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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가야 한다 - 정명섭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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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 3년(1600년) 2월의 한양, 같은 날 같은 시각에 강철견의 아들 강은태와 원래 양인이었으나 조씨 집안의 외거노비와 혼례를 올려 그 자식은 노비신세가 된 황음치의 아들 황천도가 태어났습니다. 훈련도감 파총(정4품 무관)을 지내고 임진년에 시작 된 왜란에 의병으로 참전해 충심을 높이 평가 받는 강철견은 부와 명성을 잡고자 외아들인 강은태를 광해군 10년(1618년) 명나라의
"살아서 가야 한다 - 정명섭 장편소설" 내용보기
선조 3년(1600년) 2월의 한양, 같은 날 같은 시각에 강철견의 아들 강은태와 원래 양인이었으나 조씨 집안의 외거노비와 혼례를 올려 그 자식은 노비신세가 된 황음치의 아들 황천도가 태어났습니다. 훈련도감 파총(정4품 무관)을 지내고 임진년에 시작 된 왜란에 의병으로 참전해 충심을 높이 평가 받는 강철견은 부와 명성을 잡고자 외아들인 강은태를 광해군 10년(1618년) 명나라의 파병요구에 출정 시키고, 태어나던 날 어미를 잃은 황천도는 조씨 집안의 자식을 대신해 역시 같은 만주로의 파병에 참여하게 됩니다. 조선군은 한겨울 압록강을 건너야하는 고난 길도 견뎌냈지만 심하에서 후금군의 공격에 전멸을 당하고 강은태와 황천도 두 사람은 포로가 되어 모진 세월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양반이었으나 노비였던 황천도와 같은 노역꾼이 된 두 사람은 10년 세월을 동거동락하며 신분의 차이를 넘어서 친구가 되었고 함께 고국인 조선으로 살아서 돌아가야 한다는 목표를 위해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존재가 되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조반정으로 광해군이 쫓겨나고 후금은 청나라를 세우게 되었고 조선의 왕은 그런 청나라 군대에 항복하며 포로 신세였던 이들에게 고국으로의 귀환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속환의 길. 인조 15년(1637년) 2월, 심양의 북문 병영에서 거둔 똥을 똥지게에 짊어진 두 사람, 바로 강은태와 황천도에게도 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인조반정에 적극 참여했던 강철견이 속환금액을 마련하여 자신의 아들 강은태를 데려가고자 심양까지 사람을 보낸 것입니다. 지난 십오 년 세월을 함께 동거동락했던 두 사람에게 또다시 신분의 차이에 의해 한 사람은 속환이 되어 고국으로, 남은 한 사람은 여전히 이국의 땅에서 노예와 같은 삶을 계속 살아야 하는 상황이 닥치게 된 것입니다.

과연 이 두 사람의 운명은...

반드시 [살아서 가야 한다]는 다짐과 함께 과연 이 두사람 모두 가족과 만났을지는 책을 읽어보시길.

읽는 내내 역시 역사소설은 정명섭 작가님이라고 외쳤습니다. 그 시대를 실제로 겪은 사람처럼, 한이 쌓인 울분에 가까운 문장과 살아남기 위해, 살아남은 자식을 위해 목숨조차 아끼지 않는 부정을 그려낸 솜씨에 역시를 외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정명섭 작가님의 책들을 한 달에 한 권씩 읽으며 조선 초기, 중기, 말기, 일제시대에 이르기까지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를 발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특히 강은태의 집이 있던 훈련도감터와 황천도의 집이 있던 새문고개 넘어 당주동, 새문동, 홍제원과 무악재 등 알고 있는 지명이 나올 땐 반갑고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매일 출근하는 길에 훈련도감터 표지석을 만날 때면 이런 역사가 숨겨져 있었구나, 이런 이야기가 실제로도 있었을까 상상을 하는 재미에 푹 빠져 지낸 5월 입니다.

우정과 배신의 키워드는 띄워져 있고, 과연 그들은 살아서 돌아왔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꼭 읽어보세요. [살아서 가야 한다] 강추 합니다.

#살아서가야한다 #정명섭 #장편소설 #역사소설 #교유서가
#문학동네출판그룹 #완독 #조선중기 #책추천 #책스타그램





YES마니아 : 골드 i******u 2022.05.2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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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가야 한다
"살아서 가야 한다" 내용보기
# 작가의 다른 작품 별세계 사건부상해임시정부적패달이 부서진 밤(..)# 읽고 나서.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늘 '아니오'라고 대답해왔다. 물론 확률의 이야기이긴 하다. 개인적으로는 본인이 끊임없이 노력하면 습관 한둘 정도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지만 그 사람 자체는 변하기 힘들 거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환경'이 그 사람을 정의하도록 만들고, 그 환경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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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다른 작품

별세계 사건부

상해임시정부

적패

달이 부서진 밤

(..)


# 읽고 나서.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늘 '아니오'라고 대답해왔다. 물론 확률의 이야기이긴 하다. 개인적으로는 본인이 끊임없이 노력하면 습관 한둘 정도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지만 그 사람 자체는 변하기 힘들 거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환경'이 그 사람을 정의하도록 만들고, 그 환경을 바꾼다면, 그 사람은 변화할까?


개인 보다 신분, 빈부와 같은 사회적 성격이 한 사람을 정의하는데 더 큰 역할을 하던 조선시대. 땅이라도 한 뙤기 얻겠다며 아들을 팔아 벌이듯 전쟁터로 내몰은 아버지와, 한물 간 사대부 집안의 가장으로 집안을 어떻게 좀 일으켜볼 수 있지 않을까 하며 아들을 볼모로 전쟁터로 내몰은 아버지, 이 두 아버지 덕분에 두 젊은이는 경험도, 명분도 없는 전쟁터로 내몰리게 된다. 상황은 유리하지 않았고, 강은태와 황천도, 그 둘은 포로로 잡혀 노예로 팔려가고 만다. 그곳에서 만난 그들은 신분의 격차도 잊은 채 친해지고 서로를 의지하는 동료가 된다. 하지만 20여 년이 흘러 한 사람은 집으로 돌아갈 기회를 얻는다.


사실 소설은 강은태 행세를 하는 '황천도'가 들키지 않고 살아남을까에 대한 긴장감을 이야기하지만, 기대했던 긴장감, 서스펜스는 느낄 수 없었다. 새로운 소재도 아니었고, 신분 위조도 20년간 대화만을 통해 너무나 수월하게 해내고 있으며, 그는 신분과 지위, 돈으로 너무나 손쉽게 상황을 통제해 버린다. 불안하고 초조해하는 황천도의 심리묘사도 깊이 들어가지 않고, 너무나 쉽게 살인을 한 냉혈한 같은 사람이 한순간엔 마음 약한 모습을 보이다가, 또 한순간엔 다시 아무렇지 않게 냉혈한으로 그려지는 모습은 몰입도 힘들게 했다. 결과적으로 장르소설을 기대했다면, 실망하게 될지 모를 소설이다.


"그런 소리 하지 마. 엄연히 법도가 있는데 아무리 졌다고 그것까지 굴복할 수는 없잖아."

강은태의 말을 들은 황천도는 놀란 눈으로 쳐다보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농사꾼이자 포로로 이십 년 가까이 지냈어도 결국은 양반이라 이말이구나."

"그런 말 하지 마. 내가 진짜 양반 행세를 했으면 너랑 말을 텄겠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남는 하나는, 그래서 사람을 그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노동을 하는 것보다 '내'가 태어난 곳에서, '나'를 아는 가족/친지들과, '내'게 익숙한 방식으로 '나'로 살아가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길 그리 고대했다고 믿었지만, 그렇게 애타게 기다렸던 '집'은 사실 '남'의 집이었고, 그는 '남'으로 들키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철저한 '남'행세를 하게 된다. 소설은 20년이라는 세월 동안 다 내려놓고 생활에 적응했지만 집에 돌아갈 수 있다는 작은 '희망' 하나는 인간을 얼마나 망가뜨릴 수 있는지, 그리고 선택이 가져오는 다음 선택의 선택지들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환경이 변하면 인간이 얼마나 쉽게 변하는지 보여준다. 결국 '계급', '돈' 같은 사회적 지위가 사람을 만드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단순히 인간의 욕망이 끌고 가는 대로 만들어지는 것일까?


"왜 소인을 사셨습니까?"

그러자 걸음을 멈춘 황천도는 잔혹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널 살 수 있는 힘이 있으니까. 나를 따라오면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마."


그는 새로운 세상을 보여줄 수 있었을까.

소설의 끝은 어떻게 보면 유치하지만, 그 작은 씨앗이 황천도를 어떤 선택으로 몰고 갈지 생각하면 섬뜩하기도 하다. 제목 <살아서 가야 한다>는 노예로 팔려갔던 수많은 우리 민족들의 귀향을 응원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인간의 민낯을 봐야 한다는데 닿으며 그가 갈 데까지 가라고 떠밀 수 없게, 살아남길 바랄 수만은 없게 만든다. 그의 생존을 나는 응원할 수 없다.


*밑줄

"그런 소리 하지 마. 엄연히 법도가 있는데 아무리 졌다고 그것까지 굴복할 수는 없잖아."

강은태의 말을 들은 황천도는 놀란 눈으로 쳐다보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농사꾼이자 포로로 이십 년 가까이 지냈어도 결국은 양반이라 이말이구나."

"그런 말 하지 마. 내가 진짜 양반 행세를 했으면 너랑 말을 텄겠어?"


"너무 오랫동안 내 신분을 잊고 살았어. 평생 다시 찾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갑자기 이렇게 되니까 감개무량해."


"왜 소인을 사셨습니까?"

그러자 걸음을 멈춘 황천도는 잔혹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널 살 수 있는 힘이 있으니까. 나를 따라오면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마." 

f********r 2019.06.2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