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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덕 시인은 유명한 시인이라서 사람들이 많이 읽는다. 내가 사봤던 시집은 '사라진 손바닥'이었고 다른 시선집 등을 통해 많이 만났었다. 지난번 시집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을 살까 말까 하다가 시기를 놓치고 못 산 기억이 있어 자목련님의 '파일명 서정시' 시집에 대한 리뷰를 보고는 바로 샀다
나희덕시인의 시는 여성의 입장에서 사랑에 대한 시들이 많고 시어들 자체가 담백하고 푸르러서 좋아했는데, 이번 시집은 (원래 안그랬다는 것은 아니다) 조금 더 외부(또는 사회)에 시선을 돌린 시들이 많다. 어둠, 죽음,
시집 리뷰를 사고나서 바로 읽고 쓰긴 하지만 제대로 된 리뷰를 완성되기 위해서는 몇달간 시집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냥 지금 이 리뷰는 이런 시를가 있다는 것, 시의 정보를 알려주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하긴 몇달이 지나서 이 시집에 대해서 제대로 된 말을 할 수 있는가 따져보면 또 전혀 아니올시다. 그래도 꾸준히 시집을 찾고 읽는 것은 열망, 갈증 또는 짝사랑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이런 시를 쓰고 싶다는 열망, 읽어도 읽어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 시를 알고 싶고 이해하고 싶은 나 혼자만의 짝사랑, 어쨌든 나의 시 읽기는 계속 될 것이고 제대로 된 리뷰를 쓰겠다는 약속은 절대 하지 못할 것이다
"시인의 말"
이빨과 발톱이 삶을 할퀴고 지나갔다. 내 안에서도 이빨과 발톱을 지닌 말들이 돋아났다.
이 피 흘리는 말들을 어찌할 것인가.
시는 나의 닻이고 돛이고 덫이다. 시인이 된 지 삼십년 만에야 이 고백을 하게 된다
2018년 가을 나희덕
그녀의 시는 여전히 좋다.......
-눈과 얼음-
사을 내내 폭설이 내리고
나뭇가지처럼 허공 속으로 뻗어가던 슬픔이 모든 걸 내려놓는 순간
고드름이 떨어져나갔다 내 몸에서
시위를 떠난 투명한 화살은 아파트 20층에서 지상으로 곤두박질쳤다
이제 사람들은 내 슬픔과 치욕을 알게 되리라
깨진 얼음 조각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밟으며 지나가리라
얼음 조각과 얼음 조각이 부딪칠 때마다 얼음 조각이 태어나고 부드러운 눈은 먼지와 뒤엉켜 눈멀어가리라
-슬픈 모유- *페루영화 (The Milk of Sorrow), 끌아우디아 요사 감독.
엄마라는 타인의 고통 속에서 나는 태어났어요 감자 덩굴에 매달린 작은 감자알처럼
노래로 치욕을 견뎌낸 여인, 그녀가 낳은 핏덩이는 세상에 던져진 채 간신히 살아남았지요
슬픈 모유를 먹으며 자라는 동안 나의 심장소리는 점점 엄마의 심장소리를 닮아갔어요
거리에 떠도는 영혼에 잡혀갈까봐 벽쪽으로 꼭 붙어서 걷고 두려울 때는 아무도 모르게 노래를 불러요
상처 입은 비둘기의 울음처럼 먼 고향의 파도소리처럼 ---------
- 파일명 서정시 - *Deckname <Lyrik>. 구동독 정보국이 라이너 쿤쩨에 대해 수집한 자료집
그들은 <서정시>라는 파일 속에 그를 가두었다 서정시마저 불온한 것으로 믿으려 했기에
파일에는 가령 이런 것들이 들어 있었을 것이다
머리카락 한줌 손톱 몇조각 한쪽 귀퉁이가 해진 손수건 체크무늬 재킷 한벌 ----------
붕대에 남은 체취는 밀봉되고 그를 이루던 모든 것이 <서정시>속에 들어 있었을 것 이다 -----------
화단에 심은 알뿌리가 무엇인지 다른 나라에서 온 편지가 몇통인지 숲에서 지바뀌아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
이 사랑의 나날 중에 대체 무엇이 불온하단 말인가
그들이 두려워한 것은 그가 사람의 마음을 열 수 있는 말을 가졌다는 것 마음의 뿌리를 돌보며 살았다는 것 자물쇠 고치는 노역에도 시 쓰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는 것
파일명 <서정시>에서 풀려난 서정시들은 이제 햇빛을 받으며 고요히 반짝인다
그의 생애를 견뎌온 문장들 사이로 한사람이 걸어나온다, 맨발로, 그림자조차 걸치지 않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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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그 시대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거울과도 같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사회의 분위기나 대중들의 관심을 반영하여 이를 비판하거나 옹호하는 것이 작가들의 역할이며 그 속에서 작가 자신만의 답을 찾아내는 것이 사명과도 같은 일이 아닐까 합니다. 이번에 읽은 나희덕의 시집 파일명 서정시를 보며 이 작가가 이런 시들을 쓸 수 있구나 하는 감탄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작은 기쁨과 아름다움을 노래하던 시인이 이렇게 의외의 작품들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 작가의 시들을 꾸준히 읽어 온 독자로서 놀랍고 신기한 시집이었습니다. 작가의 기본적인 시작법의 방향성을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번 시집의 시들은 그가 그동안 바라보고 있던 세상과는 조금 다른, 개인적인 시선이 아닌 대중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를 시로 표현했고 자신만의 생각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어수선한 시대상을 작품 속에 끌고 들어감으로서 작가가 작품을 통해 할 수 있는 가장 큰 목소리를 내었다고도 생각하며 무척 신선하고 자극적인 시집으로서 개인적인 느낌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작가의 이런 시도와 도전, 그리고 자신의 목소리를 더욱 높여 작가의 사명에 충실했다는 점에서 파일명 서정시 시집은 무척 특별하다는 느낌이었으며 흥미로운 시집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
![]() 피지 않은 꽃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침묵에 기대지 않고는 어려운 일이기에 입술도 가만히 그 말의 그림자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응달의 꽃은 지금쯤 피었을까, 그러나 우리는 다시 산책을 나가지 못했다 시간의 들판에서 길을 잃었는지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 아니, 길을 잃은 것은 나인지도 모른다 그녀의 발소리를 더이상 듣지 못하게 되었으니까 - 마지막 산책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