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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위안이 되는 황보윤의 두 번째 창작집 <모니카, 모니카>는 영하 17도의 차가운 바람이 창을 때리는 밤에 읽었다.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더욱 아늑하게 느껴지는 방이었다. 7편의 중단편들은 따스한 방안의 공기의 흐름처럼 문장들이 몸으로 스며들었다.
표제작인 <모니카, 모니카>는 고교시절 따돌림 당하는 모니카 대한 우정과 배신, 그리움을 담고 있다. 작품 속의 희곡은 모니카에 대한 속죄의식으로 보인다. 작은 기러기, 큰기러기를 함께 부르는 <홍안>은 노트북 속의 사진의 주인을 찾아가면서 남편과의 불화를 회복하는 따뜻함을 보여준다. <솔밭 사이로 강물은 흐르고>는 유년의 성추행 트라우마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머뭇거리다 결국 다른 길을 택할 수밖에 없는 화자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놓았다. 영과 육이 일체된 사랑을 갈구했던 헌이 떠난 아프리카여행. 돌아오지 않은 헌을 기다리다 지금의 남편을 받아들이기로 하는 과정을 서정적으로 관조하듯 그려놓았다. <산노리 가는 길>은 치매 걸리기 전 아버지가 매입하려던 가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도벽심한 손자를 위해 죽어서도 가족 사랑을 따뜻하게 그렸다.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작품이었다. 시쳇말로 한 성질하는 화자, 아버지, 아들들이 어울어내는 감칠맛이 거침없이 밀고나가는 문장속에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칼랑코에>와 <완벽한 가족>은 가상소설로써 작가의 상상력이 빛을 냈다. 온난화로 지구가 디스토피아로 변한 세계에서 가족의 사랑이나 관계의 회복 따위가 없다는 것. 작품은 역설적으로 이 시대를 가꾸고 보살펴야함을 각인시킨다. 후각과 편도체가 제거된 인간은 기계와 다름없고 국가가 관리하는 출산은 더 이상의 가족일 수 없을 것이다. <이중성>은 별자리 백조의 부리와 날개부분을 개인의 삶과 연결시키는 탁월함에 눈이 부시다. 눈 오는 날 N시로 가는 버스 안에서 맺어지는 관계들은 천상과 지상을 연결된 듯 영롱하게 빛난다. 여자와 남자, 버스기사는 우아한 백조의 부리와 날개에서 반짝이고 있다. 아버지의 삐뚤어진 교육법으로 집에서 새는 바가지가 된 기사는 아내에게도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은하철도999의 메텔을 닮은 여자가 흘리고 간 진주목걸이를 줍고 아내에게 선물하려는 꿈을 꾼다. 여자는 천문학연구가인 옛애인을 만나기 위해 할부로 산 모피코트를 입고 남자 옆에 앉아 자신의 지난 일을 회고한다. 남자는 배신한 아내에게 복수를 하기위해 가는 길. 여자의 모피코트는 남자와 여자를 끌어당기는 매개체가 된다. 촘촘하게 엮어진 서사는 꿰맨자국이 없이 매끈하다. 천상에서 빛을 내는 별들처럼 지상의 인간들이 서로 맺어진 인연으로 빛을 내는 듯 따뜻하다. 여자가 남자의 등에 업혀 눈밭을 걸어가는 마지막 장면은 누구에게나 위로를 주는, 큰 울림이 있다. 황보윤 작가는 독자를 품어주는 넉넉하고 따뜻한 가슴을 지닌 것 같다. 섬세한 문장들은 마른 땅에 내린 단비 같고 인물들은 그 땅을 일구어나가는 순수성을 잃지 않았다. 한 인간의 내부에서 새어나온 가장 따스한 빛을 살갗으로 느낄 수는 시간이었다. 작가는 시대의 변화에 민감한 촉수를 드리우고 있는 것 같다. <모니카,모니카>나 <홍안>, <솔밭사이로 강물은 흐르고>, <사노리 가는 길>, <이중성>에서 보여주는 서정성은 미래사회인 <칼랑코에>와 <완벽한 가족>으로 인간성 상실의 경고등을 켜 주고 있다. 황보윤 작가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