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선 굵은 만화를 봤다. <전설의 주먹>이라는 TV프로그램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이야기는 웹툰으로 시작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웹툰으로 볼 때의 다이나믹함은 지면 속에서 살아졌지만 긴장감 넘치는 플롯과 미스터리한 전개, 박진감 넘치는 액션씬은 고스란히 살아남았다. 과거와 현재를 교차편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팽팽한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한다. 전성기 시대의 이현세를 보는 것 같은 남성적인 강인함과 가족과 사랑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지는 순정파 마초. 멋진 만화다.
학교 폭력에 대한 알레고리도 인상적이었다. 이종규 작가는 의도적으로 학교 폭력과 그 희생자들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래서 죄를 짓은 놈들은 벌을 봐아야 해, 같은 권선징악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그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전설의 주먹>이라는 가상의 TV프로그램을 만들어 '전설의 주먹'들을 조롱하는 포멧과 플롯이다. 아울러 그들에게는 천형 같은 죄까지 덮어 씌어져 있다. 평생을 그 원죄속에서 살아야하는 인물들은 고통과 죄의식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이 만화는 '주먹'을 찬양하기 보다는 '계몽'하려는 의지가 깔려있다.
어린시절 비밀을 간직한 소년들 이야기라는 코드도 재미있었다. 마치 리버 피닉스 주연의 걸작 영화 <스탠바이미>나 이재익의 소설 <압구정 소년들>이 생각났다. 얼마전에 봤던 <개들의 전쟁>과도 오버랩 되었는데, 추억이라는 코드가 들어가기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 장면은 지금도 아쉽다. 열린 결말이라고 하기에는 왠지 찜찜하다. 전적으로 작가의 영역이긴 하지만 여운이나 상상력을 발휘할 공간을 주지 않은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다. 마침 이 만화를 토대로 강우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3월에 개봉예정이라고 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무엇보다 라스씬이 어떻게 바뀌었을지가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