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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의 제자인 제롬 콘이 편집한 [이해의 에세이 1930~1954](텍스트, 2012)는 아렌트의 사고와 철학의 토대가 된 초기 저작들 가운데 책으로 편집되지 않은 에세이들 중 역사적 파국에 대한 에세이 40편과 귄터 가우스와 나눈 대담 자료 1편을 모은 책이다. 제롬 콘은 아렌트의 생애 가운데 24세부터 48세까지 사고의 발전 과정을 보여 주기 위해 연대순을 따라 글을 구성했다. 주제별로 에세이의 내용을 살펴본다면, 전체주의와 유산, 정치와 종교의 관계, 철학의 흐름에 대한 해석, 문학과 정치의 관계, 미국의 대외 이미지로 나눌 수 있다.
철학의 흐름에 대한 해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실존 철학에 대한 글이다. 잘 알다시피, 아렌트는 독일 실존주의의 양대산맥인 하이데거와 야스퍼스의 수제자다. 실존 철학의 역사는 프리드리히 셸링의 후기 저작과 쇠렌 키르케고르와 더불어 시작되었다. 프리드리히 니체를 통해서 실존 철학의 다채로운 가능성의 문이 활짝 열리게 되었고, 현상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와 카를 야스퍼스 대에 이르러 그 철학적 사유의 풍성한 열매들을 수확할 수 있게 되었다. 하이데거와 야스퍼스가 걸어간 실존 철학의 길은 세월이 갈수록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두드러지게 된다.
실존(existence)이라는 용어는 셸링의 후기 저작에서 처음 나타난다. 철학자의 실존에 대한 관심은 과학자가 사물들의 본질에 보이는 관심과 유사하다. 그러나 셸링이나 키르케고르에게 실존 문제와 본질 문제는 서로 관계가 없었다. 사르트르가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고 주장한 것이나, 야스퍼스가 죽음, 죄, 운명, 우연 등이 우리에게 철학을 하도록 부추기는 한계상황을 강조한 것이나 같은 맥락에서 제기된 것이다.
"니체의 운명애, 하이데거의 단호함, 세계에서 인간의 뿌리 상실감에 뿌리박고 있는 인간 조건의 부조리에도 불구하고 자기 방식대로 목숨을 걸려는 알베르 카뮈의 도전적인 시도는 모두 과거의 안전장치로 퇴각함으로써 전적으로 자신을 구원하려는 시도이다.니체 이후 영웅적인 의사표시가 철학의 특징적인 태도가 되었다는 것은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칸트가 우리에게 남겨 놓은 세계에서 살아가는 데에는 실제로 상당한 영웅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295-6쪽)
마르틴 하이데거, 카를 야스퍼스, 한나 아렌트와 같은 독일 실존주의자들은 부조리한 세상에 직면해서도 나름 진지한 진정성을 가지고 살고자 하는 윤리의식을 강조한다. 아렌트의 말대로, 실존적 행위의 관건은 삶의 가장 보편적인 요소들의 끊임없는 실현이다. 이는 단순한 관조적 삶과 반대되는 활동적 삶, 실천적 행위다. 가령 카뮈는 세상의 부조리를 지적하면서 존재의 반항을 강조했다. 카뮈의 '반항'은 야스퍼스의 '투쟁'과 아렌트의 '사랑'으로 거칠게 번역할 수 있을 것이다.
카를 야스퍼스로 대변되는 독일의 실존 철학은 알베르 카뮈, 장 폴 사르트르, 앙드레 말로와 같은 프랑스 실존주의자들과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을까? <실존 철학이란 무엇인가?>와 <프랑스 실존주의>를 연달아 읽어내려가며 독일 실존주의와 프랑스 실존주의간의 서로 다른 지적 경향성을 발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 그런데 정말 쉽지 않은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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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는 정치 철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의 저서 중에는 <전체주의의 기원>,<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 대표작이며, 아이히만의 재판에서 그의 악의 평범성을 대중들에게 말했다. 그의 생각과 정치철학은 대중들에게 비난 받았지만, 그의 생각이 시대를 거슬러 옳았다는 걸 알게 해 준다. 물론 최근 불미스런 대통령 탄핵 때조차 '악의 평범성'과 마주하게 된다. 국내에 번역된 한나 아렌트의 철학 책은 상당히 어려웠다. 국내 번역자가 졸속으로 번역한 건지 모르지만, 한글로 쓰여진 책임에도 불구하고, 칸트의 국내 번역 도서보다 더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한나 아렌트의 사상을 엿볼 수 있으며, 그녀의 정치철학 과 사유와 마주하게 된다. 물론 번역에 있어서 큰 불편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 책은 두꺼운 분량이기에 다 소개하는 건 힘들며, 책에 나오는 카프카에 대한 재평가가 특히 눈길이 갔다. 우리에겐 카프카의 <변신>이 알려져 있지만 한나 아렌트는 <성>,<심판>을 다루고 있어서 눈길이 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