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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다양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때로는 재미난 소설같고 한편으로는 무척 감상적인 시와도 같으니 말이다. 그래서 소설과 서사시가 결합한 새로운 장르라고 할 수 있는 '팩트 포엠'이라는 걸까?
서사시는 역사적인 사실이나 신화,전설 따위를 읊은 '이야기 시'이다. p14
허구와 역사적 사실이 어우러진 소설 장르를 팩션이라고 하는데, 굳이 이 작품을 명명하자면 팩트 포엠 내지는 역사시라고 이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p17
이야기는 크게 나라를 세웠다고 할 수 있는 온조왕으로부터 백제의 전성기였다고 할 수 있는 근초고왕, 그리고 전쟁의 혼란속에 자멸한 의자왕. 마지막으로 멸망한 백제를 부흥시키고자 한 비운의 장수, 흑치상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온조왕이라는 인물을 집중 조명해 백제를 건국해 나가는 것에 대해 보다 자세히 다루고 있고 우리가 알고 있는 백제가 아닌 대륙백제의 존재에 대해서도 논하고 있다. 익히 알고 있는 고구려의 왕 주몽의 아들, 유리가 나타나 왕위를 계승함에 따라 고구려 왕비 소서노와 그녀의 아들 비류, 온조가 고구려를 떠나 새로운 나라를 세우게 되는데 여기서는 남하를 한 것 뿐만이 아니라 처음 기반을 잡은 곳이 대륙백제라 일컬어지는 바다 건너 중국쪽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일에 대비해 온조를 보내 터를 닦은 곳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백제라고 한다.
온조는 아무런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이미 한 나라로서 자리를 잡고 있는 마한의 왕에게 국경을 어지럽히고 백성을 못살게 구는 말갈족을 물리쳐주고 귀한 사슴을 공물로 바치는 등 차츰 왕의 신임을 얻고 후원을 받아 서서히 나라의 기틀을 잡아간다.
중국 세력에 밀려 소서노와 비류의 대륙백제는 점점 힘을 잃고 결국 온조의 백제로 오게 되면서 대륙백제는 존재 자체가 점점 희미해진다. 말갈족에게 소서노와 비류를 잃고 가뭄으로 백성들이 고구려로 이탈하는 등 혹독한 시련을 겪으면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강건한 왕의 면모를 보여준다.
해야 해야 붉은 해야
해야 해야 붉은 해야
마치 민요와도 같은 이 구절은 온조대왕편에 몇번 등장하는데 운율이 느껴지고 구성진 가락이 연상되어 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것 같다. 이외에도 가락이 연상되는 시어라고 할 수 있는 글들이 많이 나온다. 또한 한 구절씩 읊을 때 마다 영상들이 마치 눈앞에서 한장면 한장면 떠오르는 듯 하다.
근초고왕에 대해선 개국이래 백제를 문화적으로나 영토적으로나 모든 면에서 가장 번창시킨 왕으로서 본래 왕이 되고자 한 인물이 아니었음에도 시대적 상황이 그를 왕으로 만들었다는 것과 비류왕의 가계와 온조왕의 가계를 이어받은 후손들 간에 있었던 왕의 자리 다툼과 왜와의 교류 등이 한층 더 흥미롭게 다가왔다.
주색에 빠져 백제를 멸망의 길로 이끌었다고 잘 알려진 의자왕은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라는 걸 이 책을 통해 또 한번 알게 되었다. 참을 줄도 알고 양보 또한 할 줄 아는, 그야말로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총명하고 용맹한 왕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신라와의 싸움에서도 이기면 이겼지 지는 법이 없을 정도로 군사들을 잘 이끌어나갔으나 그의 외교력이 의심될 정도로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 있어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그리고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새어머니라고 할 수 있는 사택왕후의 간섭과 배후세력의 득세, 그리고 왕비 은고왕후의 음모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채 좌절하고 낙담하여 결국 주색으로 세월을 흥청망청 보내는 허수아비 왕으로 전락하고 만다.
결국 멸망해버린 백제를 부흥시키고자 장수 흑치상지가 나서는데 시작은 좋았으나 당나라와 신라의 이간책들 사이에 점점 갈수록 내분에 휩싸여 서로가 서로를 죽이자 마침내 그는 왕자 부여융과 함께 당나라의 편에 서게 된다. 백제의 부흥시키고자 후일을 도모한 고육지책이었으나 그는 수많은 세월동안 당나라의 변방을 지키며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스러져간다.
온조왕, 근초고왕, 의자왕, 흑치상지... 이들 네 명의 삶을 팩트 포엠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엿볼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감수를 맡은 오순제 교수의 백제의 역사와 관련하여 기본적인 내용들을 앞에서 간략히 다루고 있어 글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다만, 글 전반적으로 지나치게 비장하여 약간 무거운 느낌이 들고 전투장면등에선 조금 더 역동적으로 쓰여졌으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아무튼 근초고왕과 의자왕에 대한 이야기들은 드라마를 통해서든지 조금이나마 다루어졌지만 그동안 잘 몰랐던 백제를 개국한 온조왕과 멸망한 백제를 부흥시키고자 노력한 비운의 장수 흑치상지에 대한 이야기를 알 수 있어서 더할나위없이 좋았다. 시와 친하지 않더라도 역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도 마치 뮤지컬을 보는 것같은 느낌으로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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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역사를 읊은 대 서사시는 이 책으로 처음 읽어보았다. 내가 처음 서사시를 읽은 것은 소녀 시절에 미국의 시인 롱펠로가 옛 프랑스 식민지 아카디아 이민들의 슬픈 사랑을 노래한 [에반젤린]이었다. [에반젤린]에 나오는 두 주인공 에반젤린과 가브리엘의 애절한 사랑에 마음 아파하면서 그 긴 시를 줄줄 외우고 다니기도 했다. 그리고 고대 그리스 신화중 트로이 전쟁의 영웅 오딧세우스의 무용담을 서사시로 읊은 [오딧세이아]를 알고 있는 정도였다. [서사시 대백제 역사를 읊다]는 시의 리듬을 타고 읊었다기보다 그냥 백제의 흥망성쇠를 다룬 영화 한편을 빠르게 감기 버튼을 눌러 가면서 훑어 본 느낌 이었다. 그러면서 중요한 부분은 되돌려보기를 해가면서 꼼꼼하게 본 것 같다. 우리나라의 고대 역사는 학창시절 국사 시간에 배운 내용이 전부이다. 그렇다보니 대략적인 내용만 알고 있을 뿐이다. 특히 백제의 역사는 정말 잘 모르고 있다. 그리고 반백을 사는 동안 아직 우리나라의 서쪽 지방 백제의 옛 땅은 거의 디뎌보지 못했다. 물론 남북이 갈려있으니 고구려의 옛땅도 디뎌보지 못하기는 매 일반이다. 고구려에 대해서는 광개토대왕이 대륙 깊숙히 광대한 영토를 넓혔다고 알고 있었고, 백제에 대해서는 일본에 우리 문화를 많이 전해 주었다는 내용정도 였다. 이 책을 통해서 백제가 어떤 나라였는지 좀더 자세히 아는 기회를 가졌고, 흑치상지란 인물은 처음 알았다. 차라리 백제가 삼국을 통일 했더라도 고구려 못지 않은 해상왕국을 건설 했을 지도 모르겠고, 중국대륙으로 너르게 뻣어갔을 지도 모르겠다. 백제에 대해서는 남아있는 사료들이 너무나 빈약하다고 한다. 그것은 신라에게 끝까지 저항한 백제의 잔당들과 문화를 신라가 철저하게 소멸하고 폄하고 훼손한 것이 아닐까? 백제가 망하고 1500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제와서 백제에 관심을 가지고 사료를 모으는 일이 많이 늦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부터라도 작은 단서라도 찾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이다. 중국과 일본의 역사 왜곡이 도를 넘어서고 있는 요즘 우리가 할 일은 적극적으로 옛 역사를 바르게 알고 세우는데 힘써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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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시는 학창시절에 한 번도 배워본 적이 없는 장르의 문학인데, 이렇게 백제 역사를 통해 서사시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반가울 따름이다. 어째서 우리는 학교를 다닐 때 서사시를 배워본 적이 없을까. 지금 바뀐 국어 교과 과정을 알지는 못하지만 이제 새삼스레 서사시 장르가 교과 과정에 들어갔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세계적인 서사시로 손꼽히는 「오디세이」같은 서양의 작품만 서사시의 전형적인 표본이라고 배우기만 하는 것이 상당히 안타깝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도 있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한국 사람들은 솔직히 우리 고유의 문화를 발굴하고 현대까지도 즐기고 향유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문이 든다. 단지 학교에서 배우는 '우리 문화의 맛과 멋'이라고 쓰인 단원명에서뿐만 아니라 우리의 실생활에서 그런 우리 문화의 맛과 멋이 살아숨쉬었으면 좋겠다. 또한 정부에서도 그런 문화가 자랄 수 있는 토양을 뒷받침해주었으면 좋겠다. 우리 문화를 지키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꼭 개량 한복을 입어야 한다거나 창소리만 즐길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저 청바지와 같이 우리 날염 기술로 만든 티셔츠도 입고, 김치와 같이 피자를 먹는 등의 개방성을 가지면 될 것이 아닌가. 그렇게 할 때, 우리의 숨겨진 문화가 많이 발굴되고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인 강수가 지은 『역사를 읊다, 서사시 대백제』는 참으로 의미가 깊다. 나는 한 번도 읽어본 적 없고, 즐겨본 적이 없는 서사시에 대해 강수 시인이 본격적으로 접근한 것은 2002년 무렵 결성한 〈서사시 연구회〉의 모습으로 드러났을 것이다. 현대시가 앞으로 가야할 길과 많은 사람들이 같이 즐길 수 있는 장르를 생각해봤을 때 '리듬이 있는 이야기'인 '서사시'라는 장르가 떠올랐고, 우리에게는 서사시로 바꾸어 표현될 수 있는 수많은 역사가 존재한다는 것에 착안하여 역사와 서사시를 결합한 장르인 '펙트 포엠'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2008년에 〈문학과 창작〉에서 「서사시 흑치상지」로 '바움작품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숱한 노력은 타 장르와의 융합을 시도하게 해서 '포토포엠'이나 '오페라 리브레토' 등으로도 성과를 냈다. 이런 다양한 시도 끝에 우리는 대백제의 역사를 서사시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 한 권의 역사서사시는 백제 역사의 큰 획을 그은 온조왕, 근초고왕, 의자왕, 흑치상지의 네 명을 들어 이야기하고 있다. 다른 나라보다 드러난 사료가 휠씬 적은 백제라 숨겨진 역사를 많이 이야기로 채워넣어야 했지만 대백제의 면면을 아는 데는 그리 무리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역사적인 상상력을 동원했기에 딱딱한 역사만이 아니라 기쁨과 슬픔을 간직한 사람들의 이야기임을 확실히 알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서사시'라는 낯선 장르라고 해서 외면했다면 이렇게 재미나고 웅장한 대백제의 이야기를 알지 못했을 것이라는 깨달음을 안고 즐겁게 볼 수 있었다. 앞 부분에는 20페이지 가량 서울문화예술대학교 교수이자 한국고대사연구소 소장이신 오순제 소장님의 해제가 삽입되어 있는데, 그 이야기를 참고해서 서사시를 읽으면 대백제의 역사가 한 눈에 그려지는 듯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해제 부분에 요동 반도를 중심으로 설명한 부분(p. 25)에서 지도가 한 바닥 크게 삽입되어 있었다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뻔 했다. 물론 그 뒤에 29페이지에 지도가 하나 나오긴 하지만 그 지도를 보고 다시 앞으로 넘기기는 조금 힘들기에 다소 아쉬운 부분으로 남아있다. 이 책에서 인상에 남는 부분은 온조왕 부분이었다. 흑치상지는 아예 몰랐던 인물이고, 삼천궁녀로 표현되는 향락에 빠졌다고 생각해온 의자왕이 원래는 자주성이 강했던 왕이었으나 의붓어머니의 세력과 아내의 세력을 이기지 못해 제 뜻을 펼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신선하기는 했지만 그 스스로가 주색에 빠진 것은 맞으니까 별로 중요한 인물은 아니고, 근초고왕은 워낙에 많은 업적을 남긴 왕이라 알고 있는 것이 많았는데, 온조왕은 백제의 시조인데다가 그 부분은 좀 다르게 알고 있었던 것이 있어서 새로웠다. 형인 비류왕과 아우인 온조가 나뉘어서 나라의 터를 잡았는데 비류가 세운 나라의 터가 험하고 백성들이 살기에 좋지 못해서 온조 곁으로 와서 스스로 자결했다는 이야기를 알고 있었는데, 여기서는 좀 더 현실성있게 대륙으로 뻗어나가는 비류 백제지역에서 다른 나라에 의해 쫓겨왔고, 미리 소서노가 보내 자리를 잡으라고 했던 온조 백제지역으로 왔다가 자객에 의해 소서노와 비류는 죽임을 당했다는 이야기는 상당히 멋졌다. 자리를 잘못 잡았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로 자결했다는 멍청이 왕 이야기보다야 훨씬 신빙성 있고 개연성이 있지 않은가. 역사는 살아남은 자의 이야기라는 말도 있지만, 둘째인 온조가 왕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백성들과 어울리기 좋아하고 체면보다는 사랑으로 아랫사람들을 부리는 것이 백성들의 신임을 받았다는 설명에서는 만나보고 싶었을 정도로 멋진 사람으로 여겨졌다. 실제로 유리왕을 피해 백제를 건국할 때부터 이들을 신임해서 따라온 유민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 아닌가 싶다. 살던 터전을 버리고 새로 경작해서 나라를 만드는 것 자체가 얼마나 어려운데 그럴 수 있었는지, 여기에 소서노의 명망과 온조의 인망을 유추해볼 수가 있겠다. 그런 지도자였으니 700년 간이나 지속된 백제라는 나라가 있을 수 있었을 것일테다. 그리고 여기에 등장한 근고초왕만 해도 그런 인품과 명망으로 백성들을 지도했고, 그런 사랑에 보답해서 백성들도 그를 신임했다. 진정한 권력은 백성들을 지키는데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실천한 멋진 조상들이 있었다는 것이 정말 자랑스럽다. 백제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꼭 읽어보길 권한다. 고대 역사는 그저 역사적 사실만으로 구성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런 문학적인 장르에서 재구성하는 것이 훨씬 사실에 가까울 것임에 의심치 않는다. 그들도 피가 흐르고 살이 따뜻한 사람들이었을 것이니. |
온조가 나라를 세우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 뭉클하게 그려지고 있다. 백제의 시작에서 부터 백제가 지고 그리고 백제의 부흥을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날수 있다. 이젠 나이가 들어서 그러나 좀 복잡한 구조는 좀 힘들다. 자꾸 꾸벅꾸벅 졸게되고...이 책을 보고 시처럼 되어 있어 내용을 제대로 보기전에는 헛!! 이거 너무 정제되어 어려운거 아니야? 라는 두려움에 감히 책을 열지 못하다가 책을 쭈욱 읽어보니 아주 마음에 쏙 든다.
시어가 그대로 쓰여져 정서가 풍부하고 쭈욱 읽어내리기 부담없이 그려지고 있다. 마치 따뜻한 봄날에 편안하게 앉아있는듯한 그런 느낌으로 쉽고도 알차게 그려졌다. 책속에서 나오는 인물들은 백제를 대표하는 인물들인 '온조왕', 근초고왕' 의자왕' 흑치상지'등으로 백제라는 맥을 풀어나간다. 백제가 어떻게 생성되었고 그 생성과정속에서 어떤 인물들이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 눈에 쏙쏙 들어오게 이야기한다.
백제의 시작전에 있던 졸본부여 이야기가 백제를 끌어내기 위한 시작점으로 쓰여있다. 고구려의 시조 주몽이 동부여에서 태어났지만 동부여 금와왕의 아들 대소의 압박으로 졸본부여로 피신하게 된다. 그곳에서 과부가 되어 친정에 와 있던 왕의 딸 소서노를 만나 결혼한다. 다음 왕위 계승자였던 소서노는 남편이 된 주몽에게 왕위를 내어주고 주몽은 국호를 고구려로 정한다. 그런 와중에 주몽의 장자인 유리가 찾아오고 왕위를 이어받게 된다. 원래 왕위 계승자였던 소서노는 자식들을 위해 나이 어린 주몽과 결혼했는데 자신의 원 자식인 유리가 왕위를 물려받게 되자 소서노는 배신감에 자신의 두 아들인 비류와 온조를 데리고 고구려를 떠나게 된다.
그렇게 떠난 곳에서 큰 아들인 비류와 자리를 잡았지만 적들의 침입으로 비류는 오래가지 못하고 동생인 온조가 만든 터전이 백제로 성장하게 된다. 온조의 온유하고 듬직한 품성으로 백성들은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가 꺽이지 않고 평화롭게 살아가게 된다. 물론 여러가지 적들의 공격이 있을지라도 든든한 리더가 있기에 부족함 없이 성장하게 된다.
근초고왕이나 의자상 역시 리더로 부족함 없이 듬직하게 그려지고 있다. 그뿐 아니라 백제를 잃고 슬픔에 잠긴 백성들을 품에 안고 백제의 제건을 소망하던 흑치상지의 이야기도 아주 감동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나라 잃은 슬픔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백제를 제건하기 위해 오랫동안 소망하며 열심히 살아가던 흑치상지가 점점 세력을 넓히자 두려워하는 모략으로 인한 생을 마감하는 장면은 정말 가슴이 아프다. 사람 살아가면서 참 많이 벌어지는 일들중 하나이기도 하다. 자신보다 세력이 조금만 강해져도 두려워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 심성일까? 여기서는 나라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개인적인 삶속에서도 빈번히 벌어지는 일들이라 더 가슴깊이 와닿는다. 시간이 없고 복잡해서 역사서는 기피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가쁜하면서도 의미심장하게 다가올 역사서라 권하고 싶어지는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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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를 방문한다던지 역사물을 보다 보면 내 나라의 역사인데도 불구하고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어서 부끄러울 때가 종종 있다. 학창시절 역사는 내게 지루한 암기과목이었다. 달달달 외우다보면 흥미를 잃어가기 마련. 그러다보니 기억은 가물가물해져 역사의 배경지식은 가끔 텔레비전에서 접하는 사극에서의 역사적 사실이 채워주게 되었다. 역사 또한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무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기에 요즘 부쩍 그 중요성과 필요성을 되새기게 된다. 이러한 시점에서 반가운 책 한권을 집어 들었다. <역사를 읊다 서사시 대백제>는 삼국시대 세 나라 중 백제의 이야기이며, 4명의 인물에 대한 이야기이다.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놓는 역사서가 아닌 서사시의 형식을 띄고 있다. 작가는 이를 새로이 팩트포엠(Fact-Poem)이라는 장르로 소개한다. 시의 형태를 갖추고 있기에 간결함이 특징적이다. 개인적인 기호에도 안성맞춤이 아닐 수 없다. 작품에 들어가기 앞서 오순제 교수의 해제가 있어 작품을 이해하는데 한결 도움이 된다. 이 작품에서 선정된 인물은 백제 건국의 시조인 온조왕, 백제의 전성기를 이룬 근초고왕, 백제의 마지막 임금인 의자왕, 그리고 백제의 부흥을 꿈꾼 흑치상지 장군이다. 서사시의 리듬에 따라 설렁설렁 읽어 내려가다 보니 어느새 백제 역사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듯한 감회에 젖는다. 그리고 자연스레 그림이 그려진다. 그 그림은 내가 봤었던 사극 ‘계백’, 영화 ‘황산벌’ 등의 장면과 오버랩 되기도 한다. 고구려와 본디 한 가지였으나 따로 떨어져 나와 백제라는 나라를 세우기까지 겪은 지난한 세월을 묵묵히 담아낸다. 온조왕이 어머니와 형을 잃은 절절한 감정을 담은 부분은 또 어떠한지. 근초고왕이 제왕에 오르기까지 곰신의 선택과 칠지도의 상징성을 표현한 부분은 흥미롭기까지 하다. 백제의 멸망을 맞은 비운의 의자왕의 허무함과 백제 부흥을 꿈꾸며 당나라의 장수로 살아야 했던 흑치상지의 허무함을 읽을 수 있었다. 또한 백성을 사랑했던 왕들의 면모를 찾아볼 수 있어 마음이 훈훈했다. 백제의 흥망성쇠를 엿볼 수 있다는 건 이 책이 주는 또 한 가지의 장점일 것이다. 요즘 학교에서 역사교육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는 모르겠으나, <역사를 읊다 서사시 대백제>처럼 스토리 중심으로 다가가면 학생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물론이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러한 팩트 포엠 형식의 작품이 여러 권 나와서 많은 독자들에게 읽혔으면 좋겠다. 마지막 닫는 시의 한 구절이 오래도록 여운에 남는다. 옛날에, 백제가 있었다. 민초들이, 성도 없고 이름도 없는 민초들이, 개미만 한 목숨 하나, 지렁이만 한 목숨 하나라도 온몸으로 섬기던 민초들이, 스스로 땅이 되고, 스스로 풀이 되고, 스스로 거름이 되어, 가슴 조이며, 가슴에서 가슴으로, 손에서 손으로 넘겨 주며 키워 온…… 영원히 죽지 않는 생명의 불씨 하나, 천손의 나라…… 백제가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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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우연히 찾아오는 것
찾아 나서면 멀리 도망쳐 버리고
가만히 기다리면 저절로 찾아오는 것
백제 땅에서 한없이 먼 사막 가운데에서
이런 만남이 있을 줄 누가 알았으랴.
누가 들었으면 거짓이라 말하리라
운명은 그런 것
거짓말 같지만 언젠가는 일어나는
기적 같은 것
<역사를 읊다, 서사시 대백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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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승자의 역사라고 했던가. 백제의 입장으로 (물론 이 책 또한 백제 안에서 갑의 입장으로 저술되기는 했지만) 바라보니 , 내가 아는 그 용맹하고 자랑스러운 고구려가 오롯히 그 모습은 아니였다. 모든 역사가 그러하다, 지금의 이 세계도 1등의 역사만 추대하니 말이다.
군더더기 없이, 4인의 일생을 통해 백제의 흥망을 지켜봤다. 백제는 시조의 이야기부터 처연하고 슬펐다. 죽을 수가 없어, 살고 싶어 세워진 나라. 왕족이라는 책임감 때문에 살아남아야 했던 처연함이 있었다. 삼국시대 3대군주로 꼽히는 근초고왕이나 향락과 자만에 취해 나라를 잃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 의자왕이나 분노와 한으로 싸울 수 밖에 없었던 처지는 같았다. 이 역시 승자만 추대하는 이 시대의 현주소일 것이다. 물론, 의자왕이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이상은 좋았으나 현실이 따라주지는 않았다. 그 현실을 만들어가는 것도 능력인 것. 그런 면에서 의자왕은 부족했다. 다른 얘기를 잠깐 하자면 나는 이번에 처음 안 사실이 있다. 그가 효와 덕을 중시했다는 것이다. 그 의자왕이! 삼천궁녀의 이야기 그 이전에 효를 중시했다는 그는, 결국 여성의 치마폭에서 시작하여 치마폭에 휩쓸리다 치마폭에서 막을 내렸다고 볼 수 있을 수도 있겠다. 그의 기쁨과 절망이 다 치마폭에서 이뤄졌다. 그래서 인지 그의 묘비명은 굉장히 짠하다.
나라는 왕이 아닌 백성의 것. 이 책에서 얘기하는 4인 중 유일하게 왕이 아니었던 사람이 있다. 그의 이름 흑치상지. 늘 어느 곳을 보면 마지막까지 집을 지키는 것은 대표가 아니라 피라미드 끝바닥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맨주먹 돌맹이'의 싸움이 이길 수도 있다니.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 흑치상지는 장군은, 백제의 왕손이 없어진 그 이후에도 백성의 백성을 위해 백제의 부흥을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었다. 물론, 현실은 그를 받쳐 주지 못했고 그는 그럴 주제(핏줄)가 되지 못하였으며, 그 스스로도 자신의 끝을 알고 있었다. 어떻게 그 끝을 알면서도 끝가지 발버둥칠 수 있을까? 나만의 위한 일이 아닌데도? 나는 일제시대로 훨씬 지난 굉장히 평화로운 시대에 태어나 평화롭게 자라왔으며 지금까지도 평화롭게 지내고 있어서 잘 모르겠다. 최근에 서대문형무소에 대한 조사를 해서 더 그런 걸수도 있겠지만. 나는, 당장 내 일 하나로도 벅찬데, 이들은 어떻게 이렇게 힘들 것임을 알고 힘들어하면서도 나라라는 것을 엎고 지낼 수가 있는건가라는 의문이 많이 생긴다. 이번 총선도 그렇다. 총선 이후 여러 말이 나오고, 또 여러 상황들이 벌어지면서, 아 왜 이런 일을 하려하는 걸까. 그 무게를 이길 수 있을 만큼의 명예가 그 곳엔 있는 건가. 돈 많은 이들이 고작 200가지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아닐테고. 본인이 나서면 이 사회가 어떻게든 바뀔거란 생각을 하는 건가? 그 믿음은 어디에서 나는 걸까? 자신감? 혹은 염병과 자뻑?
똑딱똑딱 시간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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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시 형태의 글은 생각외로 쉽게 술술 읽을 수 있었고, 호머의 '오딧세이' 이후 처음 접해 봤지만 딱딱한 역사적 사건들을 거부감 없이 리듬감 있게 접할 수 있어 좋았다. 시의 시작전에 빨간 글씨로 해설 같이 되어 있는 부분이 있어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하기도 용이했기 때문에, 책 구성을 신경써서 잘 해 놓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저자의 글과 책 내용 전반에 걸친 4명의 영웅들과 백제의 역사에 대한 오순제 교수의 해제를 미리 읽음으로 인해 다소 생소 하고 이해 하기 어려울 수 있는 책 전반적인 지식을 머릿속에 넣고 읽을 수 있게 한 부분이 좋았으며, 4명의 이야기를 서시, 제1부,제2부,닫는시로 구성한 것도 마음에 들었다. 출판사와 저자의 고심이 녹아 든 부분이 아닌가 싶었다.
과부인 소서노가 주몽을 도왔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왕위를 주몽에게 양보까지 하였는데, 주몽의 장자(소서노의 아들이 아닌) 유리가 아버지를 차자오자 주몽은 소서노의 아들 비류나 온조가 아닌 유리에게 태자 자리를 주게 되자, 소서노는 두아들과 함께 고구려를 떠난 것이 백제의 시작이라는 것은 역사와 최근의 역사 드라마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알고 있던 사실 이었지만, 다시금 읽어 보게 되니, 소서노와 비류,온조의 배신감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소서노와 그의 아들들의 기분이 어떠 했을까...
근초고왕과 의자왕은 최근 TV사극에서 어느정도 접한 부분도 있고, 그 이전부터 관심을 갖고 알고 있었던 내용이 있었지만, 이 책을 통해 많은 것을 새로 이 알게 되었으며, 흑치상지에 대해서는 백제 부흥을 주도 했다는 것밖에 몰랐는데, 이번을 계기로 그와 백제 부흥 세력들의 흥망과 그들 내부의 분열 등을 알수 있게 되었다. 백제에 대한 사료가 부족하고 삼국사기를 비롯한 역사서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에,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이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저자가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전문가의 감수까지 받아 책을 내었으며, 역사적 사실도 중요하지만, 주인공 4명이 처했던 환경과 사건들 등 책에서 들려 주는 서사시에서 생각할 점과 배울점이 많았으며 700년 역사의 백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하나하나 되짚어보며 읽으면 시간을 정성을 꽤 드려야 하는 책일 수도 있으나, 부담없이 술술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도 생각된다. 700년 역사의 백제를 서사시 형태로 만나 보길 권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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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역사, 그 가운데 백제라는 거목이 서있다. 우린 삼국을 통일하고 중원을 평정했던 고구려에 대해선 끝없는 찬사를 보냈지만 힘없이 무너져간 백제에 대한 그 어떠한 기억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 서기 660년 백제는 의자왕과 함께 몰락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그에겐 패망국가의 마지막 왕이란 치욕과 함께 어떠한 호혜도 베풀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해동증자라 불렸던 의자왕에겐 부패와 타락이라는 오명이 뒤집어 씌워졌다. 어떤 연유에서 구전되었는지 모르지만 삼천궁녀는 백제와 의자왕을 몰락시키기에 더할 나위없는 구실을 했다. 패자는 말을 남기지 않는다. 하지만 역사가 항상 승자의 손만을 들어주진 않는다. 만약이란 추정으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면 우린 바꾸고 싶은 시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역사를 읊다, 서사시 대백제, 백제를 추모하는 네 분의 왕을 만난다. 백제의 시조라 일컫는 온조왕, 고구려를 떨게 한 백제 최고의 왕 근초고왕, 백제와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의자왕, 그리고 비운의 장수로 기억되는 흑치상지다. 저자는 700년이란 흐름을 한마디로 평가하기보다 역사적 전환점에서 우리가 기억해야할 백제의 왕을 선정했다. 그들은 저마다의 기지와 열정으로 세상을 다루었고 그 어떤 위협에도 무릎 꿇지 않았던 백제의 위대한 왕으로 기억되고 있다.
백제는 동명성왕의 후손인 부여 씨의 자손들이 세운 국가다. 일찍이 TV 드라마를 통해 소개되었던 주몽이 고구려의 시조라면 주몽을 왕으로 만든 소서너의 두 아들, 비류와 온조가 유리의 통치를 벗어나고자 설립한 국가다. 희대의 여인 소서노는 유리왕의 등극과 함께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대백제를 설립하려했으나 고구려를 비롯한 주변국들의 집요한 방해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에 온조는 배를 타고 남하에 지금의 한강 이북에 자리를 잡는데 당시 주도세력이었던 마한의 방해와 맥국의 침략 때문에 상당기간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하지만 온조는 새로운 성을 쌓고 서서히 국가의 체모를 갖추어나간다. 당시 온조의 기상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마한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결국 백제의 휘하에 편입되게 된다.
서기 660년 백제는 의자왕과 함께 멸망이 길을 걷게 된다. 당은 왕족들을 본국으로 송환했는데 당시 당의 고문서를 보면 백제왕족들은 당에서도 왕에 대우하는 대접을 받았던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하지만 한반도 이남에선 백제의 부흥을 일으키려는 장수들의 외침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백제의 부흥을 바라는 이들은 이들 뿐만이 아니었다. 백제는 오랜 기간 일본에 불교를 비롯한 중요한 문화를 전달해주었는데 당시 일본에 건너간 백제유민들이 왕족이 되어 불교의 부흥을 도왔다는 역사적 기록이 전해진다. 백제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혼을 지키려 한 수많은 장수들의 영원한 제국이었다.
백제 패망 후 1400년이 지났다. 다행스러운 건 백제의 부흥이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는 우리들이 후손들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권력이고 자존심이고 희망이다. 우린 역사가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 충분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백제는 우리들이 알았던 것과는 확실히 다른 역사를 기록해왔다. 자신의 이익과 결부되지 않는다고 세계적 역사를 폄하해버린다면 미래는 더욱 많은 시간을 낭비될 것이다. 세계는 다시 동북아시아를 주목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 그리고 그 중심에서 동북아시아를 호령하던 근초고왕의 위엄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고 있을까? 백제의 영과 혼을 기리는 서사시, 대백제 팩트 포엠으로 기록된 백제의 역사를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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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삼국 시대의 역사를 읽으면서 늘 동경과 찬미의 눈으로 봤던 나라는 단연코 고구려였다. 친구들과 함께, 만약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광활한 만주의 영토가 우리 땅이었을 텐데 하며 울분(?)을 토했던 기억도 난다. 그에 비해 백제는, 뭐랄까 좀 유약한 이미지의 나라였고 상대적으로 삼국 중 가장 나의 관심을 적게 받곤 했다. 물론 크면서 단순한 땅 크기재기에서 벗어나, 백제의 훌륭했던 문화와, 일본에게 미쳤던 커다란 영향 등 백제의 다른 면을 볼 수 있었고 공주와 부여를 답사하는 기회도 몇 번 얻긴 했지만, 여전히 백제에 대해서는 신라와 고구려에 비해 잘 알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았다. 다행히 이 책 덕분에 이제는 백제가 굉장히 친근하게 느껴진다. 백제의 700년 역사가 생생하게 피부에 와 닿는 느낌이랄까.
이 책은 온조왕과 근초고왕, 그리고 의자왕과 흑치상지를 소재로 한 서사시로 이루어져 있다. 사실 서사시를 이렇게 책으로 만나기는 상당히 드문 일인 것 같다. 서사시, 하면 바로 길가메시 서사시나, 호머의 일리아드, 오디세이가 자동적으로 떠오르는데, 우리 역사를 이렇게 서사시로 만나는 것은 내 인생에서 처음이다(기념해야겠다.^^;). 아, 그러고 보니 고등학교 때 졸면서 배웠던 용비어천가도 서사시였지. 암튼 그건 자발적 독서의 범주에 넣을 순 없으니 패스.
고대사 중 특히 백제와 고구려에 관련된 사료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한다. 그래서 지은이는 사료로 메울 수 없는 부분들, 역사서에 있는 문구 하나에도 너무나 다양한 해석과 분석이 붙어있는 그 틈들에 문학적, 역사적 상상력을 불어넣어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다. 팩트 포엠(fact-poem) 혹은 역사시(history poem)라는 이 장르의 가능성은 앞으로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취향의 차이는 있겠지만, 역사에 관심이 있고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많은 상상을 해가며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룬 네 명의 인물 중에서 가장 내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준 인물은 흑치상지였다. 백제 멸망의 혼란 속에서 백제부흥운동의 선봉장에 섰으나 배신과 좌절을 경험하고 끝내 자결로 생을 마친 비극적인 인물. 특히 흑치상지와 장수들이, 당나라로 잡혀가는 의자왕을 향해 절을 올리며 가슴을 치고 울 때 나오는 ‘백제의 흙이 부르는 노래’, 그리고 당나라 황실의 모함을 받아 혹독한 고문을 받은 흑치상지가 전쟁터를 누벼 온 육십 평생을 떠올리며 자결을 한 후 이어지는 ‘백제의 바람이 부르는 노래’, 그리고 백성들이 부른 산유화 노래 가사에 특히 반했다. 이런 것이 역사에서의 문학적 상상이라는 것이구나 싶었다. 나는 흑치상지라는 이름을 처음 만났던 고등학교 역사시간을 기억한다. 아무런 감흥 없이 밑줄쳐가며 연도별로 외워야했던 그 역사적 사실이 뼈와 살을 얻은 느낌이다. 오늘, 진짜 흑치상지를 만났고 그의 야망에, 그의 번뇌와 아픔에 귀를 기울였다. 이제야 이름만 박제된 그가 아닌, 진짜 그를 알게 되었다. 다행이다.
나는 흑치상지의 발자국을 가슴에 새기고 있지 그와 그를 따라다니던 백제 백성들의 발자국을 알고 있지 맨발에서부터 짚신까지, 손ㅂ닥만 한 어린아이의 발부터 상처로 부르튼 어른의 발까지, 피 흘르던 그들의 삶을 모두 가슴에 새기고 있지 그들의 영혼과 그들의 몸이 썩고 문드러져서 나의 몸이 되었지 내 몸속으로 흘러든 그들의 피로 나는 그들과 한 몸이 되었지 모두가 잊혀져 가는 삶, 역사는 이긴 자들의 것, 모두가 승자(勝者)를 칭송할 때 나는 홀로 부르지 몰락한 자들의 노래를......
-391쪽, ‘백제의 흙이 부르는 노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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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역사 속에서 삼국 시대를 떠올리면 고구려와 신라 그리고 백제를 즉각적으로 생각하게 되지만 이 중에서도 백제의 역사에 대해서는 그다지 많이 알고 있지 못한 것 같다. 요즘에 들어와서야 티비에서도 백제의 역사를 다룬 드라마가 나오고 있으니 그 관심의 눈길을 가지게 되었지만 백제의 역사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 못내 아쉬웠던 점이었다.
서사시 대백제라는 책의 표지 문구가 눈에 들어 왔다. 역사적 이야기가 바탕이 되는 것이 서사시니 그 읽는 재미가 솔솔 할 것 같고, 잘 알고 있지 못하던 백제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들이 쓰여 있다니 그 반가움도 생겨났다. 백제는 주몽의 아내였던 소서노가 그 아들인 온조와 비류를 고구려에서 데려 나오면서 세운 나라라고 알고 있다. 바로 그 백제의 시작인 온조왕의 이야기부터 백제가 강했던 시절인 근초고왕의 이야기, 백제의 마지막을 이끌고 있는 의자왕의 이야기, 백제의 부흥을 꿈 꾸었던 흑치상지에 대한 이야기로 그려져 있다.
백제의 시작을 만나고 백제의 강성했던 때를 기억하고, 백제가 역사 속에서 사라져 갔던 이야기, 다시 일으켜 세워지는 백제를 소망했던 흑치상지의 이야기라는 그야말로 백제 역사에서 굵직굵직한 부분만이 뽑아져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에 백제의 역사를 한눈에 다 보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절망 속에서 사막을 걸었던 근초고왕의 이야기도 재미 있었지만 처음엔 나라를 잘 다스렸다는 의자왕의 이야기도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당나라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주 노선을 걷기 위해 노력했던 의자왕이었지만 사택왕후의 뜻을 거스를 수 없었고, 사택왕후가 죽은 이후에는 은고왕후에 빠져 향락의 세월을 살았던 의자왕이었다. 나름 높은 뜻을 세우고 나라를 이끌어 가고 싶어했던 의자왕이었지만 다같은 마음일 수 없으니 나랏일을 한다는 것이 힘겨운 일이었던 것 같다. 난관을 뚫고 초심을 이어간다는 것은 왕의 자리에서도 쉬운 것이 아닌 것이다.
나라가 무너져 가고 있는 모습을 본다는 것은 백성의 마음에서도 장수의 마음에서도 힘든 일인 것 같다. 부여융의 뜻을 받들어 백제의 재건을 꿈 꾸었던 흑치상지, 하지만 그 꿈으로 가는 길은 험난했고, 부여융과 흑치상지는 결국 대륙에서 백제의 재건을 꿈 꾸게 된다. 당나라의 번장이 되어 백제 재건의 꿈을 끝까지 버리지 않고 있었던 흑치상지였지만 그의 꿈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말았다. 무너진 나라지만 그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싶어했던 백제의 장수, 그의 마음이 애잔하게 느껴져 왔다.
백제의 역사를 한 눈에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백제 역사 속의 인물들을 다시금 살아 숨쉬게 만든 시간이었고, 그들의 백제 하늘 아래 이어갔던 삶의 깊은 더미들을 마주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백제를 강한 나라로 만들기 위해 애썼던 수많은 백제인들 중에서 온조왕, 근초고왕, 의자왕, 흑치상지라는 네 인물을 만날 수 있었던 시간으로 백제의 역사를 서사시로 읊으며 만나 지루하지 않았던 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