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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수업 때 이 책을 추천받게 되었다. 나는 괴담 소설을 쓰고 있었는데, 교수님이 이 책의 어떤 단편을 읽어보면 좋겠다며 켄 리우의 『종이 동물원』을 소개받았다. 그 수업을 함께 들었던 학우들과 이 그룹을 만들게 되었고 같이 읽어보기로 했다.
인상깊게 읽은 단편 몇 가지를 골라 리뷰하고 싶다. 역시 표제작인 「종이 동물원」은 단연 최고였다. 이 단편 속에는 동양인 인종 차별, 여성 인권, 중매 결혼, 다문화 가정, 중국의 역사 등 많은 이슈가 포함되어 있다. 플롯은 의외로 간단하다. 어릴 적, 종이로 호랑이인 ‘라오후’를 접고 놀았던 엄마와 주인공인 ‘나’인 잭. ‘나’의 엄마는 중국인이고, 아빠는 미국인으로 둘은 중매로 결혼하였다. ‘나’는 중국계 미국인이며 커 가면서 중국인 피를 가진 ‘나’를 또래 친구들이 놀림으로서 중국인 피가 섞인 자신과 엄마가 싫었다. 그리고 자라면서 그 마음이 더욱 커져 자리 잡게 된다. 엄마와 중국어로 말도 하지 않고 10대 생활을 보내는 ‘나’. 시간이 지나고 엄마는 암에 걸리게 되어 병상에 눕게 되고 일찍 돌아가시게 된다. ‘나’에게 종이로 만든 장난감인 라오후는 잊혀진 존재였다. 살아 숨 쉬던 종이 인형들은 모두 움직이지 않게 되어 그렇게 기억의 깊은 곳으로 잊혀 갈 때쯤, ‘나’는 엄마가 쓴 편지를 발견하게 된다. 엄마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미국에서 사는 중국인의 삶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엄마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편지의 내용이 적혀있었다. ‘나’는 엄마의 사랑, ‘[아이]’를 느끼며 소설은 끝이 난다. 내 모국어가 전달할 수 있는 ‘뉘앙스’의 힘과 의미가 있다. ‘나’의 어머니가 전하려는 사랑이라는 발음 ‘[아이]’는 미국인 아버지의 ‘love’와 의미는 같겠지만 다른 분위기가 있다. 엄마는 엄마의 언어로 ‘나’를 사랑하고 있었다. 종이접기를 통해 만든 동물들은 엄마의 손길로, 엄마가 숨을 불어 넣은 마법의 종이 동물들이었다. 중국인인 엄마의 모든 것이 담긴 라오후는 ‘나’에게 추억 뿐만 아니라 어머니의 일부로써 소중한 선물이 되어 있었다. 엄마가 남긴 편지를 읽기 시작할 때는 진부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원래 익숙한 것들이 더 잘 되지 않는가. 플롯도 단순하지만 숨겨진 내용과 상징들은 무거워서 다시 한 번 읽어도 명작인 소설이었다.
「즐거운 사냥을 하길」은 표제작 다음으로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었다. 이 소설은 SF 판타지 장르로 1부와 2부 정도로 스스로 나누어 읽었다. 실제로 소설이 나누어져 있진 않다ㅋ 어쨌든 읽다 보니 교수님이 내게 읽으라 했던 단편이 이 단편임을 알았다. 왜냐면 괴담……이라면 괴담이라 할 수 있는 요괴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남자들을 홀려서 정기를 빨아 먹는 그런 흔한 구미호 요괴 이야기가 펼쳐지길래 기분이 조금 나빴다. 왜 이 시대에 이런 여자 요괴 이야기를 할까? 했지만 다행히 그런 진부한 요괴 이야기는 아니었고, 산업 혁명과 연관 지어 기계 인간을 만들어내는 이야기였다. 이 단편 소설은 넷플릭스의 <러브, 데스, 로봇>이라는 단편 영화 시리즈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다. 뒤늦게 알게 되어 그 회차의 영화를 봤는데 역시 소설이 더 좋다. 그러나 메탈 여우가 된 염의 모습을 눈으로 볼 수 있어 그 쾌감은 배가 되었다. 이 소설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염이 크롬 메탈 여우가 되어 자유를 찾아 떠나는 장면이다. 온전한 ‘나’의 모습으로 그간의 고생을 묻고 떠나는 장면이 벅찼다. 또한 염을 도와주는 조력자가 남성인 량이라는 점도 좋았다. 반대로 생각하면 남성인 량이 조력자가 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아마 남성 작가여서 그런 듯) 그리고 여성인 염이 몸을 팔고 다니는 일만 했다는 것도 진부하긴 하지만 어쨌든 이 이야기의 의미는 크다고 생각했다. 정체성을 잃지 않고 하나의 꿈을 향해서 간다는 결말로 향하는 것. 그게 내 가슴을 벅차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단편은 가장 마지막 단편인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들 - 동북아시아 현대사에 대한 다큐멘터리」이다. 이 소설은 일본이 저지른 끔찍한 인간 실험 ‘731부대’를 배경으로 한 SF소설이다. 이 소설은 역사 그 자체이기 때문에 직접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다큐멘터리 스크립트 형식으로 된 이 소설의 주된 정서는 시간 여행, 공간 여행이다. 인류의 역사를 역순으로 볼 수 있는 망원경은 단 한 번 밖에 볼 수 없으며 지나가면 영원히 끝이다. 그곳에 직접 다다르는 것도 아니고 현재 내가 머물러 있는 시간을 되돌리는 것도 아니니 시간 여행도 아니지만 어쨌든 양자 얽힘 현상을 끌어와 이런 신기한 망원경이 만들어졌다는 설정이다. 소설에는 한국의 위안부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중국인인 켄 리우가 이러한 내용을 써서 일본에는 이 단편이 빠졌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어이가 없다^^) 이 소설이 주는 의미는 이렇다. 그러한 시공간을 보고 오면 다시는 볼 수 없는 기술적 특징은 가해자들이 감추려 하는 역사를 영원히 감추려 하는 위선적인 기득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출처 :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873428.html) “항의 집회를 막느라 가짜 집회 신고를 먼저 하는 기업의 행태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겠다.”
어쨌든 이 단편들은 모두 읽어 볼만한 이야기들이다. 현재 우리들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는 AI나 알고리즘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모두에게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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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가 보람 있는 노고인 것인 오로지 우리 정신이 서로에게 닿을 수 있다는 가능성 덕분이니까요.'(10쪽) 작가가 이렇게 말한다면, 독자가 글을 읽는 것이 보람 있는 노고인 것 또한 내가 작가와, 이 글을 함께 읽는 이와, 서로에게 정신이 닿는다는 느낌 때문일 것이다. 내 어린 시절의 책 읽기는 그러했다. 내가 책을 읽으며 책을 이해하고, 작가를 이해한다는 느낌이 아닌, 내가 이해받는다는 느낌이 강렬하게 들었기 때문에 책 속으로 파고 들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작가의 머리말 말미의 글에서 나는 이미 켄 리우에게 사로잡혔다. '우리 정신이 서로에게 닿을 수 있다는 가능성' 이것이 책을 읽는 중요한 이유인 것이다. '종이 동물원' : 세상의 모든 자식들이 읽어야 할 이야기. 어머니란 존재의 의미를 알려준다. 나는 한줄평을 책 읽기가 끝나갈 무렵 적지만, 이 책의 한줄평은 제일 처음 실린 단편 '종이 동물원'을 읽고 적었다. 시간이 아주 많이 흐른 후에 켄 리우는 이 '종이 동물원' 때문에 그 이름이 길이길이 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한 작품에 휴고상, 네뷸러상, 세계환상문학상이 주어진 것은 괜한 일이 아니다. 이 책에 기대를 걸고 책을 구입한 독자가 이 이야기 외에는 별 감동을 느끼지 못하고 공감을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 한 편 때문에 구입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후에 실린 이야기들도 감동적이고, 흥미롭고,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는 이야기지만, '종이 동물원'만큼 특별하지는 않다. 나는 '종이 동물원'의 줄거리를 조금도 언급하지 않겠다. 이 책을 구입한 독자가 이 특별한 '종이 동물원'을 만끽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고 공감하기를, 공감력을 키우기를 바란다. 이 짧은 환상적인 단편에 마음을 사로잡히고 최고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우리는 글로서 정신이 서로에게 닿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 '천생연분' : 내가 가진 인공지능 스피커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한참을 바라보았다. 나는 인공지능 스피커로 멜론 TOP 100을 듣고,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듣는다. "아리야, 악동뮤지션 들려줘." 아침에는 "아리야, 뉴스 들려줘."라고 말하면 아리는 자정 뉴스를 들려준다. 반복되는 명려을 아리가 기억하게 된다면, 알아서 뉴스를 들려주고 내 기분에 맞춰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알아서 들려주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거나, 그러면 참 좋겠다고 생각한다면 이 '천생연분'을 읽어보라. 그렇게 되려면 나에 대한 빅데이터가 형성되는 것이 전제된다. 나에 대한 빅데이터가 수집된 후 인공지능이 분석한 나에 맞춰 음악을 틀고, 옷을 고르고, 내 이상형을 주선하고, 데이트 장소를 섭외하고 나면 내가 원하는 것인지 AI가 원하는 것인지 알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남녀주인공이 반란을 꾀하지만, 시대를 돌이켜 되돌아 갈 수는 없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고, AI를 만든 기업에 남녀 주인공이 인식한 AI의 결함을 개발하는 일에 참여해달라는 제안을 받으며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어쩌면 우리의 세계는 이 단편 '천생연분"처럼 흘러가고 있는지 모른다. 소설대로라면 우리가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없다. 우리가 원하는 세계가 그러한 세계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즐거운 사냥을 하길' : 요술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는 좀 슬프다. 뱀 요괴, 성난 귀신, 혼령, 강시, 사람으로 변신하는 여우가 존재하던 세상에 서양 문물이 흘러들어오고 요술이 사라지고 미신이 돼버리자 여우로 돌아가지 못하게 되어 사람 여자로 살아가는 후리앙인 염과, 대대로 요괴를 퇴치하는 업이 사라져버린 량의 이야기. 량의 염에 대한 우정과 사라이 애잔한 이야기다. '상태변화' : 슬프지만 낭만적이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물질형태의 영혼을 받는다. 주인공은 각얼음 한 조각을 영혼으로 받았다. 각얼음이 녹을까 언제나 냉장고를 옆에 끼고 산다. 언제 녹아버릴지 모르는 각얼음 영혼에 발목을 잡힌 주인공의 사회생활은 우울하고 어둡다. 어느날 친하지 못했던 한 친구에게 편지를 받는다. 그 친구는 담배 한 갑을 영혼으로 받아서 한 갑의 담배를 태우며 자신의 영혼은 소비하고 즐기며 살다가 마지막 한 대를 남겨 두고 애지중지 했는데 그마저 누군가 태워버렸는데도 자신이 죽지 않았다는 것이다. 담배 한 갑이 영혼이 아니라 한 갑의 담배를 품고 있던 담배갑이 영혼이었던 것이다. 각얼음 한 조각의 영혼을 가진 주인공은 목숨을 걸고 맘에 드는 남자와 사랑을 나누는 일탈을 벌인다. 완전히 녹아버리기 전에 냉동고에 다시 넣을 생각을 했지만, 각얼음은 손톱만큼의 얼음도 남지 않고 녹아버렸다. 물론 주인공은 죽지 않았을 걸? 독자는 각얼음이 아니라 각얼음만큼의 그 물이었다고 짐작하게 된다. 우리는 언제 영혼을 태우며 사는가? 혹은 무의미하게 영혼을 소비하며 살지는 않는가? 켄 리우의 이야기는 매순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파자점술사' : 마음을 비추는 거울은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타이완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다. 그런데 우리에게도 비슷한 역사가 있었다. 무고한 시민을 빨갱이로 몰던 시대말이다. 그 고문관들은 진짜 빨갱이라고 믿었던 것일까? 아니면, 아닌 줄 알아도 그러했던 것일까? 아니면, 빨갱이어야 하다고 우긴 것일까? 그들의 신념은 무엇이었을까? 잊어서는 안되는 잔인한 시대에 대한 이야기. '고급 지적 생물종의 책 만들기 습성' : 사람은 어떤 형태로든 자신만의 책을 만들어간다. 형태를 가지든, 가지지 않든, 우리는 모두 책을 만들고 있는 것이라는 말을 켄 리우는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시뮬라크럼' : 기억과 용서, 그리고 아버지란 남자에 대한 고찰 자식을, 하나뿐인 딸을 애틋하게 사랑하는 아버지가 있다. 그런데 바람둥이 기질이 있는 남자이고, 부인에게 바람을 들킨 이후 다시는 바람을 안 피우겠다며 시뮬라크럼만을 허용해달라고 허락을 받는다. 네 명의 여성의 영상이 쏘아지고 나체의 아버지가 섹스를 그 여성들과 하는 모습을 본 딸은 그 후 아버지와 상대를 하지 않는다. 딸을 잃은 아버지는 그 짓을 당장 그만 두지만 딸의 용서를 받지 못한다. 아버지는 어린시절 모습의 딸의 시뮬라크럼만을 붙들고 추억에 잠겨 산다. 엄마는 죽음에 이르러 딸에게 아버지를 용서하라고 하지만, 딸은 엄마의 시뮬라크럼을 받으러 갔다가 어린시절 머물던 자신의 방에 놓인 시뮬라크럼에 질려버린다. 아버지의 충격적 장면은 시뮬라크럼이란 것도 필요 없이 딸의 기억 속을 떠나지 않아왔다. 아버지가 붙잡고 산 것은 자신의 행위를 들키기 전에 찍어둔 시뮬라크럼 속의 딸이다. 시뮬라크럼은 기억과 치환된다. 바로 눈 앞에서 볼 수 있고 단순한 대화도 나눌 수 있고 만질 듯 하지만, 없던 일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자신이 떠올리고 싶은 과거에 매여 산 아버지의 삶은 안타깝지만, 딸에게 들킨 그 장면은 끔찍스러운 모습일 뿐이다. 자업자득. '레귤러' : 레규레이터에 의지해 자신을 항상 레귤러 상태로 유지해야만 하는 사람의 자기 싸움. 우리가 생각하는 보통의 상태는 무엇인가. 형사였던 여자가 딸을 범인에게 잃고 난 후 남편과 이혼하고 탐정으로 살아가고 있다. 잊혀지지 않는 딸을 잃던 순간을 잊기 위해 자신의 몸을 변형시켜 레귤레이터에 의지해 살아간다. 그리고 다시 같은 상황에 맞닥뜨린다. 범인은 딸 또래의 여자아이 목에 칼을 겨누고 있다. 범죄, 범인, 탐정이 나오는 스릴러물인만큼, 긴장감이 느껴지는 단편이다. 거기에 더해서 우리에게 인간으로서 보통의 상태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상급 독자를 위한 비교 인지 그림책' : 어느 우주 방랑자가 사랑한다고 말하는 법. 우주 여행을 떠나는 엄마이자 아내가 지구에 남는 남편과 딸에게 남기는 이야기. 사랑하지 않아서 떠나는 것이 아닙니다. '파 波 The waves' : 신은 인간이 되고, 인간이 신이 되고, 신이 인간이 되고, ...... . '모노노아와레' : (삶의 모든 것이 덧없게 느껴지는 감정) 지구에 종말이 온다해도 사람은 서로를 도울 것이며 희생을 감수할 것이다. 하여 사람은 멸종하지 않을 것이다.(이런 걸까?) '태평양 횡단 터널 약사 略史' : 강제징용을 담아내기에는 문제가 있는 작품 강제징용을 당한 사람들은 잡범조차도 아니었다. 이 이야기에는 공감하고 싶지 않다. '송사와 원숭이 왕' :감춰진 역사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송사의 장엄한 죽음에 숙연해지는 이야기.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들-동북아시아 현대사에 관한 다큐멘터리' : 일본 731부대의 이야기. 그 끔찍한 역사를 감추려는 사람과 기억하려는 사람의 대립. 죄를 인정하지 않는데 용서를 어찌하겠는가? 물론 '종이 동물원'은 독보적인 작품이지만, '파자점술사', '레귤러', '송사와 원숭이 왕'도 정말 좋은 작품이다. 역사는 역사만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것 같다. 과연 우리는 어떤 사람인가? 하는... 모두 '종이 동물원'을 읽기 바란다. 아무리 마음이 무디고 강철로 두텁게 덮인 사람일지라도 한 오라기 실을 붙잡아 풀어버리고 본연의 나를 찾아 마주하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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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집의 작가인 켄 리우가 류츠신의 <삼체>를 영어로 번역, 소개했단다. 나는 작가도 아닌데 어찌나 부러운지. 이런 전문가가 자신의 작품을 번역해주면 얼마나 든든하고 안심이 될까 공연히 부러웠다. <삼체>를 워낙 인상적으로 읽어서 영역본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번역가만 잘 만나면 상이란 상은 닥치는대로 다 타겠구나 했었는데, 그 책 번역한다던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이었구나 싶다. 한국 작가 소설들도 번역해서 세계에 소개할 역량 있는 작가들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마음도 있다. (전문 번역가들이 작가들이 번역하는 거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고 알고 있는데, 독자로서 많은 책을 읽어본 바에 의하면, 적어도 문학으로 분류될 수 있는 책들은 해당 언어에 아주 능통한 작가가 번역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듯하다).
소설들에서 인간과 역사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들이 돋보이는데, 어쩔 수 없이 나는 한국 독자라 조금 아쉬운 측면도 있다. (읽어본 독자라면 어떤 작품에 대한 이야기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보석같은 작가임에는 분명하다. 심지어 테드 창이나 류츠신보다 열 살 정도 어리다. 앞으로 이 작가의 작품을 그만큼 오래 읽을 수 있는 셈이다. 부디 왕성하게 활동해주길.
덧. 작가의 이력도 독특하고 소설들도 너무 좋다. 내 또래라 더 관심이 간 것도 있는데 참 재능있는 작가다. 심지어 육아도 잘 한다. 구글에서 검색해보면 아이를 업고 있거나 안고 있는 사진들이 꽤 많다. 남녀 작가를 통틀어 아이를 업고 인터뷰한 작가의 사진은 적어도 나는 처음인데, 이 사진이 참 좋았다. 직업이 무엇이건 상관없이 일상을 튼튼히 사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일을 한다는 핑계로 삶을 쉽게 외주화해버리는 사람들과 달리, 자신의 일상을 잘 영위하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 사람이 쓰는 글은 모두 '진짜'가 아닐까하는 믿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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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탁을 받고 엄마는 포장지로 염소와 사슴, 물소도 접어 주었다. 거실을 뛰어다니는 종이 동물들을 라오후는 으르렁거리며 쫓아다녔다. 그러다가 붙잡으면 발로 팍 눌러 댔고, 공기가 빠져서 납작해진 동물들은 접힌 종이로 변했다. 그러면 나는 다시 숨을 불어넣어서 동물들이 조금 더 뛰어다닐 수 있게 해 주었다. 이따금씩 종이 동물들이 말썽을 일으킬 때도 있었다. 한번은 물소가 저녁 식탁에 놓인 간장 종지에 뛰어든 적도 있었다(물속에서 핑굴고 싶었던 것이다, 진짜 물소처럼). 내가 재빨리 꺼내 주었지만, 모세관 현상탓에 이미 허벅지까지 시커떻게 물들어 있었다. 간장에 젖은 다리 때문에 똑바로 설 수가 없었던 물소는 식탁 위에 주저앉고 말았다...
재밌는 내용이 많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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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동물원_켄 리우
작가의 글은 아주 독특하다. SF라고 해야 하는지, 동심의 순수함이 창조해내는 환상이라고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머리 속에서 그의 글이 자연스레 그려지는 좋은 글이다.
이 소설집은 그의 단편 소설 14편을 수록하고 있는데, 한 작가의 소설들이 이리도 일관적이게 재미있을 수가 있는 것일까 싶다. 그리고, 그 주제들은 같은 듯하면서도 다르지만, 모두 인간에 대한 사랑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엄마의 자식에 대한 사랑, 사람의 사람에 대한 사랑, 사람과 동물(혹은 영靈)의 교감, 나이 차이를 넘고 사상의 차이를 넘어선 전혀 다른 세대 간의 이해 등 참 다양한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다.
작가는 어떻게 이런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생각을 하고,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을까? 그리고 그것을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어서 아름답게, 읽는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글을 쓴 것일까
그는 중국인으로서 가질 수밖에 없는 역사에 대한 지식을 소설에 적절히 버무렸다. 그 이유가 정확히 나오지는 않지만, 첫 소설 ‘종이 동물원’에서 주인공의 아버지는 미국에서 부인을 구하지 못하였기에 ‘중국’ 여자를 돈으로 사서 부인을 삼았다. 일부 중국 여인들의 ‘아메리칸 드림’에 편성해서 못된 사람들이 주인공의 어머니를 미국 사람에게 팔게 된 사연이 소설 후반부에, 어머니 사후 아들이 읽는 어머니의 편지에 어머니의 목소리로 설명된다.
영어를 못하는 어머니가 싫어서 어머니와 대화도 하지 않던 주인공, 어머니 사후에 어머니가 써주었던 중국어 편지의 내용을 제3자를 통해 들어야 하는 상황 등은 참으로 비정상적인 상황이지만, 청소년 시절 중국인 엄마 때문에 정체정에 대한 혼란을 겪었던 아들이라면 맞이할 수도 있을 상황인지라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파자점술사라는 글에는 대만에 파견 나온 미국 정보부에서 근무하는 아버지를 둔 딸아이의 눈을 통해 중국, 중공군, 대만의 관계가 간략히 서술되기도 하고, 진실을 알아가지만 아버지에게 말을 할 수 없는 부녀지간의 모습도 담담히 서술되고 있다.
이 소설집은 참 재미있는 소설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가 느끼는 그런 재미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성숙한 어른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해주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열 네 편 중 이제 겨우 다섯 편의 글을 읽었음에도 미리 책에 대한 감상을 기록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서 섣부른 독후감을 쓰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 혹 나머지 소설들이 그냥 그런 내용일지라도, 앞의 다섯 편 소설로 인해서 나는 이 소설집을 사랑하게 되었노라 말하고 싶다.
2019. 01. 01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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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보고 싶은, 궁금한 글이 있어서 구입했고, 이 책을 통해 그 글을 읽었으니 만족합니다. 원래 읽으려고 했던 글은 당연히 마음에 들었고 다른 글들도 겸사 겸사 읽으려던 글에 더해서 함께 읽었는데 꽤 흥미로웠네요. 물론 조금 어렵게 느껴진 글들도 제법 있어서 읽는데 예상보다 조금 더 많은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결국엔 다 읽었고 전반적으로 구입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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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SF 장르는 소설보다 영화를 즐겨 보는 편인데, 괜찮은 SF 소설과 한 명의 작가를 발견한 것 같아 기쁘다. 그의 작품 < 종이 동물원 > 은 그가 발표한 14편의 중단편을 하나로 모은 단편집이다. 특히 표제작인 < 종이 동물원 > 은 휴고상, 네뷸로 상, 세계환상문학상 등 SF 소설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상들을 동시에 수상한 작품이다. < 종이 동물원 > 은 선물 포장지로 동물을 만들어 숨을 불어넣으면 살아 움직이는 동물로 만들수 있는 중국인 어머니와 그 아들에 관한 짧은 이야기다. 단편은 책을 읽을 때 뭔가 읽다가 만 듯한 기분을 들게 해서 잘 안 읽는 편인데, < 종이 동물원 > 은 20여 페이지 밖에 안 되는 분량으로 나에게 완벽한 한 편의 장편 소설을 본 것 같은 감동을 주었다. 주인공은 미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 미국인이다. 소설 속에서 미국인 아버지가 카달로그를 보고 그의 어머니를 골랐다는 표현을 보니 일제시대때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와이로 이민을 가서 조선인 신부의 사진만을 보고 결혼을 결정하는 사진 결혼을 했던 일명 ' 하와이 사진 신부 ' 에 대한 내용이 떠올랐다. 가난과 일제의 탄압을 피해 억압없는 새로운 세상에서 살기위해 하와이로 떠났던 신부들. 중국의 문화혁명으로 부모를 잃고 학대를 피해 살아남기 위해 미국으로 와야만 했던 주인공의 어머니. 그들의 삶이 얼마나 힘겹고 눈물과 고통으로로 얼룩졌을지 감히 상상할 수 조차 없다 자신의 핏줄이자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아들을 통해 그의 어머니는 그리운 고향의 모습과 부모님의 모습을 그릴 수 있었다. 하지만 엄마가 접어준 동물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아들은 세월이 흐르면서 어머니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미국인이지만 미국인이 아닌 낯선 이방인의 모습을 가진 아들은 미국이라는 사회에 속하기 위해 노력을 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다. 주인공 아들을 통해 중국계 미국인으로 낯선 타지에서 살아온 작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같은 중국계 미국인인 숀탠의 대표작 < 도착 > 이라는 작품이 생각났다. < 도착 > 은 가난과 박해 그리고 다른 어떤 이유에서건 고국을 떠나 낯선 타지로 떠나야 했던 ' 모든 이민자, 망명객 , 난민 ' 들에게 바치는 한편의 서사시같은 그림책이다. 그 책의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울컥한 심정을 느꼈는데, < 종이 동물원 >을 읽으면서 어머니의 심정이 어떠했을지를 생각하면 먹먹한 심정을 가눌수가 없었다. 이 책의 단편들도 독창적이고 좋았지만 개인적으론 SF소설이지만 한 편의 순수 소설을 본 것 같은 깊은 감동을 주었던 < 종이 동물원 > 이 제일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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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당 30페이지 정도의 짧은 단편들이 모두 하나씩 강렬한 개성과 상상력으로 빛난다. 동서양을 넘나드는 신비 소재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구미호와 점술, 부적 같은 동양적 소재가 서양과 근미래를 배경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이 놀라웠다. 앞으로의 창작물에서 이런 식의 시도들이 더 많아지고 더 많이 대중적으로 사랑받게 될 것이라 생각된다. 작품 속 어떤 이야기들은 미래의 청사진이 아니라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로 보여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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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켄 리우 작가님의 종이 동물원을 대여하여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이언스 픽션을 좋아해서 켄 리우의 글은 항상 읽어봅니다.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짧지만 굵직한 이야기들이었어요. 추천합니다. 의미있는 메시지를 던지는 글이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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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읽어보고 너무 좋아서 ebook으로 구매했습니다. 테드창의 소설에 버금가는 최고의 sf단편소설집. 모든 수록작품이 좋을 순 없지만 하나하나 읽어볼 만 하고, 종이동물원은 눈물나네요. sf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게다가 바쁜 사람이라면.. 모두 고민말고 지르세요. '글쓰기가 보람 있는 노고인 것은 오로지 우리 정신이 서로에게 닿을 수 있다는 가능성 덕분' 이라는 저자의 서문이 책을 덮을때 쯤엔 제 곁에 성큼 다가오는 느낌이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