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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다르지 않는 감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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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민족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트라우마를 던저준 것은 일제감정기와 한국전쟁일 것입니다. 일제감정기가 공적이고 외적인 면에서 지금 남북으로 분단되었지만 그래도 공통적인 분모의 역활을 하고 있다면 한국전쟁은 한민족 자체의 내부적인 문제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관례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남북 분단이 고착화되면서 남북 정치이데올로기에 의해 남과 북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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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민족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트라우마를 던저준 것은 일제감정기와 한국전쟁일 것입니다. 일제감정기가 공적이고 외적인 면에서 지금 남북으로 분단되었지만 그래도 공통적인 분모의 역활을 하고 있다면 한국전쟁은 한민족 자체의 내부적인 문제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관례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남북 분단이 고착화되면서 남북 정치이데올로기에 의해 남과 북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뭐 어떻게 보면 각자의 원하는 방향으로라는 표현이 맞을것 같습니다만) 진행되면서 극복하기 힘든 이질감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것 같습니다. 지금도 만만치 않지만 제가 국민학교 다닐때만 하더라도 붉은색은 그 자체만으로 악의 화신이자 이단, 적이라는 개념과 거의 일맥상통할 정도로 금기시 되었던 이념의 표출이었습니다. 반공을 국시로 삼았던 정권들에 의해서 남쪽의 우리들은 부지불식간에 북쪽사람들을 동일 민족이 아닌 별개의 민족으로 인식하게 되었고 남쪽 발전의 걸림돌 정도로만 받아들였던 것도 사실이죠. 이러한 현상들은 머리속 깊게 각인되어 한국전쟁을 바라보는 시각도 흐리게 하면서 개인적인 정체성이나 인격성에도 많은 왜곡을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국방군은 우리의 아버지, 아들, 동생, 오빠, 삼촌이지만 인민군은 그저 머리에 뿔난 도깨비 내지는 나쁜적으로서만 기억속에 남아 있는 것이도 한것입니다. 물론 지금이야 많은 부분들이 오해와 왜곡의 사슬을 풀었다고 하지만 그 미진함은 말로 다 못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 는 바로 머리에 뿔난 이념 덩어리인 적들(?)의 극히 개인적인 편지를 한데 모은 책입니다. 1950년 미군을 필두로 하는 연합군이 평양을 탈환하면서 미처 수신인들에게 전달되지 못한 편지들이 각종 공문서와 더불어 노획되어 미국문서보관서에 수십년간 잠자고 있다가 정보비밀해제가 되면서 공개된 편지들로써 그야말로 한국전쟁에 관한 1차적인 사료라는 공식적인 점에서도 중요성을 가지고 있지만 무엇보다 전쟁을 바라보는 개인들 그리고 부모,자식,형제,오빠를 전장을 보낸 이들의 속타는 마음과 생사의 기로에선 전장에서 가족들에게 보내는 개인화된 군인들의 편지들을 모아모아 출간한 책이라는 점에서 뜻하는 의미가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전쟁의 트라우마는 지금 현재도 매번 선거철이면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색깔론의 근원적인 형태를 제공했던 우리 민족사에 엄청난 변곡점이 된 사건일 것입니다. 북은 북대로 남은 남대로 자기들 나름의 한국전쟁 트라우마를 각색 확대 재생산하면서 자기들 만의 권력 독점에 이용해왔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지금도 전쟁의 끝은 보이지 않는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다양한 요인들이 체제나 권력에 대한 나름의 판단요소를 쭉 확장하여 일개 구성원인 개개인들의 개인적인 감정까지로 확장함으로써 남과 북의 이질감을 증폭시키는 역활을 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이러한 공적인 영역들로 인해 우리 사인이 가지고 있는 사유 역시 요상하게 염색되면서 개인대 개인관계 정립에 소홀히 하게 되는 근원이 되었던 것을 이번 출간을 계기로 비록 언발에 오줌주기식이라도 조금씩 조금씩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는 모성애, 부성애, 형제애와 부부사랑 그네들 역시 똑 같은 사람이었네요....  

l******e 2012.08.01. 신고 공감 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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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러도 대답없는 이름, 편지지에 고이 새기다
"불러도 대답없는 이름, 편지지에 고이 새기다" 내용보기
지금으로부터 10년도 더 전 미국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무너졌을 때 숱한 희생을 더욱 슬프게 만들어준 것은 그들이 남긴 ‘사랑한다’는 메시지였다. 2000년대 초반이었지만 많은 이들이 이미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었기에 떠나는 와중에도 그들은 작별 인사를 남길 수 있었다. 살아 있을 것이라는 한 줄기의 희망을 품은 게 더 나으려나 싶긴 하지만 기약 없는 기다림의 고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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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0년도 더 전 미국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무너졌을 때 숱한 희생을 더욱 슬프게 만들어준 것은 그들이 남긴 ‘사랑한다’는 메시지였다. 2000년대 초반이었지만 많은 이들이 이미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었기에 떠나는 와중에도 그들은 작별 인사를 남길 수 있었다. 살아 있을 것이라는 한 줄기의 희망을 품은 게 더 나으려나 싶긴 하지만 기약 없는 기다림의 고통도 상당할 것이다.

지금에야 그와 같은 헤어짐이 드물어졌지만, 예전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도 없었다. 건물이 무너졌다는 소식이 있고, 그 근방에 간다고 어렴풋이 들은 듯도 한데 사랑하는 이의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다면 그땐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스스로가 생존을 알려올 때까지 버티는 게 최선이다.

 

1950년 이 땅에는 극심한 혼란이 찾아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어울리던 이들이 사상 논쟁을 벌이고 이념 대립을 거듭한 끝에 급기야 전쟁이 발발했다. 죽고 죽이는 일의 반복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지만, 그땐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든 게 느렸고 전쟁의 전개 역시 느렸다. 그래서 누군가가 목숨을 잃는 순간에도 다른 누군가는 전쟁이 발생했음을 알지 못한 채 평화로이 논두렁을 거닐었다.

각 편지는 서로 다른 시기에, 서로 다른 장소에 있는 사람에 의해 씌어졌다. 누군가는 전쟁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펜을 든 반면 다른 누군가는 급박하게 쫓고 쫓기는 과정에서 사랑하는 이를 떠올렸다. 글씨체가 다르고 표현의 방식도 달랐으니, 좀 배웠구나 싶은 느낌이 드는 이들은 고상하게 정돈된 문체를 구사했고 남성은 여성과는 달리 짧은 몇 줄 안에 특유의 무뚝뚝함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편지에서는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선 상대를 향한 그리움과 걱정이 느껴졌다. 격정의 정도에는 차이가 분명 있었으나, 떨어져 있고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 상황에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정서는 바로 걱정이었다. 전쟁이 가속화되어 자신도 어디론가 피난을 떠나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떨어져 있는 상대의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편지지에 묻어났다.

두 번째는 조금은 서글픈 이야기인데, 바로 이념적인 충만함이었다. 해당 편지들은 한국전 당시 미군이 노획한 북한 문서로 인민군과의 관련성을 지닌 이들이 기록이다. 시대가 변화해 전체보다는 개인을 앞세우는 사고에 모두가 익숙해졌기 때문일 수도 있겠으나, 편지에서 만나볼 수 있는 특정 이념에 경도(?)된 발언들은 참으로 어색하게 다가왔다. 지금에야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에 앞서 전쟁 자체가 잘못된 것이고 피해야만 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당시 전쟁에 임한 이들은 그리 생각지 않은 듯했다. 미 제국주의를 타도하겠다, 이승만 괴뢰정부를 분쇄하겠다는 식의 표현이 곳곳에서 보였다. 물론 이는 누군가의 검열에 의해 탄생한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문맥이 자연스러운 데다 힘까지 느껴지는 게 편지 작성인이 스스로 썼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검열을 피하기 위해 마음과는 달리 끼워 넣은 건지 아니면 정말 특정 체제에 대한 믿음이 그토록 견고했는지는 판단할 길이 없지만 말이다. 이로부터 더 나아가 레닌이 말했다는 민주와 반민주의 시국, 제국주의 패배의 필연성 등에까지 이르면 사람이 무섭고 시대가 무섭다는 생각에 몸서리를 치게 된다. 제 아무리 전시상황이라 하여도 군대에 복무하기 위해선 기본 체력이 허락해야 한다. 군복을 입은 이들은 어리다면 10대 후반, 나이가 많아도 사오십을 넘기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자신의 적을 너무도 명확히 설정했다. 무엇이 이들을 그리 만들었단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생에는 유머가 조금씩은 기본적으로 깃드는 모양이다. 자발적으로 군에 입대를 했건 강제로 군인이 되었건, 제 부모 앞에서만큼은 마치 애교를 부리듯 돈이며 양말 따위를 달라 요구하며 어린 아들로 돌변한다. 능청스레 힘들면 신경을 쓰지 말라 눙을 치는데, 그 말을 거절했다가는 단단히 삐칠까 걱정이 좀 된다. 억센 여인은 편지 한 번 없는 무정한 남편을 향해 매몰차게 애정을 요구한다. 사람이 그래서는 아니 된다며 비수를 꽂는데, 그 강인함 속에는 갈대마냥 쉬이 꺾이는 여린 심성이 가득해 안쓰럽다.

 

때는 1950년. 나이가 어리다 가정할지라도 글을 쓸 정도의 연령이라면 최소한 초등학생 정도일 게다. 이 말은 편지 속 주인공들이 못해도 1930년대 (포함) 이전 출생자들이라는 뜻이며, 지금은 많은 이들이 이미 한 많은 생을 마감했을 것이란 의미이기도 하다. 지금은 사랑이 국경을 뛰어넘는 시대라 한다. 생김새가 전혀 다르며 말이 좀 안 통하고 심지어 살아온 문화가 달라도 사랑하면 극복할 수 있는 꽤 괜찮은 시대에 우린 살고 있다. 그런데 한때는 편지 한 통을 보내도 언제 닿을지 알 길 없는 시대가 있었다. 아무리 귀를 열어도 들리지 않는 소식에, 아무리 부르짖어도 대답 없는 그 이름에 피가 마르던 1950년은 빛바랜 편지 속에, 많이 뭉개진 손글씨 속에 살아 있었다.

q*****2 2012.10.11.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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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적 역사 이해의 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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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탄이 매일 매일 수많은 생명들을 거두어가고, 길거리에는 피난의 행렬이 넘쳐나는 비극적인 시대에도 편지는 여전히 따스하고, 그 속에 사랑과 정이 넘친다. 소박한 종이에소박한 필체로 써내려간 이야기 속에는 부모님의 자식에 대한, 자식의 부모님에 대한, 연인에 대한, 친구에 대한 애틋한 마음들이 가득하다. 사람의 삶은 그 시대나 지금이나 이어져가고 있는지라 일상의 소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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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탄이 매일 매일 수많은 생명들을 거두어가고, 길거리에는 피난의 행렬이 넘쳐나는 비극적인 시대에도 편지는 여전히 따스하고, 그 속에 사랑과 정이 넘친다. 소박한 종이에소박한 필체로 써내려간 이야기 속에는 부모님의 자식에 대한, 자식의 부모님에 대한, 연인에 대한, 친구에 대한 애틋한 마음들이 가득하다. 사람의 삶은 그 시대나 지금이나 이어져가고 있는지라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에서부터 걱정하는 마음, 그리운 마음, 기도하는 마음들을 담아 누군가는 희미한 관솔불 아래서, 또 누군가는 한낮 무더위에 흙묻은 손을 털고, 어떤 이는 급하게, 또 어떤 이는 한문장 한문장 정성 스럽게 써내려 갔을 수많은 편지들이 완결되지 않은 이야기를 담고 50년동안 먼 이국땅에서 잠들어 있다 이제서야 같은 글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공개되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아이러니하다.
우리가 흔히 보는 역사책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주된 사건들만을 기술하고 있다. 그런 책들만 보다가 이 책을 접하니 새삼 미시사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깨닳아진다. 거대 담론으로서의 역사 이야기가 우리에게 친숙한듯 하면서도 별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식상한 이야기가 되어버렷다면, 누군가의 편지글은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그 뼈대 위에 살이 붙고 색이 칠해져서 하나의 완성된 작품처럼 살아 꿈틀대는 역사를 만든다 .6.25를 알아도 그 당시의 삶을 피부로는 느낄 수 없지만, 이러한 편지글을 통해 그 시대의 인텔리와 무지렁이의 관심사의 차이, 남자와 여자의 화법 차이, 어떤이에게는 전화가 지척에 다가와 있다 할지라도 누군가는 태평 세월일 수도 있다는 사실 등 새로운 것들이 깨닳아지면서 그 시대를 좀 더 디테일하게 이해하는 기반이 되어 주고 잇다. 어려운 시대였지만, 사람들이 그저 지인들을 위해 쓴 것이므로 생각보다 드라마틱한 부분은 별로 없지만, 불과 50여년 전의 언어가 오늘날과 이렇게 차이가 있다는 사실에 50년 후의 언어를 상상해보게 하는 재미가 잇다. 뿐만아니라 편지들 곳곳에 숨겨진 시대의 흔적들을 찾는 것이 마치 보물찾기 하듯 쏠쏠한 재미가 있다. 한정된 해석을 바탕으로 세부적인 내용을 추론하는 것은 독자의 몫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m******y 2012.08.06.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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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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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살벌한 말들만 오고 가는 중이다. 주민들이 일년 먹을 식량값을 가뿐히 하늘로 쏘아 올리는 이들이나, 딱히 그에 대해서 조목조목 짚어가며 사리밝은 말 한마디 해댈 사정도 아닌 그 다른 편 이들이나. 대선이 끝나면 다른 통로가 생기려나, 우리는 다른 큰 나라들의 한 건너 도움이 아니면 직접 얘기조차 해볼수 없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같은 언어를 쓰는 이편과 저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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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살벌한 말들만 오고 가는 중이다. 주민들이 일년 먹을 식량값을 가뿐히 하늘로 쏘아 올리는 이들이나, 딱히 그에 대해서 조목조목 짚어가며 사리밝은 말 한마디 해댈 사정도 아닌 그 다른 편 이들이나. 대선이 끝나면 다른 통로가 생기려나, 우리는 다른 큰 나라들의 한 건너 도움이 아니면 직접 얘기조차 해볼수 없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같은 언어를 쓰는 이편과 저편인 것이다. 우리가 갈 수 없는 그 땅엔 한 일가에게 대를 이어 충성하는 사이비 신도급의 목숨들과, 반대로 죽는다는 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허망하게 굶어죽는 그런 두 부류의 목숨들만 60년 넘게 살아오고 있다고 지금까지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왔다. 그러니까 우리가 짐작할 수 있는 한, 그 땅에는 '사람'은 없고 그저 그런 '목숨'들만 남아있는 거였다.
하지만 '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 이 책의 들어가는 글은 이렇게 시작된다. '편지 더미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 이 책에 나오는 편지들은 한국전 당시 미군이 노획한 북한 문서들 사이에 끼어있던 1138번과 1139번 상자에 담겨 미 매릴랜드 주에 있는 국립문서 보관소에 보관되어 있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의 손길을 받았던 다른 문서들과 달리 손 댄 흔적이 거의 없이 잘 보존되어 있었고, 그 안엔 1950년 무렵 이 땅에서 살았던 '사람'들이 고스란히 살아있었다.


물론 '이승만 도당'과 '미제'의 압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원색적인 비난의 글들은 여기저기서 자주 등장한다. 아마도 제국주의자들에 의해 두동강난 이 땅을 통일하기 위한 '통일 전쟁'이라 굳게 믿고 있었을테고 또한 그런 당위가 자신의 안위에 대한 걱정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었을테니까 뭐, 그걸 뭐라 할 수는 없다. 그 당시 대다수에게 선택의 기회란 애시당초 없었으니까. 
하지만 누렇게 바랜 질 나쁜 종이에 꾹꾹 눌러쓴 연필 자국을 가만 보고 있자면 그런 '이승만 도당'이나 미제에 대한 전 세계 민중의 가열찬 투쟁은 참, 할 말이 없어진다. [쌀은 마질하고 다 계산 보았습니다] 입대하기 전까지 집안 농사며 대소사를 챙기던 아들은 군대에 가서도 집 걱정이 한 가득이었다. '파종에 종자와 모씨는 잘 세대(되었다는)는 소식도 알았고', '비러(비료) 계산만 보고 쌀 문제는 알지 못하기 때문에 배당을 못따여서' 걱정이라는 - 삐뚤빼뚤한 글자들을 보고 있자니, 그 마음에 나도 맘이 짠하다.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못하다는 걸 알고 있으니 면회도 오지 말라지 않나. 
[앞이 깜깜하여 기가 막힙니다] 아내를 잃은 오빠에게 누이가 보낸 편지에는 '피가 차고 뼈가 차고 저리다'라는 누이의 슬픔이 그대로 담겨 있다. '세상에 옵빠 한 분을 이와 같이 한 가족을 불쌍스럽게도 스러 버렸으니 이 누이 가슴은 쓰라리다 못하여 간장이 다 스러지고 맙니다...그러나 업쓴 사람은 업쓰나 산사람은 사르야지요... 죽지 않고 살았으면 나한테 오기를 원합니다...' 안사람없이 혼자 조카들을 데리고 고생하고 있을 오빠 생각에 살아도 산 것이 아닌 누이다. 어미도 아니고 손아래 누이가 이렇게 오빠 걱정에 피가차고 뼈가 저리다.
이외에도 너무나 많다. 폭격에서 살아남기를, 추수에 힘들어도 제발 견뎌주기를, 힘든 시절이지만 아이들 목숨만 붙여 놔주기를. 그 와중에 빨리 와서 장가들라는 물정 모르는 아버지의 재촉 편지도 있고, 예나 지금이나 군대에선 돈이 필요한지 돈 부쳐 달라는 편지도 있다. 1950년 후반으로 갈 수록 급박한 전세에 대한 비관적인, 혹은 낙관적인 판단으로 갈지자를 긋는 편지들도 많았다.
어쨌거나. 이 편지들은 결국 주인에게, 보내는 마음들이 닿아야 할 그곳으로 가지 못하고 말았다. 보내는 마음과 받아야 할 그 마음들이 종내 서로 다시 만날 수 있었을까. 다시 만나 살아남아서 고맙다는 말을 주고 받고 서로의 얼굴을 만져볼 수 있었을지. 아니면 이걸로 그들의 이승에서의 인연은 끝이었을지.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적어도 80줄은 넘었을 터인데 그때 썼던 이 글들 기억이나 할런지. - 닿지 못한 마음들을 살펴보는 일은 참 많은 생각을 남기는 것 같다.

 

역사적인 사료를 이렇게 힘들이지 않고 훑어보는 일은 처음이었던것 같다. 예전 글 하나 읽어내려가보자 해도 죄다 한문이라 우리 역사를 담은 글들이 왜 우리 말이 아니었는지 참 맘에 들지 않았었는데, 이 편지들은 소리내어 읽으면 아무리 맞춤법이 엉망이라해도 신기하게 다 이해가 됐다. 글을 엮어주신 분이 옆에 잘 정리해놓았건만 굳이 원본 글자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읽었다. 나 혼자 읽고 나 혼자 다시 느낄 수 있어서 감사했다.

이렇게 별다른 수고로움없이 뜻을 통할 수 있는 저편이 지금은 너무 멀다는게 맘이 아프다. 속이 쓰리다. 편지들을 읽고 - 당연한 일이었겠지만 - 거기도 사람이 살았고 지금도 그들의 아들 딸들이 그런 일상에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 것에 왠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되었다. 참, 이런 기형적인 공존이 역사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남게 될까. 주고 받지 못한 이 편지들처럼 주고 받지 못하던 마음들이 이제 제자리를 찾아가길 내내 간절하게 바랬다.   

 

s******0 2012.05.1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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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지 못한 편지들, 잊지 못할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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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의 역사에 대하여 알고픈 마음으로 이 책을 읽지는 않았다. 60년도 더 지난 가슴 아픈 시절에 쓰인 애틋함과 안타까움 , 먹먹함 등이 이 책에서 한 장 한 장 피어오를 것을 책의 표지만 보고도 짐작했다. 반대편의 역사 따윈 잠시 중요하지 않았다. 이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에 대한 글들이기 때문이다.   이 편지들은 노획물이다. 그러므로 발신자가 원하는 대로 수신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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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의 역사에 대하여 알고픈 마음으로 이 책을 읽지는 않았다. 60년도 더 지난 가슴 아픈 시절에 쓰인 애틋함과 안타까움 , 먹먹함 등이 이 책에서 한 장 한 장 피어오를 것을 책의 표지만 보고도 짐작했다. 반대편의 역사 따윈 잠시 중요하지 않았다. 이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에 대한 글들이기 때문이다.

 

이 편지들은 노획물이다. 그러므로 발신자가 원하는 대로 수신되지 않은 편지들이다. 전쟁의 기미가 보이던 시간부터 하늘에서 폭격이 수도 없이 떨어지던 때까지 그들의 편지는 마음이기도 하지만 때때로 목숨 그 자체이기도 하다. 그들은 아마 이 편지를 쓰면서 가족 생각을 하고 살 생각을 하고 살아 있음을 느꼈을 것이다.

 

배운 사람이건 배우지 못한 사람이건 사지에 놓이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가족 생각, 살 생각에 겨를이 없다. 그런 와중에 저보다는 가족의 살 걱정을 더 하는 딸과 누이가 있다는 데에 눈물이 핑 돈다. 어느날 아침에 여군 순옥의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참느라 무던히도 애를 썼었다. 상처한 오라비의 아이들을 키워주겠다며 살아있으면 자기에게로 오라는 누이 류경희의 편지는 또 얼마나 절실한지 6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에라도 그들이 꼭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 절로 생긴다.

 

우리는 많은 것을 잊고 잃어버렸다. 이 노획된 수많은 편지들이 그러하고 그 감정들이 그러하고 그 시절 모든 사실들이 잊혀졌다. 이 땅의 젊은이들을 애도하느라 저 땅의 젊은이들을 미처 애도하지 못했다. 불행한 일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도 반대편의 역사에 대하여 말하고픈 마음은 없다. 다만, 반대쪽에서 우리를 괴수로 불렀을 그 젊은이들과 그들의 가족의 마음에 대해서 이해하고자 한다. 아울러 한 번도 애도한 적 없는 그들의 죽음에, 그들의 젊음에, 그들의 고됨에 애도를 해 보고자 한다.

 

1950년, 받지 못한 조선인민군과 그 가족들의 편지는2012년, 이제 잊지 못할 시간들이 되었다.

 

 

------장을 나눈 기준은 모호하지만 편지의 내용 중에 일부가 장의 제목이 되었는데 그 발췌가 좋아 옮겨본다.

제 1부 자식을 서이나 전선에 보낸 우리 어머님

제 2부 내가 떠나와 있을망정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오

제 3부 봉견하라, 회답하라, 고대한다.

t****3 2012.05.1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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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영영 다시 돌아가지 못할 편지여.
"아, 영영 다시 돌아가지 못할 편지여." 내용보기
이 책은 실린 편지들은 1950년 6·25전쟁 당시에 미군이 평양을 점령했을 때 평양중앙우체국에서 노획한 것으로 추측되는 편지들이다. 미군은 당시 총 1068통의 편지들을 노획하였고 그것을 시간이 꽤 흐른 지금 미국의 국립문서보관소에 보존을 해놓았다. 최근 한국의 국립중앙도서관에서 한국 관련 문서를 수집하는 사업을 통해 이 책의 엮은이가 처음 이 편지들을 만나보게 되었다.
"아, 영영 다시 돌아가지 못할 편지여." 내용보기

 이 책은 실린 편지들은 1950년 6·25전쟁 당시에 미군이 평양을 점령했을 때 평양중앙우체국에서 노획한 것으로 추측되는 편지들이다. 미군은 당시 총 1068통의 편지들을 노획하였고 그것을 시간이 꽤 흐른 지금 미국의 국립문서보관소에 보존을 해놓았다. 최근 한국의 국립중앙도서관에서 한국 관련 문서를 수집하는 사업을 통해 이 책의 엮은이가 처음 이 편지들을 만나보게 되었다. 엮은이는 이 사업과는 별개로 수신되지 못한 편지와 관련된 사람들에게 이제라도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 중 113통의 편지를 골라내어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시간이 꽤 흘렀기에 이 편지 중 한 장이라도 이 책을 보게 된 남한에 있는 수신인에게 가서 닿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된다면 그는 60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 이제야 보게 된 이제는 없을지도 모를 가족의 애틋한 사연을 접하고 기쁘면서도 한편으로 얼마나 가슴아파할 것인가. 어쩌면 당시 노획 후 오늘날까지 분실 없이 간직한 대단한 미국의 보관정신도 또한 그것이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인연과 책으로 편찬되는 이런 공개가 되는 일련의 모든 운명들이 얄궂게 느껴지기도 하다.

 

총 113통의 편지들이 실제 원본 복사물 사진과 함께 실려 있다. 정성들여 쓴 글씨가 빼곡히 담긴

누렇게 빛바랜 편지지를 생생하게 눈으로 확인해볼 수 있다. 인민군에게 가던 편지였던 것을 증명하듯 ‘반동분자’ 라든지, ‘인민위원회’, ‘해방전쟁’과 같은 단어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하지만 편지에 가득 담긴 가족에 대한 걱정과 애정은 그런 사상의 차이에서 비롯된 이질감을 쉽게 넘어선다. 이와 같은 편지를 소개한 말미에는 이를 읽고 느꼈던 엮은이의 감상과 덧붙여져 있어 다시 한 번 편지의 내용을 깊게 들여다보고 공감해볼 수 있게 해준다.

 

 전체적으로 전쟁터에 나간 가족의 안위를 걱정하고 남은 가족들에 대한 염려를 덜기 바라는 배려가 느껴지는 다소 담담하고 투박한 말투의 편지들이었다. 그렇기에 오히려 은근히 느껴지는 가족애가 더욱 애틋하게 느껴진다. 제때 도착하지 못하고 이제야 돌아온 이 편지들만큼 비극적 전쟁에 휘말려 비극적 운명을 맞아야 했던 개인과 가족들의 삶이 기구하고 애달프다.



YES마니아 : 골드 i******i 2012.07.07.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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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 62년 만에 열어보는 미군의 북한 노획 편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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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에 쓴지를 써본지가 언제인지 문득 생각을 해보게 한다. 그리고 나는 과연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편지를 써본일이 있을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인터넷을 통한 이메일이라는 것이 나온 뒤로는 그나마 쓰던 편지를 써본 기억이 없는 듯하다.   사연을 담은 손편지가 디지털시대에 떠밀려 사라져가는 요즘 이 책은 그옛날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동시에 다양한 사연을 가
"[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 62년 만에 열어보는 미군의 북한 노획 편지함" 내용보기

 

종이에 쓴지를 써본지가 언제인지 문득 생각을 해보게 한다. 그리고 나는 과연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편지를 써본일이 있을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인터넷을 통한 이메일이라는 것이 나온 뒤로는 그나마 쓰던 편지를 써본 기억이 없는 듯하다.

 

사연을 담은 손편지가 디지털시대에 떠밀려 사라져가는 요즘 이 책은 그옛날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동시에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 찡해지는 이야기들을 간직한 편지가 나온다. 대부분 1950년에 쓰인 이 편지들은 미국이 한국전쟁당시에 노획한 것들로 미국의 국립문서보관소에 보관되어 있던 것들이다.

 

이 책에 소개된 편지들은 그곳의 문서 상자 1138번과 1139번 안에 들어 있던 것들이다. 두 상자에는 편지 728통과 엽서 344매가 들어 있었고, 책에서는 이중에서 엽서를 포함한 113통의 편지만을 골라서 소개하고 있다.

 

113통의 편지만큼이나 그 내용도 다양한다. 군대에 자식을 보낸 부모와 아내, 형제, 자매가 보낸 편지들, 군대에 입대한 사람들이 반대로 부모와 아내, 형제, 자매에게 보낸 편지도 있으며, 당을 위해서 전선에서 노력하는 동지에게 보낸 편지들도 있다.

 

62년이 지났음에도 상당히 보존이 잘 되어 있는 편지들이다. 물론 북한 사투리와 그당시의 어투와 시대적 상화들을 고려해서 쓰여진 그대로 이해하기 힘든 편지들도 많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역자가 친히 지금의 우리말로 잘 번역해서 써주고 있다.

 

편지를 쓴 사람들의 사회적 지위들과 그 당시의 사회상이 고스란히 들어나는 편지들이 많기에 전쟁 중의 상황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것 같다. 많은 이들은 전쟁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토로하고 있으며 서로 서로의 건강과 안전을 걱정하는 이야기들을 묻고 있다.

 

비록 문법이 틀리고, 맞춤법이 틀리지언정 그 속에서 담긴 가족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고스란히 읽힌다. 때로는 미국 군대와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 혁명과 전쟁에서의 승리를 말하는 전투적이며, 사상적인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혼란하고 위험한 시국에 함께하지 못하는 가족에 대한 아련함이 느껴진다. 어떤 친구는 자신의 개인적인 용무를 부탁하는 이도 있고, 어떤 아들은 군대에서 부족한 개인물품을 조목조목 적어 부모하게 부탁하기도 한다. 어떤 남편은 자식들 걱정, 아내걱정 부모님 걱정을 토로하기도 한다.

 

이들의 다양하고 애끊는 사연들의 말미에는 모두 공통된 이야기로 편지를 갈무리하고 있다. 이번 전쟁에서 승리하여 반가운 마음으로 만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편지는 결국 주인에게 돌아가지 못했다.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의 출간을 통해 혹시라도 자신의 편지를 발견하는 사람이 있을까? 발신인과 수신인 모두 이 편지를 만나게 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전쟁의 경험하지 못했고, 내란을 겪어보지 않았지만 이 편지에 적힌 상황의 급박함과 위험은 충분히 느껴진다. 그렇기에 이들은 이 편지들을 쓰면서 어떤 마음이였을지가 느껴진다.

 

비록 62년이 지난 지금이지만, 이 책을 통해서라도 편지의 수취인들에게 가족들의 마음이 담긴 편지가 닿기를 기대해 본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g*****s 2012.04.28. 신고 공감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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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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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책을 읽기 전에 우리는 한국전쟁에 대해 알아두어야 할 이유가 있다. 저자가 엮어낸 편지 속에서는 각각의 날짜가 명시되어 있는데 이 날짜로 인해 그때의 상황을 어렴풋이 알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 주는데 한국전쟁에 대한 경로를 잘 알지 못하면 이런 편지속의 진실은 아무 스치듯 지나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날짜를 명시하지 않은 편지글도 있지만 대부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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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책을 읽기 전에 우리는 한국전쟁에 대해 알아두어야 할 이유가 있다.

저자가 엮어낸 편지 속에서는 각각의 날짜가 명시되어 있는데 이 날짜로 인해 그때의 상황을 어렴풋이 알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 주는데 한국전쟁에 대한 경로를 잘 알지 못하면 이런 편지속의 진실은 아무 스치듯 지나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날짜를 명시하지 않은 편지글도 있지만 대부분은 1950년 6.25전쟁을 중심으로 이전과 이후로 전쟁 이후의 편지글이 많았다.

그 편지들이 비록 수신자에게 돌아갈 수 없는 편지로 우리들 가슴에 머물러 있지만 발신자의 편지 속에서는 무엇보다 애절함과 간곡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62년 전의 이야기를 이 편지글만 보고는 모든 걸 다 알 수는 없지만 그때의 상황과 긴박함, 그리고 전쟁에 대한 생각과 그들의 심정을 느낄 수 있는 진정한 역사서라고 볼 수 있다. 이 편지들은 미 국립문서보관소에 보관되어 있다가 저자의 문서 작성으로 인해 세상에 내어지게 되었다. 물론 1977년에 이미 미 국립문서보관소에서 비밀을 해제해 일반에 공개한 바 있지만 우리처럼 일반인들은 그런 것에 많은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책으로 엮어낸 [조선 인민군 우편함 4640호]는 많은 이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을 것이고 지금 현재 이 편지의 주인공이나 그들의 자손들이 혹시나 보고 출판사로 연락이 오면 그보다 더한 기쁨은 없었을 것이다. 또한 이 책을 편지로 엮은 저자 또한 ‘책을 쓴 보람이 남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편지들은 사실 저자의 해설과 부가 설명이 없었더라면 읽기가 상당히 버거웠을 뿐만 아니라 책을 읽는 속도 또한 많은 뒤쳐졌을 것이다. 쉽게 풀이해준 저자에게 감사를 드린다.

마지막 한 단락은 특별한 해설이 없기에 솔직히 애 먹고 눈을 부릅뜨고 읽어 내려가긴 했지만

쉽지 않은 과제였다. 사실 저자의 설명도 상당히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아직 붙이지 못한 편지글의 글씨체, 일본어가 들어간 글, 한자가 들어간 글, 문맥이 맞지 않은 글, 맞춤법이 틀린 글들이 더 감동을 느끼게 했고 그들의 지식을 살짝이나마 엿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편지 내용들은 저자가 말했던 바와 같이 가지각색 다양하다.

연인에게 보내는 편지 딸에게 보내는 편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에게 보내는 편지,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 아는 이에게 보내는 편지 등이 있다.

 

먼저 앞에서 얘기했던 바와 같이 한국전쟁에 대해 아주 간단하게 말하고자 한다. 이 책에 실린 편지글을 읽기 전에 한국전쟁에 대한 경로를 살짝만 알아두어도 편지글에 대한 심적 갈들을 조금이나마 해소 할 수 있는 도움이 된다.

한반도는 자연환경은 북태평양의 조그만 반도 주변에 러시아, 일본, 중국의 강국들의 힘겨루기 장소이라고 볼 수 있다. 세계2차 대전이 막을 내리고 일본의 식민지에서 해방이 되자 이제는 아시아의 패권을 두고 소련과 미국이 한반도의 중간 지점인 북위 38도 정해 분할 점령했고 그 이후 1950년 6월25일 전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북한으로 인해 남한은 저항 없이 당했고 6월27일 북한이 서울에 넘어와 함락했다. 7월초 오산에서 또 한번의 북한군과 유엔군의 오산전투가 벌어졌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북한은 부산 진격까지 들어오게 된다. 8월초에 유엔군이 낙동강 방어에 나서지만 실패에 막을 내리면서 프랑스, 터키, 태국, 뉴질랜드, 캐나다, 호주, 에티오피아에서 지원군이 합류 된다. 9월15일 인천 상륙 작전으로 9월28일 서울을 되찾는다. 10월13일 평양을 점령하면서 10월25일에 중공군에 북한에 개입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10월26일 한국군 일부가 압록강 근처에 진격하게 된다.

 

일부러 날짜를 넣어 놓았다. 그리고 한국전쟁이 더 길지만 편지에 나와 있는 날짜는 대부분 11월 전 까지만 실려 있었기 때문에 길게 설명을 하지 않았다.

 

북한도 마찬가지로 우리 남한과 똑같은 전쟁 중의 적국으로 서로의 오해도 있을뿐더러 씻어내고 싶어도 씻을 수 없는 전쟁을 겪었다. 그렇기에 더욱 그들의 삶이 애절하고 연인을 느낄 수 있었다. 때론 질투도 보이고, 분노와 원망도 보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전쟁이 낳은 작은 불씨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m*****3 2012.04.26.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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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지 못한 편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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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초등학생 때, 비록 서툰 솜씨일망정 색종이로 곱게 접은 카네이션과 삐투름해도 정성을 다해 연필로 꾹꾹 눌러쓴 감사의 편지를 받아보곤 대견하고 흐믓했었답니다. 하지만 아이들도 점차 학년이 높아질수록 시간에 쫒기고 공부에 지쳐 어버이 날이라 인쇄된 조화 한 송이와 선물을 내밀더군요. 적은 용돈이나마 모아 장만한 정성이 고맙긴한데 한편으로 서운함도 없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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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초등학생 때, 비록 서툰 솜씨일망정 색종이로 곱게 접은 카네이션과 삐투름해도 정성을 다해 연필로 꾹꾹 눌러쓴 감사의 편지를 받아보곤 대견하고 흐믓했었답니다. 하지만 아이들도 점차 학년이 높아질수록 시간에 쫒기고 공부에 지쳐 어버이 날이라 인쇄된 조화 한 송이와 선물을 내밀더군요. 적은 용돈이나마 모아 장만한 정성이 고맙긴한데 한편으로 서운함도 없진 않답니다. 내년부터는 선물은 안줘도 좋으니 각자 편지나 한 통씩 써오라는 주문을 했어요. 아이들이 보낸 편지는 한 통도 허투루 여기지 않고 곱게 보관하고 있다 가끔 꺼내보곤 하거든요. 편지지를 파는데도 없다는둥, 요즘 누가 편지를 쓰나는 둥 말들이 많지만 한 장 이상은 꼭 써야한다고 일축했지요. 그러고 보니 정작 내 자신도 편지를 받아 본 지도, 써 본지도 꽤나 오래 되었더군요. 고지서나 인쇄된 봉투 대신 아주 가끔씩은 손글씨로 주소와 이름 석자 쓰여진 편지봉투를 받아보고 싶기도 하더군요.

 

가슴 절절한 사연을 담은 편지들이 보낸 지 62년이 흐른 지금까지 수신인에게 전달되지 못한 채 있으니 사연인즉, 한국전 당시 미군이 평양을 점령했을 때 평양중앙우체국에서 미처 배달하지 못한 편지들을 대량 노획한 것으로 남북을 넘나들었음은 물론, 흑룡강성, 산동성 등 중국과 모스크바, 블라디보스토크 등 소련과도 오간 사연들이랍니다. 노획했을 때 상태 그대로 편지 봉투에 들어 있었던 것들로 신문지를 자르거나 찢어 만든 것부터 누런 마분지 등으로 만든 편지지와 편지 봉투까지 그당시의 생활상을 알수 있는 귀중한 자료임에 틀림없지만 그 사연들이 더 궁금하더군요. 미군이 노획한 북한 문서의 목록을 작성하다가 우연히 만난 이 편지 뭉치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편지의 주인공들을 수소문해 보았으나 여의치 않았다며 혹여 이 책을 보고서 편지의 주인공이 직접 나타나준다면, 그래서 미 국립문서보관소에 이 편지 묶음의 반환을 요청할 수 있다면 하는 바램과 엮은이의 정성까지 보태진 누군가 손댄 흔적 없이 고스란히 보관된 편지의 사연들을 조금은 미안한 마음으로 조심스레 펼쳐봅니다.


빗바랜 누런 종이 위에 연필로 마음을 담아 꾹꾹 눌러 쓴 편지에는 가족들의 안부를 묻는 그리움이 가득 묻어납니다. 제법 배운티가 나는 청년의 멋드러진 필체로 써내려간 연서도 있고,식구들 모두 잠든 틈타 홀로 깨어 오라버니에게 안부편지와 더불어 시 한수 적어보낸 열여덟 언저리의 누이의 편지도 있네요. 인민군대에 간 남편에게 곧 면회 가겠다던 부인의 편지를 읽으며 이들 부부는 과연 만났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부분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직전이나 직후에 쓰여진 것들로 전쟁의 급박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급하게 휘갈겨 쓴 편지는 다급한 마음에 필적을 알아보기 힘들지라도 자신의 걱정일랑 하지 말라면서도 가족들의 소식에 애타하는 심정이 읽혀집니다. 자식 셋을 군에 보낸 어머니를 고향에에 두고 온 자식은 동네 형에게 자신을 대신해 어머니를 부탁한다는 절절한 사연을 담았더군요. 전시에 그것도 자식을 셋씩이나 군에 보낸 어머니의 심정이 어떨지는 세월을 넘어 고스란히 내게도 전해져 옵니다.

 

아이들 잘 키우고 어떻게든 살아만 있어 달라는 아내에게 쓴 남편의 당부는 요즘 젊은 이들처럼 사랑한다는 직설인 표현은 않했어도 살가운 말 한 마디 없지만 깊은 속정이 묻어납니다. 받는 사람이 되려 놀랄까 싶어 편지 서두에 “놀라지 말라” 면서 가족의 사망 소식을 전하는 편지를 읽으면서 편지가 전해지지 않았으니 사망소식조차 모를텐데, 가족의 생사여부조차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속이탈까 싶어 가슴 한 켠이 저릿해 지네요. 마음 급한 아버지는 결혼 날짜 받아놨으니 속히 집으로 오라고 편지로 아들을 재촉하고, 홀로 시부모와 아이들 건사하는 아내의 투정섞인 편지도 보입니다. 왜 힘들지 않겠어요. 당연히 남편이 보고 싶겠죠. 그 마음을 담아 아내는 편지 말미에 '편지야 빨리가라'고 한 마디 덧붙입니다. 갖가지 사연을 담은 편지들은 세월을 넘어 우리에게 그대로 전해져 옵니다. 이해를 돕기위한 편지글에 대한 엮은이의 설명과 편지 원본을 읽다보니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담담하고 솔직한 이 편지들이 꾸밈없고 진솔한 지극히 개인적인 글이지만 전쟁 전후 시기의 모습을 볼 수 잇는 귀중한 사료이기도 합니다. 한국 현대사의 아픔과 당시의 급박함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시대의 증언이기도 합니다. 행여 편지를 쓴 당사자나 가족들이 이 책을 본다면 만감이 교차하겠지만 부디 문서들이 반환될수 있길 바래봅니다. 세월이 지나도 잊혀질수 없는 전쟁의 비극과 참상의 단 면을 편지글을 통해 보게 되었습니다.

k******2 2012.05.16. 신고 공감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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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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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피격, 연평도 해전, 연평도 포격 사건은 1950. 6. 25. 일어난 전쟁은 50년이 지난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각인시킨다. 6. 25. 전쟁은 냉전시대에 공산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사이에 대결이었고 미국과 소련의 대립 속에서 피할 수 없는 전쟁이었는지 모른다. 1953. 7. 27. 휴전이 되었지만 남과 북의 경쟁과 대결은 멈추지 않았다. 전쟁 직후 1970.전까지 남은 경제적, 외교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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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피격, 연평도 해전, 연평도 포격 사건은 1950. 6. 25. 일어난 전쟁은 50년이 지난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각인시킨다. 6. 25. 전쟁은 냉전시대에 공산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사이에 대결이었고 미국과 소련의 대립 속에서 피할 수 없는 전쟁이었는지 모른다. 1953. 7. 27. 휴전이 되었지만 남과 북의 경쟁과 대결은 멈추지 않았다. 전쟁 직후 1970.전까지 남은 경제적, 외교적으로 북에 뒤쳐져 있었다. 남은 반공이라는 이름으로 북에 대한 적개심을 키웠다. 1970. 이후 남은 한강의 기적을 통해서 경제발전을 했고 북은 공산주의의 모순으로 서서히 쇠퇴하였다. 이번에는 반대로 북은 남에 대한 테러를 자행했고 체제를 보전하기 위해서 통제사회로 변해갔다. 자연스럽게 남과 북의 국민들은 서로를 이해할 수 없게 되었고 증오할 수 밖에 없었다. 남과 북에 사는 사람은 서로를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조선인민국 우편함 4640호'는 저자가 미국 국립문서보관소에 보관되어 있던 북한 노획문서 중 평양중앙우체국에서 발견된 편지를 정리한 책이다. 이 편지들은 1950. 한국 전쟁 발발 전후에 작성되었고 남북은 물론 흑룡강성, 산동성, 중국, 러시아로 보내졌던 것이다. 돌이 지나지 않은 아들을 둔 아내가 인민군에 입대한 남편에게 보낸 편지, 인민군에 간 남편의 성공을 바라는 아내의 편지, 전쟁 통에 생존사실을 알리는 남편의 편지, 처남이 매형에게 보낸 편지, 인민군 항공감시병에 있는 동생에게 보내는 형의 편지, 군사학교에 입대한 아들에게 보내는 아버지의 편지, 여군에 나간 딸이 어머니께 보낸 편지, 광산에서 일하는 오빠에게 보내는 여동생의 편지, 여자친구에게 보내는 연서 등 그 내용도 다양한다.

'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를 통해서 북한에도 삶이 이어졌고 북한 사람도 우리와 같이 사랑, 걱정, 미안함을 가진 인간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한다. 북한 사람도 우리들처럼 아내를, 부모님을, 형제를, 애인을 사랑한다. 그들이 전쟁 중 보냈지만 전달되지 못한 편지를 통해서 북한 사람을 증오한 스스로를 반성하게 한다.  

위 편지는 모두 훌륭한 사료이다. 편지를 통해서 6. 25. 전쟁 전후에 역사를 민초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느낄 수 있다. 토지개혁, 해방구, 미군의 폭격, 난닝구, 반소데, 봉견 등 그 시대의 언어를 통해서 사회상을 알 수 있다. 역사는 일반 사람들의 삶이 모여서 이루어진다. 거대한 역사적 사건 뿐 만아니라 그 시대에 일상적인 삶도 역사이다. '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를 통해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드려다 보고 그들의 삶과 언어를 통해서 역사를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다. 꿈에도 바라는 소원은 통일이다. 이제는 체제 경쟁에서 남이 북을 초월했고 경제적, 외교적으로 우월한 남이 통일을 주도해야 한다. 탈북은 이제 뉴스도 될 수 있는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통일은 돈과 힘으로 이룰 수 없다. 북한 사람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다. 반공교육, 최근에 천안함 피격 등으로 키운 북에 대한 증오심을 걷어내고 북한사람을 인간으로 바라보자. 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는 개인의 편지를 정리한 책이지만 동시에 북한사람을 사랑하게 만드는 촉매제이고 나아가 통일을 위한 책이다.   

w*********n 2012.07.2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