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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사회의 허구성이 잘 드러나는 스릴러-노블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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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공산주의의 허구성이 잘 드러나는 글이다. 그들은 민중들을 위한다는 마음의 선한 뜻을 가지고 정권을 잡는다. 하지만 그 정권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정권에 반대하는 자들은 어떤 이유를 붙여서라도 제거한다. 사람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면서 시작한 민중의 나라가 사람을 물건처럼 보는 나라가 되고 있다. 소련 공산주의의 약점이 적나라하게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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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공산주의의 허구성이 잘 드러나는 글이다. 그들은 민중들을 위한다는 마음의 선한 뜻을 가지고 정권을 잡는다. 하지만 그 정권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정권에 반대하는 자들은 어떤 이유를 붙여서라도 제거한다. 사람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면서 시작한 민중의 나라가 사람을 물건처럼 보는 나라가 되고 있다. 소련 공산주의의 약점이 적나라하게 표현되는 글이다.

 

그들은 서로를 믿지 못한다. 심지어 가족도 믿지 못한다. 북한 공산주의도 가족끼리 서로 감시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공산주의의 속성이 그런 듯하다. 똑 같은 입장에서 힘을 가지려고 하면 타인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어야 하는 모양이다. 그들 기득권자들은 모든 곳에 감시망을 쳐두고, 그 그물에 걸리는 사람들은 여지없이 처단했다. 그것이 권력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면서 인정(人情)적인 것은 가족 간에도 생각할 수 없도록 만들어 가고 있는 사회가 공산주의의 현실이다.

 

이 글은 그 사회를 소재로 그리고 있다. 스탈린 시대의 구소련 공산정권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엽기적인 살인 사건은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고 그것이 모두 동일범의 소행임에도 불구하고 조사가 이루어 지지 않는다. 그 사건들은 지엽적으로 해결되어 버리고, 정적들을 제거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어 살인자가 정해져 갔다. 권력은 진실에는 관심이 없다. 어떻게 하면 정권을 유지하고 힘을 지속시켜 나가는가에만 관심이 있다. 진실은 어디에서도 밝혀지지 않고 숱한 살인 사건만 일어나며 엉뚱한 살인자만 양산되어 가는 것이다.

 

이야기는 이렇게 전개된다. 모스크바에서 어린아이가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가족들이 살인 사건이라고 조사를 해달라고 상부에 요구한다. 하지만 상부에서는 가족들이 아무런 말도 못하게 힘으로 억누르고 해결하려고 한다. 그 도구로 KGB 전신인 MGB에 근무하는 레오란 인물이 이용된다. 당시 레오는 반역자로 낙인찍힌 범인을 쫓고 있는 상황이었다. 레오는 부하의 아들이 사망했는데, 부하의 편에 서지 못하고 권력으로 그들을 꼼짝 못하게 하면서 사건을 종결시킨다. 이것이 부하들의 불신을 낳게 된다.

 

그리고 MGB에 부하 직원 중 바실리란 인물은 레오의 파멸을 줄기차게 조작해 나간다. 반역자를 쫓는 과정에서도 다른 부하 직원들을 사주하여, 그의 판단이 틀렸다며 따르지 않도록 한다. 그리고 높은 쪽에 줄을 대어 레오가 MGB에 부당하다는 것을 수시로 언급한다. 반역자로 인식되는 사람을 쫓는 과정에서 그를 숨겨 줬다고 인식되는 가정(家庭)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서로 다른 인식을 보이고 있고, 아이들까지 죽이려는 바실리를 레오가 경계하는 일이 생긴다. 그것이 결국 레오가 아내를 조사하는 일로 비화하게 되고, 레오는 아내가 죄가 없음을 말하면서 정부 당국에 항거하는 형태가 되어 MGB에서 쫓겨나 지역 민병대로 편입된다.

 

레오 부부가 지역으로 좌천되어 쫓겨나자 그들의 가족에게도 바로 여파가 온다. 레오로 인해서 아파트에서 비교적 안락하게 살던 그의 부모가 그곳에서 쫓겨나 집단생활을 하게 된다. 연좌죄가 적용되는 모양이다. 그런데 그 가족들도 서로 믿지 못하는 관계가 된다. 심지어 부부도 서로를 믿지 못하고, 자신을 감시하는 존재가 아닌가, 언제 나를 고발해 정보부에 끌려가게 할 것인가?라는 두려움 속에 산다. 레오의 아내, 라이사도 그러한 생각 때문에 결혼했다고 한다. 레오가 MGB에 있으니 자신이 조금만 잘못 하면 끌려가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면서 결혼했다고 한다. 또 남편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전전긍긍하면서 살아간다고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라이사가 반역자의 끄나풀로 명단에 오르게 되고, 그것을 조사하게 된 레오는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라이사를 반역자로 인정을 해버리면 자신은 살아남을 수 있지만 다시는 그녀를 만날 수가 없다. 또 그것은 진실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까지 진실과는 무관하게 권력에만 충성해 오던 레오의 변화다. 그것은 체제에 대한 반역이나 진배없다. 그래서 MGB에서 쫓겨나게 된 것이다.

 

레오는 민병대로 들어가면서 새로운 사건에 직면한다. 이 글의 소재가 되는 어린아이의 죽음이다. 몇 개의 어린아이의 죽음을 만나는데, 그 모두가 비슷한 살인 형태 보인다. 그래서 레오는 진실 찾기에 나선다. 이 조사는 이미 모든 곳에서 개별화 되어 종결된 사건들이다. 그런데 그 사건의 모습들이 전국에 퍼져 있으며 기차역 가까이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나타난다. 레오는 모두가 동일범의 소행이라는 인식을 가진다. 하지만 이 일을 조사하는 것은 나라에 반하는 내용이기에 국가 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다. 오히려 조사하는 것이 발각되면 처형을 면치 못할 일이 된다. 그래서 민병대 대장에게만 협조를 구하고, 아내와 진실로 마음의 문을 열어 공감하면서 둘은 진실 찾기에 나선다.

 

그러다 그들은 나라에 발각되고, 유형의 길을 떠난다. 그들을 잡고 힘들게 하는 데는 그림자처럼 그의 부하였던 바실리가 있다. 바실리는 그를 제거하고 그의 자리에 자신이 오를 것을 목적으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레오에 대한 증오가 되고 사랑이 되면서 바실리는 레오 가정을 파멸로 몰아간다. 레오와 라이사는 바실리의 증오심에 의해 같이 유형의 길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그 유형의 길에서 탈출을 하는 상황을 만든다. 그 과정의 어려움은 형언할 수가 없을 정도다. 그 과정이 많은 분량 그려진다. 그리고 살인자에 대한 조사 자료를 다시 정리하게 되고, 결국 살인자에게로 다가갈 수 있는 상황이 된다.

 

글은 중간 중간 살인자에 대한 언급이 있다. 그런데 살인자와 레오의 관계는 마지막 부분에 표현된다. 레오가 어린 시절 마을을 떠나고, 동생 안드레아는 형이 돌아올 것을 기대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그러면서 같이 있던 어머니가 죽고 안드레아는 죽을 고비를 겪으면서 그 마을을 떠나 성장한다. 정신분열증 증세를 가지고 있으며 늘 형을 만나길 간구한다. 형을 만날 수 있는 길은 어릴 적 형과 사냥을 했던 기억을 깔아 놓는 것이다. 형이 그것을 보면서 자신을 찾아올 것이라 생각했다. 처음에는 동물을 죽였으나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자 어린 아이들을 죽였다는 것이다. 결국 그 안드레아를 레오와 라이사는 만나게 되고, 그 정신분열증을 가진 동생을 범인으로 찾아낸다. 이 과정 속에 레오는 그의 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 바실리를 죽이게 되고, 범인을 잡은 공로로 다시 MGB로 복귀된다. 지난한 어려움을 보내고 재신임을 얻는 과정이 그려지고 있는 글이다.

 

이야기가 참으로 조밀하게 조각되어 있다. 그리고 긴박한 구성으로 흥미롭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러는 가운데 실패한 공산주의의 실상도 보여주고, 권력의 무서움도 면면에 깔고 있다. 반전도 있고, 손을 쥐게 만드는 긴장감도 준다. 이야기로서 완결성도 충분히 갖추었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충분히 받을 수 있다. 오랜만에 마음에 남는 범죄추리 이야기를 읽은 듯하다. 영화로 나와도 충분히 흥미로울 것이리라 생각된다. 제작된 영화가 보고 싶어진다.

j****3 2015.05.23. 신고 공감 8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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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 44』 by 톰 롭 스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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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 44』는, 연쇄살인된 아이들이 44명이라는 데에서 붙여진 제목이다. 이 사건은 구소련에서 1970년대 말에서 1990년까지 52명에 달하는 여성과 아이들을 살해한 안드레이 치카틸로의 실화를 바탕으로 쓰인 소설이다. 하지만 작가는 시대적 배경을 1950년대로 옮겨왔는데 국가에 의해 조직화된 인류사상 최악의 '우크라이나 대기근' 시대, 고양이 사냥에 나섰던 소년이 의문의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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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 44』는, 연쇄살인된 아이들이 44명이라는 데에서 붙여진 제목이다. 이 사건은 구소련에서 1970년대 말에서 1990년까지 52명에 달하는 여성과 아이들을 살해한 안드레이 치카틸로의 실화를 바탕으로 쓰인 소설이다. 하지만 작가는 시대적 배경을 1950년대로 옮겨왔는데 국가에 의해 조직화된 인류사상 최악의 '우크라이나 대기근' 시대, 고양이 사냥에 나섰던 소년이 의문의 사고를 당하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20년 후인 1953년 모스크바로 훌쩍 옮겨간다.


 



국가안보부 MGB(비밀경찰인 KGB의 전신) 요원 레오는 부하 표도르의 아들이 선로에서 시체로 발견된 사고 보고서를 접한다. 조작된 보고서였지만 이 체제는 일체의 노선 변경을 허용하지 않으며 오류가 있다는 것도 인정하지 않으므로 상부의 지시에 따라 열차 사고로 마무리 짓는다. 소비에트는 수많은 살해사건을 은폐하기에 완벽한 시스템을 갖췄다. 그 순간에도 살인자는 끊임없이 누군가를 죽이고 있었을텐데도 계속해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짓으로 말 같지도 않은 대의 명분으로 무고한 사람들, 못마땅한 사람들만 잡아들이고 있었다. 가족 간의 결속과 이웃 간의 유대도 끊어놓고 유일하게 중요한 관계는 개인과 국가의 관계뿐이었다. 레오는 국가가 원하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었고 눈부신 활약으로 수보르프 2등급 훈장도 받았으며 소비에트 해방군을 대표하는 모델이었다. 하지만 아내 라이사가 외국 정부기관을 위해 일하는 반역자로 지목되면서 남편인 레오는 아내를 직접 조사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아내의 반역 뒤에는 아내 한사람 뿐 아니라 남편인 자신과 부모님의 목숨까지 걸린 중차대한 사안이었지만, 레오는 아내의 결백을 주장한 죄로 민병대에서도 가장 말단직인 우차스트코비로 좌천된다.


이런 사회에서는 높은 지위조차 위태롭다. 권력의 중심이 언제 이동할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지도자의 약점을 감지하고 상사의 무능함을 고발하려고 드는 후계자들이 먹잇감 찾듯 언제나 눈에 불을 켜고 있을 것이다.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없다고 부관인 바실리는 주구장창 레오의 모든 것을 털어내서 터럭을 스모그로 변화시켜 호흡곤란 지경까지 몰고 가지 않았던가. 그리고 사건의 출발지는,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좌천된 그곳에서부터 시작된다. 표도르의 아들처럼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소녀의 주검이 그 장소에서 발견된 것이다. 레오는 이전과는 다른 관점에서 그러나 동일선상에서 사건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피해 아이들의 공통점은 옷이 벗겨진 상태에서 몸은 난자되었고, 한쪽 발목에 줄이 묶여 있었으며, 입안에는 흙(?)을 가득 물고 있었다. 레오는 MGB에 쏟아부었던 충성 대신 연쇄살인사건에 자신의 목숨을 걸고 덤벼든다. 


정의를 실현하려는 그 과정에서 무고한 시민들의 삶이 파괴되는 것을 목격하며 울분하고, 자신은 반소비에트 선동 분자로 넘겨지고, 부관이었던 바실리에 의해 고문을 당하고, 도망자와 동시에 추적자의 신세로 수차례 죽음의 문턱을 넘나든다. 바실리가 무식하게 잔인했던 반면 레오는 관념적으로 잔인했던 것을 자각하고 점차 진실에 눈을 떠간다. 그리고 아내 라이사와의 서먹했던 관계는, 온갖 역경과 고비를 겪으면서 상호 일체감과 사랑이 싹트는 계기가 된다. 레오가 권력을 등에 업고 있던 동안 아내와의 사이에 생긴 끈끈한 유대감이란 거짓과 두려움을 근간으로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네스테로브 대장을 위시하여 진실에 힘을 실어준 사람들로 인해 그들의 삶은 새로운 분기점을 맞게 된다. 삶 자체가 공포인 전체주의 국가에서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밀어 부친 레오와 라이사에게 트로피라도 안겨줘야 할 것 같다. 독자들의 재출간 요청 쇄도로 다시 찍어낸 책인 만큼 그 묵직함이 더해진다.

d******7 2015.05.14. 신고 공감 7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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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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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도, 양분된 이념의 소용돌이도, 심각한 기근도 겪어보지 않았던 나는 그와 관련된 주제를 만나게 되면 난감하고 아프다. 나라는 사람이 그 상황 속에서 유연하게 대처하고, 현명한 선택을 내릴 수 있을까? 마음의 한 점 부끄러움 없는 단호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분명 국가는 필요하고, 그 국가를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국가라고 해서 모두 옳다고 생각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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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도, 양분된 이념의 소용돌이도, 심각한 기근도 겪어보지 않았던 나는 그와 관련된 주제를 만나게 되면 난감하고 아프다. 나라는 사람이 그 상황 속에서 유연하게 대처하고, 현명한 선택을 내릴 수 있을까? 마음의 한 점 부끄러움 없는 단호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분명 국가는 필요하고, 그 국가를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국가라고 해서 모두 옳다고 생각하지 않게 되니 삶이란... 늘 그렇게 오묘한 것 아닐까 생각해 본다.

 

스탈린이 지배하고 있는 소련. 최악의 기근을 겪고 있는 마을. 배고픔에 허덕이던 어린 소년이 삐쩍 마른 고양이를 발견한다. 고양이를 사냥하기로 한 소년은 동생과 함께 숲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소년은 사라지고 동생은 홀로 집으로 돌아온다. 그로부터 20년 후, 기차선로에서 한 소년의 시체가 발견된다. 옷은 벗겨져 있고, 내장은 파헤쳐지고 입 안 가득 흙이 들어 차 있다. 유능한 국가 안보부 요원 레오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 이 사건을 단순 사고로 마무리 짓는다. 완벽하고 도덕적인 소비에트에서는 이런 사건이 일어나선 안 된다. 그러나 소비에트 여러 지역에서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고, 충성을 맹세한 국가로부터 레오는 스파이로 몰리게 된다. 레오는 이 사건을 파헤쳐보기로 결심하고 사건에 다가가게 된다. 어린아이들을 죽인 범인은 무엇 때문에 이런 짓을 저지른 것일까? 레오는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

 

아이를 살해한 범인을 찾는 것도 흥미진진하지만 무엇보다 국가의 이념이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국가가 추구하는 삶을 살았던 사람이 어느 날 스파이로 몰린다. 결코 스파이 짓을 하지 않았지만 평범한 시민 하나 쯤 아니 그보다 더 많은 시민들 쯤 스파이로 몰아 죽이는 것. 너무도 간단하고 쉽다. 고문실에 들어가면 아무리 착한 사람도, 아무리 대단한 사람도 무엇이든 불고 나온다. 하지 않은 일도 했다고 말하고, 살려고 한다. 죄가 있다기보다는 죄를 만들어 죽이는 사람들. 국가가 원했기에 그 일들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많은 사람들을 죽인 것이 훈장이 되는 사람들.

 

이 책을 읽으면서 영화 베를린이 생각났고, 고문 기술자의 인생을 그린 생강이란 책도 생각났다. 베를린에서 전지현을 스파이로 몰아 죽이려고 했던 일, 생강이라는 책에서 무고한 사람들을 고문으로 허위 자백을 받아 죽이는 것을 보았다. 이런 일들은 소련에서만 있었던 일은 아니었던 거다. 국가 존재를 위협하는 사람들이라면 인격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부속품으로 대하는 국가라는 거대한 조직에 대한 무서움. 진짜 범죄를 일으킨 사람을 잡기보다는 그 사건을 은폐하려고 하는 국가 고위 간부들을 보면서 소름이 끼친다. 이런 일이 우리에게도 분명... 알지 못하는 곳에서 일어날 수 있으니까.

 

쉽지 않은 주제다. 그리고 아픈 주제들이다. 전쟁도 아프고, 국가의 이념에 반하는 사람들을 대하는 국가 조직원도 아프고, 심하게 굶는 가족들도 아프다. 그들 앞에서 정의를 위해 목숨을 바치라고 하면 바칠 수 있을까? 최소한의 삶도 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웃 간의 정과 바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라고 한다면 볼 수 있을까? 나는 그 시대에, 그 나라에 태어나지 않아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라고 말할 수 있을까? 묵직한 책이고, 묵직한 주제여서 중간 중간 어렵고 졸리(?)다. 하지만 살인 사건 이면의 인간의 아픔을 이해한다면 살인 사건에만 포커스를 맞추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꽤 괜찮은 책을 만났다.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k*****3 2013.03.24. 신고 공감 7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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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탈린 체제 속 개인, 그 누구도 공포와 감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차일드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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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있자,구소련이 해체 된 것이 언제였더라.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닌데도 벌써 구소련은 뇌리 속에서 지워지다시피했다. 마찬가지로 구소련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대한 것이 얼마만인지, ' 닥터 지바고''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가 떠오르긴 하지만, 스릴러 작품에서 구소련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접한 것은 처음이었다.   '차일드 44'는 30년대 우크라이나 대기근 당시와 그 후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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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있자,구소련이 해체 된 것이 언제였더라.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닌데도 벌써 구소련은 뇌리 속에서 지워지다시피했다. 마찬가지로 구소련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대한 것이 얼마만인지, ' 닥터 지바고''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가 떠오르긴 하지만, 스릴러 작품에서 구소련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접한 것은 처음이었다.

 

'차일드 44'는 30년대 우크라이나 대기근 당시와 그 후 20년을 훌쩍 뛰어넘은 50년대 스탈린 체제, 또 스탈린 사후 직후가 배경인데 단지 시대적 공간적 배경만이 아니라 당시의 정치적인 상황이나 사회 분위기가 작품을 끌고 가는 상당히 중요한 동력이 된다. 더 나아가 눈에 보이지 않는 무생물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뿐더러 아이들이 연쇄살해되는 여타 작품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되기도 한다.

이쯤 되니, 2008년에 출간된 그것도 출판 당시 20대밖에 되지 않은 젊은 작가의 작품에 왜 구소련이 등장한건지, 그 의미가 궁금해질 수 밖에 없었다.

 

'차일드 44'는 몇 개의  에피소드에 방점이 찍히고, 그 점들이 이어져 한편의 이야기로 완성되는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다. 그 점들은 시간상 전후 관계가 아닌, 인과 관계의 플롯이 되면서, 작품 전체의 이야기가 조여지고, 결말을 향해 탄탄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야기의 시작은 1933년 우크라이나에서 시작된다.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리던 파벨이 고양이를 잡으러 갔다 누군가에게 납치된 것이다. 그리고 국가안보부 MGB(KGB의 전신)소속 레오의 부하 아들의 시체가 발견되는 에피소드는 1953년 모스크바. 즉  20년의 시간을 훌쩍 뛰어넘고 모스크바로 시공간이 옮겨지는데..

 

이 작품의 초점은 레오의 변화에 맞춰져 있다. 국가가 원하는 일이라면 목숨까지 기꺼이 바칠만큼  충성하던 레오는 180도로 변했다. 조직의 명령에 반하면서까지 연쇄살인범을 추적해가게 된 것이다. 혁명의 국가에서 살인이란 존재할 수  없는 일이라며  국가에서는 범죄를 은폐하려 들자, 이에 불복종한 것이다.

 아내 라이사와의 관계를 통해 레오는 자신을 돌아보게 된 것이고, 자신이 체포돼 보니, 국가의 부당함이나 공포를 조장하는 비인간적인 통치시스템에  비로소 눈을 뜨게 된 것이었다. 결국 그 감시 시스템에서는 감시하는 자 역시나 자유로울 수 없었고, 그 감시의 칼끝에서 예외가 아니었던 것이다.

 

구소련에서는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대의에 의해 정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공표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관료주의 무사안일주의 보신주의 역시나 체제를 좀먹는 벌레였다. 또 시기심이나 빗나간 경쟁심, 복수심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 휘둘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이야 말로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밖에 없는 인간만 가질 수 있는 심리인 것이다. 혹자는 공산주의적 교육에 의해 공산주의형 인간형으로 바꿀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

스탈린체제는 정치와 경제의 본령이 인간의 욕망을 해결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망각한 채 타인보다 앞서고 싶어하는 인간의  경쟁심이나 본성, 이기심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오로지 당과 조직에 대해 로보트처럼 무조건적인 복종만을 요구했다. 이것이 바로 구소련이 해체된 궁극적 요인이 아니었을까.

 

'차일드 44'는 당시 구소련, 특히 스탈린 체제야 말로 공포정치의 실상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는데,공권력에 의한 감시가 일상화되고  법에 피고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사회라면 결과적으로 공포정치가 조성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그렇게 삼엄한 감시망을 뚫고 레오와 라이사가 탈출하고, 모스크바에 잠입하는 대목에선 긴박감이 넘쳤고 아슬아슬했다. 이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고 사람들을 믿었다. 그들 역시나 연쇄살인범을 잡기를 원하기 때문에 자신들을 보호해줄 것이라고. 나약한 일개 개인이 감시와 공포를 이겨낼 수 있는 비결은 인간에 대한 믿음, 상호신뢰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레오와 라이사는 힘겹게 힘겹게 단서들을 확보했지만 연쇄살인사건의 결말은 꽤나 강렬했다. 결말을 알고 나면 우크라이나에서의 시작 부분을 다시 읽어보게 된다. 눈치빠른 독자들이라면 그 대목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눈치 챘을지도 모를 일이다.

마지막 부분에서 우연이 너무 과하게 설정된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전혀 안 든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맹목적으로 조직에 충성을 바쳤던 레오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라이사와 진정한 가족을 이루는 것으로 레오의 진정성을 증명하는 것으로 작품은 막을 내렸다.

 

'차일드 44'는 구소련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연쇄살인을 소재로 활용하고 있는데, 이 작품이 세상에 선보인 것이 2008년이었다. 당시 미국과 유럽은 월 스트리트 발 금융위기를 겪으며 한창 휘청거릴 때였다. 이런 시기에 작가는 신자유주의와는 대척점에 서 있는 스탈린체제를 배경삼고 있다니. 연쇄살인은 결코 없다는 구소련의 구호에 대한 신랄한 비판인 것일까. 흥미로운 이야기라 그저 배경삼았을 뿐인건가.

스탈린 체제를 비판했던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이 잠시 떠오르기도 했지만, 자본의 탐욕에 속수무책이었던 신자유주의체제나 공권력을 남용하고 공포를 조성한 스탈린 체제나 어느 쪽도 인간을 인간답게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주지 못했다는 통렬한 지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차일드 44'에서는 연쇄살인보다는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을만큼 감시하고 서로를 불신하게 하는 정치 시스템쪽이 더 공포로 다가왔다. 공포와 감시를 무기로 삼던 사회에서, 인간을 신뢰하는 것으로 공포에 맞서 저항하는 인간도 존재했다. 레오와 라이사는 그렇게 탈출에 성공했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굵직굵직한 역사적 사건이 꽤 언급되고 있었다. 우크라이나 기근은 물론이고 세계대전도 그렇고, 이 사건들은  주인공의 인생의 틀어놓고 만다. 또 인물을 탄생시키고 체제를 구축하게 된다.그래서 숙고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차일드44'는  레오 개인사와 연쇄살인의 관련성이나, 역사 혹은 체제와 개인사의 관련성에 대해.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해.

사랑하는 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어하는 욕망은 체제를 뛰어넘은 인간 모두의 소망일 것이고, 정치 체제는 이 소망을 이루어주기 위해 존재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이제는 공포 정치로 기억되고 있는 1950년대 스탈린 체제, 그 체제를 돌아보면서 또 2008년 금융 위기를 초래한 신자유주의를 지켜본다면 인간과 정치가 왜 존재하는 것인지 되새겨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0 2015.05.16. 신고 공감 5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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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평등한 사회, 그러나 범죄는 부정당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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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극심한 한계상황에 다다르게 되면 과연 어느 정도까지 포악해지고 야만적으로 변할 수 있는가. 정의와 도덕성 따윈 기대할 수 없는 사회. 그것은 과연 천재지변으로 법과 질서가 무너지거나 혹은 문명을 따라온 인간이란 존재가, 처음부터 법이고 나발이고 아무것도 없이 백지상태였던 구석기시대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일까.1930년대 초 우크라이나 대기근 중, 한 마을에서 두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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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극심한 한계상황에 다다르게 되면 과연 어느 정도까지 포악해지고 야만적으로 변할 수 있는가. 정의와 도덕성 따윈 기대할 수 없는 사회. 그것은 과연 천재지변으로 법과 질서가 무너지거나 혹은 문명을 따라온 인간이란 존재가, 처음부터 법이고 나발이고 아무것도 없이 백지상태였던 구석기시대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일까.


1930년대 초 우크라이나 대기근 중, 한 마을에서 두 형제가 마침 눈에 띈 고양이를 좇아 사냥을 나선다. 형 파벨의 실종을 부른 그 일을 뒤로 시간은 20년을 점프한다. 왠지 모르게 책을 쓴 톰 롭 스미스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드는 레오는 전쟁영웅이자 촉망받는 국가의 기대주 MGB요원이다. 구소련 체제의 스탈린 정부와 그에 대한 절대복종이 당연시되던 그의 임무, 그리고 확고했던 신념을 흔들게 한 계기는 부관 표도르의 아들 아카디의 의문사고였다. 또 서방 스파이의 누명을 쓴 채 끝내 처형을 면치 못한 아나톨리 브로츠키의 초연하고 인간적인 면면은 그에게 왠지 모를 죄책감과 직업에 대한 회의를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대개의 주인공들이 그렇듯이, 레오 역시 사건의 미스터리함에 이끌려 연쇄살인의 의심을 품고 집중수사를 시도해 보지만 진술확보는 커녕 아내 라이사의 반역 혐의와 그녈 감쌌다는 이유로 모스크바를 떠나 지역 민병대 말단직으로 좌천되고 만다. 전화위복일까. 차라리 시선의 집중이 덜한 그 곳에서 레오의 사건수사는 활기를 띠고 마침내 상관 네스테로브도 그의 일에 적극 협력하여 가족과 동료 모두를 건, 국가에 대항하는 비밀수사를 대대적으로 시작하기에 이른다. 그들이 범인의 발자국을 쫓는 순간에도 쉼없이 희생자는 늘어나고 거기엔 마치 유명했던 화성연쇄살인을 연상케 하는 범인의 난자와 물욕따위의 목적이 아닌 듯한 공통된 표시들이 있었다. 


급기야 수사상황이 노출되어 도망자 신세로 쫓기는 신세가 된 레오와 아내는 요원 시절 발휘했던 비상함을 그들의 목숨을 건 탈출과 도주에 써야만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이야기는 숨가쁘고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절정으로 치닿는다. 기찻간에서, 그리고 농가의 마을에서 그들을 도왔던 죄수와 농민들이 마음을 열고 그들 내외를 적극 돕는 장면을 마주할 때 위험한 상황에서도 뼛속까지 그릇된 이념으로 물들진 않았음을 확인했던 이들의 진한 인간미를 느낄 수 있어 깊은 감동을 받기도 했다.


사회주의 국가의 입장에서 '좋은 사람'이란 대의에 봉사하고 충직하며 명령에 순응하는 효율성 있는 젊은 남자들이었다. 출산, 결혼, 교육, 취업등 어느 것에서도 당시 이념과 떼어 생각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보다 나은 미래, 재산, 신임, 안전을 위해 예의 모든 것을 국가의 원칙에 따라 배우고 순응하는 인생. 그것은 개인의 행복은 일절 배제되고 국가 대 개인의 관계만을 허락하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반역죄의 연결고리는 즉시 처단되는 악명높은 사회였다.


그들의 도덕적인 나침반은 너무나 오랫동안쓰지 않아서 통제력을 잃어버렸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에 대한 문제에 직면하면 답이 없었다. 사람들은 스스로 판단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이런 불안한 시기에 취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행동 방침은 가능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 p.200 - 201


소설은 MGB요원이던 레오가 도리어 반역죄로 붙잡혀 고문과 협박을 당하면서 과거 자신이 '대의'란 명분으로 저질렀던 숱한 행적들을 돌이켜 반추해 보는 과정에서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된다. 인간이란 무엇으로 사는 것이며 진정 추구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대기근에서 먹을 것이 없어 오물을 뒤지거나 흙과 나무를 갉아먹는 행위가 그저 순수한 야만이라면, 권력을 이용해 국민을 조종하고 공포정치로 모두의 생각과 행동을 통제하던 당시의 맹목적 이념추종은 문명에 눈 뜬 인간의 이성 잃은 야만이 불러온 참극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의 발달된 시대와 환경이 낳는 각종 범죄도 어찌보면 구소련 체제의 불운이 원인이었던 범인의 애처로움을 조금은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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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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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같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책이다. 그 스토리가 독자를 잡아먹듯이 압도한다. 스물 아홉의 젊은 나이에 쓴 첫 책이라니 작가 역시 괴물같이 느껴진다. 작가가 괴물이 아니라면 문학계의 사기꾼일 수도 있다. 40년 전에도 이와 비슷한 괴물 혹은 사기꾼이 출몰한 적이 있다. 프레데릭 포사이스. 그 역시 삼십 초반에 괴물같은 스토리의 첫 소설 "자칼의 날"을 썼다. 실제로 차일드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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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같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책이다. 그 스토리가 독자를 잡아먹듯이 압도한다. 스물 아홉의 젊은 나이에 쓴 첫 책이라니 작가 역시 괴물같이 느껴진다. 작가가 괴물이 아니라면 문학계의 사기꾼일 수도 있다. 40년 전에도 이와 비슷한 괴물 혹은 사기꾼이 출몰한 적이 있다. 프레데릭 포사이스. 그 역시 삼십 초반에 괴물같은 스토리의 첫 소설 "자칼의 날"을 썼다. 실제로 차일드 44는 포사이스의 소설과 닮은 점이 많다. 자칼의 날이 50년대 샤를 드 골 암살 시도 사건을 소재로 삼아 마치 다큐멘터리 같이 현실감있게 재구성한 픽션이었다면, 차일드 44도 80~90년대 구소련의 연쇄살인범을 모티브로 삼아 실제 사건처럼 생생하게 그린 픽션이다. 하지만 톰 롭 스미스의 소설에는 포사이스한테 없는 몇 가지가 더 있다.


실제 연쇄살인마를 모티브로 삼아 소설을 쓰는 일이야 이젠 작가들의 "흔한 업무"가 되었지만, 톰 롭 스미스의 천재성은 그 흔한 업무를 다시금 "신성한 의식"의 반열로 되돌려 놓았다. 80~90년대의 연쇄살인마 사건을 50년대 스탈린 시대의 공포정치를 배경으로 시간적인 무대를 재배치 한 것은 기가막히게 영리한 선택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50년대의 폭압적인 공포 분위기를 자기 작품 전체에 흐르는 긴장감의 소재로 자연스레 써먹었다. 그러니까 다른 반찬 차릴 필요 없이 시장기 하나만으로 밥먹게 만든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감시를 받는 냉혹한 감시사회, 체포와 고문, 사형집행의 상황을 작가는 오랜 기간 자료 조사를 통해 생생하게 묘사한다. 친구와 가족을 고발하면서까지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주는 일이 일상이 되어가는 사회. 어제까지 의심이 필요없는 충성스러운 시민이었지만 오늘 단 한번의 불평으로도 반역자가 되어 고문받고 살해되는 사회. 사람이 사람을 믿고 사랑하고 하는 기본적인 인간감정, 작가는 그 감정을 극단의 상황에 빠뜨려놓고 독자들이 자기 내면을 끝임없이 돌아보게 만든다. 작가의 이런 통찰력은 분명 포사이스에는 없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은 단순한 스릴러 소설의 경계를 넘어선다.


30년대의 우크라이나의 대기근, 40년대 대애국전쟁 (2차대전의 소비에트식 이름이다. 나치독일의 소련 침략이후를 이렇게 부른다고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50년대 스탈린의 공포정치. 소설은 이런 가혹한 역사의 흐름속에서 개인이 부서지고 또 일어서는 과정을 그린다. 연쇄살인마의 스릴러적인 스토리는 사실 곁가지일 뿐이다. 


포사이스식 정교한 현대 역사소설의 스토리 위에다가, 토마스 해리스의 "양들의 침묵"이 얹혀지고, 극단적인 상황의 인간 감정을 묘사하는 "노인과 바다"가 작품 내내 출렁인다. (실제로 차일드 44에서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가 소품으로 잠시 등장한다.), 그리고 이 모든 요소를 젊은 작가 답게 감성적인 문체들로, 하지만 과하지 않게 묶어냈다. 그렇다 문장을 읽는 맛이 나는 소설이다. (번역도 좋다.) 


중후반에 들어서서 잠시 숨을 돌릴 수만 있다면 소설의 단점도 눈에 띈다. 주인공 레오의 과도한 책임감은 설명이 부족해서 약간 거부감이 들고, 마을 사람들과 기차칸 죄수들이 자기 목숨을 거는 일인데도 그리 큰 갈등없이 레오를 돕는 부분도 좀 성급하다. 그리고 액션 묘사는 소설적 묘사라기 보다는 영화처럼 다소 과장이 되기도 하고, 살인마를 처단하고 레오가 다시 부활하는 마무리도 지극히 "서방 자본주의" 스릴러 다운 깔끔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뭐 이 책은 그 사소한 단점들을 한 방에 묻어버릴 무거운 주제의식과 완벽에 가까운 스토리가 있다. 차일드 44, 스릴러와 순수문학의 경계를 허무는 또 하나의 괴물같은 소설이다.




s*****9 2013.06.19. 신고 공감 4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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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혹한 현실이지만 너무나 인간적인 (차일드44 3부작/레오 데미도프 시리즈 #1)
"냉혹한 현실이지만 너무나 인간적인 (차일드44 3부작/레오 데미도프 시리즈 #1)" 내용보기
물론 추리/스릴러 시리즈에 집착하는 나이지만, 이 작품, 시리즈만은 정말 기억해두고 싶다. 간만에 멋진 작품을 만났다. 캠브리지, 이태리, TV드라마 집필을 거친 이 작가가 어떻게 이렇게 생생히 1950년대 스탈린시대의 소비에트연방을 생생히 그렸는지 대단하다. 마치 인류가 잘 처신하지 못하면 이렇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던 레이 브래드버리의 상상이 틀을 짠, 영화 [이퀼리브리
"냉혹한 현실이지만 너무나 인간적인 (차일드44 3부작/레오 데미도프 시리즈 #1)" 내용보기

물론 추리/스릴러 시리즈에 집착하는 나이지만, 이 작품, 시리즈만은 정말 기억해두고 싶다. 간만에 멋진 작품을 만났다. 캠브리지, 이태리, TV드라마 집필을 거친 이 작가가 어떻게 이렇게 생생히 1950년대 스탈린시대의 소비에트연방을 생생히 그렸는지 대단하다. 마치 인류가 잘 처신하지 못하면 이렇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던 레이 브래드버리의 상상이 틀을 짠, 영화 [이퀼리브리엄]이 실제로 소련의 현실이었다니! KGB의 전신인 MGB (1946~1953)의 뛰어난 요원이며 훈장까지 받은 국가적 영웅인 레오 데미도프 (Leo Demidov)가 주인공인만큼 일종의 안티히어로이다. 이 작품은, 맨부커상 후보작에 올랐으며 CWA 이언플레밍 실버대거 (silver daggar)상을 수상했으며, 삼부작의 첫번째이다. 삼부작 중 두번째는 [The secret speech], 세번째는 [Agent 6]이다.

 

([Agent 6]의 표지 동그란 스티커안엔 (밀레니엄 시리즈의) 라르손과 (해리 홀레 시리즈의) 요 네스뵈에게 중독되었다면 그렇다면 이 책을 잡으라고 말한다)

 

지금까지도 생각하면 소설속의 장면이 소리로 들려오는 듯한, 토마스 해리스의 [한니발]. [양들의 침묵]에서 선보였던 그 한니발 렉터박사가 왜 식인을 하게 되었는지가 나온다 (참, 이해할 수 없는 심리야). 세계대전중 군인들에 의해 그 지역의 존경받는 가문인 그의 저택이 점령당한다. 먹을게 없는 군인들은, 한니발의 아기동생을 납치하고 울음소리 들리는 어딘가에서 도끼질 소리 들린다. 이것은 픽션이 아니었다.

 

 [차일드44]의 처음은 배고파 먹을 것이 없어 책상다리를 긁어먹고 가죽부츠를 끓여 먹는 1933년 소비에트 연방우크라이나에서 시작한다. 고양이 사냥을 시작한 형제중 형은 누군가의 습격을 받고 이 소식을 들은 어머니는 아이가 왜 끌려갔는지 알고 오열한다.

 

하지만!

 

그이후로 20년이 지난 1953년. 레오 스테파노비치 데미도프는 국가안보부, 즉 MGB의 요원으로 국가적 영웅이며 능력있는 팀장이며 쿠즈민총경의 신뢰받는 오른팔이다. 어느날 부하 표도르의 4살짜리 아들이 철도에서 죽은채 발견되고 표도르는 살인임을 주장한다. 입안에 가득한 흙과 찢겨진 몸체, 그리고 누군가를 보았다는 목격자. 하지만, 살인, 절도, 강간과 같은 범죄는 자본주의만의 병폐이므로 레오는 이를 인정할 수 없다. 게다가 그는 미국인의 반려동물을 고쳐주었다는 것때문에 스파이로 몰린 아나톨리 브로츠키를 추적해야 한다.

 

계속해서 물리적인 배고픔 이상으로 머리를 돌게 만드는, 말도안되는 의심과 공포의 현실이 펼쳐진다. 무죄추정이 아닌 유죄추정, 1명의 스파이를 놓치느니 10명의 피해자가 나와도 좋은, 믿는자는 한번 더 의심하며 경찰의 최고덕목은 정의감이나 객관성이 아닌 냉혹함이며, 교사가 학생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 어쩜 고발의 지름길이므로 오히려 기억되고 싶지않아하는, 가장 가까운 자를 믿을 수 없으며 진실을 말하더라도 떨어질 차가운 현실이 너무나도 잔인하기에 차라리 가족을 외면하게 만들며, 근거없는 한 장의 보고서에 운명이 모함되며, 사랑과 아름다움이 거래되는 현실. 그리고 반역자나 종신범을 대상으로 한 생체실험, 심리실험, 고문은 당연하며, 타인을 괴롭혀서 얻는 쾌락 또한 정상이다, 그게 권력을 가진 MGB요원이라면.  

 

메타페타민을 먹고 정말 개처럼 일했건만, 외모와 가슴이 따로노는 부관 바실리의 모함에 걸려, 그는 아내 라이사를 고발하기를 거절하고, 모스크바 동부 부알스크의 자동차 공장지대 민병대로 파견된다. 공장노동자와 의사가 동일한 급여를 받는 공산사회에서도 계급이 존재하며, 이는 노력, 지식 등으로 얻어지는게 아니라 공포로 형성된 것이다. 민병대는 공식적 국제적 범죄율 제로의 소비에트 연방에선 불필요하며 무시되는 곳. 절망 속에 레오는 자신의 인생을 다시 되돌아본다. 과연 아내를 사랑했던 것인지. 하지만 그때 그는, 보고서에 올라오지 않은 실제 표도르의 아들이 죽은 방식대로 발견된 십대소녀의 사체사진을 보게 되고, 더욱 큰 혼란에 빠진다.

 

오로지 주인에 성관없이 동물을 치료하려던 다정한 수의사를 스파이로 몰아 죽이는 것보다도, 일상의 공포에 조용히 살아가던 힘없는 아이들의 죽음을 조사하는게 더 중요한게 아니었던가.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모든 이를 공포에 떨게 하는 MGB요원임에도 그들의 줄은 매우 가늘었으며, 정작 직접적인 위험에 노출되자 기댈 수 있는 것은 굴욕적이며 배반에 쉽게 넘어가는 사람들. 그들은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위험에도, 국가도 MGB도 민병대도 외면하는 살인자를 잡기위한 추적에 기꺼이 연기를 하고, 새옷와 음식을 제공한다. 감동~ 체제가 다르고 험난하고 냉혹한 현실이지만, 사람들은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릴지언정 자신이 옳은 일을 하며 다른 이들을 이타적으로 돕는다는 사실에 자신의 안위를 던진 것이다. 반전이 연속적으로 일어나지만, 그중에서도 appearance and reality. 진짜라고 믿었던 것이 가짜였고, 미움이라고 믿었던 것이 실제로는 동지애라는 것을 보여주면서 공산주의 체제에서의 '아무도 믿지말라'는 무조건적인 의심과는 달리, 스스로의 비이성적인 믿음과 소망이 현실이라고 믿는 어리석음을 경계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며칠전에도 유리잔 깨고 이 생각 들더만).

 

여하간, 다 마음에 들었지만 주인공, 결코 회한이 없는거냐?

 

p.s: 1)

 

이 이야기는 실제 소비에트 연방의 연쇄살인마 안드레이 로마노비치 치카틸로 (Andrei Romanovich Chikatilo), the butcher of Rostov (조기 위에 지도보면 모스크바에서 쭈욱 바다까지 내려오면 있다) 또는 Red Ripper, Rostov Ripper가 범인의 실제모델이다. 이름과 어린 시절의 형의 불운한 사건 (실제 형의 이름은 파텔이 아니라 스테판이며 실제 직업도 다르다, 동기 또한 순수한 성적이고 잔인한 살인쾌감일 뿐이다)은 일치하지만, 이 작품은 픽션이다. 차일드 44라고는 했지만, 실제로는 52명이고 작품 속에서도 44번째가 표도르의 아들일뿐 그 이상을 살해했다. 어쩔 수 없이 검색사진을 봤는데, 꿈에 나올까 무섭다.

 

2) 리들리 스콧이 제작을 맡고 다니엘 에스피노자 감독이 영화화해서 내년 개봉 예정이다. 크리스챤 베일이 거절해서 ([이퀼리브리엄]을 또 찍을 필욘 없잖아) 톰 하디와 (밀레니엄 시리즈 여주인공인) 누미 라파스, 그리고 게리 올드만이 등장한다. 책도 재밌는데 스릴넘치다가 감동적인 추격전이 영화로 만들어지면 끝내주게 재밌을 것같단 생각이 든다.

 

 

([Tinker, Tailor, soldier, Spy]에서 게리 올드만이 너무 좋았나봐.)

 

 

3) 모델이 된 실제 연쇄살인마를 소재로 한 영화가 또 있다. [Citizen X (1995)], 여기서도 범죄는 일어날 수 없다는 원칙하에 수사가 중단되었지만 한 뚝심있는 (trailer 영상을 보니 그 뚝심이 눈빛으로 표출되는 ㅎㅎ) 수사관의 시점으로 그려진다. 하나의 사건을 둘러싸고 각자의 인생에 따라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것이 참으로 흥미롭지않은가.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k*****k 2013.06.18.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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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 44 - lalil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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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 44 - lalilu     개봉될 영화의 시나리오를 읽는다는 것은 정말 설레이는 경험이다. 또한 원작의 깊이와 감동을 뛰어넘는 영화가 없을 정도로 지면을 통해서 책으로 보는 내용은 상상력이 무한대로 확장 되는 것처럼 엄청난 감동과 충격 그리고 배움을 갖게 해준다.     이 책은 「차일드 44」 44명의 아이들이 왜 죽음을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의문의 죽음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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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 44 - lalilu

 

 

개봉될 영화의 시나리오를 읽는다는 것은 정말 설레이는 경험이다. 또한 원작의 깊이와 감동을 뛰어넘는 영화가 없을 정도로 지면을 통해서 책으로 보는 내용은 상상력이 무한대로 확장 되는 것처럼 엄청난 감동과 충격 그리고 배움을 갖게 해준다.

 

 

이 책은 차일드 4444명의 아이들이 왜 죽음을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의문의 죽음 앞에서 대처하는 자세의 차이, 그리고 생각의 차이가 얼마나 다른 삶으로 이어지는지 이 책은 설명해주고 있다. 스릴러 소설의 큰 특징은 손에 잡으면 놓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이 책은 특별히 마지막 순간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긴장감으로 힘들었던 책이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마을은 우크라이나 체르보이이었다. 이 나라는 소비에트 연방하에서 감시와 통제를 받고 있었다. 전쟁으로 인하여 사람들의 마음은 피폐해있었고 그 때 악재는 겹치게 일어나는 것처럼 엄청난 기근까지 이 마을에 덥쳤다. 사람들은 간신히 생명을 연명하고 있을 때 납치가 일어나게 된다.
 

세월은 지나고 어느덧 20년 후 요원으로 돌아온 레오는 나라를 위해서 목숨을 바칠 수 있는 젊은이가 되었다. 그리고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바로 살인 사건에 대한 조사였다. 그러나 레오는 범죄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굳게 믿고 있었고 그 믿음을 저항하는 것은 곧 나라를 향해 죄를 짓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일어나게 되는 일련의 사건들이 이 책의 내용을 구성해주고 있다.

 

 
대부분의 스릴러 소설들이 그렇듯이 이 책에서도 질투와 경쟁 그리고 사람들과 얽히고 섥히는 일들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갈등으로 인해서 독자들은 이 내용이 과연 어떤 결말로 이어지게 될지 궁금하게 된다.

 

 

연쇄살인과 그 안에 공통적으로 동일한 사인들을 통해서 레오는 진범이 아직 잡히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그가 믿었던 신뢰들이 점점 금이 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결국 자신도 죽음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고 그를 통해서 밝혀지는 자신과 관련된 죽음의 사건들이 이 책의 전체를 구성하고 있다. 이 책은 실제로 52명의 여성과 아이들이 죽음을 당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소설화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하니 소설과 영화를 비교해서 볼 수 있는 재미도 있다. 이 책을 통해서 역사 속에서 그리고 국가 안에 한 명으로 우리가 처한 현실 속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게 되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를 되돌아보게 만들어 준다.

 

l****u 2015.05.26. 신고 공감 3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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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는 범죄가 일어나지 않는다 - 차일드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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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는 범죄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부제가 달린 《차일드 44(2012.03.28. 노블마인)》를 처음 보았을 때, ‘설마 범죄의 희생양이 된 차일드(Child)가 마흔 네 명이란 걸 의미하는 건 아니겠지’ 라는 실속 없는 생각을 했더랬다. 숫자가 너무 많았다. 아니, 숫자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무엇보다도 차일드(Child)의 죽음을 믿고 싶지 않았다. 분명 아무 죄도 없
"그곳에서는 범죄가 일어나지 않는다 - 차일드 44" 내용보기

 

 

 

‘그곳에서는 범죄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부제가 달린 《차일드 44(2012.03.28. 노블마인)》를 처음 보았을 때, ‘설마 범죄의 희생양이 된 차일드(Child)가 마흔 네 명이란 걸 의미하는 건 아니겠지’ 라는 실속 없는 생각을 했더랬다. 숫자가 너무 많았다. 아니, 숫자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무엇보다도 차일드(Child)의 죽음을 믿고 싶지 않았다. 분명 아무 죄도 없는 차일드(Child)였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믿고 안 믿고를 떠나서 차일드(Child)가 희생된 이유가 알고 싶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읽기부터 해야 했다. 너무 뻔히 보이는 제목을 불편해 하며, 나는 소설 읽기를 시작했다.

 

 

우선 《차일드 44》를 읽은 느낌부터 얘기하려고 한다. 입이 근질거려서 참을 수가 없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거냐고? 한마디로 말해서, 이 책의 대단함에 대해서다. 잘 만들어진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이 소설은 입체적이다. 인간의 절망과 공포를 사실적으로 그려낸 이 소설은 감각적이다. 왜 스릴러의 걸작이라고 불리는지 그리고 왜 재출간을 그토록 요청했는지 직접 읽은 후에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 소설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이 모든 느낌을 인지하게 되는 시점이 ‘마지막 책장을 덮은 후’라는 사실이다. 다시 생각해도 정말 멋지다.

 

 

이야기는 1933년 1월 25일, 굶주림으로 고통 받는 우크라이나 체르보이 마을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사냥을 나갔던 형제의 비극적인 에피소드를 짧게 그린 뒤 20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 1953년 2월 11일, 모스크바에서 평화롭게 눈싸움을 하는 형제가 등장한다. 20년의 시간이 흘렀다지만 너무나도 대비되는 장면에 섬뜩함을 느꼈다. 그러나 곧바로 눈싸움하던 형제 중 한 아이가 시체로 발견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사람들은 아이가 살해됐다고 믿었는데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국가안보부 MGB요원 레오 스테파노비치 데미도프가 파견된다. ‘범죄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잃은 것이 바로 죄다’(p.38)라는 국가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서 사망원인은 반드시 선로에서 부주의한 탓이어야 했다.

 

 

《차일드 44》를 읽으며 처음 가진 의문점은 과연 소년소녀 연쇄 살인 사건을 그린 스릴러 소설이 맞는지 여부였다. 초반에 선로에서 사망한 4살 된 사내아이를 잠깐 언급한 뒤 이야기는 줄곧 국가안보부 MGB요원 ‘레오’에게 초점이 맞춰져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국가에 충성하고 복종하는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던 레오가 국가 시스템의 오류를 깨닫고 스스로 위험을 자초한 뒤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도 진실에 다가서는 인물로 변화되어 가는 모습을 중점적으로 보여준다. 이와 반대로 처음 기대했던 수수께끼 같은 살인자는 이야기가 절반도 넘게 진행되어서야 등장했고, 주인공 레오는 그때까지도 연쇄 살인자를 잡을만한 단서를 찾지 못했다. 작가가 마지막에 가서 스스로 숨겨진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기 전까지 나는 이 의문을 머릿속에서 지우지 않고 책 읽기를 지속했다.

 

 

나의 소설 읽기는 전체적으로 침착한 분위기였다. 눈 속에 파묻힌 아이들의 시신이 발견될 때마다 답답했고, 죽음의 위기에서도 진짜 정의를 위해서 꼬리가 잡히지 않는 범인의 뒤를 쫓는 주인공이 안타까웠지만 꽤 안정적으로 읽어나갔다. 하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뒤 나를 강타한 묵직한 펀치는 아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며 슬프기도 하고 안심되기도 하는 이상야릇한 감정을 느끼게 해 주었다. 이 감정을 느끼기 위해서는 직접 《차일드 44》를 읽는 방법밖에는 없다.

 

 

한동안 손에서 놓지 못했던 소설 《차일드 44》를 책장에 꽂기 전에 다시 첫 페이지를 펼쳐 보았다. 날 버리고 갔어요(p.26) 라고 말하며 울기 시작한 뒤 평생 그치지 못한 소년의 절망감이 심장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아.프.다.

 

 

 

b******s 2015.05.30. 신고 공감 2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차일드 44
"차일드 44" 내용보기
입소문을 통해 알게 된 책이지만 스토리가 가지고 있는 압도적인 힘에 매료되었다. '차일드 44' 이 책이 이미 절판이 되었다가 열렬한 독자의 성원에 의해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되어 구입했다. 너무 재밌다는 책은 사실 좀 틈을 들여 읽는 편이라  책장 한 켠에 고이 모셔?두었다가 이제서야 읽었다. 너무 과도하게 칭찬을 받은 책은 조금의 실망스런 느낌만 받아도 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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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을 통해 알게 된 책이지만 스토리가 가지고 있는 압도적인 힘에 매료되었다. '차일드 44' 이 책이 이미 절판이 되었다가 열렬한 독자의 성원에 의해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되어 구입했다. 너무 재밌다는 책은 사실 좀 틈을 들여 읽는 편이라  책장 한 켠에 고이 모셔?두었다가 이제서야 읽었다. 너무 과도하게 칭찬을 받은 책은 조금의 실망스런 느낌만 받아도 왠지 모르게 기대하지 않았던 책보다 좋다는 느낌을 덜 받기 때문이다.

 

정신적 충격이 한 인간을 이토록 광기에 휩싸이게 만들 수 있는지... 스릴러 소설을 읽다보면 한번씩 만나게 되는 사이코패스들이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의 무서움을 다시한번 실감하게 된다. '차일드 44'는  실제로 일어난 여자와 아이들을 노린 연쇄살인 사건을 다룬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한 이야기라고 한다. 

 

진짜 이야기는 1953년 모스크바에서 시작한다. 태어난지 5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끔찍한 모습으로 죽은 한 소년의 시체가 발견된다. 누가, 왜, 무슨 이유로 이렇게 잔인한 범죄를 저질렀는지 국가안보부 MGB 간부 레오는 죽은 소년의 아버지가 자신의 부하라서 마음이 더 불편하다. 별로 대수롭지 않은 사건이라고 생각하는 레오에게는 부하직원의 행동은 위험한 결과만 초래할 뿐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그를 만나 죽은 소년의 상태에 대해 듣자 비밀리에 조사를 하지만 별다른 증거를 발견하지 못한다.

 

레오는 반역자로 추정되는 도망친 인물을 찾아낸다. 잡혀 온 남자는 자백을 한다. 그와 관련된 인물 속에는 아내 라이사의 이름이 들어 있다. 이제 선택을 해야한다. 아내의 결백을 믿을 것인가? 아님 나라에 아내를 반역자로 고발할 것인가?를.... 아내가 이 모든 일들과 상관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미행을 하지만 정작 그런 레오를 따라붙는 또 다른 사람이 존재함을 알게된다.

 

시골 지방의 민병대로 발령이 난 레오는 또 다시 어린 소년의 죽음과 맞닥들이게 된다. 그동안 레오의 가슴에서 외면했던 아니 외면할 수 밖에 없었던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파고 들기 시작한다.

 

스토리에 속도감이나 흡입력이 좋다. 단지 내가 알지 못하는 구소련이 가지고 있는 체재에서 느껴지는 시대상황과 공포를 짐작하면서 읽을뿐이다. 자신을 낳아준 부모는 물론이고 사랑하는 아내, 형제를 비롯한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시간을 산다는 것은 엄청난 고통이고 아픔이다. 레오란 인물은 이런 구소련의 현실을 말이 아닌 생각을 통해 충분히 전달해주고 있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목숨이 가장 소중하다. 나 자신이 살기 위해서는 설령 진실이 아니라고해도 사회체재가 만들어낸 광기에 동참해야 한다. 한발자욱이라도 헛디디면 죽음은 곧 나의 일이 되는 것이다. 구소련이란 시대에 전반적으로 깔려 있는 공포의 무서움을 제대로 만들어 낸 '차일드 44'를 재밌게 읽었지만 사실 이 책은 조금 더 있다 읽을려고 했다. 얼마전에 개봉한 영화 '베를린'이 차일드 44의 이야기와 아주 흡사하다는 글을 읽고서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에 더 이상 미루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읽었는데 좀 더 빨리 읽을걸 후회스런 마음이 살짝 생기기도 했다.

 

레오, 그의  아내 라이사를 비롯해서 레오에게 집착과 증오심을 가지고 있는 바실리란 인물까지... 결코 후회하지 않을 스릴러 작품이라 생각하며 아직 못 읽어 본 분이시라면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q******5 2013.03.11. 신고 공감 2 댓글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