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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잡지 [에피] 6호가 나온 건 지난해 12월이다. 잡지를 손에 들고서 어서 읽어야지를 수없이 되뇌이면서도 결국 해를 넘기고 말았다. 계간이기에 그래도 별 상관은 없지만 제 때를 놓치면 여간해서 읽기가 힘들어진다. 5호도 그렇게 시간을 놓치고나서 읽었는데 결국 리뷰를 쓰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중간에 끊어지는 시간없이 한번에 읽었다는 것이다.
잡지는 컬처, 크리틱, 키워드, 리뷰라는 네 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매번 읽을 때마다 키워드 섹션이 호기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이번호에는 어떤 주제를 가지고 썼을까 하는 기대를 안고 보았는데 ‘필드 사이언스’에 대한 것이었다. 필드 사이언스란 실험실 밖 필드에서 벌어지는 과학자들의 다양한 활동을 말한다. 우리는 흔히 과학자라면 하얀 가운을 입고서 실험실에서 실험하는 장면을 떠올린다. 그러기에 과학자들에게 필드란 애당초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선입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고생물학, 환경과학, 지구과학 등을 연구하는 과학자는 실험실보다도 야외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나온 말이 필드 사이언스가 아닐까 싶다.
이번호 키워드 섹션에는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박지형교수를 비롯하여 7명의 과학자들이 필드에서 자신들이 무엇을 어떻게 연구하는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박지형교수는 필드 과학자들이 속해 있는 분야의 야외조사는 인간의 영향을 받아 크게 변모한 자연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는다며, 이들에게 현장과 실험실은 따로 구분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고비사막에서 공룡뼈를 탐사하는 이융남 서울대교수, 남극에서 펭귄을 연구하는 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 습지에서 생태를 연구하는 강호정 연세대교수, 바다를 실험실로 삼는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장의 기고는 필드 사이언스가 어떤 것인지를 알려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정양승 미들테네시주립대 교수의 기고는 흥미를 끌었다. 법의인류학자인 그의 현장은 시체농장이라고 한다.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부패하는지를 연구하기 위해 기증받은 시체들을 방치시켜 부패과정을 관찰한다는 그의 연구는 조금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그런 연구결과들이 모여 변사자의 사망시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하니 필요한 것은 분명한데 정서적으로 조금은 찝찝한 마음이 든다. 통섭과 융합으로 잘 알려진 최재천교수는 자신의 전공인 동물행동학에 대한 연구과정을 얘기하면서, 우리나라의 R&D 연구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그는 ‘현장연구들은 거의 모두 잡초들이다. 엄선되어 잘 정돈된 곳에서는 기존의 연구들이 계속 다듬어질 뿐 전혀 새로운 것이 탄생하기 어렵다. 새시대를 열어젖힐 새로움은 현장에서 나온다’며 현장연구자와 새로운 연구를 위한 지원을 촉구하기도 한다.
그 밖의 섹션에서 관심있게 읽은 기사는 리뷰 섹션의 ‘2019년 수능, 과학관련 시험문제의 리뷰’였다. 물리, 생명과학, 지구과학, 화학, 그리고 국어영역 31번 문제에 대한 리뷰가 실려 있다. 국어영역 31번 문제는 지문이 과학적 내용을 담고 있어 문제가 되었다고 한다. 그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이해할 수 없는 나로서는 교육문제가 왜 해결 불가능한지를 알려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했다. 또 수학리뷰는 20여명에게 원고청탁을 하였지만 결국 실패하여 리뷰를 실을 수 없었다는 말에 교육계에 만연된 보신주의를 보는 것 같았다. 이래저래 교육문제는 누구에게나 뜨거운 감자인 게 분명한 것 같다.
처음 과학잡지 [에피]가 창간되었을 때 내가 기대했던 모습과는 조금은 다르지만 그래도 과학비평잡지로서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 다음호에는 어떤 기사들이 실릴지 기대가 된다. 또한 창간할 당시의 생각이 변하지 않고 대중과학비평잡지로써 오랫동안 우리 곁에 남아 있기를 기원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