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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시간들을 표현하는 말들인데 한쪽에서는 추억이라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과거라고 칭한다. 오래전에 흘러간 시간들을 가리키는 말들인데 어감에 따라 한쪽은 아련한 그리움이 샘솟는듯하고 다른 한쪽은 어딘지모르게 불결한 기분이 드는듯하다. 전에는 과거라는 소재를 가지고 글을 쓴다고하면 열에 아홉은 여자의 과거를 들추는 글들이었는데 이번글에서는 남자의 과거를 가지고 글이 진행된다는것이 이채롭다. 여러권의 책을 낸적이 있는 작가님인데도 사실 전유진님의 글은 이번[남편의과거]가 처음 접하는 글이다. 처음 접하는 작가님의 글인 경우에 약간의 걱정스런 마음을 가지고 읽게되는 편인데 걱정과는 관계없이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고 한다면 신혼생활의 묘미를 살리기위한 장치였다고 하더라도 외설스러운 내용들이 중간중간 튀어나와 몰입을 방해하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남편의과거]와 더불어 [사천]이라는 책을 함께 읽었는데 그책같은 경우에는 아예 19세구독불가라는 장치를 마련하여 거부감을 줄인 반면에 [남편의과거]는 별다른 표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내 기준으로는 수위가 다소 높지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읽는 사람마다 기준도 다르고 취향도 다른터라 딱히 뭐라고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이정도 수위라면 차라리 19세구독불가라는 장치를 마련하는편이 옳았을것이라는 생각이들었다.
결혼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사람마다 기준이 다 제각각인터라 맞선이라는것에 대해서 별로 거부감이 없는편이다. 그리고 결혼후에 시작되는 연애이야기 또한 얼마든지 있을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잠시라도 못보면 금방이라도 죽을것같은 열정같은 사랑으로 결혼을 하지만 그 열정이 식어버리는 커플도 있을것이고 그 열정을 끝없이 소중히 생각하며 사는 부부도 있는것처럼 담백하게 시작된 결혼이 시간과 함께 장이 숙성되듯 깊어지는 사랑을 하는 부부도 있을것이다. 그렇게 맞선자리에서 만난 남자와 영주는 결혼을 하게된다. 흡사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진행되는 결혼이지만 영주는 재준과의 앞날에 별다른 장애가 있을것이라고는 생각하지않았다. 부족함이 없이 자란 영주에게 재준은 섬세하게 신경을 써주며 함께하는 날들이 기쁨으로 가득차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어느날 영주는 재준에게 지난날의 시간에 대해서 묻게되고 선뜻 대답하지못하는 재준을 보면 불길한 기분을 느끼지만 아예 안듣느니만 못하다는 생각으로 서둘러 덮어버린다.
재준은 공평한 사람이었다. 자로 잰듯하게 반듯하면서 영주가 시댁에 하는것처럼 재준또한 처가에 하는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으면 영주가 좋아서 하는 직장일이라면 상관이 없지만 싫은데도 하는 일이라면 하지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 그런 사람과의 시간들은 영주를 더욱더 빛나게 만들었었다. 그런 영주의 행복한 날들이 어느날 위기를 맞게된다. 재준을 따라 나간 모임에서 듣게된 충격적인 말들이 영주의 귓가에 자꾸만 맴돈다. '같이 살다시피, 같이 살다시피' 반듯하게만 알았던 재준이 유학시절 어떤 여자와 동거하다시피 했다는 말들은 여린 영주의 속을 헤짚어놓으며 자꾸 몸이 땅끝으로 꺼지게만든다.
처음 [남편의과거]라는 제목을 들었을때 생각했던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결혼을 했었던것도 아니고 전과도 있었던것도 아니고 그저 오래전 누군가와 연애를 했던 일에 그렇게 심각한 반응을 보일 이유가 있을까하는 마음이었는데 이글에서 표현된 영주의 신상을 보면서 온실속의 화초처럼 좋은것만 보고 자란 그녀에게는 그것이 어쩌면 인생에서 처음 맞는 위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크기의 고통이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1부터 100까지 고통의 강도는 다를테니까, 어느날 튀어나와버린 남편의 과거, 그리고 여전히 남편의 주위를 맴도는 과거의 여자. 영주의 선택은 어떤것일지 궁금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은 후에 작성되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