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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re* : 내가없다면-애덤해즐릿
"Book-re* : 내가없다면-애덤해즐릿" 내용보기
이야기는 눈이 수북이 쌓인 겨울의 한적한 오두막에서지금 일어난 일을 도저히 믿을 수 없어 갈팡질팡하다 이웃집 남자에게 도움을 청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도대체 이 외딴 오두막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정해진 학교, 부모가 정해준 결혼.남들과 똑같은 인생이 싫어 영국으로 떠난 미국여성 마거릿은미국남자와 달리 반듯해 보이는 영국남성 존과 만나 사랑에 빠진다
"Book-re* : 내가없다면-애덤해즐릿" 내용보기

 

이야기는 눈이 수북이 쌓인 겨울의 한적한 오두막에서

지금 일어난 일을 도저히 믿을 수 없어

갈팡질팡하다 이웃집 남자에게 도움을 청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도대체 이 외딴 오두막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정해진 학교, 부모가 정해준 결혼.

남들과 똑같은 인생이 싫어 영국으로 떠난 미국여성 마거릿은

미국남자와 달리 반듯해 보이는 영국남성 존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이 결혼한 지 얼마 후

갑작스레 존이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고

마거릿은 선택의 기로에서 결국 존과 함께하기로 한다.

두 사람 사이에서 세 자녀가 태어난다.

의례 나이차가 있는 손위형제들이 그렇듯

형 마이클과 누나 실리아는 막내인 앨릭을 따돌려 언제나 그를 슬프게 한다.

마거릿은 둘째와 셋째와는 어울려주지만

첫째를 불편해하는 남편이 못마땅하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항상 괴물의 존재를 느끼고 있는

비슷한 존재인 서로를 멀리하던 아빠와 아들.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던 존은

가족의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자살하고

이를 계기로 아빠를 피해 떠나있던 마이클은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만 그 역시 존과 같은 상태에 이른다.

처음으로 약을 처방받고 난 이후로

과다복용에 따른 만성과 새로운 약처방이 이어진다.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으면

참을 수 없는 불안에 빠지는 마이클.

기억과 판단력에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세월이 흘러 오빠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돕는 상담사가 된 실리아와

정치저널리스트가 된 앨릭.

서서히 중년이 되어가는 이들 형제지만

마이클 문제에 있어서만은 언제나 제자리상태다.

정체성에 따른 깐깐한 어른으로 자란 앨릭은 마이클이 자립은커녕

홀로 사는 엄마의 재정까지 위험에 빠뜨리는 상황이 참을 수 없다.

실리아는 몇 년을 함께하는 애인이 있지만 현재 상황에선

결혼은 생각할 수도 없다.

실리아와 앨릭,

마이클이라는 짐을 함께 나눠지고 있는 두 사람은

그들 중 누구 하나가 먼저 발을 빼게 될까 항상 두려워한다.

마이클과 앨릭,

사랑하는 이를 찾지 못하고 외로운 사이라는 것에 안도한다.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내보려던 마이클이 몇 달 만에

최악의 상황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때

걱정이 많은 엄마도 앨릭의 계획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최소한의 약만 챙겨 떠난 두 형제만의 오두막 여행.

앨릭은 하루하루 형을 독려하며 약을 줄여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잘 숨겨뒀다 생각한 술을 마시는 형을 외면한 다음 날 아침.

동생은 서늘한 주검이 되어버린 형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괴물을 품고 사는 이의 처절한 생존의 몸부림이자

그를 괴물에게서 빼앗기지 않으려는 한 가족의 연대기이다.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은 사라지고

끝없이 상황은 점점 악화되는 가운데

그런 가족을 외면할 수도, 혼자만 행복해질 수도 없는 나머지 가족들.

정상이 아닌 상태에서도 가족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친 그가 남기고 간 흔적들 속에서

가족들은 새로 살아갈 힘을 얻는다.

결국 떠난 이는 모든 짐을 짊어지고 떠났다.

남겨진 가족들은 슬픔과 동시에 평안도 찾아왔다.

그리고 유난히 자신의 행복에 엄격했던 앨릭의 행보에 안도한 나를 발견한다.

 

w.125:16 나는 살인자다. 그게 내 정체다. 난 삶을 훔치고 있다. -마이클

e******7 2018.12.2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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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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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소개하기 전 난 이런 생각에 잠기게 된다.내가 없다면 살아갈 수 있을까...삶의 대한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히며 계속 살아야할까?!우울한 사람과 결혼을 지속한 것에 대한 잘못된 생각으로 후회가 온다...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이 책은 우울증으로 인해 가족들을 파국으로 몰고 가게 만들며 사랑의 대한 한계와 우울증에 대한 무서움을 알려주는 장편소
"내가 없다면" 내용보기

이 책을 소개하기 전 난 이런 생각에 잠기게 된다.

내가 없다면 살아갈 수 있을까...

삶의 대한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히며 계속 살아야할까?!

우울한 사람과 결혼을 지속한 것에 대한 잘못된 생각으로 후회가 온다...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은 우울증으로 인해 가족들을 파국으로 몰고 가게 만들며 사랑의 대한 한계와 우울증에 대한 무서움을 알려주는 장편소설이다.


우울증으로 인한 삶은 비참하고 암울하다.


한번 그 빛을 잃게 된다면 헤어나오지 못하며 유리병에 갇히며 혼자서 부정적인 생각에만 갇히게 된다.


이런 기분을 알기에 주인공 존의 마음을 알 것 같다.


그런다고 전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모습이 언젠가 내 모습이 될 거 같아서 염려가 될 때가 많았다.


어떤 내용으로 흘러가는데 이렇게 걱정반 이해반 하며 여러 생각을 하게 하는 건지 알아보기 위해 줄거리부터 알려주겠다.


☆ 맛보기 줄거리 ☆


- 미국인 마거릿은 영국에 들어가면서 영국인 존을 만나 연애를 하는 도중 존의 과거를 듣게 된다. 그는 예전부터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며 병원에 자주 들렸다고 한다. 그것을 알아도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우울증이 시달리며 병원에 자주 간 마거릿은 그의 모습을 보며 그의 곁을 지키며 간호를 해주었다. 마거릿이 정성껏 간호해준 덕분에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갑자기 행동을 틀리게 하며 하는 것이 낯설였지만 그의 모습을 좋아한 마거릿은 결혼까지 하게 된다. 우울증은 그 때 다 나은 걸로 알았는데...사업 실패 이후 또다시 우울증 재발이 시작되었다. 예전보다 더욱더 안 좋아졌다. 그래서 결국 존은 자살을 선택한 채 그의 가족은 한동안 슬픔에 잠기게 되며..


앞으로 마거릿의 가족은 


다시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궁금하게 된다.


초반부터 어두운 내용이라 읽기 힘들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은 단지 우울과 마거릿과 존의 사랑의 한계에 대한 것이 현실에서도 자주 있는 일이라는 것을 이 책에서 들여다보게 된다.


남의 얘기로 본다면 이해가 잘 되지 않을 수 있다.


사업실패로 인해 극심하게 찾아온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건 나와의 싸움이자 그 어둠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없었던 존..


한번 우울증에 안 좋아지면 그 우울에서 벗어나기가 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다시 일어선다는 생각을 하면 주변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 있다.


가족만 등진 채 혼자만 결정하고 난 아무것도 못한다는 이유로 책임을 져버린 존의 모습은 미우면서도 안타깝다..


이런 모습을 사랑하며 결혼까지 한 마거릿도 불쌍하다.


이렇게 심했다면 결혼까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점을 보면 어떤 사람을 만나든 가정환경과 그의 상태를 보며 앞으로 이 사람과 결혼해서 행복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사람이 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인생은 달라질 수 있다.


각 인물의 처지와 행동들을 섬세하게 잘 표현하고 있어서 아무리 초반이 어두운 면이 있다고 해도 언젠가 희망이 보일거라는 기대감에 더욱더 빠지게 된다.

YES마니아 : 로얄 d*****2 2018.12.1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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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해즐릿 『내가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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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해즐릿의 『내가 없다면』은 '우울'이라는 괴물에 지배당한 한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마거릿은 존과의 결혼을 앞두고 존의 우울증과 대면하게 된다. 존과 결혼하여 세 명의 아이를 낳고 살지만 존의 우울과 무기력함은 더 이상  존 혼자만이 짊어진 짐이 아니다. 심지어 큰아들 마이클에게까지 이어져 다섯 가족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애덤 해즐릿은 다섯 가족 각자의
"애덤 해즐릿 『내가 없다면』" 내용보기

 

애덤 해즐릿의 『내가 없다면』은 '우울'이라는 괴물에 지배당한 한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마거릿은 존과의 결혼을 앞두고 존의 우울증과 대면하게 된다. 존과 결혼하여 세 명의 아이를 낳고 살지만 존의 우울과 무기력함은 더 이상  존 혼자만이 짊어진 짐이 아니다. 심지어 큰아들 마이클에게까지 이어져 다섯 가족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애덤 해즐릿은 다섯 가족 각자의 시점으로 불안과 우울에 잠식당한 가족들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풀어낸다. 

우울과 불안이라는 소재만으로 내가 이 소설에 빠져들 것이라는 건 1 더하기 1은 2라는 것만큼이나 당연한 것이었다. 영화나 소설 속에서 우울감에 빠져있는 인물들을 대면하면 그 인물의 비중에 상관없이 대책 없이 빠져들곤 했었기에 '<타임>, <월스트리트저널>, BBC 올해 최고의 소설'이라는 타이틀들이 크게 배신하지 않는 이상 『내가 없다면』은 딱 내 소설이라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아니, 소설에 관한 아무런 사전 정보가 없었다 하더라도 『내가 없다면』이라는 제목 만으로도 충분히 이끌렸을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없다면』은 책을 펼치기도 전에 이미 나를 매료시키는 요소들이 넘치게 많았다.

 

 

 실리아가 허리를 곧추세우고 앉아 눈을 닦고 나서야 아이가 울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내 말은 칼과 같아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벤다. 실리아를 달래려고 몸에 손을 대면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고, 더 심한 거짓말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생각을 무시하고, 옆에 가서 실리아, 내 딸의 어깨에 한 팔을 둘렀다. 그러자 아이는 내 축축한 셔츠에 얼굴을 묻고 펑펑 울었다.

 나는 살인자다. 그게 내 정체다. 난 삶을 훔치고 있다. p. 125

 

 

가랑비에 옷 젖는 소설이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을 만났다는 반가움에 감정을 조절하며 읽어야 한다는 걸 그만 잊고 말았다. 애덤 해즐릿이 잔잔하게 건네는 이야기에 쌓여 무너져버렸다. 아니 압사당했다고 하는 게 더 맞는 표현일까? 서로를 위해 견디고 기다리는 우울증을 가지고 있는 가족들의 고통과 사랑이라면 알 것 같기도 하지만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감정을 끝없이 두드린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감정의 범위를 단숨에 넘어버리지만 그게 바로 애덤 해즐릿이 건네는 이 소설의 매력이다.

아버지의 병이 아들에게 이어지고 우울이 그들을 잠식해버리지만 이상하게도 『내가 없다면』을 읽으면서 전혀 다른 분위기와 감정을 이야기하는 영화 <어바웃 타임>이 떠올랐다. 개인적으로 <어바웃 타임>에서 가장 마음이 가는 캐릭터는 여동생 킷캣이었다. 나에게 <어바웃 타임>은 팀과 메리의 사랑보다, 팀과 아빠의 사랑보다, 팀과 킷캣의 사랑이 더 마음을 끌었었는데 존과 마이클을 걱정하고 지키려는 가족들을 보면서 팀과 킷캣을 자주 떠올렸다. 두 작품이 건네는 감정은 서로 다르지만 동시에 건네는 '아름다움'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세상이 우릴 죽이고 싶어 할 때는 내 자신을 조금 죽이는 예방 주사를 맞아야 해요. p.150



<어바웃 타임>의 킷캣처럼 특유의 우울함으로 나를 걱정인형으로 만들었던 소설 속, 영화 속 인물들이 몇몇 있다. 오래도록 그들을 품으며 그들의 안부를 궁금해하기도 하는데 『내가 없다면』의 경우 실로 오랜만에 작품 속 모든 인물들이 각자의 감정들로 나를 사로잡았다. 캐릭터들과 감정, 스토리 등 많은 이야기들을 이 책을 읽은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애덤 해즐릿이 소설 밖에서 건네주는 이야기들도 듣고 싶은데 책에 작가의 말이 없는 건 큰 아쉬움이다. 클릭 몇 번이면 독서 시작도 전에 소설의 스토리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지만 되도록 사전 정보 없이 애덤 해즐릿이 전해주는 가랑비에 옷이 젖고 무수한 감정들에 압사당하는 경험을 해보길 바란다. 그런 마음에 서평에서 많은 이야기를 펼치지 못했다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크지만 블로그 밖에서 이 책에 관한 많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으면 좋겠다. 

p******w 2018.12.1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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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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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다면 #애덤해즐릿 정밀한 문장과 입체적 캐릭터로 완성한 상실과 상흔의 연대기캐릭터를 구축하는 식스센스를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 -<LA타임스> 도서상을 수상하고, 퓰리처상과 전미도서비평가협회 최종 후보에 오른 <내가 없다면>.작가 애덤 해즐릿은 도서 <내가 없다면>을  '한 가족의 러브스토리'라고 했다. 이 책은 정신 질환에 시달리는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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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다면 #애덤해즐릿


정밀한 문장과 입체적 캐릭터로 완성한 상실과 상흔의 연대기

캐릭터를 구축하는 식스센스를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 -



<LA타임스> 도서상을 수상하고, 퓰리처상과 전미도서비평가협회 최종 후보에 오른 <내가 없다면>.
작가 애덤 해즐릿은 도서 <내가 없다면>을  '한 가족의 러브스토리'라고 했다.

이 책은 정신 질환에 시달리는 주인공과 그 가족의 애달픈 삶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형이 죽었다는 이야기로 시작하여 이 소설의 주인공인 존과 마거릿의 1960년대 연애시절로 시간이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 졸업하고 영국으로 간 마거릿은 존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결혼을 앞둔 어느 날 존이 정신적인 이유로 병원에 입원한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마거릿은 존의 곁을 지키며 결혼한다. 17년 뒤 세 엄마의 아이가 되었지만, 존의 상태가 언제 나빠질지 몰라 신경에 곤두서게 되고, 존을 빼닮은 첫째 아들 마이클, 딸 실리아, 막내 아들 엘릭으로 구성된 다섯 식구의 시선이 교차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이 책의 묘미는 저자의 정밀한 문장으로 정신 질환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지 그리고 주변 사람이 감내해야하는 고통의 무게까지 생생하게 전달한다.

우리는 애달픈 사람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기억이란 게 그저 과거를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고 그게 어떤 느낌인지 인식하는 것이라고 생각 한다면, 그 과거를 야기한 뭔가가 작동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인간의 마음이 부리는 술수를 통해 물체가 앞으로 나아가는 광경을 보다 보면, 그걸 통해 시간의 흐름이 보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 생각을 하자 차와 제트기의 비정상적으로 빠른 속도가 인간의 마음에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눈앞에서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보는 기이한 느낌을 차단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시간이 흘러 생긴 결과물인 조각상이나 화분에 키우는 식물같은 상징으로 시간의 흐름을 편집하고 축소해 그것을 고정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서로를 잘 모르고 아직도 서로를 알아가는 중이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처음처럼 서로에 대한 호기심이 크거나 거기에 매력을 느끼진 않지만, 그래도 그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남아 있다. -마거릿
존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 차릴 수 없을 지는 몰라도, 그는 내게 손을 내민다. 그럴때면 연애 초기처럼 또다시 마음이 한없이 설렌다. 내가 그를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면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마거릿

 

마거릿은 점점 나약해져 가는 존을 보며 실망하기도 하지만, 자기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으니까 세 아이를 낳고 함께 살아간지 20여년이 되는 부부 사이임에도 설레임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 괴물에 맞서면서 나는 항상 의미를 원했다. 의미 그 자체를 원해서 그런 건 아니다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누가 일일이 의미를 의식하며 살겠나? 의미란 삶에 내재된 것으로, 살다 가끔 깨달으면 그걸로 족한 것이다. 하지만 괴물이 당신의 머리 뒤쪽에 깔때기를 꽂고 당신의 눈을 통해 들어온 빛을 다 빨아내 망각의 아가리로 처넣는 상황에서는그럴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불구자처럼 다른 사람들의 자신이 가진지도 눈치채지 못하는 것, 즉 일상의 의미를 열망하고 있다.


내 삶을 끝내고 싶을 정도로 고통받는 시간, 그리고 견디기 버거워 세상과 이별을 결심하면서 가족들과 이별을 준비하는 이의 감정선이 책의 몰입도를 높이는 한편 나를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누군가에게는 헛되이 흘러 보내는 시간, 그리고 일상이 어떤 이에게는 그토록 염원하는 하루라는 것을. 소위 일상의 행복이라고 말하는 것들도, 누군가에게는 사치일 수도 있다. 저자의 책에 매료되며 편하게 책을 볼 수 있는 이 시간이 새삼 소중하고 감사하게 다가온다.

<내가 없다면>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희생의 댓가를 치른다 할지라도,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가족의 심정을 현실감있게 묘사했다. 비단, 정신분열증으로 고통받는 사람 뿐만아니라. 여느 질병이라도 투병 시기가 길어지거나 고통의 한계에 부딪히면, 나약해지고 예민해지는 환자 그리고 그 사람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가족의 마음은 다 똑같을 것이다.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버릴 수 없는 기대까지...  비극적인 상황속에서 현실적인 답을 찾으려 노력하는 이들의 모습은 눈을 떼기 어려운데 가족의 의무와 사랑 그리고 가족의 본질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책이다.

 


 

 

p******2 2018.12.1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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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없다면_ 그럼에도 우리는 가족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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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족에게 몰아닥친 우울증이라는 병이 할퀴고 간 상처와 극복의 정서들! 어둡지만 비극적이지 않고, 슬프지만 따뜻한 감동이 있는 사람 사는 이야기!     나는 살인자다. 그게 내 정체다. 난 삶을 훔치고 있다. / 125p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그날, 엄마의 표정이 내 머릿속에 들러붙어 좀처럼 떨쳐낼 수가 없었다. "괜찮은 줄 알았는데, 직장으로 암이 퍼졌다네." 불과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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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족에게 몰아닥친 우울증이라는 병이 할퀴고 간 상처와 극복의 정서들!

어둡지만 비극적이지 않고, 슬프지만 따뜻한 감동이 있는 사람 사는 이야기! 

 

 

 

나는 살인자다. 그게 내 정체다. 난 삶을 훔치고 있다. / 125p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그날, 엄마의 표정이 내 머릿속에 들러붙어 좀처럼 떨쳐낼 수가 없었다. "괜찮은 줄 알았는데, 직장으로 암이 퍼졌다네." 불과 2년 전에 자궁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했던 엄마는 자신의 몸에 또 다른 암세포가 번지고 있었음을 꽤 담담하게 말했다. 회사에 취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조금 모아놓은 월급을 엄마의 첫 수술에 고스란히 보탰던 나는 2년 뒤, 학자금 대출 상환을 목전에 두고 다시 또 엄마의 수술 비용을 대어야 할 것이란 생각에 당장 엄마의 아픔보다 내 앞일이 더 막막했던 것 같다. 아버지는 당시 무너진 회사를 수습하느라 엄마를 제대로 돌볼 여력이 없었고, 직장과 병원을 오가며 고군분투 해야만 했던 나는 마치 내가 그 질병을 얻기라도 한 것처럼 속절없이 무너졌다. 그렇게 엄마의 아픔은 나에게로까지 전이되었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상처와 상흔이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당신 몸의 아픔보다 가족이 짊어져야 할 무게에 더 숨막혀했던 것 같다. 자신이 가족 모두에게 짐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니 삶을 망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염려해 하던 그 자괴감을 무엇으로 다 말할 수 있을까. 소설 속의 존과 마이클이 그러했던 것처럼.

 

 

 

당신이 최선을 다해 가족들을 사랑했다는 점을 알아두세요

 

 

   <내가 없다면>은 우울과 불안이라는 강박에 시달리는 가족을 둔 한 가정의 상처와 극복과정을 담아낸 소설이다. "일이 생겼어요. 제 형에게요." 입 밖으로 꺼내버리는 순간 형에게 닥친 비극이 현실이 되어 버릴것 같은 두려움에 휩싸인 앨릭, 비상사태 직전에 연결되지 못한 담당의사의 음성사서함을 통해 형인 마이클에게 닥친 비극이란 것이 곧 죽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독자를 흥분과 충격에 빠져들게 하는 도입부는 이미 그 어느 소설보다도 강렬하다.

 

 

 

   흥미롭게도 소설은 곧장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엄마인 마거릿의 시점에서 다시 출발한다. 여느 미국 여자들처럼 어느 정도의 나이에 이르면 사교계에 데뷔하고 적당한 남자를 골라 결혼을 하는 전형적인 삶을 뒤로하고 영국으로 떠났던 그녀는 그곳에서 영국식 예의범절과 형식을 중시하는 존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미국적 사고관을 가진 여자, 영국식 사고관을 가진 남자의 만남은 서로가 너무나 달랐기에 마음을 이끌기에 충분했고, 결국 영원을 맹세할 날만을 앞둔 어느 날 존이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만다. 마거릿은 그가 이미 한 번의 병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되돌리기에는 늦어버렸을 만큼 그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로부터 17년 동안 언제 재발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마이클, 실리아, 앨릭을 낳아 가정을 이룬다. 하지만 예정된 불안은 언제고 마주하게 될 운명이었을까. 우울증이라는 괴물은 존을 끊임없이 따라다녔고 마침내 일상이 뒤틀리고 가족 모두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 지경에 이르게 된다.

 

 

 

   소설은 우울증에 시달리는 존의 강박 증세를 매우 섬세한 필치로 묘사해냄으로써 마치 괴물과도 같은 그 존재가 한 개인 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에게 어떤 방식으로 전이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스스로를 가족의 삶을 망가뜨리는 살인자에 비유하며 점점 자신이 존재하는 현실과 아이들을 분리시키려는 준비를 하는 모습을 비롯하여, 괴물이 마침내 아들인 마이클에게로까지 손길을 뻗는 모습에 가족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로 자살을 선택하는 모습은 비극적이지만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속을 알 수 없는 사랑스러운 아이가 내 눈앞에서 털갈이 같은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런던의 그 병원에 있는 작고 낯선 방에서 그 의사가 내게 아니라고, 어떤 인생을 살게 될지 재고해보고 싶을지도 모르겠다고, 결혼을 연기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다면, 그 의사가 내게 존을 사랑하는지 묻지 않았다면,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 일어났을 가능성도 있다. 마이클이 태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마이클이란 말을 혼자서 수도 없이 되뇌다 보면 그 의미가 사라져버리지만, 내 첫 아이의 신비는 마이클 외에 그 어떤 말로도 나타낼 수 없다. / 55p

 

 

이제 아이의 눈에서 날 동정하지 않으려고 얼마나 애를 쓰고 있는지가 보였다. 이게 바로 내가 식구들에게 하고 있는 짓이다. 끝도 없이 계속. 그러다 지금 앨릭의 얼굴이 그렇듯 식구들의 얼굴은 날 고문하기 위해 야수가 사용하는 가면이 된다. 옛날에는 앨릭을 위해 이야기들을 지어내 들려주면서 내 목소리로 앨릭을 지켜줬다. 유령들로부터 앨릭을 보호했다. 이제는 내가 앨릭의 집에 갇힌 유령이 돼버렸다. / 114p

 

 

 

 

  가족과 자신을 위한 선택이었으나 애석하게도 아버지의 자살이 가족 전체에 미치는 트라우마는 모두의 삶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회복되지 않는 가난, 서로를 돌봐야 한다는 연대 의식이 낳는 피로감, 타인의 감정에 적극적으로 기대지 못하는 데에서 비롯되는 외로움까지. 특히 아무리 가족이라 하여도 오빠마저 상태가 바닥을 치는 광경을 보며 자신의 몸부터 사릴 수밖에 없게 되는 이 지난한 현실에 대한 실리아의 고백들은 굉장히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의 우울 증세가 맏아들인 마이클에게 유전되는 이 비극을 어떻게 해서든 바로잡아 가족 모두가 안정되기를 소원하는 마거릿,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충분한 애정을 받지 못해 더 깊은 우울과 불안에 사로잡히는 와중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려고 했던 마이클,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가족의 정서적 불안을 최대한 돌보며 치유하고자 애썼던 실리아, 가장 이기적인 성격이지만 종래에는 형의 고통을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극복하게 하려 했던 막내 앨릭까지. 우울증과 불안으로 고통 받는 가족의 상처를 모두가 감내하고 함께 치유하려는 이러한 시도들은 깊은 감동을 준다.

 

 

 

마이클도 메신저백에서 10달러 지폐를 꺼내서 수줍게 내밀었다. 앨릭은 보지도 않고 그 돈을 받아서 같이 셌고 그 모습을 실리아가 테이블 맞은편에서 보고 있었다. 앨릭은 현금을 지갑에 넣고 계산서 위에 비자카드를 놓고, 계산서 덮개를 덮은 후에 테이블 가장자리로 밀었다. 나는 계속 신용카드를 쥐고 있었지만 앨릭이 무시했다. 좀 덜 비싼 곳으로 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날 좋은 곳에 데려와서 대접하고 싶어하는 마음은 고맙지만, 솔직히 집에서 먹었더라면 좀 더 마음이 편했을 것이다. / 232p

 

 

한 번이라도 진정한 공포를 겪어본 사람이라면 그의 마음속에 구체적인 두려움의 대상이 있는 게 아니라 마음 자체가 공포로 꽉 차서 자신이란 존재가 공포 자체란 걸 깨닫게 된다. 내가 지금 이렇게 공포를 표현하려는 헛된 노력을 하는 이유는 이것 말고 다가올 1초 1초를 달리 어떻게 견뎌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두려움으로 가득 찬 삶의 조건이다. 결코 끝나지 않을 이 두려움의 순간들로부터 탈출하고 싶다는 간절하고 절박한 소망으로 가득한 이 삶. / 316p

 

 

마이클이 우리 곁은 떠났다고 해서 우리가 그를 구하려는 노력을 멈춘 건 아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알게 된 것이다. 그 노력은 줄어들었지만 사라지진 않았다. 그건 우리가 겪는 혼란의 일부이자 동기 없는 활동이 됐지만 어쨌든 기이하게도 그 나름대로 계속 이어졌다. / 419p

 

 

 

 

 

   '내게 상담하러 오는 여자들과 그들의 애인이나 남편, 아이들이 있는 사람들. 그들의 관계는 무너지고 있어. 돈 때문이든 정신적인 문제든 이유가 뭐든 말이야. 그런데 그들은 그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절망하고 있어. 엄마는 우리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거지. 우리가 함께했던 세계가 변하지 않도록 말이야. 나도 이젠 그걸 이해해.' 결혼식 당일, 실비아가 엄마와 나누는 대화가 유독 마음에 많이 남는다. 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건 무엇인지, 어떤 정서가 우리를 연대하게 하는지, 어떠한 질병으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어디까지 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대목이어서가 아닐까.

 

 

 

  <내가 없다면>은 우울증과 불안에 관한 이야기이자,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며 결국에는 사람 사는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으로부터 비롯된 상처는 결국 사람으로 극복되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퓰리처상 최종후보작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을 만큼 입체적인 캐릭터와 섬세한 문장, 시대상이 낳은 인간사에 대한 철학까지 깊이 있게 그러나 너무 무겁지 않게 잘 다룬 소설이라 특히 더 기억에 남을 듯하다. 

 

 

 

 

 

YES마니아 : 로얄 h***s 2018.12.1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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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최선을 다했다┃내가 없다면, 애덤 해즐릿
"그들은 최선을 다했다┃내가 없다면, 애덤 해즐릿" 내용보기
1그 남자 안에는 괴물이 살고 있었다. 결혼하기 얼마 전에야 마거릿은 그 사실을 알게 됐다. 자신의 껍데기만 남기고 사라져버린 듯한, 흡사 유령과 같은 모습으로 입원해있는 존을 보면서 마거릿은 자신의 남은 삶을 결정할 중대한 선택을 해야 했다. 결국 그녀는 존의 곁에 남기로 했다. 그의 병은 짐작이 통하지 않는 영역이고, 불확실한 그들의 앞날은 보다 더 불확실해졌지만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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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 남자 안에는 괴물이 살고 있었다. 결혼하기 얼마 전에야 마거릿은 그 사실을 알게 됐다. 자신의 껍데기만 남기고 사라져버린 듯한, 흡사 유령과 같은 모습으로 입원해있는 존을 보면서 마거릿은 자신의 남은 삶을 결정할 중대한 선택을 해야 했다. 결국 그녀는 존의 곁에 남기로 했다. 그의 병은 짐작이 통하지 않는 영역이고, 불확실한 그들의 앞날은 보다 더 불확실해졌지만 그녀는 그를 사랑했다.

마거릿은 존과 결혼했고 마이클과 실리아, 앨릭을 낳았다. 그 15년 동안 존은 가끔 축 처지거나 기분이 나빠 보일 뿐 병원이나 그 비슷한 곳으로도 간 적이 없었다. 존은 여전히 마거릿을 설레게 하는 남자이며 아이들에겐 둘도 없을 좋은 아빠였다. 하지만 그의 우울한 기운이 아주 사라진 건 아니었고, 영국 귀환의 실패와 실직이 더해지며 더욱 심해졌다. 존은 이제 말도 안 될 만큼 잠만 자는 상태에 이르렀다. 그는 그 시련이 그의 짧은 인생이 돼버렸다는 것만 알(94p)았으며, 짙은 안개에 두 눈이 가려졌다. 더 이상 움직이지도 못하게 된 상태에서 그는 선명하게 감각했다. 그를 먹어치우려는 괴물의 움직임을.

 

 

그것은 깊이의 문제가 아니다. 그저 영원히 끝나지 않을 뿐이다. 96p

 

당신과 같이 누워 있는 괴물은 당신만의 괴물이다. 그 투쟁은 지극히 개인적이다. 난 그 투쟁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내 뒤에 있는 그 야수가 내 목을 좀 더 세게 조르는 밤에 난 숨이 멈출 것이라고. 아직까지 내 속에 남아있는 나는 그걸 바랐다. 97p

 

2

이 소설은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과 그를 사랑하는 가족의 이야기다. 자신을 앗아가는 괴물 같은 병에 대해서 작가는 놀라울 만큼 세밀하게 묘사했다. 존, 마거릿, 마이클, 실리아, 앨릭. 가족 모두의 시점이 교대로 이어지는 방식으로 병에 시달리는 당사자는 물론이고 그를 가까이서 지켜봐야하는 가족들의 심정까지 고스란히 그리고 있다.

인물 개개인의 입장과 성격이 뚜렷한 게 인상적인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 진폭은 훨씬 더 강하고 풍부해져서 마치 다섯 편의 장편소설을 읽는 듯한 밀도가 느껴진다. 존이 죽고, 존을 괴롭히던 괴물의 기질이 마이클 안에서 날뛰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존재감은 활자 밖을 넘어서는 경지에까지 이른다.

그들이 느꼈을 피로함, 암담함, 절망감, 무력감, 허탈함 같은 감정들이 직격으로 날아왔다. 몰입하기 어려운 문체임에도(엄청나게 긴 번역체였다. 으잉? 스러운 부분이 두 군데 정도 있었고) 꼼꼼하게 빠져들 수 있었던 건 일종의 그런 동화작용 때문이었다. 저마다가 마음 깊은 곳에서 끌어 올리는 갈망의 소리들이 너무도 선연하게 들려왔다. 너무 많은 ‘사랑해’가 거기 있었다.

<내가 없다면>은 사랑 이야기다.

사랑에 대해, 사랑의 힘과 한계에 대해 그린 소설이다(427p).

3

마거릿은 존의 병을 알고도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존은 자신의 병이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까지 힘들게 하는 걸 견디지 못했다. 실리아는 일찍 어른이 되었다. 막내 앨릭은 누구보다 똑부러지게 가계를 관리하게 되었고 마이클은……마이클은 포기하지 못했다. 가족들이 그에게 기대하고 원하는 삶을 그도 기대하고 원해보려는 노력을 결코 멈추지 않았다. 설령 그가 항정신병 약물 아래 익사하는 지경이 될지라도.

그들은 서로를 저버리지 않았다. 다투고 지치고 때론 자신의 일상마저 소모되는 바람에 모든 걸 다 그만두고 싶어지지만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슬펐다. 서로가 서로에게 바라는 걸 들어줄 수 없음에. 한마음으로 있는 힘껏 매달려 보아도 끝내 이룰 수 없는 일이 있음에.

 

마지막으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약의 처방전을 다시 받고 싶은데 저랑 제때 연락이 되지 않을까봐 걱정하고 있다면, 당신이 응답기에 남기는 말이 살아생전 하는 마지막 말이 될 것 같다면, 당신은 정말 아주 열심히 노력했으며, 당신이 최선을 다해 가족들을 사랑했다는 점을 알아두세요.(14p)

 

 

4

사랑을 탓할 수 없다.

병도 탓할 수 없다.

그들은 다만 최선을 다했다.

 

 

◆253p

대체로 우리는 다른 집 동기간에 비해 가깝다. 우리는 가족에 대한 서로의 책무를 감시하면서 도망갈 기미가 조금이라도 보이는지 지켜봤다. 마치 무인도에 같이 있으면서 누구 한쪽이 몰래 섬에서 탈출한 뗏목을 짜놓으면 다른 하나가 태워버리는 식이었다.

◆335p

난 알코올중독자야. 이런 식으로 자기에게 솔직하게 말한 건 처음일 거야. 하지만 놀랄 일도 아니잖아? 어떤 사람들은 약을 먹지. 어떤 사람들은 교회에 가고. 난 술을 마셔. 모두 하나씩 그런 게 있어.

◆350p

그의 특징들이 그림 안에 잘 표현돼 있다. 그의 어두운 눈과 미소가 없는 입술을 보면 의기소침하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다. 걱정이 가득하다는 표현이 떠오르지만 그것 역시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자신의 것이 아닌 생각,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힘, 그가 오랜 세월 견뎌온 뭔가에 사로잡혀 있다고 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일어서서 그림에 좀 더 가까이 가자 제목이 보였다. 자화상.

◆390p

모든 일에는 한계란 게 있어, 앨릭. 넌 그 생각은 하고 싶지 않겠지만, 사람이 얼마나 버텨야 하는가에는 윤리적인 한계란 게 있다고. 감상적으로 그 한계를 그냥 부정해버리면 안 되는 거야. 불굴의 정신 같은 걸 내세우면서 말이야. 그건 동화야. 그건 사람들이 타인의 비참함을 회피하기 위해 그냥 하는 말일 뿐이야. 그저 또 다른 방식의 잔인함일 뿐이라고. 누군가에게 계속 살아 있으라고 요구하는 거. 그 사람이 아니라 너를 위해 그런 거잖아.

◆395

난 그저 그건 내 삶이 아니란 말을 하는 거야. 사람들은 내가 사랑하고 싶은 방식으로 사랑받고 싶어 하지 않아. 그러면 그들은 숨 막혀 하지. 그건 그들의 잘못이 아니야. 하지만 내 잘못도 아니지.

◆405p

산 자도 죽은 자처럼 우리에게 들러붙어 우리를 괴롭힌다. 난 전에 그걸 믿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게 사실이란 걸 안다. 오빠가 계속 우리에게 하려던 말은 바로 그것이었다.

 

 

o*****i 2018.12.2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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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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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 유명인이 말했다고 한다. 가족은 누가 보지 않으면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리고 싶은 존재라고. 다소 과격하지만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 건, 가족이란 이름의 버거움을 알기 때문이다.모든 가정이 나름의 중력을 이겨내고 있음을 우리는 모르지 않는다.크든 작든 가족 간의 혹은 가족으로 인한 균열과 진동을 버텨내고 있는 것이다.소설 <내가 없다면>은 한 가정이 겪을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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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 유명인이 말했다고 한다. 가족은 누가 보지 않으면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리고 싶은 존재라고. 다소 과격하지만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 건, 가족이란 이름의 버거움을 알기 때문이다.

모든 가정이 나름의 중력을 이겨내고 있음을 우리는 모르지 않는다.

크든 작든 가족 간의 혹은 가족으로 인한 균열과 진동을 버텨내고 있는 것이다.


소설 <내가 없다면>은 한 가정이 겪을 수 있는 고통과 불안의 끝을 극단적으로 그려낸 이야기이다. 

미국 여자와 영국 남자가 만나 사랑하고 가정을 꾸려 자식이라는 결실을 맺고 살아가는 단순한 구조가 '남자들'의 정신질환이라는 설정에 의해 요동치는 모습이 섬세하게 묘사되었다. 


작가의 이런 섬세함이 때론 독자를 곤혹스럽게 한다. 시작도 끝도 의미도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여 허구의 인물 사이를 흐르는 시간이 읽는 이에게는 진짜가 되기 때문이다. '애덤 해즐릿'은 존과 존의 가족이 처한 상황에 독자를 매몰시킨다. 후반부에 이르러 시종일관 돌고 있던 맴이 소용돌이였단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 읽는 내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걷는 답답함이 턱 밑까지 차오른다.   


작가가 그려낸 가족상에는 이질감과 동질감이 공존한다. 이것이 책장을 넘기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고체의 상태로 독립적으로 존재할 것만 같던 미국의 가족 구성원이 소설 <내가 없다면>에서는 액체에 가깝게 설정되었다. 서로가 서로에 깊게 개입되고 관여하며 섞여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한 가족의 러브 스토리'라고 표현했다. 소설 중후반까지만 해도 <내가 없다면>은 투병기 내지 투쟁기에 가깝다. 하지만 마지막 장에 이르러 작가의 이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어진다. 이 이야기는 러브 스토리이다. 

가족이란 이름 아래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는지, 우리를 위해 나를 얼마나 희생했는지 '사랑'이 아니고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극단적인 선택조차 말이다. 


+ 오빠는 우리가 오빠를 위해 원한 삶을 자신도 원해보려는 노력을 결코 멈추지 않았다. 오빠가 어떻게 멈출 수 있겠는가? 우리는 개인이 아닌데. (p405)


+ 엄마는 우리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거지. 우리가 함께했던 세계가 변하지 않도록 말이야. 나도 이젠 그걸 이해해. (p422)


가족의 의미, 일상의 가치를 묻는 러브 스토리 <내가 없다면>이 

어둠의 끝자락 빛의 초입에서 기다리는 겨울에 읽다.


+ 의미란 삶에 내재된 것으로, 살다 가끔 깨달으면 그걸로 족한 것이다. 하지만 괴물이 당신의 머리 뒤쪽에 깔때기를 꽂고 당신의 눈을 통해 들어온 빛을 다 빨아내 망각의 아가리로 처넣는 상황에서는 그럴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불구자처럼 다른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지도 눈치채지 못하는 것, 즉 일상의 의미를 열망하고 있다. (p95)


d********l 2018.12.1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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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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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이 일상을 잠식하고 일상의 빛을 퇴색시키는 것은 아주 순식간이다.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하게 소리 없이 조용히 그렇게 우울과 불안은 찾아와 인간의 영혼을 잠식시키고 반짝이던 빛을 잃게 만든다. 한 가정의 가장이며 마거릿의 좋은 남편이었던 존의 우울증이 그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실로 컸다. 더 이상 우울과 불안이라는 감정이 존 개인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단순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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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이 일상을 잠식하고 일상의 빛을 퇴색시키는 것은 아주 순식간이다.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하게 소리 없이 조용히 그렇게 우울과 불안은 찾아와 인간의 영혼을 잠식시키고 반짝이던 빛을 잃게 만든다.

한 가정의 가장이며 마거릿의 좋은 남편이었던 존의 우울증이 그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실로 컸다. 더 이상 우울과 불안이라는 감정이 존 개인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단순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가족이란 이름으로 연대하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책은 순간순간 가족이라는 이유로 모든 것을 감내 해내야하는가? 라는 의문을 던지게도 만들지만, 그 물음에 대한 답은 그럼에도 가족이니까 서로 버텨낼 수 있는게 아닐까...

라는 대답을 하게 만들었다.

누군가에겐 아주 쉬운 일들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죽음을 생각하게 할 정도의 고통이 되기도 한다. 그 고통을 견뎌내는 것보다 목숨을 끊는 것이 오히려 더 쉬운 결정이라고 생각되는 그 순간들을 버텨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존은 모든 것을 놓지 않기 위해 부단히도 애를 쓰며 버텨내지 않았을까? 아니면 너무 사랑하고 끝까지 지켜주고 싶었기에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을 한 걸까? 그 자신과 소중한 가족을 위해..

그런 존을 지켜보는 가족들 또한 어떠한 희생을 하더라도 존을 제자리로 돌릴 수만 있다면 그 어떤 것도 할 수 있을 것이란 마음으로 존이 걸어가야 할 가시밭과도 같은 그 삶을 묵묵히 지켜 본 것이 아닐까?

이 책의 저자인 애덤 해즐릿의 너무 섬세하고 정밀한 묘사를 읽어내기가 너무 힘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어느 순간 존이 되었다가 그런 존을 지켜보는 마거릿이 되었다가 아버지가 걸어간 길을, 존이 걸었던 그 불안과 우울의 길을 걸으면서도 지극히 정상적인 삶을 살고 싶어했던 장남 마이클이 되었다가... 그렇게 감정이입을 하며 읽어 낸 터라 이 책을 다 읽고 났을땐 한참을 숨을 골라야했다.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가볍게 읽고 넘길 책이 아니라 꽤 묵직한 울림을 주는 책이었다. 입체적으로 묘사 된 각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내 개인적인 감정과 가족이란 공동체가 주는 의미와 삶의 희망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본 계기가 되었다.

 

YES마니아 : 골드 f*****5 2018.12.1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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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없다면》 깊이를 알 수 없는 우물과도 같은 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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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고 생각도 많아 감당하지 못할 때가 있다. 나라는 본질은 무언인가 생각해 본 적이 있나? '애덤 해즐릿'의 소설 《내가 없다면》은 마치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듯 정밀한 표현과 캐릭터의 움직임이 사진 한 장에 녹아든 이야기처럼 상상력을 이끌어 낸다.   정신적인 문제를 가진 한 남자가 자신과 똑같은 괴물을 품고 있는 자식을 단번에 알아본다.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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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고 생각도 많아 감당하지 못할 때가 있다. 나라는 본질은 무언인가 생각해 본 적이 있나? '애덤 해즐릿'의 소설 《내가 없다면》은 마치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듯 정밀한 표현과 캐릭터의 움직임이 사진 한 장에 녹아든 이야기처럼 상상력을 이끌어 낸다.

 

정신적인 문제를 가진 한 남자가 자신과 똑같은 괴물을 품고 있는 자식을 단번에 알아본다. 공포와 불안, 깊이를 알 수 없는 우물과도 같은 우울. 소설은 그 남자가 한 여자와 만나는 이야기부터 거슬러 올라가 불안한 마음이 한 가정을 어떻게 파탄 낼 수 있는지를 지켜보는 일말의 과정이다. 무척 괴롭고 허탈하다. 그 기분은 존과 마이클, 마거릿, 실리아, 액릭을 화자 삼아 각자의 입장에서 표현된다.

 

독자는 읽는 내내 고통과 절망을 고스란히 체득하게 된다.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형식은 그 사람의 머릿속을 헤집고 다녀온 듯한 선명한 촉각과 선연한 이미지로 좀처럼 떨쳐낼 수 없다. 피로하고, 우울하며, 한없이 무력해지는 소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놓은 없는 이유는 정신을 놓은 순간에도 사랑을 쥐고 있던 두 사람의 의지 때문이었다. 때로는 죽음의 앞에서도 희망을 발견하는 삶의 본능은 서로를 더욱 가깝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음울을 습자지처럼 습득해버린 상태에서 쉽게 놓을 수 없는 느낌, 우울의 늪에 빠져보는 경험을 하고 싶다면 추천한다. 가끔 내가 없는 세상에서 살아갈 누군가를 생각해 본 적 있다. 가족, 친구, 연인이 느낄 감정의 여파는 견딜만한 수준일까 궁금하다. 정신질환은 사실 본인은 다른 세계로 옮겨가기 때문에 인지하지 못한다. 그로써 더욱 주변인의 삶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황폐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서서히 보여준다

 

(*전문은 아트나인 소식지 2월 'PARER NINE'에 게재되었습니다.)

 

d*****9 2019.02.2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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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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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해즐릿 장편소설 『내가 없다면』(은행나무, 2018)은 드라마 <천일의 약속>을 떠올리게 한다. 김래원, 수애, 이상우, 정유미 등 유명 톱스타들이 나오는 이 작품은 어찌 보면 매우 뻔한 내용일지 모른다. 줄거리는 이러하다. 편집자로 살아가던 한 여자가 어느 날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는다. 게다가 사랑하는 남자의 결혼 소식에 그와 헤어지고 만다. 그러다 결혼 며칠 전 그녀가
"[서평]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내용보기

애덤 해즐릿 장편소설 『내가 없다면』(은행나무, 2018)은 드라마 <천일의 약속>을 떠올리게 한다. 김래원, 수애, 이상우, 정유미 등 유명 톱스타들이 나오는 이 작품은 어찌 보면 매우 뻔한 내용일지 모른다. 줄거리는 이러하다. 편집자로 살아가던 한 여자가 어느 날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는다. 게다가 사랑하는 남자의 결혼 소식에 그와 헤어지고 만다. 그러다 결혼 며칠 전 그녀가 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남자는 정략결혼을 파기한다. 그 후 집안의 반대에도 결국 결혼에 골인한다. 그런 행복했던 시간도 잠시, 점차 증상이 심해지고 고통과 슬픔의 나날이 이어지는 가운데 드라마가 전개된다.

이 드라마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이 더러 있다. 갈수록 기억을 잃어가는 여자를 위해 집안에 있는 물건마다 그것의 이름을 적은 포스트잇을 붙여놓는다. 갑자기 어디론가 사라진 그를 찾아 헤맨다. 무엇이든 스스로 할 수 있게끔 방법을 적은 종이를 포스트잇 옆에 놓아둔다. 이렇게 해도 잘 안되면 옆에서 하나하나 알려준다. 지금이야 알츠하이머병이 많이 알려져 있어 익숙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볼 때마다 입을 다물지 못했다. 병의 진행 상황을 세세하게 묘사한 것도 그렇지만, 저런 상황에서도 가족들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놀라웠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이번에 읽은 작품이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과연 이러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내가 없다면』은 우울이라는 ‘괴물’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는 이들과 그들의 곁에서 고군분투하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가슴 아픈 선택을 한 아빠 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지 않겠다는 선택을 한 엄마 마거릿, 온갖 불안과 우울함에 힘들어했지만 정상적으로 살아가고자 노력했던 장남 마이클, 가장 강인하게 살고자 했고 모두를 치유하고자 했던 장녀 실리아, 막내답게 가장 이기적이면서도 가장 인간적인 삶을 살았던 앨릭. “일이 생겼어요. 제 형에게요”(p.12)라는 의미심장한 말과 결말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그런 신선함을 뒷받침하듯 각각의 장 별로 등장인물의 생활과 감정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처음에는 잘 읽히지 않았다. 앞에서 썼던 것처럼 신선함을 주는 도입부와 달리, 작품의 분위기가 우울하고 슬픔에 침잠되어 있어서였다. 물론 한 권의 작품을 읽다 보면 남들보다 쉽게 감정이입하게 되는 탓도 있다. 하지만 단지 그것 때문만은 아닌 듯했다. 한 장씩 넘길 때마다 내면에 숨겨져 있던 상실과 상흔이 생각나게 만들었다. 어느 순간 안 좋은 기억이 떠올라 잠시 책을 덮기도 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그다음 내용이 궁금해져 다시 읽기 시작했다. 2부 중간 부분부터 작가가 숨겨놓은 여러 장치에 감탄하며 읽다 보니 손을 놓기 어려웠다. 책을 덮고 나자 잔잔한 여운과 고요한 슬픔이 밀려왔다. 마음속에 담아 뒀던 의문인 ‘과연 이들처럼 끝까지 함께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다.

잠시 생각해보면, 장편소설은 두께가 좀 있어서 한 번 시작하면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책임감에 나 같은 독서가라도 약간 멈칫하게 된다(요즘엔 아닌 책도 제법 있다). 항상 그런 점이 마음에 걸려 장편소설보다는 단편소설이나 에세이를 선택하곤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좀 달랐다. 독백체가 계속 이어져 지루함을 느끼던 찰나, 중간에 ‘문진표’나 ‘전투 보고’, ‘채무 지급 유예 신청서’ 같이 등장인물의 감정이나 생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부분이 있어 소설을 그나마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어쩌면 작가의 불안에 사로잡힌 마음에 대한 정확하고 선명한 서술 방식에 매료되어 나도 모르게 그런 힘이 생겼던 것은 아닐까.

누구나 지니고 있는 감정, 불안과 우울. 어쩌면 이들은 그것을 알고서도 스스로 통제할 수 없을 만큼 연약한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그런 존재 곁에 있었던 건 사람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지닌 가족이었다. “아무리 무겁고 부담스러워도 그것이 내 책임이 아니란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p.348)라고 말하는 그 마음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건 아마 그런 애정 덕분일 터이다. 누구나 지니고 있기에 우리 모두가 겪을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가족이 함께 있어 그들은 괴로움 속에도 행복하지 않았을까.

e*******4 2018.12.1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