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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 철학소설 38 도스토옙스키, 촛불 집회에 가다
청소년을 주대상으로 하는 철학 소설이다. 시리즈의 전작들은 제목이 이러하다. <공자, 지하철을 타다> <루소, 학교에 가다> <플라톤, 영화관에 가다> <정약용, 슈퍼히어로가 되다> 등. 이러한 맥락에서 도스토옙스키를 등장시켜서 소설로 형상화했다.
주인공은 내년에 중3이 되는 찬열이. 배경은 2016년 11월의 10차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한다. 찬열이는 아빠와 토요일이면 광화문에 가는 게 좋다. 그러던 어느 집회날 찬열이 아빠와 찬열이는 낯선 사내를 발견한다. 찬열 아빠가 깜짝 놀라며 ‘도스토옙스키’라고 하자, 찬열이는 무슨 스키 냐고 묻는다.
소설은 그러면서 촛불집회의 광화문에 등장한 도스토옙스키와 주인공들이 겪는 일, 대화를 펼쳐간다.
다른 철학소설들에서도 역사와 철학 속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도스토옙스키가 2016년 겨울 서울의 한복판에 등장했다는 것에 금새 익숙해졌다. 지적인 재미의 포인트는, 도스토옙스키와 주인공들이 나누는 대화에 있었다.
촛불집회에서 우리는 동질감과 연대의식을 느꼈다. 세대의 차이, 여성과 남성, 지역, 직업과 신분을 초월해서 우리들은 같은 것을 향해 저항한다는 같은 목적을 공유했다. 2년 전이면 그렇게 오래전이 아니건만, 꽤 많이 그때의 경험을 잊고 살았음을 느꼈다.
박영은 작가의 생생한 묘사들을 통해서 2년전의 그 뜨겁고, 서로를 존중했던 겨울의 2개월을 복기할 수 있었다.
덤으로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를 만날 수 있어서 일석이조였다. 아이들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시리즈의 하나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재밌는 작품이다.
책에서
광화문 광장은 명목상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고 있었지만, 그 속에는 한국의 슬픈 근현대사가 응축되어 있었다.
시민들이 무슨 죄를 지었기에, 주말마다 날씨도 추운데 뻔질나게 나와 촛불을 들고 있을까요? 물론 이 광장에서 얻어 가는 것도 많지요. 동질감, 연대의식,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삶에 대한 열정, 뭐 이런 거요.
세계 어디나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 광장에서는 그 어떤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강력하고 아름다운 힘이 느껴집니다.
사실 한국은 식민 지배와 전쟁, 가난, 독재를 뚫고 세계 10위권의 부자 나라로 올라섰지만, 잘 포장되어 있던 삶의 실상이 무엇인지 세월호를 통해 아프게 직시해야 했습니다. 저 자신에게도 다시 묻게 되었어요. ‘내 아들 찬열이는 어떤 아이로 키울 건가
나는 한때 감옥살이를 하던 죄수였단다. 시베리아 유형지 옴스크에서 발목에 족쇄를 찬 채 4년여 동안 옥살이를 했고, 6년간은 사병으로 복무하기도 했어. 심리적이든, 물리적이든 감옥에 갇혀 있던 사람들에게 광장은 그야말로 해방의 공간이지.
1846년 봄이었을 겁니다. 페트라솁스키라는 분을 알게 되었어요. 그분의 서재에서 생시몽의 《새로운 기독교 정신》, 카베의 《예수를 따른 진정한 기독교》, 등 사회주의 기독교 서적을 빌려 보았죠. 그리고 그가 주관하는 서클에 자주 출입하면서 같은 사상을 신봉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소설의 인물들, 그 아름다운 사람들이 지니는 공통적인 특징이 바로 쾌활한 마음이란다. 진지하고, 무겁고, 어두침침한 모습이 아니고. 하느님 안에서의 삶은 기쁨이자 따뜻함이 되어야 해. 그래서 난 같은 사제 직분을 수행하는 사람도, 엄격함에 갇혀 힘든 금욕적 고행을 수행하는 성직자와 삶을 기쁨으로 받아들이는 겸손한 성직자를 구분해서 대비시켰지. 대표적인 것이 삶을 고행으로 보는 페라폰트 장로와 항상 웃음과 미소와 기쁨 속에 살아가는 조시마 장로야.
내가 러시아의 운명에 한국의 운명을 병행시키는 이유가 있습니다. 지리적으로도 유럽과 아시아를 아우르는 러시아가 인류 보편의 운명을 응축하고 있다고 주장했던 것처럼, 한국은 작은 나라지만 그 속에 모든 지구상의 문제를 응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요. 물론 완전하고 보편적인 형제애에 도달한다는 건 쉽지 않지요. 하지만 쉽지 않다고 해서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우리 삶의 의미, 역사의 의의는 어디서 찾을 수 있단 말인가요. 온 삶의 에너지를 다해 슬라브주의자와 서구주의자를, 소위 배웠다는 지식인과 민중을, 그리고 러시아와 유럽을 서로 화해시키는 유언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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