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28)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64%
  • 리뷰 총점8 32%
  • 리뷰 총점6 4%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9.0
  • 40대 10.0
  • 50대 8.0

포토/동영상 (7)

리뷰 총점 eBook 구매
잉크병을 조심해!!
"잉크병을 조심해!!" 내용보기
이 단편 소설집은 4명의 작가가 쓴 것으로 되어있지만 한 명의 작가가 4개의 필명을 사용한 것이다. 해설을 맡은 아다치 히로타카가 저자이고 오쓰이치, 나카타 에이이치, 야마시로 아사코, 에치젠 마타로는 그의 필명이다.메리 수를 죽이고 는 7개의 단편 소설이 수록되어 있고,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였던 '사랑스러운 원숭이의 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내  머릿속은 인류의 역사
"잉크병을 조심해!!" 내용보기

이 단편 소설집은 4명의 작가가 쓴 것으로 되어있지만 한 명의 작가가 4개의 필명을 사용한 것이다.

 

해설을 맡은 아다치 히로타카가 저자이고 오쓰이치, 나카타 에이이치, 야마시로 아사코, 에치젠 마타로는 그의 필명이다.

메리 수를 죽이고 는 7개의 단편 소설이 수록되어 있고,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였던 '사랑스러운 원숭이의 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머릿속은 인류의 역사가 시작되기 이전의 원숭이와 똑같은 상태였다.

아버지의 유품인 잉크병이 생겼다.

그 액체로 아무 글씨나 써보자

하지만, 집에 붓도 펜도 없어서 대학 구내서점에 가서 을 샀다.

제법 괜찮다.

모처럼 마련했으니 의미 있는 문장을 써보고 싶었다.

그렇다.

이튿날 동네 문방구에서 일기장을 샀다.

모처럼 멋지게 생긴 일기장을 마련했는데 방에 굴러다녀서야 웬지 폼이 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 이유로 북엔드라는 물건을 사보았다.

북엔드를 고정하기 위해 을 좀 사야겠다.

서점에서 산 하드커버 단행본 몇 권을 일기장과 함께 꽂아보니 어찌나 폼이 나던지 몹시 만족스러웠다.

넌 우리를 샀으면서 읽어주지는 않는구나 하고 책등이 나를 비난하는 것만 같았다.

북엔드를 고정할 목적만을 위해 샀다니 우리는 어쩜 이리 불행할까? 책들의 그런 한탄이 들려왔다.

하, 하지만 나는 책을 읽어본 적이 없어!

불안한 마음으로 첫 페이지를 펼쳐보았다. 읽다 보니 날이 샜다. 독서는 즐거웠다.

책등이 만드는 행렬은 방 안에서 나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나는 마침내 책장을 사기로 결심했다.

책장이나 거기에 늘어서 있는 책등은 멋진데, 집이 거기에 비해 빈약해 보였다.

그런 이유로 이사를 결심했다.

이사 업체 청년들도 벽 색조와 책장이 잘 어울린다고 했다.

아무렴. 책장이 돋보이는 조건을 전제로 고른 집이니 당연하지.

모처럼 새집으로 이사했는데 가구가 책장과 낡은 텔레비젼과 비디오, 침낭뿐이였던 것이다.

나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기로 했다.

그런데 가구를 갖추면 제대로 사용하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의자에 앉자 책상을 마주하니 공부에 대한 의욕이 생겼다.

취업 활동중에 책장을 정리하다가 일기장을 발견했다.

당장 일기를 써보았는데 이게 또 은근히 재미있었다.

면접 장소 옆 대로변에서 아이가 길을 잃고 울고 있었다 그냥 지나가려 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오늘 나는 미아를 무시했습니다. 아이를 도와주면 면접에 늦기 때문입니다."

그런 글을 어찌 일기에 쓰란 말인가?

어느날 외근 영업을 하고 있을 때 누가 말을 걸어왔다.

뒤를 돌아보니 젊은 여성이 서서 내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면접 날 미아를 도와준 분 아닌가요?"

                                    

                                                ( 중략 )


 

약에 찌들어 살았던 주인공이 아버지가 존경하던 여성 작가에서 선물받은 잉크병을 만나면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다.

'잉크병 효과' 는 나비 효과 보다 가공할 만한 변화를 불러온다.

잉크병을 만나서 펜 - 일기장- 북엔드- 책 - 책장 - 집 순으로 이어지는 지름은 무척이나 익숙한 지름신의 기운이 느껴진다.

상의를 하나 사면 어울리는 하의도 하나 사고 그에 맞는 구두도 하나 사야 하고 깔맞춤해줄 코트도 하나 사야 하고, 딱이다 싶은 가방도 사야 하지 않는가??

굉장히 유쾌하게 읽은 단편이다.

특히 잉크병이나 펜 같은 문구류를 좋아하시는 분들, 자주 지름신을 영접하는 분들은 공감100%로 감정 이입해서 책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잉크를 판매하시는 분들에게 필독서가 되지 않을까 싶은 이책!!

'잉크병 하나로 인생 역전한 한 남자의 이야기'  당신에게 추천한다.

 

 

a*****2 2018.12.20. 신고 공감 5 댓글 4
리뷰 총점 eBook 구매
메리 수를 죽이고
"메리 수를 죽이고" 내용보기
『GOTH』『암흑동화』등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부터 『실종 홀리데이』『너에게밖에 들리지 않아』 등 애잔한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색깔의 작품을 발표하며 ‘블랙 오쓰이치’로도 ‘화이트 오쓰이치’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는 오쓰이치, 『기치조지의 아사히나 군』『나는 존재가 공기』 등 주로 풋풋한 청춘소설로 독자와 교감해온 나카타 에이이치, 『엠브
"메리 수를 죽이고" 내용보기
『GOTH』『암흑동화』등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부터 『실종 홀리데이』『너에게밖에 들리지 않아』 등 애잔한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색깔의 작품을 발표하며 ‘블랙 오쓰이치’로도 ‘화이트 오쓰이치’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는 오쓰이치, 『기치조지의 아사히나 군』『나는 존재가 공기』 등 주로 풋풋한 청춘소설로 독자와 교감해온 나카타 에이이치, 『엠브리오 기담』『죽은 자를 위한 음악』 등 기담 및 괴담 장르에서 문재를 펼치는 야마시로 아사코, ‘마계탐정 명왕성O’ 시리즈 등 라이트노벨 문단의 무서운 신예 에치젠 마타로. 네 명의 천재적인 소설가가 한자리에 모였다. 그리고 소년 탐정의 수수께끼 풀이를 담은 「소년 무나카타와 만년필 사건」, 창작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을 담은 「메리 수 죽이기」, 3·11 동일본 대지진의 아픔을 그린 「트랜스시버」, 3D 프린터를 둘러싼 오싹한 도시괴담 「어느 인쇄물의 행방」 등 전혀 다른 매력의 일곱 편의 단편으로 한 권의 환몽 컬렉션을 완성했다. 지금쯤 눈 밝은 독자는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실은 이들 모두 오쓰이치이다. 엄밀히 말하면 오쓰이의 다른 이름들이다. 그리고 단편이 시작하는 맡에 그의 본명 ‘아다치 히로타카’의 이름으로 해설도 써 붙였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a*******2 2024.08.06.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eBook 구매
메리 수를 죽이고
"메리 수를 죽이고" 내용보기
이 작가님 진짜 특이하다. 근데 소설은 또 재밌다. 어둠 속의 기다림을 읽고 반해서 다른 책도 하나하나 찾아보는데 이 소설은 오츠이치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그에 대해 좀 알게 된 다음 작가 목록만 봐도 그 특이함을 느낄 수 있다. 첫 번째는 '사랑스러운 원숭이의 일기'인데 주인공이 자기 이름을 쓰는 장면에서 자신의 이름에 대한 감상을 말할 때, 너무 전형적인 일본 라이트
"메리 수를 죽이고" 내용보기

이 작가님 진짜 특이하다. 근데 소설은 또 재밌다.

어둠 속의 기다림을 읽고 반해서 다른 책도 하나하나 찾아보는데

이 소설은 오츠이치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그에 대해 좀 알게 된 다음 작가 목록만 봐도 그 특이함을 느낄 수 있다.

첫 번째는 '사랑스러운 원숭이의 일기'인데

주인공이 자기 이름을 쓰는 장면에서 자신의 이름에 대한 감상을 말할 때,

너무 전형적인 일본 라이트 노벨 문체가 생각나서 좀 웃었다.

m******g 2022.10.26.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eBook 구매
메리 수를 죽이고
"메리 수를 죽이고" 내용보기
설국, 라쇼몬, 풀베개 같은 일본 작가들의 문장에 빠져있는 요즘입니다. 그런 흐름으로 요즘 작가의 글도 읽어보고 싶어서 꽤 잘 나가는 듯 싶은 책이라 선택했습니다. 개인적으론 굉장히 재밌게 읽었습니다. 내용도 좋고, 문장도 꽤나 마음에 드네요. 특히 잉크병의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 인생에도 알게모르게 작동한 그 잉크병 같은 것들이 있어왔겠죠.   정말 사소한 계
"메리 수를 죽이고" 내용보기

설국, 라쇼몬, 풀베개 같은 일본 작가들의 문장에 빠져있는 요즘입니다. 그런 흐름으로 요즘 작가의 글도 읽어보고 싶어서 꽤 잘 나가는 듯 싶은 책이라 선택했습니다.

개인적으론 굉장히 재밌게 읽었습니다. 내용도 좋고, 문장도 꽤나 마음에 드네요.

특히 잉크병의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 인생에도 알게모르게 작동한 그 잉크병 같은 것들이 있어왔겠죠.

 

정말 사소한 계기가 인생을 전혀 다른 곳으로 데려다 줄 수 있다는 그런 내용이 기분 좋았습니다.

y***1 2021.12.14.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eBook 구매
잼있어요
"잼있어요" 내용보기
단편집입니다.. 잼있습니다...희망적인 이야기도 있지만 하드코어한 부분도....표현이 잔인하지는 않은데 생각해보면 너무 무섭고 소름끼치는 이야기들이 실려있네요...특히 에바마리크로스는...장편으로도 되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소년 무나카타와만년필사건은 무나카타가 나중에 성인이 된 후의 이야기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구요...되게 좋았습니다..ㅎㅎㅎ
"잼있어요" 내용보기



단편집입니다.. 잼있습니다...
희망적인 이야기도 있지만 하드코어한 부분도....
표현이 잔인하지는 않은데 생각해보면 너무 무섭고 소름끼치는 이야기들이 실려있네요...
특히 에바마리크로스는...장편으로도 되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소년 무나카타와만년필사건은 무나카타가 나중에 성인이 된 후의 이야기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구요...
되게 좋았습니다..ㅎㅎㅎ


YES마니아 : 로얄 t******3 2019.05.19.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eBook 구매
메리 수를 죽이고
"메리 수를 죽이고" 내용보기
오츠 이치를 너무너무 좋아한다.첫 작품 때부터 찾아가며 읽었다.zoo, goth 등 기괴하고 음산한 단편 소설들이 나의 마이너한 감성을 채워주었다.하지만 언젠가부터 오츠 이치의 신작이 나오지 않게 되어 아쉬었는데,이번에 메리 수를 죽이고라는 작품이 나와 얼른 구입했다.메리 수를 죽이고는, 오츠 이치가 다른 필명으로 쓴 작품들과 오츠 이치의 작품이 실린 단편이다.필명에 따라 문
"메리 수를 죽이고" 내용보기

오츠 이치를 너무너무 좋아한다.

첫 작품 때부터 찾아가며 읽었다.

zoo, goth 등 기괴하고 음산한 단편 소설들이 나의 마이너한 감성을 채워주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오츠 이치의 신작이 나오지 않게 되어 아쉬었는데,

이번에 메리 수를 죽이고라는 작품이 나와 얼른 구입했다.


메리 수를 죽이고는, 오츠 이치가 다른 필명으로 쓴 작품들과 오츠 이치의 작품이 실린 단편이다.

필명에 따라 문체와 글의 분위기 자체가 확 달라지는데, 과연 천재 작가구나 싶다.

어느 단편 하나 빼놓을 수 없을 만큼 괜찮았다.

다른 필명으로 쓴 단편 소설들도 다 재미있게 봤지만, 그래도 역시 오츠 이치의 감성을 살린 음산한 글을 보고 싶다.

주나 고스 같은 작품이 또 나왔으면 좋겠다.


YES마니아 : 골드 b******y 2019.01.26.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메리 수를 죽이고
"메리 수를 죽이고" 내용보기
오쓰이치 외, 김선영 역, [메리 수를 죽이고], 비채, 2018.Otsuichi, [MEARISU WO KOROSHITE](GENMU KOREKUSHON), 2016.   작년 말과 올해 초에 이어서 읽은 책이다. 오쓰이치는 일본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들어본 이름 중의 하나인데, 드디어 그를 만났다. 누군가는 특유의 잔혹함(?)이 없어서 오쓰이치가 맞느냐는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단 한 권으로 작가를 평가할 수 없지만, 여
"메리 수를 죽이고" 내용보기

오쓰이치 외, 김선영 역, [메리 수를 죽이고], 비채, 2018.

Otsuichi, [MEARISU WO KOROSHITE](GENMU KOREKUSHON), 2016.

 

  작년 말과 올해 초에 이어서 읽은 책이다. 오쓰이치는 일본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들어본 이름 중의 하나인데, 드디어 그를 만났다. 누군가는 특유의 잔혹함(?)이 없어서 오쓰이치가 맞느냐는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단 한 권으로 작가를 평가할 수 없지만, 여기에는 따뜻함과 힐링이 있어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환몽 컬렉션'이라는 부제와 함께 오쓰이치 외에 다른 이름이 보이는데, 같은 작가의 다른 필명이라고 한다. 이름을 다 기억하지 못하는 복잡함으로...;; 소설 [메리 수를 죽이고]는 7개의 단편 모음이다.

 

  사랑스러운 원숭이의 일기

  염소자리 친구

  소년 무나카타와 만년필 사건

  메리 수 죽이기

  트랜스시버

  어느 인쇄물의 행방

  에바 마리 크로스

 

  살면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는 경험, 전환점이 되는 사건이 있는가? '사랑스러운 원숭이의 일기'는 친구들과 약에 취해 버둥거리고 있을 때,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품으로 잉크병이 전해진다. 어린 시절에 훌쩍 사라진 아버지의 사연은 죽음조차도 무덤덤하였지만, 잉크를 가지고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사소한 것으로 시작된 변화와 성장의 기회였다. '메리 수 죽이기'는 현실의 도피처로 창작물의 세계에서 꿈꾸는 캐릭터를 만들어 낸다. 동아리 선배의 조언으로 자기 글을 쓰기 위해 메리 수를 죽이기 시작하는데, 부족한 현실을 채우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가상의 세계가 아니라 현실에서 행복을 찾는다. 메리 수는 일본에서 2차창작 관련 용어 중 하나로, 작가의 소망이 불쾌할 정도로 투영된 오리지널 캐릭터를 가리킨다.

 

  나는 몇 년 전, 잉크병 뚜껑을 열고 글씨를 쓰고 싶어졌던 순간의 충동을 떠올렸다. 나는 잉크병 뚜껑을 열었다. 동시에 글씨를 쓰고 싶어졌다. 글을 풀어내고 싶어졌다. 글을 쓰고 싶다는 충동이 갑자기 생겨나다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어쩌면 성장이란 시간의 흐름이 가져오는 필연일지도 모른다.(p.23)

 

  2차창작소설은 내게 인간관계 그 자체였다. 사이토 로빈슨이나 사이온지 선배, 신도 선배처럼 <천개의 문> 필자들과 화제를 공유하고, 난생처음으로 내가 속해도 될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메리 수를 쫓아내야만 한다. 내 문장에서. 내 소설에서. 메리 수라 불리는 소녀, 그 개념적 존재를 죽여서 지워내지 않는 한, 나는 성장할 수 없다.(p.187)

 

  학교 폭력과 따돌림의 문제, 피해 학생은 자살이 아닌 가해자를 살해한다. '염소자리 친구'는 살인자를 벽장 안에 숨겨주는데, 그동안 당한 아픔을 외면했기에 그 순간만큼은 함께하고 싶었나 보다. 모진 고교 생활에서는 희생양이 필요한 것일까? 살인사건의 진실은 다른 곳에 있다. '소년 무나카타와 만년필 사건'은 냄새나고 불우한 소년이 반에서 일어난 만년필 분실과 따돌림 사건을 한 방에 해결한다.

 

  일 년에 한 번, 사제가 두 마리의 숫염소를 골라 한 마리를 신에게, 나머지 한 마리를 아사셀에게 바친다. 신에게 바친 염소는 속죄에 사용할 피를 얻기 위해 도살한다. 다른 한쪽, 아사셀에게 바친 염소는 사제가 모든 사람들의 죄를 고백한 뒤에 죄를 짊어지워 황야로 추방한다.(p.93)

 

  무나카타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우리 학교로 전학을 왔는데 지금까지도 친구가 없다. 그가 미움을 받는 이유는 명확한데, 가까이 다가가면 악취가 나기 때문이다. 며칠씩 목욕을 안 하는지 머리카락은 기름으로 번들거리고 손톱 사이에는 새까만 때가 껴 있었다. 옷은 누레서 누가 봐도 며칠, 어쩌면 몇 주는 빨지 않은 것 같았다. 자리를 바꿀 때 그 옆에 앉게 된 여학생이 울음을 터뜨리는 바람에 무나카타가 쩔쩔 매기도 했다.(p.130)

 

  '트랜스시버'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쓰나미로 아내와 아이를 한꺼번에 잃은 남자의 그리움에 관해서이다. 술에 취해 잠들었을 때, 아들의 트랜스시버에서 아빠를 찾는 목소리가 들린다. 마음속에는 죽은 아내와 아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어느 인쇄물의 행방'은 3D 프린터 기술의 미래를 말하는데, 기술적인 가능성 외에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에바 마리 크로스'는 인체 악기가 등장하는데, 사라진 연인의 목소리가 분명하다.

 

  지진과 쓰나미의 영향으로 노심이 융해된 후쿠시마의 원자력발전소에서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쏟아져 나왔다. 눈에도 보이지 않고,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하게 정의를 내리지 못한 채로 우리는 지금까지 살아왔다. 막연하고 어렴풋한 불안을 끌어안은 채로, 뭐 괜찮겠지, 하고 암시를 걸며 공기를 마시고 있었다.

  "경계란 항상 모호해요. 각자 자기만의 현실 인식에 따라 믿는 것을 스스로 정의해갈 수밖에 없죠."(p.224)

 

  "그럼 책도 3D 프린터로 만들면 될 텐데."

  그의 제안을 풀어 말하면 이러하다. 자택에 제본용 3D 프린터와 책의 재료를 보관해두고 읽고 싶은 책의 데이터를 다운로드한다. 전자책처럼 텍스트만 담긴 데이터가 아니라 장정이나 재질 등 단행본을 구성하는 모든 정보가 담긴 데이터다. 그것을 3D 프린터로 출력한다. 펄프 입자나 그와 비슷한 재료를 차곡차곡 겹쳐 활자가 인쇄된 종이로 묶은 책을 집 안에서 손쉽게 만든다는 뜻이다. 그 방법이라면 공장 생산으로는 실현할 수 없었던 복잡한 장정도 가능해진다. 전자서적과는 달리 묵직한 책으로 수중에 남을 것이다.(p.248)

 

  "정말 있었어. 그걸 만져도 보았고, 품에 안아보기도 했네. 묘하게도 은근히 따스하고 마치 피가 통하는 것처럼 보드라웠어. 품에 안고 있으면 웅크린 아이를 안고 있는 것처럼 이상한 기분이 들었네.(p286)

 

  오쓰이치라는 이름을 대표로 해서 모인 환몽 컬렉션은 종합선물세트를 떠오르게 한다. 성장동화, 판타지, 스릴러, 추리, SF, 호러, 괴담... 등 다양한 장르를 경험할 수 있다. 단편 소설인데도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끝을 분명하게 매듭지어서 좋았다. 과연 작가의 상상력은 이런 것이구나... 라는 감탄이 나올 정도로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기도 했고, 현실의 아픔을 함께 이야기해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잉크병 하나로 변화와 성장을 시작하게 된다는 '사랑스러운 원숭이의 일기'가 가장 선명하게 떠오르는데, 현실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조언이 아닌가 싶어서이다.

c****k 2019.02.2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