 단어는 둘의 만남과 함께 교차된다. 그런 혼란스러움 속에서도 퓨어 1권은, 빠른 시간에 읽혔다. 2권을 바로 집어든 이유다. 표지는 2권이 더 마음에 들었다. 난.. 보라색을 좋아한다..!
세계의 멸망을 부른 거대 세력의 비밀을 둘러싸고 소년 '패트리지'와 소녀 '프레시아'가 인류와, 그리고 자신들의 '내일'을 걸고 벌이는 위험한 승부. 가장 위험한 순간에 찾아온 불가항력적인 사랑, 그리고 속속들이 밝혀지는 충격적인 과거. 책을 펼친 독자들의 눈앞에 종말 이후, 다시 시작되는 미래에 대한 섬뜩하고도 아름다운 아포칼립틱 로맨스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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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dystopia). 역(逆)유토피아(utopia)라고도 한다. 가공의 이상향(理想鄉), 즉 현실에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나라'를 묘사하는 의미하는 유토피아에서 파생하여 장소를 나타내는 topos라는 말에 불완전 상태를 나타내는 dys라는 어미가 붙어 만들어진 말. 인간의 관리와 소외가 극점에까지 달한 안티 유토피아를 가리키고 있다. 유토피아론의 오랜 계보속에서 특히 20세기의 계산 가능성이나 일의적인 원칙에 기초하여 균일한 질서로서 구축된 유토피아가 동시에 합리성을 교란하는 것으로서 인간의 다양한 삶이나 자생적인 질서를 부정해 버리는 모습이 나타나며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디스토피아 판타지라는 단어를 먼저 접해서인지, 처음에는 이 소설을 소재나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이미지로 대했었다. 암울함, 어두움, 침침함.. 선입관이 아니라 단어의 뜻 자체가 그런거다. 디스토피아 문학은 가장 부정적인 암흑세계의 픽션을 그려냄으로써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G.오웰의 1984와 같은 작품이 그 예이다. 디스토피아는 현대사회 속에 있는 위험한 경향을 미래사회로 확대 투영함으로써 현대인이 무의식중에 받아들이고 있는 위험을 명확히 지적한다는 점에서 매우 유효한 방법이라고 한다. 알 수 없는 미래를 이야기할때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는 정반대의 위치에서 문제를 던져주고 있으니까.
줄리애나 배곳의 '퓨어'라는 소설에는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모두가 등장한다. 물론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에서는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가 공존하는게 특이한 구성은 아니다. 유토피아 세상만을 다루다 보면 작품의 현실성이 떨어지게 되고, 반면에 디스토피아 세계만을 무대로 삼다보면 읽기에 버거울만큼 감정이 가라앉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의 다른 점은, 공간적인 경계는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음에도, 감정의 경계가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 소설 안에서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는 공간적인 구분으로만 보자면 '돔'과 '바깥'으로 나뉜다. 당연하게도 퓨어들이 살아가는 '돔'이 유토피아, 죽음의 땅이 존재하는 '바깥'이 디스토피아다. 그러나 등장인물들이 바라보는대로 이 두 공간을 구분지어 보자면 그 경계가 무너진다. '돔'에 사는 패트리지에게 유토피아, 진실이 있는 공간은 '바깥'이다. '바깥'에 살며 아름다운 것들을 동경하는 프레시아에게 유토피아는 '돔'이다. 이 둘 모두가 자신이 사는 공간을 디스토피아의 공간으로 바라본다. 세상은 내가 바라보는대로 보이게 마련이다. 그러니까 이 작품 안에 유토피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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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재난 소설들과 영화들이 나오는게 2012년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런 류의 이야기들을 종종 접하게 된다. 지구 종말을 소재로 하거나,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들.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지만 그 안에서 지구의 종말 원인은 크게 두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행성 충돌이나 화산 폭발 등 자연재해, 나머지 하나는 인간 스스로가 만들어낸 바이러스 혹은 전쟁으로. 전자는 피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후자에는 대응할 수 있는게 인간이다.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원인은 후자다. 핵전쟁으로 인한 방사능 오염. 그에 대응하기 위한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 중심에 패트리지와 프레시아가 있는거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알았다 줄리애나 배곳이라는 미국의 여성작가.. 종말론을 믿는 사람이 꽤나 많을 법한 2012년에 이 작품을 써냈으면서 정작 그 자신은 그걸 콧등으로도 듣지 않는 사람인가보다. 2013년에 2부 '퓨즈(FUSE)', 2014년에 3부 '번(BURN)'이 각각 발표 예정이란다. 이런 센스있는 작가 같으니라고! 하지만 그 점이 퓨어의 가장 아쉬운 점이었다. 다음 부에 이어나가기 위한 장치 혹은 인물들을 위해서 할애하고 있는 부분들이 있어서인지 '퓨어' 안에 담겨야 할 이야기에 온전하게 집중하지는 못한 느낌이다. 디스토피아라는 배경에 대한 설명도, 유일하게 희망이 될 사랑이야기도, 완성되지 않은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쉽게 읽힌다. 두권 700페이지 분량의 이 작품은 디스토피아 소설이라면 가지고 있을 무게감을 덜어주는데 있어 정말이지 자연스러운 장치를 심어두었다. '백조의 아내'. 등장인물들도 동화. 그냥 동화 같았다. 라고 말하던 이 짤막한 이야기는 그냥 동화는 아니었다. 절망과 희망의 교차가 조금은 혼란스럽게 펼쳐져 있어 쉽게 어떤 작품이다! 라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디스토피아만을 배경으로 삼으면서도, 어딘가에 존재할 유토피아에 대한 희망만은 디스토피아의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그 마음을 이어주는 완벽한 매개체는 속도감 있는 문체와 함께 이야기 안에 잘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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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어 2 줄리애나 배곳 장편소설 민음사
내가 받은 책 2권의 표지의 나비는 보라색인데... 네이버책 서비스의 사진은 연두색 나비다^^ 브래드웰의 추축이 맞았다. 잉거십을 만난 프레시아는 립카드 크릭 윌럭스, 일명 패트릭스의 아버지가 '돔'만을 남기고 대폭팔을 일으킨 유력인사이며 계획하에 패트릭스를 '바깥' 세상으로 내보낸 것을 알게된다. 다만, 계획보다 먼저 패트릭스가 실행에 옮기는 바람에 특수 렌즈를 장착하는 일을 미처 처리하지 못한 것일 뿐이고, 패트릭스를 통해 그 어머니(애리벨)를 돔으로 빼오려고 했다는 사실을... 그리고 패트릭스의 아버지 앨러리는 패트릭스를 찾아내기 위해 라이다를 바깥 세상으로 내보낸다. 1편에서 돔의 하수인인 잉거십의 지휘를 받는 엘 캐피턴에게 잡혀 장교가 된 프레시아는 눈과 귀에 도청장치를 장착하고 패트릭스를 찾으러 오고, 브래드웰과 패트릭스는 '선한 어머니'와 협상하여 프레시아를 찾아낸다. 그리고 이렇게 만난 네 사람은 패트릭스와 프레시아의 어머니를 만나게 된다. 애리벨을 만나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주인공들은 '앨러리 윌럭스'에 경악하고, 눈 앞에서 어머니와 형 세지가 폭탄에 의해 죽음에 이르는 것을 보게 된 패트릭스는 아버지에게 정면으로 도전하게 된다. 엄청난 사실을 드러내면서, 이렇게 퓨어는 마무리를 짓고, 패트릭스의 말대로 이제 돔의 퓨어의 주도 세력 앨러리와 바깥 세상의 저항세력과의 전면적인 싸움이 펼쳐질 퓨즈를 기다려 본다. 퓨어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나, 바깥 세상에서 생존해 낸 사람들은 각자 융합과 변형을 극복하고 아름답게 살아남은 모습을 영화에서는 어떻게 그려나갈지 자못 궁금하다. 바깥 세상의 생존자들의 모습을 상상하기가 어렵다. 다만 한가지, 패트릭스의 어머니 애리벨이 만난 방사선 학자가 이마나카라는 일본인이고, 따라서 프레시아의 이름은 에미 브리짓 이마나카란다. 대폭팔 이후의 지구는 그저 돔과 바깥으로만 구분지을 수 있을 뿐이고 국적은 아무런 상관이 없어졌다지만, 하필이면 일본의 전설과 일본인을 모티브로 따온 것이 맘에들지 않는다. 지금 바깥은 한창 벗꽃으로 흐드러지고 있는데, 내가 꽃구경을 별로 원치 않는 것도 일본을 떠올리는 벗꽃을 감상하고 싶지 않은 탓이기도 하다. 아마 작가는 2차대전의 핵폭팔로 일본과 연관지어 어떤 모티브를 떠올린 듯 하지만, 나는 이에 박수를 보내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이런 편협적인 이유를 떠나서 재미있게, 실감나게 읽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2012.4.21. 디스토피아 판타지를 만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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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을 읽은 게 5월이었는데 이제서야 2권을 읽게 됐다. 5개월만에 읽었더니 주인공이 어떤 상황이었었는지 기억이 안 나서 좀 헤맸다. 세트인 책은 빨리 읽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항상 빛 속을 걸어가렴. 네 영혼을 따라가렴. 네 영혼에 날개가 있기를. 너는 내 길잡이별이야. 동쪽에서 떠올라 동방 박사들을 기도하는 별처럼." -p157
어머니를 찾으러 돔에서 빠져나온 패트리지와 혁명군을 피해 도망다니던 프레시아.
대폭발이 만들어낸 끔찍한 상황들. 1권에서 잡혀갔던 프레시아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머리에 폭탄을 장착하게 된다. 그녀의 눈으로 패트리지의 상황을 돔에 생중계하게 되고 그녀와 패트리지, 일행들이 하는 말을 도청당한다.
어머니가 패트리지에게 항상 들려주던 동화는 단순한 동화가 아니었다. 그가 가야할 길이었고 문제를 해결할 열쇠였다. 기존의 동화와 결말이 달랐던 그 동화는 자신들의 이야기였다. 패트리지의 이야기였고, 프레시아의 이야기였고, 어머니의 이야기였다.
"희생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하나의 희생을 생각하면 그 전에 일어난 다른 희생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 하지만 이건 해독제라는 느낌이 들어. 뭐라 설명할 수 없지만 맞서 싸우는 느낌이랄까." -p170
돔 밖만 희생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원치 않는 코딩 시술을 받아야 하고 코딩 시술이 제대로 된다고 해서 좋은 인생을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말 소수를 위한 돔을 만드려는 계획이었을까. 자신이 망가져간다는 걸 알면서도 자신에게, 또 다른 아이들에게 코딩시술을 하는 패트리지의 아버지의 최종 목적은 과연 무엇일까.
아직 끝나지 않았어.
3부작으로 계획된 이 책은 앞으로 2부작이 더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아직 1권만 읽어서는 뒷내용이 어떻게 전개될지 감이 안 잡혀서 뒷권이 나와야 이 디스토피아 소설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을 듯 싶다. 아버지에게 선전포고를 한 패트리지. 함께 할 운명이 될 프레시아와 브래드웰, 라이다, 엘 캐피턴. 어떤 방식으로 돔 밖에서 생활해나갈지, 아버지에게 과연 정면으로 맞설 수 있을지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