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에 '파우스트'라는 영화 리뷰를 쓰면서 이 감독을 잠시 언급한 적 있다. 영화는 '나'라는 인물의 진술에 따라 진행이 이뤄지는데, 낭독자는 소쿠로프 감독 자신 목소리이다. 무대는 겨울 궁전이며, 각 방을 지나면서 그 방들의 주인이었던 러시의 차르와 차리나 들이 차례로 등정한다. '러시아의 방주'란 이 겨울 궁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들 지난 시대의 군주를 만나고 다니는 이는 '유럽인'인데, 역사를 통해 언제나 객체의 시선으로 자신을 응시해야 했던 러시아인들의 컴플렉스를 상징한다고 볼 수도 있다.
상품 설명에는 '90분간 스테디캠으로 찍은 영상 기법상의 혁명적 시도와 화려함'을 언급하고 있으나, 나는 그런 기교적인 측면, 혹은 비주얼에 집착할 것 없이, 감독의 내레이션만 따라가도 충분히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고 여긴다. 특히 주목해서 본 부분은 마지막 차르 니콜라이 2세가 등장하는 장면이다. 소쿠로프 감독이 자국 지난 시대 역사의 한 아픈 단면을 어떻게 응시하는지가 잘 드러나며, 이 작품을 찍고 10여 년이 지난 근작 '파우스트'와 비교하면, 그가 현재의 자국 정정을 어떻게 응시할지도 관측이 가능하다.
|