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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머리에 칡꽃 한 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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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앞에 실린 「아빠의 선물」부터 큰 감동이다. 은산이는 텔레비전 방송국 아나운서로 일하는 아빠가 자랑스럽다. 꼬박꼬박 하루에 두 차례씩 뉴스를 진행하는 아빠에 관해 유치원 선생님이나 친구들이 이야기할 때면 더 그렇다. 그러나 아빠는 은산이와 함께 놀아줄 시간이 없다. 아침 일찍 출근하고 밤늦게 퇴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빠가 공정방송위원장이 된 뒤로는 아예 집에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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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앞에 실린 「아빠의 선물」부터 큰 감동이다. 은산이는 텔레비전 방송국 아나운서로 일하는 아빠가 자랑스럽다. 꼬박꼬박 하루에 두 차례씩 뉴스를 진행하는 아빠에 관해 유치원 선생님이나 친구들이 이야기할 때면 더 그렇다. 그러나 아빠는 은산이와 함께 놀아줄 시간이 없다. 아침 일찍 출근하고 밤늦게 퇴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빠가 공정방송위원장이 된 뒤로는 아예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 뉴스 시간에도 나오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아빠는 은산이 생일에 맞춰 집에 돌아와 은산이와 함께 미끄럼을 탄다. 경찰관한테 잡혀갈 위험을 무릅쓰고.


유치원 아이와 아빠 이야기를 하면서도 현실의 한 단면을 예리하게 드러낸 동화가 무척 반갑다. 곽재구 시인의 동화는 이렇듯 현실을 예리하게 드러낼뿐더러 어린이들의 환상적인 꿈(「안녕, 티라노사우루스」)을 보여준다. ‘이스크 쿨’ 호수의 꽃이 주인공(「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꽃」)인가 하면, 윤선도의 옛집인 녹우당에서 대대로 살아가는 쥐(「서생원 일가의 설날 기행」)가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어린이와 까치가 친구(「조막이와 반님이」)로 나오기도 한다. 현실과 환상적인 꿈, 꽃과 동물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어린이 등 동화 세계가 폭넓고 깊다.


마음을 깊이 사로잡는 인물들이 있다. 자기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짜장면을 만든다고 믿으며 자신감 넘치게 살아가는 장바우(「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짜장면」), 압록강이 흐르는 마을에서 어렸을 때 딱 한 번 만난 여자아이가 자기가 살던 마을에 놀러 오라는 말을 듣고 끝내 아이가 살던 고장인 섬진강 변에서 평생 나룻배 사공으로 살아온 할아버지(「뱃사공 박씨 할아버지와 나룻배의 요정」). 뱃사공 할아버지의 순정한 삶은 눈물이 고일 만큼 가슴 아프면서도 아름답다. 이루어질 수 없는 일에 마음을 다해 살아온 할아버지의 삶은 언제나 꽃이었다.


“새 다리가 완공되면 뱃사공 일도 그만둘밖에. 참, 내가 낮에 꺾어다 준 칡꽃들은 다 어디에 있지? 오, 여기 있구나.”

할아버지는 뱃머리에서 한 묶음의 칡꽃 송이를 찾아냈습니다. 그 꽃들은 밤 동안 나룻배가 심심할까 보아 할아버지가 꺾어다 준 꽃들이었습니다. 사흘씩이나 지났지만 칡꽃들은 여전히 아름다운 꽃향기를 풍기고 있었습니다.

“꼭 한 번 그 아이를 만나고 싶었는데……” (74쪽)

YES마니아 : 로얄 g*******g 2024.06.1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