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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당연시하던 내가 몇 달전 어깨를 다쳐 고통과 불편을 겪고 있다. 꾸준한 운동을 하면서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것이기때문에 큰 염려를 하지는 않지만, 이 시간이 나에게는 일생을 통해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던 이슈, 즉 '장애를 갖고 살아가는 것은 어떤 것일까'라는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한 계기가 되었다. 한쪽 어깨가 자유롭지 않을 것만으로도 많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초래되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버스나 전철에서 팔을 올려 손잡이를 잡는 것, 머리 위 높이에 있는 장에서 무언가를 꺼내는 것, 옷장에 옷을 거는 것, 팔을 뒤로 돌려 등뒤의 지퍼를 올리거나 내리는 것, 심지어 팔짱을 끼거나 허리를 짚는 것 등등... 이전엔 아무런 생각없이 당연히 하던 행동들이 쉽게 되지를 않는다.
그러다보니 크고 작은 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불편을 겪을까 생각하게 된 것이다. 굳이 눈에 띄는 장애까지 아니더라도 평균보다 키가 많이 작거나, 또는 크거나, 체중이 많이 나가거나, 허리가 굽었거나 힘이 약하거나 하는 하는 사람들도 이른바 '평균'에 맞춘 디자인때문에 많은 불편을 겪게된다.
도대체 디자이너들이 염두에 둔 '평균'적인 신체조건을 일생동안 유지하는 사람이 어디있단 말인가? 그러고보면 우리 모두는 일생의 어느 지점에서는 제품이나 패션, 공간 등의 디자인으로부터 차별을 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장애인이란 어떤 특정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와 조금 다른 신체조건을 가진 사람이며, 인간은 모두 제각각 다른 신체조건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디자이너는(어떤 분야의 디자인이든) 사용자의 신체조건이 어떠하든 그것을 최대한 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인간공학적 디자인(ergonomic design), 포용적 디자인(inclusive design), 무장애 디자인(barrier-free design), 보편적 디자인(universal design)이란 단어들이 낯설지 않게 된지는 제법 되었지만 그래도 조금 관심을 갖고 살펴보면 우리 주위에는 여전히 성별이나 신체조건으로 우리를 차별하는 디자인들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사용자가 디자인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디자인이 사용자를 위해 존재한다는 단순하고 당연한 사실을 이 책은 말해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