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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오페라 여행의 시작은 예술의 전당에서 보았던 <피가로의 결혼>이었다. 아주 오래전의 일인줄로 알았더니 2002년 봄이었다. 당시 도이치 오페라 베를린의 내한공연을 보고 오페라와의 새로운 인연이 시작되어 버렸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후 사년 동안 예술의 전당 음악 아카데미를 다니며 오페라 학교에서 배우며 힘자라는대로 극장에 다녔던 내 인생의 아름다운 시절이었던 셈이다. 그 후로는 아이들이 차례로 대학진학을 준비하게 되어서 오페라와의 관계는 소원해지고 말았다. 그러나 얼마전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토스카>실황을 보자 오페라에 대한 옛사랑이 다시금 살아나서 다음 주에 로마 오페라 극장판 <사랑의 묘약>을 덜컥 예매하고 말았다. 유럽의 오페라 극장에 마차를 타고 멋진 드레스를 차려입고 가는 것은 아니지만 오랜만의 오페라 극장 나들이라 설레기까지 한다. 내 오페라앓이의 증상은 아주 가볍지만 오페라라면 사족을 못쓰고 유럽현지로 가서 최고의 오페라 극장에서 최고로 인기있는 오페라 가수들의 공연을 보려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이 책은 그런 이들을 위해 더할나위없이 좋은 길잡이가 될것이다. 또한 그럴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에게도 오페라의 역사, 오페라 극장을 중심으로 하는 유럽여행과 유명한 음악가의 인생을 맛깔스럽게 소개하고 있고, 곁들여진 사진들도 오페라 극장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들을 현장감넘치게 보여준다.
오페라하면 이탈리아와 베르디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듯이 전체 약250쪽 중 100여쪽을 이탈리아의 극장들에 할애하며, 그중 밀라노의 스칼라 극장, 볼로냐의 오페라 극장, 베니스의 라 페니체 극장을 최고 수준의 극장으로 인정하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스칼라극장은 겉에서만 봤고, 라 페니체 극장은 극장투어는 해봤지만 공연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 이런 좋은 극장들의 특징은 극장의 어느 곳에서나 음향이 뛰어나며, 천장에서 가장 가까운 좌석에 오페라에 정통한 사람들이 앉는다는 것이다. 오페라 극장은 모두 당대 최고의 건축가들이 설계하고, 천장벽화와 무대막의 그림도 당대 최고의 화가들이 그렸으니 오페라 극장 자체가 최고의 예술품이며, 여행의 목적이 되기에 충분한 셈이다. 전형적인 오페라 극장은 붉은 융단이 깔려 있고, 지나칠 정도로 화려한 금색조각들이 넘실댔지만 화재나 전쟁의 폭격이후 재건된 오페라 극장은 한층 단아하며 세련된 모습이다. 그러나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가 더 이상 천장화를 그릴만한 화가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믿을 수 있을까? 내가 정작 관심있는 로얄 오페라하우스(코벤트가든 오페라극장)에 대해서는 맨 뒤에 겨우 네 쪽을 할애하고 있는데 시즌이 9월부터 7월초순까지이며 8월에는 발레를 공연한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다. 게다가 영국 내셔날 오페라의 모든 공연은 영어로 이루어진다고 하니 원어가 아닌 영어로 들어야하고 따라서 영어자막은 제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니 이런 낭패가 어디있는가. 공연 예매가 혹시 된다면 예습필수라는 이야기가 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