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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40대가 되어 아내 메리와 두 아들 로버트, 토머스로 이루어진 가정이 있는 패트릭은 매년 8월 프랑스에 있는 어머니 소유의 저택으로 휴가를 간다. 패트릭의 어머니 엘리너는 뇌졸중이 와서 거동이 힘들어진 나머지 요양원에 가 있었고, 어머니의 집은 그녀가 운영하던 샤먼 자선 재단의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유일하게 남은 재산인 저택을 샤먼 재단에 기증하려고 하는 어머니의 유언에 절대로 반대하는 패트릭이었지만 어머니는 생각을 꺾지 않는다.
어머니의 상태는 점점 악화되어 패트릭에게 죽여달라고 말하고, 패트릭은 불면증이 심해져 온갖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다가 20년 전의 연인 줄리아와 간통을 저지르며 나중엔 알코올 중독 증세까지 보인다.
이전 시리즈에서 패트릭이 아버지에 대한 애증의 과거를 떨쳐버리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에서 희망적인 미래가 있을 거라고 여겨졌는데, 아버지를 지워버리고 나니 이번엔 그의 어머니였다. 남은 게 집 하나뿐인 어머니는 그것을 유일한 혈육인 패트릭에게 남기지 않고, 샤먼 자선 재단을 위해 아일랜드에서 온, 샤먼에 푹 빠진 셰이머스에게 남기려고 했다. 엘리너의 어머니가 재혼한 의붓아버지 때문에 많은 재산을 상속받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저택이라고 할 수 있는 집만 남았는데 그걸 생판 모르는 남에게 준다니 패트릭이 불면증과 알코올 중독에 시달리는 게 이해가 됐다. 패트릭이 끈질기게 집 상속을 물고 늘어진 까닭은 평생을 증오했던 자신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패트릭 역시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일을 한다고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돈을 제대로 벌지 못하니 어머니에게서 집이라도 받아내야 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말도 제대로 못하고 대화가 가능한 상태와 불가능한 상태를 왔다 갔다 하면서도 패트릭에게 집을 물려주려 하지 않았다. 남편을 증오하다 이혼했고 이유가 있었던 아들의 방황을 못 본 척했던 그녀가 비현실적인 샤먼 덕분에 안식을 찾았기 때문이었다. 제 자식의 고통과 불행보다 자기 자신을 먼저 생각했던, 어머니가 아닌 한 여자의 결정이었다. 아무리 자기 자신만 생각했대도 생판 모르는 남에게 관리하라고 기증할 게 아니라 그래도 아들에게 줄 것 같은데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거기다 샤먼 자선 재단의 책임자인 듯한 셰이머스는 말만 번지르르한 인간이라는 걸 딱 보면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일단 받고 나면 입 닦을 게 뻔히 보였고, 그 예상은 당연히 들어맞았다.
패트릭의 가족을 중심으로 이런 이야기가 진행되며 2000년부터 2003년까지 매년 8월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큰아들 로버트와 아내 메리의 입장에서 현재의 상황을 바라보기도 한다. 패트릭만큼은 아니지만 메리 역시 지독한 어머니를 두고 있었다. 자신을 사랑하던 아버지가 10대 때 돌아가시고 난 뒤 메리는 패트릭과 비슷하게 살았고, 그녀의 어머니는 딸이 말하는 것, 좋아하는 것의 반대되는 것만 따랐다. 이런 사람이 엄마라니 참 답답한 노릇이었다.
자신이 가진 고통의 원인을 자식들에게 전가시키지 않겠다는 결의는 확고했지만, 그 고통의 결과로부터 그들을 지키지는 못했다. p.126
그들은 저희들 엄마의 전적인 관심을 받기 때문에 행복했다. 그러나 그는 그녀의 전적인 무관심을 받기 때문에 불행했다. p.206
패트릭과 메리가 비슷한 유년기를 보냈지만 제 자식들을 대하는 행동은 전혀 달랐다. 메리는 아이들에게서 무한한 사랑을 느끼며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정말 행복해했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무한한 애정을 줄 수 있었다. 반면에 패트릭은 마치 자신의 아버지처럼 행동했다. 아들을 성폭행하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에게 냉소적이었고 자기 자신을 우선시했다. 아이들이 태어난 뒤 메리와 잠자리를 갖지 못해서 불만이 있는 대로 쌓여 마침 저택에 놀러 온 줄리아와 바람을 피웠고 그 관계는 메리가 눈치챌 때까지 지속됐다. 그렇게 증오하던 아버지의 전철을 밟는 패트릭의 운명이 어쩔 수 없었다고 느꼈다. 아버지는 쓰레기였고 어머니도 그 모양이었기 때문에 패트릭이 살아야 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이 태어났어도 자신이 우선이었고, 아내의 애정을 원했으며, 그게 안 되면 누구에게라도 기대야 했다. 집도 상속받지 못하게 됐으니 알코올 중독이 되어 정신을 못 차리며 될 대로 되라는 듯 사는 건 패트릭의 유전자에 새겨진 인생이었다.
그에게 죽을 수 있게 도와 달라는 것은 그가 태어났을 때부터 줄곧 응원을 받아야 할 사람이 자기라고 우겨 온 여자의 가장 비열한 마지막 술책이었다. p.352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한 패트릭을 외면하며 자신만을 위해 살았던 어머니는 죽을 때가 되어 극심한 고통에 이르자 그제서야 아들에게 자신을 죽여달라는 부탁을 한다. 아들을 위해 그 어떤 것도 해주지 않았으면서 염치도 없이 말이다. 이런 어머니를 증오하면서도 안락사에 대해 알아보는 패트릭의 모습에서 그래도 자식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처럼 보여 제 부모보다 나은 사람처럼 보였다. 그건 또 예상외의 결말로 끝이 나긴 했지만..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낳았어도 패트릭은 부모의 지독한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완전히 끊어내지 않는 한 두고두고 되새길 삶의 상흔일 것이다. 패트릭 멜로즈 시리즈는 이제 한 권만 남았는데, 제발 행복한 결말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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