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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의 야욕으로 주권을 잃고 일본의 식민지 아래 놓인 민족의 백성들은 여러 압박을 받으며 지난한 삶을 살아야 했다. 문화적, 경제적 식민지로 전락한 나라의 백성으로 살아가는 일이 녹록치 않음을 사실적으로 드러내는 작품을 창작한 현진건 작가의 소설 10편을 한 권에 묶은 소설은 당대의 문화생활에서부터 생활 방식까지 가늠케 한다. 「빈처」, 「운수 좋은 날」, 「B사감과 러브 레터」 등 낯익은 작품부터 「까막잡기」,「불」, 「사립정신병원장」 등 낯선 작품까지 한 권에 모아 그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이점을 준다. 주도권을 쥐고 흔드는 사람들과는 비껴난 주변인들의 삶 깊숙이 들어가 공간을 달리하여 펼쳐지는 일상의 고뇌는 절름발이 신세를 면하지 못한 시대의 아픔과 대응하여 등장인물들의 생활에 공감하며 그들의 아픔에 동정의 눈물을 흘리게 한다.
진달래가 붉게 타올라 산천을 분홍으로 달구어 보는 이들 마음까지 화사하게 물들이던 날 할머니는 이승을 뜨고 말았다. 팔순을 훌쩍 넘긴 연로한 어른들은 별 탈 없이 있다가도 어느 새 유명을 달리하고 말아 유족들을 슬픔으로 몰아넣을 때가 있다. ‘할머니의 죽음’에서는 노환으로 쇠진해진 할머니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 생업을 뒤로한 채 모여 든 가족들은 할머니의 임종을 기다렸지만 할머니는 쉽게 이승을 떠나지 않아 모두들 자신의 공간으로 돌아가 일에 몰두하느라 할머니 생각은 잠깐 비어두고 지내던 봄날 할머니는 세상을 뜨고 말았다. 물이 오를 대로 올라 산천을 화사함으로 물들이던 아름다운 날 할머니는 지난한 생명의 끈을 놓고 피안의 세상으로 향한 것처럼 남은 자들은 할머니의 죽음 앞에 처연한 슬픔에 휩싸였다.
나라의 주권을 빼앗겨 스스로의 삶은 일제에 결박당한 채 걱정 없이 먹고 살아갈 재간이 보이지 않는 하층민들의 삶은 안타까움이 더한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인력거꾼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김 첨지에게 돈벌이가 좋았던 ‘운수 좋은 날’은 이면적으로는 운수가 더럽게 사나운 날이 되고 말았다. 지금껏 잘해 준 게 하나도 없는 아내가 고통 속에 스러져 간 옆에 엄마의 빈 젖을 빨고 자지러지게 울어 젖히는 장면에서는 당대의 하층민들이 살았던 삶의 고통을 가늠케 한다. 외면적으로는 자유연애를 죄악시하는 전형적인 노처녀 B사감이 이성을 갈구하는 성적 심리를 넌지시 드러내고 있는 ‘B사감과 러브레터’는 희극적인 반어성을 더한다. 희극적인 외양으로 심술깨나 부리는 B사감은 어린 여학생에게 동정을 받을 정도로 그녀의 내면은 불행하고 비감함마저 깃들어 있어 연민을 자아낸다.
유학까지 다녀온 지식인 남편은 사회적 활동으로 생계를 전담하기는커녕 무위도식으로 일관하여 아내의 불만을 사는 주인공이 이 부조리한 사회가 자신에게 술을 권한다며 냉소한다. 당대의 모순과 부조리함을 인식하지만 그 부조리를 초래한 현실에 맞서기보다는 술에 취하여 괴로움을 일시적으로 잊어 보려는 ‘술 권하는 사회’에서는 지식인의 허무주의적인 울분이 더한다. 남편을 대신해 바느질로 생계를 잇는 고단함으로 남편에게 투정을 부리기도 하지만 암담한 현실에 유약하게 살아가는 지식인에 속하는 주인공은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아내의 품에 기생하여 살아가는 우울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린 순이는 때 이른 결혼으로 낮에는 들무새처럼 일하며 집안일을 도와야 했고, 밤이면 남편의 욕정을 채우는 도구로 전락하고 말아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야 했다. 밤이면 낮에 쌓인 피로를 풀고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하는 시간을 보내야 했는데 피로가 과중되어 일상을 지옥처럼 여긴 그녀는 극단적인 방화로 남편의 욕정까지 불사르고 싶은 마음을 ‘불’에 담았다.
남녀가 내외하며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기보다는 정서를 숨기고 집안 어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생활하던 시절에는 가풍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모든 것을 바쳐도 상대가 행복하다면 자신은 기쁠 것이라며 시름시름 앓다가 종내 숨을 거두고 만 누이의 안타까운 생애를 조명하며 사랑하는 상대를 위한 마음을 유폐한 채 관습에 따라 사랑하는 상대를 떠나보낸 뒤 투병하다 세상을 등진 누이의 희생은 한 떨기 꽃으로 피어올랐는지 ‘희생화’라 붙였다. 음악에 문외한이었던 이가 이성을 유혹하여 보겠다는 친구의 바람으로 들른 음악회에서 여자에게 관심이 없었던 친구가 여인의 부드러운 손길에 야릇한 감정에 휩싸이는 경험을 표현한 ‘까막잡기’는 술래잡기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간병인으로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친구를 간호하다 결국 자신이 미쳐가는 ‘사립병원원장’에서는 생계유지를 위해 갖은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야 했던 시대의 서글픈 시대상을 투영하여 아픔을 드러내 불완전한 역사의 시련을 통해 지금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 것이 옳은 것인지 고민케 한다. |
| [가난에 시달리며 고생하는 아내] 라는 뜻의 빈처, “그것이 어째 없을까?” 라는 말로 시작하는 단편입니다 처음 문장부터 호기심을 유발하는 글이었습니다 뭘 찾고 있는 것일까 왜 찾고 있는 것일까 하는 여러 생각이 들게 합니다 당시의 사회상을 말해주고 있는 빈처는 주인공 K의 시선을 따라갑니다 자격지심도 심하고 능력은 없지만 결국엔 자신의 헌신하는 부인에게 위안을 얻는 K입니다 짧지만 그 시대의 분위기를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 현진건의 <빈처> 를 읽었습니다 요즘 들어 한국 소설에 관심이 가기 시작해서 가볍게 읽기 시작하기 좋은게 뭘까 생각하다 고른 단편입니다 말그대로 단편이라 한번에 읽기도 좋고 그렇다고 그 내용이 없는 것도 아니라 읽고 좋았던 글이었습니다 벌써 몇 십년전의 일이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인간의 심리와 모습을 읽을 수 있는 글이었습니다 K는 과연 작가로 등단을 했을지 궁금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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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수 좋은 날 , 빈처 **
현진건은 우리 나라에서 고등학교 까지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교과서에서 가장 많이 접했던 근대 작가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야기들이 짧으면서도 그 시대 상을 가장 피부에 닿게 표현하는 작가라고 할까. 이 책이 청소년 용으로 나왔다고 했을 때 대상을 어느 정도 선에 맞추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현재 사용하는 말이 아닌 생소한 단어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 단어들을 책 뒤편에 상세하게 해석해 놓아서 읽는 독자를 많이 배려한 느낌이 들었다. 단지 정말 이 책의 대상이 14세 ~16세 중학생 정도라면 어려운 단어 해석을 책의 뒷편에 따로 싣기 보다는 단어가 나오는 그 책 면 하단에 써 놓았더라면 오리혀 더 편하게 무리없이 책 장을 넘겨가며 읽을 수 있을 것 이라는 아쉬움이 살짝 든다. 성인인 내 입장에서 보자면 원문을 최대한 살린듯한 느낌이 들어 오히려 옛 단어에 대한 읽는 맛이 생긴다고 해야 할까... 결론을 말하자면 청소년이던 성인이던 독자의 대상이 어떠하던지 간에 작가의 원래 의도를 최대한 잘 살려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책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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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배웠던 유명한 도서들을 네버앤딩스토리를 통에서 만나 보니 기분이 새롭다. 그때 알았어도 벌써 잊어버렸던 것들... 시간의 흐름 앞에서 이렇게 잊혀져 갈 수 밖에 없나보다. 한손을 쫙 펴면 커버가 될만큼 아담한 사이즈의 얇은 도서이다. 앙증맞고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어서 딱 마음에 들었다. 이 책에는 1부와 2부로 나누어져 총 8편의 작품이 들어 있다. 빈처 / 술 권하는 사회 / 희생화 / 운수 좋은 날 / B사감과 러브레터 / 까막잡기 / 고향 / 할머니의 죽음
빈처와 술 권하는 사회는 가난하고 변변찮은 직업이 없는 남편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빈처에서 처형에게 꽃신을 받아 그렇게나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아내에게 꽃신을 사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아내도 좋은것을 보면 필시 갖고 싶을텐데 궁색한 살림살이네 티도 못내고, 장인 어른 생신 날 청목당혜를 신고 갔던 아내를 보고 처형이 꽃신을 하나 사다 준다. 그걸 받고서 어찌나 기뻐하던지 남편은 눈물이 맺히기도 한다. 자신이 현재 무명작가라 살림살이가 가난하지만, 싫은 내색하지 않고, 처가에서 해온 물건들을 하나씩 팔아가며 살림을 해나가는 아내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하지만, 옆에서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준 아내에게 고마워한다. 술 권하는 사회에서 보면 그 남자는 대학교까지 졸업했지만 직업이 없다. 밤새도록 무언가 쓰기도 하고, 무언가 보기도 한다. 책에서 보여지는 그의 직업은 드러나지 않지만, 작가가 아닐까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돈벌이가 없는 남편은 초조하고 아내한테 괜스레 미안해진다. 그러다가 자신의 처지를 술로 달래며 사회를 탓하기도 한다.
희생화와 B사람과 러브레터를 보면 사랑에 대한 내용이다. 예나 지금이나 청춘남녀들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는 가슴 설레이기도 하고, 봄날의 꽃같다. 사랑하던 두 남녀가 부모 몰래 약혼까지 했는데, 울산에 사는 남자 집에서 정략 결혼을 강요하자 남자는 그곳을 떠나게 된다. 결국 여자는 시름시름 앓다가 죽게 되는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수 없다는 슬픔이 어느정도인지 느낄 수 있었다. 여학교에서 노처녀로 기숙사 사감으로 지내고 있는 여자는 기숙사에 오는 편지를 보고 사적인 것까지 시시콜콜 물어본다. 책에 묘사된 그녀의 인상에서 그녀가 어떨것인지를 전부 다 드러내 준다. 현진건의 작품 특징은 바로 세밀한 묘사인데, 현실을 치밀하게 묘사함으로써 전체적인 상황을 짐작케 할 수가 있다. 까다로운 사감이 한밤 중에 잠을 안자고 연인 사이를 혼자 연기를 하는 모습은 정말 아닌 밤중에 홍두깨이다.
운수 좋은 날과 할머니의 죽음은 둘다 죽음을 주제로 하고 있다. 새침하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에서 보면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암시해 주고 있는데, 그날따라 아내는 일을 나가지 말라고 한다.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인력거를 끌고 나간 그는 비가 내려서인지 그날 따라 운수가 좋아 많은 돈을 받게 된다. 하루에 30원을 번 그는 아내에게 설렁탕을 사다 줄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쁘기도 하지만, 인력거를 끌면서 자신의 집 앞에 다다르면 걸음이 느려지고 이상한 기분이 든다. 별일 없을거라 생각하면서 기분좋게 술도 한잔하고 집에 들어갔건만 자신의 아내는 벌써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조모가 위독하다는 급한 전보를 받고 고향으로 내려간 그는 식구들끼리 돌아가면서 할머니를 지켜보게 된다. 며칠 동안 집에 머물면서 할머니의 증세가 좋아지자 다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혼자 일어나서 밥도 잘 드시던 분께서 자손들이 다 올라가고 난 후 갑자기 돌아가시게 된다. 할머니께서 갑자기 그렇게 되신 영문이 궁금해지는 소설이다.
현진건의 작품을 접하면서 그 시절 그때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예나 지금이나 살아가는 모습은 다들 비슷한 것 같다. 흐름상 대략 알수는 있었지만, 1920년대를 배경으로 쓰여져 있어서 내용을 이해하기는 조금 난해한 부분들도 있다. 다행히 뒷 부분에 주석이 있는데, 주석이 없었으면 모르고 지나갈뻔한 부분들도 있었다. 치밀하게 그려낸 묘사의 아름다움과 그가 겪은 시대의 아픔이 가슴에 오랫동안 남아 있는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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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때였나보다. 정확치는 않지만..........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을 읽었던 때가 말이다. 당시에 현진건의 이 작품만 읽었던건 아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단편문학들과 세계 단편 문학들을 참 많이 읽었더랬다. 그중에서 지금도 머릿 속에 떠나지 않는 단편들이 몇몇 자리하고 있다. 처음 읽었을 때 강한 임팩트가 지금까지도 그 작품의 제목만 들어도 살아난다고나 할까?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은 그렇게 기억되는 단편작 중 하나다. 아마도 마지막 결말이 주는 비참함의 강렬성이 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네버엔딩스토리>에서 손에 들고 다니기 딱 좋은 판형으로 현진건의 단편집이 나왔다. 얼마나 반갑던지~^^. 가방에도 쏙 들어가고 자리도 별로 차지 않는데다가 가볍기도 해서 아이들도 들고다니며 읽기에 더없이 좋다. 현진건의 수십 편의 단편 중 이 책에 실린 8편의 단편들은 청소년과 어른이라면 꼭 읽어야만 할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해야겠다. <빈처>, <술 권하는 사회>, <희생화>, <운수 좋은 날>, <B사감과 러브레터>, <까막잡기>, <고향>, <할머니의 죽음>.... 이렇게 8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이 책은, 작품 활동을 시작하게 된 첫 작품 <희생화>와 함께~, 문단의 주목을 받게 만든 작품 <빈처>, <술 권하는 사회>를 만날 수 있다. 이 중 현진건을 하면 떠오르는 대표작 중 하나인 <운수 좋은 날>과 <B사감과 러브레터>는 아마 참으로 많은 이들이 읽었으리라.
<운수 좋은 날>의 인력거꾼 김첨지의 모습을 떠올려 볼 수 있는 그림
가능한 한 원문을 살려서 쓰여졌기 때문에 읽으면서 근대시기에 쓰여진 문학작품의 맛을 톡톡 느낄 수 있어 좋다. 그러한 맛을 느낄 수 있는데는 아무래도 속어, 방언, 구어체등이 고스란히 살려 쓰여졌기 때문이리라. 어떤 어휘들은 도저히 가늠할 수 없어 뒤쪽에 실린 주석 페이지를 펼쳐 보기도 했지만~ 일반적으로 그냥 읽어내려가도 이해하는데 어렵지는 않았는데, 이렇게 당시 쓰였던 말들을 살펴보는 재미도 솔솔한 책이다.
"썩어 넘어진 서까래, 똘똘 구르는 주추는! 꼭 무덤을 파서 해골을 헐어 젖혀 놓은 것 같더마. 세상에 이런 일도 있는기오? 백여 호 살던 동리가 십 년이 못 되어 통 없어지는 수도 있는기오? 후!"....................(중략)........................."참! 가슴이 터지더마, 가슴이 터져." 하자마자 굵직한 눈물 두어 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나는 그 눈물 가운데 음산하고 비참한 조선의 얼굴을 똑똑히 본 듯싶었다. - 134쪽 / <고향> 중에서 위의 글과 마찬가지로 사진 속 철모르는 아이들이 따라 불렀다는 노래는~~ 당시의 우리의 모습을 알알이 전해주는듯하다. 이렇듯 '음산하고 비참한 조선의 얼굴'이 어디 서민들뿐이었으랴~! 지식인들의 괴로움을 담아 낸 <술 권하는 사회>에서는 이렇게 소리 높인다. "되지못한 명예 싸움, 쓸데없는 지위 다툼질, 내가 옳으니, 네가 그르니, 내 권리가 많으니, 네 권리가 적으니...... 밤낮으로 서로 찢고 뜯고 하지. 그러니 무슨 일 되겠소?...................(중략)..................적이 정신이 바루 박힌 놈은, 피를 토하고 죽을 수밖에 없지, 그렇지 않으면 술밖에 먹을 게 도무지 없지..............." - 45쪽 / <술 권하는 사회> 중에서
현진건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현진건이 살아간 시대의 배경(일제강점기)으로 인해 억압적인 느낌을 주는데, 당시 지식인들의 고뇌와 함께 사회적 신념에 대한 표현들 또한 강하게 드러나는 소설이지 싶다. 근대적 사실주의 문학가로 불리우는 현진건의 소설답게 어떤 상황과 장면에 대한 세세한 표현들은 가히 놀랍도록 치밀하다. 물론 이또한 작가의 구상에 의해 의도적으로 쓰여졌다니, 마지막 결말부분에서 턱~하니 치받거나, 툭~하니 떨어지는 마음의 심란함을 더욱 끌어내는게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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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의 근대 단편소설이라면 김동인, 김유정, 나도향, 염상섭, 이상, 이효석, 최만식...등 많은 작가가 생각나네요. 그리고 거기에 빠질수 없는 또 한명의 작가를 꼽으라면 바로 '현진건'이 아닌가 싶어요. 요즘은 입시만을 위해 학생들이 요약본으로 정리된 소설을 많이 보기도 하지만 저희때만 해도 한국 문학을 몇 권 읽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되었었고, 저 또한 학창시절에 세계 문학과 더불어 한국 문학에 빠져 책장에 전집을 진열해 놓고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2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난 오늘 그의 작품을 다시 만나보는 기회를 가졌답니다. 바로 '푸른책들'에서 출간된 '네버엔딩 스토리' 시리즈 중에서 41번째로 출시된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 빈처> 입니다.
<운수 좋은 날 / 빈처>는 2부로 나뉘어 구성된 현진건의 단편소설 모음집이랍니다. 1부에서는 <빈처>, <술 권하는 사회>, <희생화>를, 2부에서는 <운수 좋은 날>, <B사감과 러브 레터>, <까막잡기>, <고향>, <할머니의 죽음>... 이렇게 총 8편의 단편소설을 만나볼 수 있었어요.
현진건은 일제 강점기인 1920년대에 <희생화>를 처녀작으로 문단에 데뷔하여 활동한 작가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작품 속에서는 그 시대의 모습을 상당히 잘 엿볼 수 있는것 같아요. 외국에서 공부하고 왔지만 가난한 무명작가로 생활하며 가진 것을 팔아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아내를 지켜보는 남편 이야기 <빈처>, 일제 식민지 하에서 변화시킬수 없는 현실에 점차 술 주정꾼으로 변해가지만 이는 몹쓸 사회때문이라는 <술 권하는 사회>, 신 교육을 받은 지식인이지만 부모의 정략결혼과 봉건적인 사회로 인해 도피와 희생으로 무너진 사랑 이야기 <희생화>, 가장 운수가 좋은 날에 아내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 인력거 꾼의 이야기 <운수 좋은 날>, 위선적인 인간상을 보여주는 <B사감과 러브 레터>, 흔적조차 찾기 힘들 정도로 폐허가 되어 버린 고향을 찾아온 남자의 사람살이 이야기 <고향>... 등을 읽으면서 단편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그 짧은 글 속에서 시대적 배경으로 인한 가난한 서민들의 생활상과 그로 인한 고단함과 아픔을 엿볼 수 있었어요. 그리고 사실주의에 입각하여 당시의 현실을 아주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는 그의 글에 새삼 감탄이 절로 나왔답니다.
이번에 이 책을 새로 읽으면서 특히 그 시대에만 주로 사용했던 말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왔어요. 웬만하면 주석을 보지 않고 이해하려고 고민하고 있으려니 옆에서 그렇게 고민하면서까지 왜 책을 읽냐고 핀잔을 주더라구요. 하지만 전 그 고민하는 시간이 오히려 즐겁게 생각되었답니다. 예전에 읽었을 때에도 이랬나 싶을 정도로 격세지감이 느껴지기도 하였구요. 대부분 한자어가 많아서 어렵기도 하였지만 그 속에서 틈틈이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예쁜 우리말을 만나볼 수 있어서 참 좋았던 것 같아요. 어쩌며 요즘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마치 딴 세상의 글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자라나는 많은 아이들이 우리의 한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는 이런 소설을 통해 우리의 아픈 역사를 간접적으로 느껴보며, 이해하고, 기억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음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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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 때 운수 좋은 날의 단편을 읽은 기억이 나요. 현진건의 대표적인 단편 소설인 운수 좋은 날? 책 표지의 그림처럼 인력거꾼과 그의 아내 이야기랍니다. 정말 운수 좋은 날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 소설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새침하게 흐린 품이 눈이 올 듯하던 눈은 아니 오고 얼다가 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의 이야기라 그런지 그렇게 운수 좋은 날은 아니었듯 싶네요. "나가지 말라도 그래. 그러면 일찍이 들어와요." 라고 하는 아내를 뒤로 하고 인력거일을 나서는 김첨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궂은 비는 이연히 추적추적 내린다(P98)에서 왠지 제목과 달리 뭔일이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이 글을 읽으면서 참 가슴이 아프더라구요.
빈처도 가난한 아내의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라 가슴이 아팠어요. 친구 가운데 부유하지만 그리 행복하지 못한 부부가 있어요. 부유하지만 행복하지 못한 처형내외가 마치 친구 부부의 모습과 흡사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드네요. 솔직히 그 친구에게 권해주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행복과 부가 꼭 상관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죠. 아직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은 무영작가인 나를 다만 저 하나가 깊이깊이 인정해 준다! 그렇기에 그 강한 물질에 대한 본능적 요구도 참아가며 오늘날까지 몹시 눈살을 찌푸리지 아니하고 나를 도와준 것이다.(P31) 부부 사이에도 믿음이 필요하답니다. 물론 다른 것들도 필요하겠죠. 나는 남편에게 어떤 아내일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해봤어요.
현실을 치밀하게 그려 내고 있는 작가 현진건을 통해 1920년대의 시대적 아픔을 엿볼 수 있답니다. 우리 나라 단편 소설의 대표적인 작가라서 자라는 청소년들에게 꼭 읽히면 좋을 것 같아요. 네버엔딩 스토리는 푸른책들의 문고본 전문 임프린트입니다. 책의 크기가 작은 문고판이라 휴대도 간편하고 단편 소설을 하루에 한 편씩 읽기에도 부담이 없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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