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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속의 화초처럼 세상의 일과는 무관한듯 행복하게 살아온 영주의 일상에 최고의 위기가 닥쳤다. 맞선을 보고 한 결혼이라고 하지만 선자리에서부터 떨리는 설렘을 맛보게 하고 함께 하는 결혼생활이 늘 봄날같을것이라 믿음을 줬던 남편이기에 영주의 배신감과 당혹감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물론 영주는 그런 자신이 지나치게 결벽증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것을 알았다. 재준의 나이도 있는데 순진하게 영주가 첫사랑일것이라는 기대까지는 하지않았지만 그래도 유학시절 재준이 다른 여자와 동거하다시피 생활한 지난날을 아예 모른척하고 그들의 모임자리에 아무것도 모르는 영주자신을 데리고 간 것은 용서할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서서 아는체할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냥 덮어버릴수 있는 사안의 일도 아니었다. 아무에게도 드러내놓지못하고 영주의 속만 바싹바싹 말라가고 그런 영주의 속내는 전혀 모르는 재준은 어느날 이상기류를 보이는 영주의 행동 때문에 불안감만 증폭된다.
작정하고 속이자 한것은 아니었다. 지난날 지현과의 사랑이 상처와 아픔으로 자리한탓에 굳이 내놓을만한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뿐이고 지현이 다시 이미 끝난 인연인 자신의 곁으로 돌아오리라고 생각지못한 탓이었다. 그런데 그 지난날의 시간들이 이제와 발목을 잡는것이다. 함께하는 시간들이 소중하다는걸 알아버렸는데, 이제와 지난 시간들을 되돌릴수는 없는 일인데 재준의 지난 시간들때문에 영주가 깊게깊게 상처를 입는다.
때로 상처는 부부의 사이를 더욱더 두텁게 만들기도 하는것 같다. 봉합될것 같지않았던 영주와 재준의 사이도 시간과 노력의 여하에 따라 다시금 지난날들 이전의 시간으로 시간을 되돌리는것 같고 오랜 미련을 버리지못하고 재준의 주위를 맴돌던 지현도 이제는 재준의 곁에서 떠나기로 한다. 늘 사랑이 고팠던 아이, 지현에게 사랑은 늘 두가지 형태의 모습밖에는 보이지않았다. 부족하거나 지나치거나, 그래서 부족하지도 지나치지도 않게 지현이 바라는대로 지현을 사랑해주는 재준에게 더욱더 매달릴수밖에 없었던것 같다. 결국엔 지현의 그 자기애가 재준과의 사랑마저도 망쳐버렸지만, 그 망가짐마저도 지현에게는 사랑의 표현이라고 받아들여졌던것 같다.그래서 포기하지못하고 연신 주위를 맴맴 돌면서 이제라도 다시한번 저를 봐주기를 바란 모양이었다.
사랑의 형태도 사랑의 색채도 모두 다 다를수밖에 없다. 영주와 재준의 사랑이 지현과 재준과의 사랑과는 또다른 모습을 보이듯이, 상처때문에 쉽사리 마음을 열지못하는 덕현과 그런 덕현의 마음을 알아서 떠날수도 붙잡을수도 없는 나희의 사랑이 또 다른 빛의 사랑이듯이.. 상처투성이 지현의 마음을 결국에 치유할수 있는것 또한 다른 빛의 사랑이었다. 1권에서 깨소금 볶아내는 신혼생활이 이어졌다면 2권에서는 남편의 과거를 알게된 영주의 갈등과 대치 그리고 그 상처들을 봉합하는 과정들이 이어진다. 문득 어디까지가 추억이고 어디까지가 과거인지 궁금해짐을 느낀다. 남들앞에 드러내놓고 지난날의 이야기 한자락을 들려줄수 있다면 추억의 빛이고 남들앞에 떳떳하게 드러낼수없다면 그것은 과거라는 이름으로 묻어야하는것인지.. 지난날들은 어차피 흘러버린 시간들이다. 우리가 어떻게 해도 변하지않을 시간들이지만 미래의 시간들은 다르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변화가 가능한 시간들이다. 그래도 지난시간들이 어느날 뜻하지않게 내 발목을 잡지않도록 오늘의 시간들을 충실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오늘이 가면 과거의 시간이 되어버릴테니까. [남편의과거]를 읽으면서 오늘의 시간에 대해 생각해볼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은 후에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