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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 이후에서 부터 6.25가 일어나기 전까지, 사회주의와 자유주의 체제로 혼란을 겪던 시대를 배경으로 쓰여진 소설은 많지만 조정래님 만큼 그 비극성을 잘 표현하는 작가는 드물다는 생각이 든다. 겪어보지 않았으니 그 시대가 어땠는지 잘은 모르지만 어렴풋이 이해가 갈듯도 싶다. 천한 신분이라고 억압 받고 늘 굶주려야 했을 상민들에게 공산주의가 내세운 이론이 얼마나 설득력이 강했을지는 이해하고도 남는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논리... 거기다 자신들을 억압하던 지주들을 잡아다 징계하고 상민들의 세상이 온다는데.. 늘 굶주렸을 그들에게, 특히 젊음의 피기 끓어오르고 있었을 그들에게 구원과도 같았을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천만석 영감도 그런 인물이었다. 천한 신분에서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의 자리까지 오른 그는 전쟁 후 자유주의 세상이 오자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운명이 되었다. 고향을 등진후 30여년의 세월동안 막노동판에서 살았다. 천만석의 인생은 비극에서 시작되어 비극으로 끝나버렸다. 가난하고 병들고 그리운 고향땅 조차 밟아볼 수없는... 소설속의 말 "따지고 보면 다 자네 죄만은 아니네. 나맹키로 무식헌 것이 멀알까마는, 시국이 죄여, 시국이. 자네헌티 죄가 있다먼 성깔이 꼬치맹키로 맵고, 거그다가 젊었다는 거시제."처럼 시국이 죄였다. 천만석은 역사의 비극속에 철저히 버려진 인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상깊은구절]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는 땅이었다. 반겨줄 얼굴 하나 없는 땅이었다. 있다면 험악한 과거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한사코 마음이 쏠리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자기의 속을 알 수가 없는 일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