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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라는 거대한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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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역사가 끝이 보이는 순간 또 다른 역사는 시작된다. 창조는 단절이라 표현할 법한 지각변동과 함께 우리 곁을 찾아온다. 그러나 변화는 당대에는 느끼는 일이 쉽지 않다. 폭풍의 눈에 서서 비바람의 위력을 맛보길 갈망하는 것과 비슷하지 싶다. 그 시점으로부터 벗어나야만 비로소 의미 역시도 읽힌다. ‘근대’라는 단어가 일컫는 시기는 과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일까.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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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역사가 끝이 보이는 순간 또 다른 역사는 시작된다. 창조는 단절이라 표현할 법한 지각변동과 함께 우리 곁을 찾아온다. 그러나 변화는 당대에는 느끼는 일이 쉽지 않다. 폭풍의 눈에 서서 비바람의 위력을 맛보길 갈망하는 것과 비슷하지 싶다. 그 시점으로부터 벗어나야만 비로소 의미 역시도 읽힌다.

근대라는 단어가 일컫는 시기는 과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일까. 사람마다 정의는 제각각 일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서양의 근대 문화가 16세기 말부터 19세기 초까지의 시기 동안 확립됐다고 보았다. 눈 한 번 깜박이는 찰나에도 숱한 변화가 일어나는 오늘날의 시간 관념을 적용하자면 억겁처럼 느껴질 만큼 긴 시간이 근대였다. 조금은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이 시기보다도 더 길게 조선이라는 나라는 존재했다. 그런 걸 보면 마냥 길지만은 않은 시간 같기도 하다. 이 시기 동안에는 많은 학자들이 출현했다. 아무래도 시작과 끝에 위치한 학자를 향해 보다 관심이 가게 돼 있다. 그들은 이전과는 다른 변화를 일궜거나 앞선 시기의 흐름을 완성시켰다. 저자가 지목한 두 인물은 바로 데카르트와 헤겔이었다.

저자는 데카르트가 갈릴레오의 방법을 따랐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갈릴레오의 답습 혹은 갈릴레오의 수리자연학에 갇히지 않았다. 그는 체계적이지 못했던 갈릴레오의 방식을 따랐고, 어느 순간부터는 갈릴레오를 앞장섰다. 구체적인 수차에서 출발해 형이상학적인 탐구로까지 나아간 데카르트의 시도는 17세기 과학혁명의 토대가 되어 주었다. 그의 학문은 분화였으며 동시에 통합이었다. 많은 영역이 교리에 반한다는 지적과 위협이 지난날 존재했는데, 데카르트는 이른바 기계론에 입각했다. 데카르트는 학문에 깃든 영혼을 해방시켰다. 더는 종교가 신앙의 차원에서 물질을 논하지 않아도 되는, 그리고 할 수도 없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헤겔을 언급하면 난 어김없이 변증법이 떠오른다. --, 이는 이후 마르크스와 만나 자기 부정을 토대로 한 방향성 지닌 운동으로 이어졌다. 역사에 역동을 부여하는 일종의 틀을 제공한 셈인데, 역설적이게도 헤겔의 역사관은 종말론에 가까웠다. 모든 것이 극단적으로 실현된 이후에 남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이 대목에서 헤겔은 실수 아닌 실수를 하고야 말았다. 게르만적 자유에 이르기 위해 동양적 자유에는 종말을 고해야 한다는 그의 목소리에서 유럽 중심주의적 사고를 발견하지 못하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딱 여기까지를 근대라고 무 자르듯 잘라내는 건 사실 애매하다. 그렇지만 저자는 헤겔로부터 결코 벗어날 수 없음에도 그와는 다른 길을 걷길 꿈꿨던 많은 이들의 삶을 언급했다. 그 중 한 명인 야스퍼스는 그 자신이 일본에 직접 체류하면서 서구 중심주의적 사고로부터의 탈피를 도모했다. 이는 나치에 동조적인 시선을 떨쳐내지 못했던 하이데거와는 또 다른, 진정한 의미의 보편성 획득 시도라는 데서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 철학자 박동환 님의 ‘3표론에 대해서는 이 책에서 처음 접했다. 동양도 서양도 아닌, 진정한 의미의 변방조차도 그의 사유 안에서는 보편성을 획득한다. 아직은 근대적 세계관과는 구분되는 이와 같은 시선을 무어라 통칭해 부르지 못하고 있다. 지난날 인류를 지배했던 사고체계는 거대했고, 그것이 사라진 이후로 우린 일종의 혼돈을 일상에서 경험하고 있다. 지금은 비록 어지럽지만, 훗날에는 이를 부르는 명칭이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인류의 역사는 언제나 그랬다. 지나고 나면 늘 의미가 읽혔다.


이달의 사락 q*****2 2019.10.2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