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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의 경계를 한껏 넓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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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동시의 경계를 가장 넓히고 있는 사람은 이안 시인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생각하는 까닭이 몇 가지 있다. 우선 격월간 동시 전문지 《동시마중》을 창간했다. 그 동안 동시는 시보다 못한 장르라는 대접을 받으며 발표 지면도 변변치 않았다. 그런데 동시만을 전문으로 하는 잡지를 만들어 동시를 제대로 대접하고 있다. 서울이 거의 모든 권력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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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동시의 경계를 가장 넓히고 있는 사람은 이안 시인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생각하는 까닭이 몇 가지 있다. 우선 격월간 동시 전문지 《동시마중》을 창간했다. 그 동안 동시는 시보다 못한 장르라는 대접을 받으며 발표 지면도 변변치 않았다. 그런데 동시만을 전문으로 하는 잡지를 만들어 동시를 제대로 대접하고 있다. 서울이 거의 모든 권력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충주라는 지역 한계를 극복하고 점차 구독자를 늘리고 있으니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시인은 월간지《어린이와 문학》필자로 참여하는 것은 물론 동시 세미나에 참여하거나 연희목요낭독극장을 공동 주최하는 등 동시인들과 함께하며 활동 영역을 한껏 넓히고 있다.


시인은 독자들과도 활발하게 만나고 있다. 학생들을 직접 만나 시를 가르치고 즐기거나, 권태응어린이시인학교를 열어 어린이들과 함께 뒹굴거린다. 동시 강연을 해 달라는 곳은 가깝고 멀고를 가리지 않고 달려가고, 최근에는 두 달에 한번 ‘동시 톡톡’이라는 행사를 기획하여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온라인 활동도 활발하다. 카페를 만들어 운영하는가 하면, 페이스북에 거의 날마다 글을 올리고 있다. 이런 저런 잡지에 글을 올리는 것은 기본일 테고, 내가 알지 못하는 활동도 여럿일 테다. 전방위적으로 활동하며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안 시인이라는 예외적 존재 덕분에 우리 동시 세계가 훨씬 풍요로워졌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 시인이 우리나라 최초의 동시 평론집을 내기에 이르렀다. 동시평론상을 만들기도 했던 시인은 최근 5년 동안 동시에 관한 발언을 꾸준히 해 왔다. 평론집은 그 성과물인 셈이다. 시인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동시 경계의 확장이다. 시인은 평론가를 자처하지 않는다. 자신의 “비평은 창작을 의미 있게 밀고 나가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자, 새로운 창작의 전위를 내 안에서 찾아내기 위한 몸부림이며, 아직 오지 않은 시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 단계 같은 것이다. 나에게 비평안(批評眼)은 감상안에서 연유하는 것이며, 다시 창작안으로 열려야 하는 무엇일 뿐”(「책머리에」)이라며 새로운 동시의 창작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밝힌다. 평론집을 내지만 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서른 중반까지 동시를 읽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어린이책을 읽는 어른 모임’을 하면서도 동시는 시에 실패한 사람들이나 하는, 유치하고 열등한 장르라고 알았다고 한다. 그러다가『겨레아동문학선집』9, 10권(보리, 1999)을 읽으며 처음으로 동시에 떨며 반응하기 시작했다. 시인이 아들을 키우면서 함께한 시간은 동시와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였으리라. 그러나 시인은 이미 시집을 내고 주목을 받고 있었다. 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는 단계였다. 그러한 때에 동시를 시작했으니 시인으로서는 동시에 대한 기존의 관점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외부자이면서 내부자인 경계인으로서의 좌표가 새로운 동시를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시인이 거듭 강조하는 새로운 동시는 “먼저 시가 되어야 하고, 그 위에 다시 동시가 되어야 한다.”는 이오덕 선생의 주장이다. 권태응 선생에게서 보이는 시인으로서의 자의식도 강조한다. 시인이 보기에 우리는 그 동안 일반적 통념에 기대에 동시를 바라보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우리 동시 문학사에는 동시 문법에 충실하면서도 빼어난 동시가 적지 않게 창작되어왔다. 그렇지만 동시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실험, 문제의식을 지닌 다양한 동시가 나와야 한다고 한다. ‘이런 것이 무슨 시야?’가 아니라, ‘이런 동시도 있을 수 있구나!’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동시가 우리의 행복한 문학 유산이자 미래를 향해 열려 있는 가능성이라는 것이다.


시가 아니라 동시이기 때문에 가능한 지점들에 예민하게 주목하고 그것에 가까이 다가서려는 노력을 통해 동시는 시의 이상(理想)에 이를 수 있다. 그것은 “아이들이 읽으면 동요가 되고, 젊은이들이 읽으면 철학이 되고, 늙은이가 읽으면 인생이 되는 그런 시”(괴테)의 상태가 아닐까 한다. 시는 그 난해성으로 인하여 좋은 시가 모두 이런 역할을 해낼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좋은 동시는 이 역할을 해낼 수 있다. 동시는 어린이부터 청소년, 노인까지를 독자층으로 한다. 이것이야말로 시보다 넓은 동시의 경계이자 가능성이다.

어떤 것은 동시이면서 시로 올라가고 어떤 시는 시이면서 동시로 내려온다. 둘 다 진경이다. 동시로 보자면, 동시가 시와의 경계를 넘어 또 다른 시로 태어나는 순간이다. 그 지점을 보고 싶다. (114-115쪽)


시인은 동시의 경계를 넓히자는 주장에 실제 비평을 통해 설득력을 더한다. 보통 비평은 외국의 미처 소화되지 않은 이론들을 인용하여 어려운 용어가 난무하고 문장 또한 난삽한 것이 태반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렇지 않고 술술 읽힌다. 스스로의 안목으로 비평하기 때문일 것이다. 시인이 가장 주목하는 동시인은 송찬호 시인이다. 송찬호 시인은 시와 동시의 세계 양쪽에 발을 담그고 있는데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인은 송찬호 시인의 「달팽이」 전문을 세 번이나 인용하고 있고, 『저녁별』의 해설과 창작방법에 관해 각각 글을 썼다. 첫 동시집에 이렇게 깊은 애정을 쏟는 까닭은 “개별 시편의 문학적 성취”와 “한 권의 동시집으로서 갖추고 있는 일관성”, 그리고 “요즘 아이들의 눈높이를 세심하게 배려하여” 문학적 성취를 이루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동시이면서 시로 올라가고 시이면서 동시로 내려와 시의 경계를 넓히고 있다는 것이다.


동시의 경계를 넓히며 지금 여기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동시인들이 또 있다. 사람과 동물과 식물을 따스하게 품어 안는 성명진 시인, 시와 삶이 어긋나지 않고 동시와 시가 하나가 되는 것을 목표로 고투해온 남호섭 시인, 여성적 감성을 전면화한 정유경 시인, 이제까지의 동시와는 좀 다른 지점에서 새로운 동시의 맛을 보여주는 김개미 시인, 관습적 상상력에 맞서 밥풀의 상상력을 한껏 밀고 나간 김륭 시인이 그들이다. 김환영 김응 민경정 같은 동시인들, 그리고 동시집을 낸 신경림 김용택 안도현, 함민복 이정록 최명란 유강희 시인 외에 윤제림 이면우 정진규 시인에게도 관심을 두고 있다. 이안 시인이 애정과 관심을 두고 있는 시인과 작품을 보고 있으면 시인이 주장하는 새로운 동시에 대해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이안 시인은 우리 동시 문학사의 사건이다. 현재 진행형이라서 더 믿음이 간다. 앞으로도 이제까지의 행보를 이어가며 계속 동시의 경계를 넓힐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믿음의 한편에는 바람도 있다. 책에는 동시의 수용에 관해서는 별로 이야기가 없다. 청소년 시에 대한 청소년 독자의 반응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어린이 없는 동시는 있을 수 없다. 아무리 창작과 유통 환경이 좋아지더라도 어린이들이 수용하지 않으면 생명력을 지닐 수 없다. 따라서 어린이 독자의 반응을 현장에서 확인하며 그것이 동시에 반영이 되어야 한다. 동시는 끊임없이 실제 독자인 어린이와 상호 작용을 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린이가 동시의 참맛을 즐길 수 있는 작품을 써야 하고 그것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어린이들이 외면할 요소는 없는지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이무완 시인의 지적, 「동시집 ‘해설’, 누구한테 주는 글인가?」(《우리 말과 삶을 가꾸는 글쓰기》, 2013년 12월) 같은 얘기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이안 시인에게 거는 믿음과 바람이 크다.

YES마니아 : 골드 g*******g 2014.07.07.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