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과 4분의 1세 헨드릭 흐룬의 비밀일기 / 헨드릭 흐룬 지음 / 문학수첩 출간 우리의 삶, 비록 83년이란 세월의 흔적을 남기진 않았어도 누구나 삶을 살아간다. 헨드릭 흐룬의 비유처럼 ‘기증품 판매소에서나 맛볼 수준’의 도넛, p10 을 꾸역꾸역 쑤셔 넣는 기분일 때도 있을 것이고, 어느 날은 평상시에 맛은 없었지만 기쁜 감정으로 가득 차, 전에 맛보지 못한 맛을 경험하는 것이 인생이다. 헨드릭 흐룬, 83과 4분의 1세, 노년의 방랑자이자 괴짜 장난꾸러기. 하지만 ‘참된 시민이고, 분위기도 잘 맞추고, 친절하며, 예의 바른 데다 남들을 기꺼이 돕는 늙다리’, p8 인 그에게 인생이 이 둘 중에 어떤 의미일는지, 100세 시대라고는 하지만 이제 언제 갈지 알 수 없는 삶 속에서도 재미를 찾아 떠나는 미지의 히치하이커 같은 그의 인생과 그것을 기록한 일기 속에서 꼭 인생이 슬프고 괴롭고 임계점을 느끼며 불운한 기분으로 살아갈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아라. 이 일기, 에세이 형식으로 쓰여진 소설을 읽고 나니, 그 동안의 내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첫 장에(2013.1.1) 표현을 빌려 그는 누구보다 스마트하고 교양있는 노년이 되기로 결심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2013년 1월 1일, 화요일 새해가 밝았지만 난 여전히 늙은이들이 맘에 안 든다. 보행 보조기를 붙들고 발을 질질 끌며 걷는 것도, 앞뒤 없이 짜증을 내는 것도, 끝도 없는 불평도, 그치들이 먹는 차와 비스킷도, 우는 소리를 해 대는 것도 꼴사납다. 나? 여든 셋이다. p7 83세를 갓 넘은 헨드릭 흐룬, 노년의 히치하이커는 굳이 나이 먹었다고, 죽음을 향해 조금씩 기울어져 간다고 하더라도 전혀 슬퍼하거나 지루해하지 않는다. 어차피 언제 어느 순간에 일어날지는 모르는 일이기에 말이다. 하지만 그는 항시 최대한 즐겁게 '빙그르르' 스마일하게 살아간다. 덧붙여서 짝사랑을 하게 되기도 하고, 친구와의 추억놀이(장난)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아나간다. 또한, 일기를 쓰는 행위는 그를 회복하게 한다. 어렸을 적 자신보다 먼저 죽은 딸에 대한 회상, 그리고 신문이나 잡지 속에 드러난 답답한 복지제도, 정치행태 등 그를 우울하고 답답하게 하는 일들에 대해 '쓰기'를 통한 치유를 얻는다. 글쓰기가 치료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훨씬 편안해졌고, 좌절감도 줄었다. 50년 늦게 찾아온 효과일지도 모르겠지만, 우유를 쏟고 나서 울어 봤자 소용없는 법이지. p132 그리고 후반부로 갈수록 곁에 있는 사람들을 떠나보내는 심정은 여느 에세이, 소설에서 볼 듯한 감정으로 토해낸다. '사랑한다'라는 말 한마디 남기지 못했건만 그녀는 그를 떠나간다. 하지만 그녀가 원하는 걸 해줬다는 것에 자족하고, 자신만의 삶을 살고자 결심한 '헨드릭 흐룬', 그렇다 여행을 떠나고 자신을 발견하고자 한 그. 슬프지만 슬프지 않은 이 일기. 삶이 결코 우울하고 슬프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다. 삶은 죽음으로 끝나지만 우리가 죽음을 인식하며 산다면 우린 끝없이 침전할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죽음을 생각한 순간, 우리의 삶은 멈춰버릴 것이다. 매일을 감사하고, 즐겁게 살아가고, 내 주변의 사람들을 사랑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