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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은 80번 원소이고, 이 꿈은 오는 화요일에 내가 여든 살이 된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내게 원소와 생일은 늘 하나로 얽혀 있는 것이었다. 어릴 때부터, 내가 원자번호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부터 그랬다. p.27
책을 읽는 순간, 아, 이 대목이었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책을 읽기 전 만난 리뷰들 중 많은 내용이 원소 주기율표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어 그 이유가 궁금했던 터였다. 원자번호에 대한 기억이라고는 시험 전날, 외워지지 않는 영문기호와 순서를 머릿속에 욱여넣는 것이 다였던 내게, 나이와 연관지어 떠올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신선한 시각이었다. 저자를 따라하 듯, 나 역시 2020년을 맞아 내 나이에 맞는 원소를 찾아보았다.
이 책은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로 잘 알려진 올리버 색스가 삶의 마지막 2년간 쓴 글 네 편을 묶어놓은 책으로, 그중 세 편은 그가 투병 중 쓴 글이다(그는 희귀병인 안구흑색종을 앓았다). 그는 책에 마지막으로 실려있는 ‘안식일’이 발표되고 2주일 후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나는 죽음보다 인생을 허비하는 것이 더 두렵다.
무엇보다 강렬하게 다가온 문장이었다. 문득 어제로 마무리된 2019년 한해가 떠올랐다. 아니, 내가 태어나 기억이 닿는 순간부터 2019년까지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아보았다. 제법 많은 기억들을, 그리고 그때의 내 모습을 떠올리며, 그 와중에 무심코 흘려보낸 순간들이 아쉬워졌다. 어느 누군들 자신의 시간이 아쉬운 것 하나 없이 충만함으로 가득 찬 순간들이었노라 말할 수 있을까? 하지만 최소한 그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충실히 보내기 위해 하루, 하루 노력했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꼭 필요하지는 않은 것에 내줄 시간이 이제는 없다. p.42
이 책을 읽을 때는 2019년을 마무리 하기 전 리뷰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책 제목과 내용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에 어울린다는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0년을 시작하는 오늘, 다시 읽어보니 올 한해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내 가치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생각하는 기회가 되어 새로운 첫날과도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그리고 올리버 색스가 세상에 느꼈던 고마움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한 해를 만들기로 다짐해 본다. 내 주변을 돌아보고, 열심히 읽고 생각하고 나의 느낌을 글로 쓰리라, 그렇게 세상과 이야기를 나누며 때로는 치열하게 또 때로는 느긋한 발걸음으로 걸어보려 한다.
두렵지 않는 척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내가 무엇보다 강하게 느끼는 감정은 고마움이다. 나는 사랑했고, 사랑받았다. 남들에게 많은 것을 받았고, 나도 조금쯤은 돌려주었다. 나는 읽고, 여행하고 생각하고, 썼다. 세상과의 교제를 즐겼다. p.43
*나에게 적용하기 고마움을 표현하는 한 해를 보내기(적용기한 : 지속) *실천방법 하나. 하루에 한번은 누구에게든 고맙다는 감사 인사 하기 두울. 한달에 한번은 감사편지 쓰기
*기억에 남는 문장 가끔은 인생이 이제야 시작될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이내 사실은 거의 끝나가고 있다는 깨달음이 뒤따른다. p.28
좋은 기억도 있고 나쁜 기억도 있었지만, 대부분 감사하고픈 기억들이었다. 내가 남들로부터 받은 것에 대한 감사, 그리고 내가 조금이라도 돌려줄 수 있었다는 데 대한 감사. p. 28
나는 많은 것을 경험한 것이-멋진 경험도, 끔찍한 경험도-감사하고..(중략)..너새니얼 호손이 말했듯 “세상과의 교제”를 즐길 수 있었던 것이 그저 감사하다. p.29
아흔네 살에 돌아가신 아버지는 80대가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시절 중 하나였다고 이야기하곤 했다. 나도 슬슬 똑같이 느끼기 시작하는데, 아버지는 나이 들수록 자신의 정신과 시야가 위축되기는커녕 넓어진다고 느꼈다. 여든 살이 된 사람은 긴 인생을 경험했다. 자신의 인생뿐 아니라 남들의 인생도 경험했다..(중략)..이제 덧없는 것을 좀 더 깊이 의식하게 되며, 아마도 아름다움까지 보다 깊이 의식하게 된다. p.32
남은 몇 달을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문제는 내 선택에 달렸다. 나는 가급적 가장 풍요롭고, 깊이 있고, 생산적인 방식으로 살아야 한다. p.40
오히려 나는 살아 있다는 감각을 더없이 강렬하게 느끼고 있다. 남은 시간 동안 우정을 더욱 다지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글을 좀 더 쓰고, 그럴 힘이 있다면 여행도 하고, 새로운 수준의 이해와 통찰을 얻기를 희망하고 기대한다. p.42
죽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로 대체될 수 없다. 그들이 남긴 빈자리는 채워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저마다 독특한 개인으로 존재하고, 자기만의 길을 찾고, 자기만의 삶을 살고, 자기만의 죽음을 죽는 것이 우리 모든 인간들에게 주어진 운명이기 때문이다. p.43
나는 갈수록 초자연적인 것이나 영적인 것이 아니라 훌륭하고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로 생각이 쏠린다. 자신의 내면에서 평화를 느낀다는 게 무엇인가 하는 문제로. 안식일, 휴식의 날, 한 주의 일곱 번째 날, 나아가 한 사람의 인생에서 일곱 번째 날로 자꾸만 생각이 쏠린다. 우리가 자신이 할 일을 다 마쳤다고 느끼면서 떳떳한 마음으로 쉴 수 있는 그날로. p.72
*분류 : 에세이(예스24 분류에는 '자연과학'으로 되어있지만, 내 기준으로는 에세이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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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유명한 의사 선생님 올리버 색스 <고맙습니다> 작가님의 다른 책들도 그렇지만 이 책도 참 따뜻합니다. 이 책은 뒤늦게 알게되서 이왕 사는거 특별판? 샀는데 책이 되게 화려하고 예쁘네요.ㅎㅎ 크리스마스 선물 상자 같은 느낌입니다. 얇지만 아름다운 책입니다. |
![]() 도서 『고맙습니다』 에는 올리버 색스 Oliver Sacks(1933. 7. 9 - 2015. 8. 30) 가 삶을 마무리하며 쓴 글들이 담겨 있다. 2013년 7월 여든 살 생일을 며칠 앞두고 쓴 「수은 Mercury」 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3작품은 6개월의 시한부 판정을 받은 뒤 쓴 글들이라 자신의 삶에 대해 (역설적이게도) 시간적 여유를 가졌기에 (연인이었던 빌 헤이스 Bill Hayes 의 표현처럼) 솔직하고 차분하게 정제된 고백을 만날 수 있었다. 아직 깊이가 짧은 탓에 그의 글을 오롯히 절감하지는 못하겠지만
라는 글을 보며 지금의 삶에 고마운 마음을 가져보길 바라본다. p.s. Oliver Sacks 관련 영상 ============================== 내가 여든 살이라니!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가끔은 인생이 이제야 시작될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이내 사실은 거의 끝나가고 있다는 깨달음이 뒤따른다. … 여든이 다 되어 내과적 질병과 외과적 문제까지 잔뜩 껴안고는 있어도 거동을 못할 만한 불편은 하나도 없는 지금, 나는 살아 있어 다행이라는 기분이 든다. 날씨가 완벽한 날에는 가끔 "안 죽고 살아 있는 게 기뻐!" 하는 말도 튀어나온다. 나는 많은 것을 경험한 것이 ㅡ 멋진 경험도, 끔찍한 경험도 ㅡ 감사하고, 책 10여권을 쓴 것, 친구와 동료와 독자로부터 셀 수 없이 많은 편지를 반은 것, 너새니얼 호손이 말했듯 "세상과의 교제" 를 즐길 수 있었던 것이 그저 감사하다. 아쉬운 점은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는 (그리고 지금도 낭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든 살이 되고서도 스무 살 때와 마찬가지로 지독하게 수줍음을 탄다는 것도 아쉽다. 모국어 외에는 다른 언어를 할 줄 모른다는 게 아쉽고, 응당 그랬어야 했건만 다른 문화들을 좀 더 폭넓게 여행하고 경험하지 않았다는 점도 아쉽다. p 028 ~ 030 수은 Mercury ============================== 이제 삶을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기분이 든다. "삶을 마무리한다" 는 게 정확히 무슨 뜻이든 말이다. 내가 진료했던 환자들 가운데 아흔이나 백 살이 넘은 몇몇 노인은 "나는 충만한 삶을 살았으니 이제 갈 준비가 되었습니다" 라는 식으로 고별을 전하기도 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천국행을 의미한다. 어째서인지 몰라도 지옥은 절대 아니고, 늘 천국이다. 물론 새뮤얼 존슨과 제임스 보즈웰 같은 사람들은 지옥행을 상상해 몸서리쳤고, 그런 종류의 믿음을 전혀 품지 않았던 데이비드 흄에 대해 역겨워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나로 말하자면 내가 사후에도 존재하리라는 믿음이 (혹은 그러기를 바라는 마음이) 전혀 없다. 그저 친구들의 기억 속에서 살아남길 바라고, 내가 죽은 뒤에도 내 몇몇 책이 사람들에게 "말을 건네기를" 바랄 뿐이다. p 030 수은 Mercury ============================== 여든 살이 된 사람은 긴 인생을 경험했다. 자신의 인생뿐 아니라 남들의 인생도 경험했다. 승리와 비극을, 호황과 불황을, 혁명과 전쟁을, 위대한 성취와 깊은 모호함을 목격했다. 거창한 이론이 생겨났다가 완강하게 버티는 사실들에 못 이겨 거꾸러지는 모습을 보았다. 이제 덧없는 것을 좀 더 깊이 의식하게 되며, 아마도 아름다움까지 보다 깊이 의식하게 된다. 여든 살이 되면 이전 나이에서는 가질 수 없었던 장기적인 시각과 자신이 역사를 몸소 살아냈다는 생생한 감각을 갖게 된다. 나는 이제 한 세기가 어떤 시간인지를 상상할 수 있고 몸으로 느낄 수 있는데, 이것은 마흔이나 예순에는 할 수 없었던 일이다. 나는 노년을 차츰 암울해지는 시간, 어떻게든 견디면서 그 속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시간으로만 보지 않는다. 노년은 여유와 자유의 시간이다. 이전의 억지스러웠던 다급한 마음에서 벗어나, 무엇이든 내가 원하는 것을 마음껏 탐구하고 평생 겪은 생각과 감정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시간이다. 나는 여든 살이 되는 것이 기대된다. p 032, 033 수은 Mercury ============================== 나는 지난 10년가량 또래들의 죽음을 점점 더 많이 의식해왔다. 내 세대가 퇴장하고 있다고 느꼈다. 죽음 하나하나가 내게는 갑작스러운 분리처럼, 내 일부가 뜯겨 나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우리가 다 사라지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더는 없을 것이다. 하기야 어떤 사람이라도 그와 같은 사람은 둘이 없는 법이다. 죽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로 대체될 수 없다. 그들이 남긴 빈자리는 채워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저마다 독특한 개인으로 존재하고, 자기만의 길을 찾고, 자기만의 삶을 살고, 자기만의 죽음을 죽는 것이 우리 모든 인간들에게 주어진 ㅡ 유전적, 신경학적 ㅡ 운명이기 때문이다. 두렵지 않은 척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내가 무엇보다 강하게 느끼는 감정은 고마움이다. 나는 사랑했고, 사랑받았다. 남들에게 많은 것을 받았고, 나도 조금쯤은 돌려주었다. 나는 읽고, 여행하고, 생각하고, 썼다. 세상과의 교제를 즐겼다. 특히 작가들과 독자들과의 특별한 교제를 즐겼다. 무엇보다 나는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지각 있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 살았다. 그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특권이자 모험이었다. p 043, 044 나의 생애 My Own Life ============================== 이제 쇠약해지고, 호흡이 가빠지고, 한때 단단했던 근육이 암에 녹아버린 지금, 나는 갈수록 초자연적인 것이나 영적인 것이 아니라 훌륭하고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로 생각이 쏠린다. 자신의 내면에서 평화를 느낀다는 게 무엇인가 하는 문제로. 안식일, 휴식의 날, 한 주의 일곱번째 날, 나아가 한 사람의 인생에서 일곱 번째 날로 자꾸만 생각이 쏠린다. 우리가 자신이 할 일을 다 마쳤다고 느끼면서 떳떳한 마음으로 쉴 수 있는 그날로. p 071, 072 안식일 Sabbath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